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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23화 (23/225)

# < 제 23 화 >

비록 로이스에서 안 좋게 나오기는 했지만 거기서 얻은 것도 많았다.

점포를 운영하는 방법, 사람을 다루는 방법, 손님을 대하는 방법 등 가게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험 말이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준을 잡았는데 그 가장 첫 번 째가 맛이다.

음식점은 맛을 판매하는 곳이고 기본적으로 맛이 받쳐주지 않으면 롱런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런 기준에서 최근에 업그레이드한 알로하의 맛은 합격이었다.

물론 아직 치즈카츠와 생선카츠 그리고 우동과 소바 등 구체적인 메뉴까지 들어간다면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기본 돈까츠인 등심과 안심 돈카츠에 한해서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럼 맛 다음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위생, 인테리어, 가격, 광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 중에서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음식점에서 서비스란 공짜로 음식을 주는 것도 말하지만 고객님을 대하는 친절함, 마음가짐도 해당된다.

요식업이라는 것이 원래 서비스업의 한 범주니까 말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유교의 나라.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나도 주인이 싸가지 없으면 찾아가지 않는 것이 민심이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서비스에 그다지 신경쓰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알로하의 근무환경은 홀 1명, 주방 1명으로 선영이가 서비스까지 담당해야 하는 열악한 구조이다.

한승이가 주방으로 오고 나서 내가 있을 때는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하면서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면서 친절함을 베풀고 있지만 최저시급인 8,590원을 받고 일하는 선영이에게 나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저 지각 안하고 주문 실수 안하고 서빙만 잘해줘도 알바생으로서는 할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선영이가 일을 그저 그렇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로이스에 있을 때부터 수 없이 많은 알바생을 만나본 나의 경험으로 그녀는 알바생들 중에서도 상위 10%에 속하는 인재였다.

그런데 이제 그런 선영이가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으니 대체할 사람을 제대로 고를 필요가 있었다.

“친절한 사람으로 구해야 돼.”

내가 친절한 알바를 찾는 이유가 또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한승이의 아쉬운 점 때문이다.

원래 주방 직원으로 로이스에 입사해서인지 서비스에 관한 교육은 별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한승이는 무척이나 어색해했다. 우리들끼리 있으면 말을 잘하면서 말이다.

그런 한승이의 부족함을 메워 줄 사람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다음 주 화요일에는 배달앱 관계자와 미팅을 가지고 곧 배달까지 할 예정이었다.

배달을 시작하면 포장과 전화 주문 등 친절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지금처럼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만 하는 수준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 일을 소화하려면 알바생이 아닌 직원을 뽑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직원을 생각하기에 알로하의 현재 매출이 너무나 아쉬었다.

오늘 계산해본 결과, 지금 우리 가게의 매출은 마지노선에 있었다.

여기서 매출이 더 떨어지거나 들어가는 인건비가 늘어나게 된다면 가게의 손익은 손해로 전환하게 될 것 같다.

처음부터 생각했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게를 운영할 수는 없었다.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일단 시급을 좀 올려서 사람을 구해보자.”

간혹 드물기는 하지만 알바생들 중에서는 직원과 사장처럼 일하는 친구들이 있긴 하다.

내 경험상 상위 1%에 속하는 인재들이었는데 태생이 부지런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친구들은 자기 스스로의 능력을 잘 알고 있어서 시급이 높은 알바들을 찾아 다닌다. 그래서 나는 공고에 시급을 높게 등록하여 그런 친구를 찾아낼 생각이다.

문제가 있다면 높은 시급을 보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전화 면접 상으로는 그런 알바생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자신있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렇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물론 전화하는 목소리나 분위기로 어느 정도 성격의 유추가 가능하지만 백 번이 넘는 알바 면접 경험으로 그것보다 더 확실하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마음을 정한 나는 알바생 구인사이트에 글을 남겼다.

<< 돈카츠 전문점 알로하에서 용모단정하신 알바생을 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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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6일 화요일

월요일을 쉬고 아침에 가게로 가는 길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쉬면서 나의 유일한 취미인 올드드라마와 예전 영화를 보면서 치킨도 먹었는데 제대로 힐링이 되었다.

또 기분 좋은 일이 하나 더 있었는데 최지연과 관계된 일이었다.

내가 집을 계약한 토요일. 한승이는 최지연에게 퇴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승이의 퇴직의사에 당연스럽게도 그녀가 길길이 날뛰었다고 한다.

역시나 나의 예상대로 제주도에 비싼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는데 취소를 해야 해서 비행기와 호텔비를 날렸다고 한다.

아직도 로이스에 근무 중인 동기에게 물어보니 다른 지역에서 지원을 받아서라도 여행을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무산된 것 같았다.

동기의 말로는 강 팀장의 백을 믿고 다른 점장들에게도 안하무인이었다고 하던데 다들 모른 척 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한탕 먹여서 속이 시원했지만 기분 나쁜 소식도 하나 있었다. 나를 쫓아냈던 강 팀장...강훈이 본부장으로 승진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본래 순서라고 한다면 부장급으로 승진을 하는 게 맞으나 사장의 아들, 백두혈통이어서 그런지 승진이 빨랐다.

