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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36화 (36/225)

# < 제 36 화 >

그렇게 맥주를 한 잔씩 하고 소고기가 나오자 한승이가 집게와 가위를 집어 들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고기 굽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면서 울려 퍼졌는데 식욕도 같이 자극했는지 내 입에도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제가 먼저 익었는지 확인해 볼게요.”

배가 고팠는지 고기를 뒤적거리면서 잠시 눈치를 살피던 한승이가 고기를 한 점 먼저 주워 먹었다.

“오! 여기 완전 맛있어요. 그냥 입에서 살살 녹는 거 같아요.”

한승이는 한껏 오바하면서 말했는데 나도 그 말에 젓가락을 움직였다.

“야, 원래 소고기는 대충 익혀서 먹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돈카츠 가게에서 일하다 보니 대부분의 점심은 돈카츠 또는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들이었다. 그래서 고기가 좀 질리는 날도 있었는데 소고기는 달랐다.

물컹, 씹기가 무섭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이 부드러움이 돼지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간혹 결혼식장에 가면 질긴 갈비찜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이 집이 왜 유명한지 알 것 같았다..

“여기 정말 맛있다. 다들 어서 먹어.”

“제가 구워서 더 맛있는 거예요. 하연 씨도 이거 드셔보세요.”

한승이는 고기를 집어서 이하연의 접시에 올려주었는데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으로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음! 너무 마시써요.”

고기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잠시 눈치를 살피던 그녀가 눈이 초롱초롱 변하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게 고기를 맛있게 먹으면서 맥주도 마셨는데 하연이 한승이를 보고 말했다.

“그런데 저보다 오빠신데 말씀 편히 하세요.”

안 그래도 한승이는 그녀와 친해질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서주자 편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까?. 앞으로 잘 부탁해.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두 사람은 서로 악수하면서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이하연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사장님도 저한테 말씀 편하게 하세요. 보니까 다른 분들에게는 다 말 편하게 하시던데...”

“어어어...나도 말 편하게 할게.”

나는 보통 일할 때는 고객이 쳐다보고 있어서 존댓말을 쓴다.

이것도 예전에 배운 건데 아무리 직원과 직원, 또는 직원과 알바 사이에 직급 차이가 있더라도 고객님은 그것을 잘 모르니 반말로 서로 이야기하면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일할 때는 다른 직원과 알바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사실 나도 평상시에는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 맞다. 아까 그 전화. 주문 취소된 고객님이죠?”

“어, 맞아.”

“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요?”

“그냥, 왜 취소했냐고 물어보더라. 아, 말 나온 김에 앞으로 우리 가게에서는 배달 요청 너무 무리한 거 들어오면 그냥 고객님에게 죄송하다고 들어드리기 어렵다고 말씀드려.”

내 말에 이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전에 있던 가게에서도 그렇게 해서인지 별 의문을 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럼 기분 상한 고객님들이 리뷰 안 좋게 남기지 않을까요?”

“그건 어쩔 수 없지, 대신 배달 수 좀 늘어나면 좋은 리뷰 남겨주는 고객들도 있을 테니까 괜찮을 거야.”

한승이가 걱정했지만 나는 그냥 이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런데 저희는 리뷰 이벤트 같은 거 안 해요?”

“리뷰 이벤트?”

“네, 그거 하면 사람들이 리뷰 좋게 남겨주잖아요. 저도 리뷰 이벤트 하는 곳에 자주 배달 시켜 먹는데...”

“응, 당분간은 리뷰 이벤트도 안 할 거야. 배달은 그냥 거리가 멀어서 못 오거나 시간이나 자리가 없어서 매장에서 식사 못 하시는 고객들의 주문을 받기 위해 설치한 거야. 그동안 전화 많이 왔잖아.”

“아, 무슨 말씀인 줄 알겠어요.”

한승이가 내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면서 말했다.

“그래, 차라리 매장 찾아오는 손님에게 할 수 있는 이벤트 생각해보자. 예전에 로이스에서 했던 포장 10% 할인 같은 거 말이야.”

지금 광주에서 배달기사를 통해 배달을 하면 기본료가 3천 원부터 시작한다.

일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이게 배달 거리가 1.7km 넘어가면 배달비가 추가되는 방식인데 1.7km가 넓은 것 같지만 보통 한 동에서 다른 동으로 넘어가면 배달비가 기본을 초과한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 보면 택시랑 요금 책정 방식이 비슷하다. 기본료에 거리에 따라 추가요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배달비를 고객과 가게가 나눠서 낸다는 것이다. 가게에 따라서 받는 배달비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고객들의 심리적 배달 적정가격은 2천 원이다.

배달비가 2천 원보다 비싸면 배달비가 비싼 가게고 적으면 싼 가게인 것이다.

예전에 한 치킨 브랜드에서 배달비 2천 원을 받는다고 했을 때 진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그 가격이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런 고객들의 심리 때문에 배달비를 2천 원을 받는 가게가 많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기사들이 가져가는 배달비는 기본이 3천 원이다. 천 원을 가게에서 고객 대신에 부담하고 있다.

근데 거리가 늘어난다? 그럼 가게가 부담 해야 될 배달비는 점점 늘어난다. 이것이 멀리까지 배달을 보내지 않거나 최소 주문 금액을 설정하는 이유이다.

