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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31화 (31/225)

# < 제 31 화 >

“소개팅?”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만났을 때 소개팅을 주선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아...괜히 해 달라고 했나.’

사실 그때는 술도 마셨고 사진을 보고 괜찮아 보여서 충동적으로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나간다고 생각하니 제수씨의 친한 친구여서 부담이 되었고 무엇보다 지금은 바빠진 매장과 이사 등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 그래, 네가 저번에 해 달라고 했잖아. ]

“그거, 꼭 해야 되는 거냐?”

[ 왜, 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그래. 유진이가 힘들게 추진한 거야. ]

힘들게 자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성민이 얼굴 봐서 한 번 만나보기나 하자.’

“그래, 알았어. 할게.”

[ 오케이, 그럼 내가 연락처 지금 보내 놓을 게. 파이팅 해라. ]

전화를 끊고 좀 기다리니 성민에게서 연락처가 왔다. 연락처를 받은 나는 뭐라고 보내야 할 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간단하게 보냈다.

< 안녕하세요? 성민이 친구 김정훈입니다. 연락처 받았습니다. >

깨톡을 보내고 잠시 기다리고 있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단비예요.^^ >

< 혹시 시간 언제가 괜찮으세요? >

< 저는 이번 주 토요일에 괜찮아요! >

< 네, 그럼 오후 6시에 어떠세요? >

< 네, 좋아요. 그때 봬요~^^ >

그녀의 답장에 나는 다른 것들도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여기서 더 이야기 하면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궁금한 거는 만나서 물어보면 되지 뭐.’

< 네, 그때 뵙겠습니다.^^ >

그렇게 핸드폰을 덮어 둔 뒤 나는 다시 드라마를 보기 위해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

“한승아, 3번 테이블에 치즈카츠 안 나왔어.”

“네네, 지금 컷팅해 드릴게요.”

주말이 지나고 나니 너튜브에 대한 관심이 조금 줄어들었고 우리 가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 떨어진 것 같았는데 다행히 아직 매장에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단골이 된 고객들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메뉴가 나가고 상을 치우고 다시 주문을 받고 정신없는 점심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런 나의 눈에 장선우가 보였다.

선우는 주방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는 오늘이 첫 출근 이었다.

“선우야, 할만해?”

“네, 사장님. 오랜만에 해서 좀 어색하기는 한데. 금방 적응하겠습니다.”

“그래, 처음이니까 칼이나 가위 같은 거 다치지 않게 주의 하면서 천천히 해.”

선우의 나이는 26살이었는데 군대에 가기 전에 주방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하여 채용을 결정하였다.

평일에 일하기로 했는데 그가 잘 적응해 준다면 주방에서 일하는 한승이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신 없는 점심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은정이가 나를 불렀다.

“오빠, 잠깐만 앞으로 나가봐. 누가 찾아왔어.”

“나를? 누군데?”

“무슨 사랑나눔재단이라고 하던데? 사장님을 찾고 있어.”

“사랑나눔재단?”

‘재단에서 나를 찾을 일이 없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로또를 떠올렸다.

인터넷에서 로또 당첨자들에게 기부금을 요구하러 많이 찾아온다는 루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 내용이 생각났다.

‘혹시 내가 로또에 당첨된 줄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기부금 내라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얼른 가게 앞으로 나가서 나를 찾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었는데 나는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알로하 사장입니다.”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광주사랑나눔재단에서 나온 직원들입니다.”

남자는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넸는데 거기에는 후원사업본부라고 적혀있었다.

“아, 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시죠?”

“이번에 불쌍한 아이들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셨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로또 때문에 온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한시름 놓았는데 그때 남자가 말했다.

“이번에 저희 광주사랑나눔재단에서 사장님처럼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후원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혹시 후원을 해보실 생각이 없으실까요?”

“후원이요?”

“네, 사장님의 소중한 마음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은데...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게 쓰겠습니다.”

너튜브 때문에 손님이 늘어나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말이다.

후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저런 재단들에 대한 신용이 별로 좋지 않았다.

물론 좋은 일을 하는 재단도 많이 있겠지만 일부 재단들이 자신들의 운영비로 대부분의 후원금을 사용하고 소액만 불우한 사람들에게 전달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사람들에게 줄 후원금이 있다면 차라리 민국, 나라 남매에게 직접 돈을 전달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도 많이 어려워서요. 나중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거절의 의사를 밝혔지만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장님, 지금 장사가 잘 되시는 것이 사람들이 사장님의 훈훈한 마음에 감동을 받아서 아니겠습니까? 아마 후원을 하신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더 많은 고객님들이 찾아 오실 겁니다.”

얼굴을 보아하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은 점심시간,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데 무작정 쫓아낼 수는 없었다.

이미 나는 착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으니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노렸을 수도 있다.

할 수 없이 나는 대안을 내놓았다.

