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30 화 >
“선풍제약?”
[ 그래, 이게 여기서 나온 의약품 중 하나가 코로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지금 임상시험 들어갔는데 만약 이거 통과되잖아? 그럼 최소 2배는 먹는 것임. ]
“그래? 임상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 뭐. 바로 떡락 맞는 거지. ]
“그럼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 그렇지, 그런데 너도 일성전자 가지고 있어봐서 알 거 아니야. 하루에 1% 왔다 갔다 하는데 감질나서 언제 돈 버냐. ]
“그렇긴 하지.”
[ 이건 얼마나 심플하냐 잘 되면 2배 이상 먹는 거고. 실패하면 손절 보고 나오는 거고. 야수의 심장으로 덤벼드는 거지. 어차피 인생 한 방 아니겠어? ]
“근데 내가 너튜브에서 보니까 치료제보다 백신이 좋다고 하던데...치료제는 코로나 걸린 사람만 맞는 건데 백신은 안 걸린 사람들도 다 맞아야 하잖아.”
나의 말에 갑자기 전화기에서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야, 김정훈이 짧은 시간에 공부 많이 했구나. 나도 그래서 백신 쪽도 살펴보고 있기는 한데....거기는 워낙 많은 제약회사가 달려들어서 딱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아직 없다. ]
“그래?”
[ 그냥 너도 좀 더 알아보고 욕심부리지 말고 살 거면 50만 원이나 100만 원 정도만 해보든지. 뭐 잃으면 나한테 맛있는 거 사줬다고 생각하고. ]
“너한테 쓴 거로 치기에는 액수가 너무 큰데?”
[ 치, 알았다. 이제 전화 끊자. 나도 얼른 일 마무리 하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
“뭐야? 아직 회사였어?”
[ 어, 우리 부장님이 내일 아침까지 기획서 보고 싶다고 하셔서...야근 중이다. ]
시간을 보니 벌써 9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너도 참 고생하는구나. 알았어. 끊어.”
“그래, 수고.”
****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주식을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그동안 주식을 핸드폰으로만 했었는데 HTS로 하면 다른 신세계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오늘은 그걸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선풍제약 살까?’
그렇게 HTS 차트를 보고 있던 나는 어제 상현이에게 종목 추천을 받지 말 걸 하고 후회했다.
내 마음속에 욕심이라는 마물이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식에 관해서 공부하고 너튜브 영상을 챙겨본 것은 그냥 앞으로 혹시나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냐고 물어볼 때를 위한 방편이었다.
일성전자를 산 것도 매수와 매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경험해 보기 위한 것이 컸다.
뭐, 실수로 1억까지 매수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 뒤로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서 얼마나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제 상현의 말이 나를 흔들었다.
아침에 선풍제약과 관련된 너튜브 영상과 포털사이트 등을 찾아보았는데 좋은 내용이 많았다.
최근에 많이 올랐고 지금 20일선 지켜주면서 건강한 조정을 해주고 있고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이다.
“최소 2배...”
처음에 로또에 당첨되고 다른 당첨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검색했을 때 주식으로 큰돈을 잃고 파산한 사람들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 달에 500만 원씩 쓴다고 해도 몇십 년을 쓸 수 있는 돈인데 무슨 욕심이 들어서 주식에 큰돈을 넣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나는 집에 몇억이라는 돈을 사용했지만 집은 투자를 위해서라기보다 나의 생활을 위해서 쓴 돈이었다. 주식과는 궤를 달리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지금 내가 일성전자에서 돈을 잃고 있는 것처럼 그들도 처음에는 적은 돈을 잃는 것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것을 메꾸기 위해 더 큰 돈을 투자하고 또 잃고 다시 투자해서 또 잃고 그러다 보니 원금이 생각나서 투자를 멈출 수가 없을 것이다.
계좌에 돈이 잔뜩 있으니 처음에는 줄어드는 금액을 체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에이, 100만 원 잃었네. 다음에 따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투자를 하다가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고 결국 쪽박을 차게 되는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어떻지?’
그 사람들과 다르게 자신을 잘 제어 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그냥 투자를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왠지 좋은 느낌이 든다. 처음에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저 종목을 사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사자. 대신 리스크 관리를 하는 거야.’
장시간의 고민 끝에 나는 선풍제약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딱 천만 원만 사자.’
처음에 주식을 시작하면서 일성으로 2천만 원 잃으면 손절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이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그래서 선풍제약을 매수하고 두 종목을 합해서 잃은 돈이 2천만 원이 되면 손절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하면 어차피 주식으로 잃게 되었을 때 종목이 늘어났을 뿐 손절금액의 차이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이건 분산 투자야. 분산 투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그랬잖아.’
서점에서 산 책에서 나온 문구까지 기억해 내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 매수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나는 현재가 30,000원에 선풍제약을 천만 원까지 매수하였다. 그래도 몇 번 주문을 눌러봤다고 이제는 어느 정도 주문을 넣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휴, 이제 오르기를 기다리면 되나?”
물론 사자마자 오르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종목토론방을 돌면서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사장님, 저 여기 덕성빌 도착했는데 지금 올라가도 될까요? ]
“아, 네 지금 집에 있습니다.”
[ 네,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
오늘은 월요일, 쉬는 날에 맞춰서 이삿짐센터 견적을 받아 보기로 했다.
