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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28화 (28/225)

# < 제 28 화 >

행복 버거, 신입 매니저 이하연은 오늘도 활기찬 기운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알바 친구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언니, 저기 앉아 있는 저 사람이 자꾸 언니 쳐다보는데요?”

“응?”

이하연이 일하면서 홀을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이 있는 카운터 쪽을 계속 두리번거리는 한 남자가 보였다.

“에이, 그냥 기분 탓이겠지.”

“아니에요. 벌써 들어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햄버거 다 먹어도 나가지도 않고 계속 이쪽만 쳐다보고 있어요.”

“그래?”

“아마도 언니한테 관심이 있나 봐요.”

관심이 있다는 말에 그녀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섣부른 오해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에이, 그냥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가 보지. 일이나 하자.”

“네.”

일하자고 했지만, 그녀는 왠지 남자가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그때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은 햄버거를 정리하더니 자신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를 부르더니 물었다.

“저기 혹시 연락처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네?”

****

나는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바로 스카우트제의를 하자니, 주변에 같이 일하는 직원과 알바들이 신경 쓰였다.

아마 그들을 통해서 이 가게의 사장이 알게 되면 나를 좋게 생각할 리 없고 그녀도 불편해질 것이 분명했다.

아직 그녀의 성격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면 그녀는 이직에 대해 고민도 하기 전에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래, 일단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따로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그녀에게 가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조용히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컸는지 주변의 시선이 몰렸다.

“저 남자 번호를 따려나봐.”

“근데 여자가 좀 아까운데?”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고 한마디씩 하는 다른 손님들의 웅성거림이 느껴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쪽팔림이 올라왔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가 없었다.

“네,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러는데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녀가 연락처만 알려주면 빠르게 가게를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지금 근무 중이어서 여기다가 연락처 남겨주시면 다음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아, 그럴까요?”

가뜩이나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나는 메모지에 내 전화번호를 적고 얼른 가게를 나왔다.

‘휴, 다행이다. 연락 오면 제대로 이야기해 봐야겠다.’

다음날 나는 그녀의 연락을 계속 기다렸지만,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다. 일하는 틈틈이 혹시 연락을 받지 못 했을 까봐. 핸드폰을 열어보았는데 감감무소식이었다.

“많이 바쁜가 보네. 좀만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한 행동이 완곡한 거절의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었다.

다른 종류의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이 오해를 풀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퇴근 후 다시 그 가게를 찾아갔다.

다행히 그녀는 일하고 있었다. 가게에 적힌 영업시간을 보니 오후 10시가 폐점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그녀를 기다리기로 했다.

****

“최근에 2차 전지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생각해보십시오. 이제 대세는 전기차입니다. 지금 스마트폰을 보십시오. 전화하고 문자만 하던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자율주행화 시대가 시작되면 차가 핸드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차에 가만히 앉아서 너튜브 영상을 챙겨보면서 주식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가게의 불이 꺼지면서 직원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 그녀가 차를 타고 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녀는 집이 이 근처인지 걸어서 가기 시작했다.

“오케이, 다행이다.”

차에서 내린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

이하연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봤던 그 남자가 있었다.

‘뭐야, 또 찾아온 거야?’

사실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관심을 표한 남자는 몇 번 있었다. 지금까지 합쳐서 한 3번 정도 그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대했는데 다시 찾아오는 남자는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조금 끈질긴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 사실 남자친구가 있어요.”

“네?”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락처를 알려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는데 정훈은 그녀가 단단히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그 쪽에 용건이 있기는 한데 막 연애를 하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네? 그럼 왜 저를 찾아오셨어요?”

“아, 저는 상무지구에서 알로하라고 하는 돈까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훈이라고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하연은 왠지 가게 이름이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이거 봐요. 돈카츠 가게 이름이 알로하에요.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생각을 해보니 며칠 전 같이 일하던 친구가 보여준 선행을 한 돈카츠 가게 이름과 같았다.

“혹시 얼마 전에 어려운 아이들 도와주신 돈카츠 사장님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오! 저도 너튜브에서 영상 봤어요. 그런데 저를 왜 찾아 오셨을까요?”

“며칠 전에 불고기버거 치킨버거로 바뀐 사람 혹시 기억하실까요?”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접니다.”

****

편의점에 가서 캔커피 하나를 사 온 나는 그녀에게 건넸다. 통성명 후 내가 편의점에 다녀올 동안 그녀는 놀이터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는지 캔커피를 받아 들고 웃었다.