“그럼 지금까지 사용한 후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후원금 사용 내역이요?”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이왕 후원하는 거면 가게 홍보에도 도움이 되게 어떤 아이들을 도와주었는 지 알리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하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의 말에 남자는 당황한 듯 했다.

“광주사랑나눔재단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후원금을 횡령하여 재단 관계자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했다는 기사를 봐서 말이죠. 쉽게 믿을 수 없는 저를 이해해주십시오.”

“네...당연히 그러시겠죠. 그...부분은 제가 재단에서 발급이 가능한 지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데...다음에 다시 들려도 될까요?”

“네, 그러셔도 됩니다.”

남자와 여자는 그 말을 끝으로 금방 사라졌는데 이제 보니 재단을 가장한 사기꾼들인 것 같기도 했다.

****

점심 영업이 끝나고 테이블에 앉은 나는 은정이에게 아까 일에 대해서 말했다.

“뭐야? 아까 그럼 아까 그 사람들 사기꾼 인 거야?”

“모르지, 관계자 일 수도 있는데 사기꾼 느낌이 강하게 나. 그러니까 혹시 나 없을 때 저런 사람들 찾아오면 너는 잘 모른다고 나 있을 때 다시 오라고 해.”

“어, 알았어.”

나는 은정이에게 혹시나 내가 없을 때 저런 사람들이 또 올 수도 있으니 신신당부했다.

“저런 사람들 말고 유명한 너튜버나 블로거, 인플루언서나 왔으면 좋겠는데...가게 홍보 되게 말이야.”

은정이는 지나가는 말로 투덜거렸는데 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너튜브에서 영상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자신의 SNS에도 올려주고 있었지만 아직 가게를 오픈 한 지 이제 3달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리뷰 등 가게 언급은 아직도 미진한 수준이었다.

이렇게 고객들이 몰렸을 때 유명한 너튜버나 블로거가 다녀가면 홍보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상 외로 그런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돈 주고 광고 맡기는 건 어때? 사람들 그렇게 많이 하던데?”

은정이가 말했는데 사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을 거두었다.

너튜브로 알려지기 전이었다면 시도해 볼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돈을 주고 광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오히려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잘 되고 있으니까 좀 더 기다려보자. 아직 배달도 시작 안 했잖아.”

“하긴 그러네. 배달도 해야 되겠네.”

배달의 가족도 등록만 하고 그동안 너무 바빠서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롭게 뽑은 직원이 오고 나면 그때는 제대로 해볼 생각이었다.

“아, 맞다. 은정아, 너 혹시 토요일 오후에 일 좀 잠깐 해주라.”

“토요일? 왜 무슨 일 있어?”

“어, 그냥 누구 만날 사람이 있어 가지고. 그날 하루만 저녁까지 가게 좀 봐줘.”

“누군데? 나 일 시키고 친구들 하고 노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친구가 소개팅 주선해줬는데 나가야 할 것 같아.”

“소개팅?”

“어. 그러니까 그날 나와서 일 좀 해줘.”

나의 말에 은정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거라면 이 동생이 또 도와줘야지.”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이번에 소개팅 잘 해서 여자친구 좀 만들어봐. 엄마가 걱정 하더라.”

“엄마가? 날 왜 걱정해.”

“오빠도 이제 30살이 넘었잖아. 결혼도 하고 해야 할 텐데...여자친구 없는 것 같다고 나한테 좀 알아보라고 하더라.”

“엄마가 그랬어?”

“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잘 좀 해봐. 머리도 좀 단정하게 자르고 말이야.”

“머리? 머리가 어때서...”

“대학교 다닐 때부터 그 머리잖아. 요새 투블럭 유행 지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머리 하고 있어.”

“그래? 많이 이상하냐?”

“많이 이상하지는 않은데...좀 지겹다고 해야 하나? 그 누구야. 은기 오빠 헤어디자이너잖아. 은기 오빠한테 머리 좀 봐 달라고 해.”

친구들을 오래 만났어도 다른 친구들은 잘 기억 못 하는데 은정이가 은기는 잊어 먹지 않았다.

정은기가 다니고 있는 헤어샾에도 몇 번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너는 은기에 관한 것은 잘 기억하더라?”

“잘생겼잖아.”

“그래, 은기가 잘생겼지.”

“그러니까 오빠도 관리 좀 받아. 오빠 20대는 끝났어. 이제는 관리가 필요한 나이라고...”

은정이의 말을 듣고 있으니 얼마 전 이하연에게 나이 차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생각이 났다.

“알았어. 한 번 생각해 볼게.”

****

< 죄송해요. 택시가 늦게 잡혀서 저 곧 도착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토요일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나는 성민이가 소개해 준 단비 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소개팅이기는 했지만 데이트하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렇게 오늘 할 이야기들을 떠올리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바로 앞에 택시가 멈추고 한 사람이 내렸다.

그 사람이 나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오더니 물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김정훈 씨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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