고객이 만 원을 주문했고 나의 순이익이 3천 원인데 배달비가 3천 원 이상 나와버리면 오히려 배달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프로모션이 하나 나오게 되는데 바로 포장주문을 하러 찾으러 오는 고객에게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어차피 배달을 보내면 가게 입장에서는 최소 천 원 아니면 그 이상을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러니 포장을 하러 오는 고객에게는 그 가격만큼 그냥 할인을 해줘 버리는 것이다.

로이스에서는 배달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장을 주문하고 찾으러 오는 고객님들에게 10%를 할인해 주었다.

“오, 그거 괜찮네요. 아니면 아까 보니까 기다리는 고객님들 많으시던데 그런 분들에게 서비스 주는 건 어떨까요?”

“서비스?”

“네, 웨이팅이나 브레이크타임 기다려주신 분들 치즈카츠 무료 증정 같은 서비스 하는 거죠.”

“기다리면 무료로 준다?”

“네, 저희 테이블 6개밖에 안 돼서 기다리는 사람 많잖아요. 그럼 좀 기다려서 짜증 났어도 나중에 서비스 나온 거 보고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 같지만 그럼 오히려 빨리 가게에 들어온 고객님들이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다.

내가 이 점을 이야기하자 한승이가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럼 추첨으로 서비스 드리는 건 어때요?”

“추첨?”

“네, 추첨으로 매일 열 분의 고객님께 치즈카츠 무료로 주는 거죠.”

“매일 열 명에게 무료로 준다?”

이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도 경품 추첨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언가의 당첨되었을 때의 기쁨.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록 돈카츠는 소소한 상품이지만 그래도 당첨의 기쁨을 고객에게 준다는 건 가게 이미지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한승이가 소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머리가 잘 돌아가네.”

“그런가요? 그럼 자주 사 주세요.”

나는 한승이에게 맥주를 따라주었는데 같이 잔을 내미는 선우가 보였다. 말없이 묵묵히 고기와 술을 먹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일 이야기만 한 것 같았다.

“야야, 그런 거는 다음에 생각하자. 일 이야기는 인제 그만. 선우 심심하겠다.”

“아니에요. 재미있게 듣고 있었어요.”

내 말에 선우가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러고 보니 선우가 출근하고 나서 별로 말을 많이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선우는 일할만해?”

“네, 한승이 형도 너무 잘해주시고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선우, 몇 살이라고 했지?”

“저 26살이에요.”

“어, 저랑 동갑이시네요! 우리 친구 해요.”

선우의 말에 하연이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바로 두 사람을 말렸다.

“친구 하는 건 좋은데 가게에 있을 때는 하연이는 직원이고 선우는 알바니까. 하연이 말 잘 들어야 한다.”

가끔 일하다가 보면 직원보다 나이가 많거나 동갑인 알바가 일하러 올 때가 있다. 처음에는 괜찮은 듯싶어도 좀 친해지면 알바는 놀고 있고 직원은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결국에는 알바가 직원의 말을 무시하고 먹혀버리게 되는데 그 후로는 직원이 일을 시키고 싶어서 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내가 이것이 걱정되어 말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매니저님 말 잘 들을게요.”

자신 있게 말하는 선우를 보고 있으니 처음 이미지와 다르게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색하고 왔을 때만 해도 전혀 이럴 줄 몰랐는데 말이다.

“근데, 선우는 알바하기 전에 무슨 일 했어?”

“저요?”

한승이는 예전에 같이 일해서 잘 알고 있고 이하연도 전 직장이 어디였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득 선우는 무얼 했는지 궁금해 졌다.

내 말에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저, 연기 학원 다녔어요.”

“연기 학원?”

생각해보니 그의 이력서에 고졸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는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 준비했나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헐, 그럼 배우 지망생?”

이하연이 놀라서 물었는데 선우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그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하게 생겨서 범상치 않다고 느끼기는 했었는데 배우를 꿈꾸고 있을 줄은 몰랐다.

“혹시 드라마나 영화 출연한 적 있어?”

하연은 갑자기 선우에 대해 궁금해졌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직 드라마나 영화에는 출연한 적 없고 단막극에는 조연으로 몇 번 나온 적은 있어. 근데 말해도 모를 거야.”

“그래? 그래도 신기하다. 내 주위에 TV에 나온 사람이 있다니 말이야.”

나는 그를 뽑을 때 배우를 꿈꾸고 있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혹시나 그가 갑자기 그만둔다고 할까 봐 걱정되어 물어봤다.

“근데 지망생이면 연기 연습이나 오디션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단막극 찍은 지도 3년 넘었어요. 그 뒤로 계속 드라마랑 영화 오디션 보러 다녔는데 다 떨어졌고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한 게 동네 양아치 역할이었는데 그것도 떨어져서...이번에 그냥 광주로 내려왔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니 왜 염색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염색을 했었구나. 나는 또 오해했었네.”

사실 그에게 미안하게도 염색이 너무 과해서 양아치가 아닐까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다.

“아니에요, 오디션 떨어져서 머리는 바꾸려고 했었어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 한승이 형 하는 거 보니까 요리 재미있어 보이던데 혹시 저도 여기서 일하면서 배울 수 있을까요? 그동안 연기만 연습해서 그런 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네요.”

선우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그가 꿈을 포기한 것처럼 보여서 일까? 조금은 슬퍼보였다.

“당연하지. 나도 처음에는 칼 잡는 법도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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