5년 전 여기에 처음 이사 올 때는 기숙사에서 투룸까지 아버지가 집에 있는 1t 트럭으로 옮겨주셨다.
지금도 그렇게 짐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사 한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릴 수 없으니 그냥 이삿짐센터를 이용하기로 했다.
잠시 후 벨이 울리고 견적을 봐주기로 한 사장님이 들어오셨는데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어...사장님. 여기 꼭대기 층이 아니네요?”
“네, 왜 그러세요?”
“어허...이거 제가 착각을 한 것 같네요. 7월 10일에 이사하신다고 하셨죠?”
“네, 그 날 이사 할 거에요.”
“저희가 당일 인건비로 일당 계산하는데 7월 10일은 손 없는 날이라 최소 4명 이상은 일할 수 있는 곳을 계약하거든요. 근데 투룸은 보통 2명 들어와서 작업해서...죄송한데 그 날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여기 빌라 꼭대기 큰 집인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보통 원룸이나 투룸 중에는 꼭대기에 집주인이 넓게 꾸며놓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덕성빌도 지금 꼭대기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살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삿짐센터 사장님이 거기가 이사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네, 그렇군요.”
나도 개업 준비하면서 손 없는 날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는데 하필 그게 나의 이사 일이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거 죄송해서 어떡하죠?”
“괜찮습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할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더군다나 지금 이사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으셔서...빨리 알아보셔야 할 것 같은데...”
“네, 그럼 혹시 거기 보관이사도 해주시나요?”
“네, 보관이사도 가능하세요.”
“그럼 혹시 미리 짐 빼놓고 다른 날에 이사해도 될까요?”
이사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날짜를 맞추기 어려워 짐을 맡겨놨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봐서 나는 사장님에게 그것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잠깐 호텔 같은 곳에서 있으면 되지.’
“언제 이사하실 생각이실까요? 저희가 일정을 또 확인해봐야 해서.”
“저는 날짜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아요. 사장님 비는 날짜가 언제시죠?”
내 말에 사장님은 핸드폰을 열어서 일정을 체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그럼 7월 7일에 짐 빼시고 13일에 이사하는 거 상관없으실까요? 그 정도면 저희가 편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핸드폰을 열어 달력을 살펴보았다. 날짜를 보니 6일 정도 다른 곳에서 잠을 자야 할 것 같았다.
‘이번 기회에 호텔 조식이나 원 없이 먹어보지 뭐.’
“네, 괜찮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견적 봐드리겠습니다. 혹시 이사는 어디로 가세요?”
“쌍암동 스테이트힐입니다.”
“그 첨단에 있는 높은 아파트 말씀하세요?”
내가 아파트를 말하자 아저씨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투룸에 사는 청년이 지금 광주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네, 거기에요.”
“좋은 데로...가시네요. 몇 동 몇 호이실까요?”
“104동 3301호입니다.”
“104동 3301호 시구요. 그럼 이삿짐이 얼마나 되는지 지금 좀 살펴보겠습니다.”
아저씨는 방과 거실, 욕실을 돌아보면서 짐을 살펴보았는데 나혼자 쓰는 짐이라 많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짐이 더 적으시네요. 이 정도면 1t 트럭 한 대 정도 나올 것 같은데. 이거 가스렌지랑 세탁기 에어컨 다 두고 가시는 거죠?”
“네, 그건 여기 원룸 옵션이라. 두고 가야 할 것 같아요. TV랑 컴퓨터만 가져갈 겁니다.”
“가구도 침대랑 컴퓨터 책상밖에 없으시고...보관비용 하루에 7,000원인데 괜찮으실까요?”
“네, 괜찮습니다.”
“네, 그럼 지금 계산해드릴게요. 하루 이사비용 1톤 차 30만 원, 이틀이니까 60만 원, 다른 거는 다 두고 가시니까 추가 비용 없으시고요. 보관비 7천 원씩 6일 해서 4만 2천 원, 총 64만 2천 원 나오시네요.”
가격을 들은 나는 인터넷에서 알아본 비용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7월이 되면 더 더워질 것이다. 이사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땀 뻘뻘 흘리면서 자동차로 고생하는 것보다 이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네, 계약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럼 이사하는 날 뵙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사 계약을 마치고 나는 조용히 집을 둘러보았다. 아까 아저씨가 집을 돌아보다가 문득 깨달은 것인데 여기에 있는 가전제품들은 모두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사 가면 다 사야 하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 등등 여기 있을 때는 그냥 막 사용했던 제품들이 새로운 집에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장만 하지 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이 이왕 새집에 들어가는 거 가구랑 가전까지 구매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사야 하는 것들이니까 말이다.
“어떻게 알아볼게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
그래도 이사 날짜를 정해 놓으니 마음이 한시름 놓이는 것 같았다.
“이제 드라마 좀 보면서 쉬어 볼까?”
오랜만에 취미 생활을 하면서 쉬려고 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어, 정훈아. 나 성민이. ]
“어, 성민아. 무슨 일이야?”
[ 기뻐해라. 드디어 잡았다. ]
뜬금없는 강성민의 말에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갑자기 뭔 소리야. 뭘 잡어.”
[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너 소개팅. 단비 씨가 오케이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