“하긴 로이스의 강민태 사장님도 따지고 보면 굴러들어온 돌인데 회사 잘 돌아가네...”

돈카츠 프렌차이즈 로이스의 전신은 본래 국내 식품 대기업 프레쉬푸드의 외식산업부의 한 브랜드였는데 매출이 커지자 당시 사외이사로 있던 강민태를 대표이사로 취임시키면서 분사를 했다.

그 결과 로이스는 강민태 사장의 개인 소유가 되어버렸고 자신의 아들도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다.

프레쉬푸드가 그런 식으로 자식들과 손자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로이스 입사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여파가 나한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강훈이 나의 취업에 영향을 끼친 것도 다 프레쉬 푸드 강영남 회장의 손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괜히 생각하면 기분 나쁘니까 신경 끄자. 최지연, 골탕 먹인 걸로 만족하지 뭐.”

그때 핸드폰이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통화 상대를 보니 한승이었다.

“어, 한승아.”

“사장님! 어디세요?”

“나? 지금 가게 가고 있는데?”

“빨리 오세요. 지금 가게에 큰일 났어요.”

“왜? 혹시 최지연이 찾아왔어?”

나는 큰일 났다는 말에 최지연이 생각났다. 한승이가 여기서 일하는 것을 그녀가 알 일이 없겠지만 혹시나 알고 찾아와서 행패를 부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손님들이 엄청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손님들이?”

****

나는 한승이의 전화를 받고 속도를 올려 가게에 도착했다.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와 가게에 가보니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가 싶어서 기다리는 사람 중 한 명을 붙잡고 물어 봤다.

“여기 기다리시는 건가요?”

“네, 돈까스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어요.”

시간을 보니 현재 시간 10시 45분이었다. 우리 가게는 아직 11시에 오픈이었는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손님이 기다린 적은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얼추 세어봐도 15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가게로 들어가려고 하자 제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나를 붙잡고 물었다.

“혹시 사장님이에요?”

“네, 제가 사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너튜브에서 보고 너무 감동적이어서 찾아왔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네? 너튜브요?”

“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어려운데도...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시고 진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남자가 말하자 기다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갑자기 박수를 치면서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대단하세요. 사장님!”

“저희가 오늘 많이 팔아드리겠습니다.”

“돈쭐 날 준비 하세요!”

나는 그런 손님들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저는 별로 다른 사람을 도와준 적이 없는데...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순간적으로 혹시 내가 로또 당첨된 사실을 알고 찾아 온 기부단체의 쇼인지부터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을 띄워놓고 후원금을 내도록 유도하는 사기꾼들 말이다.

“사장님이 가정환경 어려운 아이에게 돈까스 주시고 케이크도 사주신 거 아니에요?”

나는 남자의 말에 저번 주에 있었던 민국과 나라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였는데 어째서 이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네, 그런 적이 있기는 한데... 근데 그걸 어떻게 알고 계세요?”

“아, 사장님 아직 모르시는구나. 아이가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어요. 사장님도 어려우신데 선물을 받아서 감동했다고요. 지금 너튜브에도 영상이 올라왔는데 100만뷰가 넘었어요. 저도 그거 보고 왔고요. 자, 여기 보세요.”

나는 남자가 보여주는 너튜브 영상을 봤다. 영상에는 우리 가게 모습과 함께 민국이가 쓴 편지가 자막으로 나오면서 올라가고 있었다.

댓글도 몇천 개가 넘는 것이 달렸는데 다들 우리 가게를 칭찬하고 찾아가서 돈쭐을 내줘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여러분들 다 이거 보시고 돈까스 드시러 오신 거세요?”

“네!”

내가 소리쳐서 물어보자 사람들이 단체로 외쳤다.

“일단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아직 영업준비 중인데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준비하세요. 사장님!”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생각을 정리했다. 로이스에 다닐 때 이런 감성 마케팅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었다. 고객 감동 사례로 매출이 늘었다는 보고서들 말이다.

물론 내가 그것을 노리고 아이들에게 잘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었다.

저렇게 아침부터 와서 돈까스를 먹겠다고 줄을 서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내 느낌에 저것이 끝이 아닌 것 같았다.

“사장님, 오셨어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던 한승이와 선영이는 나에게 달려와 물었다.

“어...선영이는 알지 저번에 그 케이크 사준 꼬맹이들. 그 아이들이 선물을 가져다 준 것 같아. 오늘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정신없이 바쁠 거야.”

“네,”

“일단 한승이는 지금 바로 주방 들어가서 돈까츠 바로 튀길 수 있게 종류 가리지 말고 빵가루 다 묻혀서 준비해놔. 그리고 선영이는 반찬 세팅 바로 더 해줘. 아마 지금 있는 걸로 부족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손님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 요식업의 극성수기라 불리는 지옥도 문제 없이 헤쳐왔던 나이기 때문이다.

“일단 순서부터 잡아야겠다.”

계산기 POS로 가서 번호표를 많이 뽑은 나는 가게 밖으로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외쳤다.

“줄을 서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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