“그저께 컴플레인을 처리하시는 모습을 보고 진짜 감동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꼭 우리 가게 직원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저를요?”

“네, 저도 요식업에서 근무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하연 씨처럼 친절하신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꼭 저희 가게로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스카우트요?”

“네, 월급은 지금 받으시는 것보다 많이 드리겠습니다.”

비록 오해로 만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그녀의 능력 좋게 봐주니 그녀도 기분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말씀은 감사한 데....직장을 옮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지금 있는 곳 사장님이 너무 가족같이 잘해주셔서 이렇게 갑자기 직장을 옮기는 것은 너무 죄송할 것 같아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남을 배려할 정도로 착한 성격이라는 뜻이니까 말이다.

이건 우리 직원으로 있을 때는 장점이 된다. 우리 가게를 쉽게 그만두지도 않을 테니까.

“그렇군요. 혹시 지금 일하시는 곳이 행운 버거 가맹점인가요?”

“네, 가맹점이에요. 사장님은 가맹점주시고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실례지만 지금 월급이 얼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직 일한 지 얼마 안 됐고 매주 일하는 시간이 조금씩 달라서 지금은 그냥 시급으로 계산하고 있어요. 시급 9천 원이요.”

“그럼 만약 한 주 40시간 일하면 36만 원 받으시는 거 맞을까요?”

“네. 맞아요.”

“그렇게 4주 일하면 144만이고요?”

“네, 맞기는 하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에 50시간 정도 일해서 한 달에 180만 원 정도 받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네. 지금 사장님이 정말 가족같이 잘해주시고 곧 시급도 더 올려주신다고 했어요. 그래서 직장 옮기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네, 이해합니다. 사장님이 정말로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네, 정말로 착하세요.”

“아니요, 제 말뜻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가족한테 사기를 치다니 대단하시다고요.”

나의 말에 그녀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사기요?”

“혹시 주휴수당이라고 알고 계시나요?”

“주휴수당이요?”

“네, 다른 말로 만근이라고도 합니다.”

“글쎄요..? 처음 듣는 말인데....”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만근을 하면 업주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지급되어야 하는 돈인데 만약 하루 8시간씩 5일을 일하면 하루 8시간을 더 일한 것으로 인정을 해줍니다. 만약 하연씨처럼 시급 9천 원으로 40시간을 일했다면 48시간으로 인정을 해서 실제로 받아야 하는 돈은 43만 2천 원이 되는 거죠.”

“그게 무슨 말인지....”

“사장님은 지금 하연 씨를 속이고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있다. 나도 로이스에 근무하기 전까지 잘 몰랐던 사실이니까 말이다.

보통 프렌차이즈의 직영점 같은 경우는 이런 인건비와 관련된 사항을 잘 지키는 편이지만 가맹점이라고 해서 찔러봤는데 역시나였다.

“사장님이 자기는 연장으로 일한 거 다 계산 해주신다고 하셨는데...”

“그거는 아마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했을 때 주는 연장수당을 말씀하신 걸 겁니다. 그것도 당연히 줘야 할 돈인데 생색을 내셨나 보네요.”

나의 말에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못 믿으시겠으면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주휴수당 주는 거냐고 물어보시겠어요? 뭐라고 하실지 저도 궁금하군요.”

나의 말에 그녀는 전화기를 들어 행운버거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사장님.”

[ 어, 그래. 하연아. 마감 잘했어? ]

“네, 그런데 사장님. 혹시 주휴수당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오늘 친구랑 이야기 했는데 그런 게 있다고 해서요.”

전화를 건 하연은 사장님을 믿고 있었다. 사실 사장님도 그런 것에 대해서 잘 몰라서 놓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자신이 보아온 사장님은 그런 것이 있으면 당장에 월급으로 넣어주실 분이었다.

[ 아, 그거. 알고 있지. 그래서 하연이 시급이 9천 원이야. 그거까지 계산한 거 거든. 나중에 따로 계산하려면 복잡하잖아. 그게 궁금했어? ]

“아...네.”

[ 응, 그래. 오늘 일하느라 고생했고 내일 매장에서 보자. ]

전화를 끊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 나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왠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는데 나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생각을 마친 듯 내 눈을 쳐다보고 말했다.

“저 언제부터 출근하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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