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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7화 (17/225)

# < 제 17 화 >

‘설레이는 이 마음은 뭘까?’

어제 집을 사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어렸을 때 즐겨 듣던 애니매이션의 주제가가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투룸에 살 때는 그것이 나의 보금자리고 편하다고 생각 했지만 막상 넓고 좋은 아파트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었다.

어제 집을 확인하고 정확한 매매가를 확인한 결과 7억 6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네고를 해서 7억 5천 5백만 원까지 깎았지만 그런 거래를 하다니 살 떨리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사는 이번 달 말 정도로 일단 구두로 합의했고 계약 시 정하기로 했는데 공인중개사를 끼고 해도 사기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봐서 등기부등본도 확인하고 여러 가지 필요서류도 몇 번이고 확인했으며 최종적으로 토요일 날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다행인 점은 나는 대출이 필요하지 않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절차가 빠졌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것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면 한 5년은 늙었을 것 같다.

“그건 그런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갔나...”

본래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7억을 넘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광주에서는 4억 정도의 아파트면 남자 혼자 살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런데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 7억을 넘겨버렸다. 물론 후회는 하지 않는다. 투자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산 집은 광주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 아파트 평가에 따른면 10억까지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 곳이었다.

“투자라...”

사실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건물이었다.

‘건물주.’

듣기만 해도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이야기인가.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남은 일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은 서민이라면 꿈꾸는 즐거운 상상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니 잠시 보류해 뒀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직 나의 그릇이 건물을 담을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산 책을 통해 배운 것이 있는데 사람들은 투자를 할 때 자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있다고 한다.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잣대인 것이다.

건물을 사는 일은 내가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퍼부어야 하는 큰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 만큼 정신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연신 자영업자들이 망하는 이야기, 폐업하는 이야기. 자살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코로나가 줄어들 생각을 안하고 있으니 아마도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더 심해질 것이다. 망하는 점포는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일단 보류해 두었다.

혹자는 지금 싸게 매물로 나와 있는 거 줍줍해서 나중에 비싸게 팔면 되지 않나?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진 게 많은 부자의 투자법이다. 한 번 정도는 실패하거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어도 대처 할 것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가진게 없이 운으로 벼락부자가 된 소시민. 진정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투룸의 주인집 아줌마 때문에 시작된 일이지만 그릇을 키우는 첫 단계가 집을 사는 것이었다.

세금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8억에 가까운 돈을 쓰는 것. 그리고 그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은 혹시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내가 계속해서 살면 되니 첫 투자로도 최고라고 생각했다.

****

“사장님, 나오셨어요!”

가게로 들어서니 한승이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제 쉬어서 그런지 녀석의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었는데 그래도 일할 때는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면서 가게에서는 나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오전 10시 30분.

주말 동안 일을 배운 한승이가 오늘부터는 혼자서 9시에 출근하기로 했다. 덕분에 나는 출근에 여유가 생겼다.

벌써부터 직원이 하나 생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장님, 그 주문한 고기랑 텐더라이저 들어왔는데 오늘 맛 테스트 해보실 거에요?”

“어, 그거 점심 영업 끝나고 오후에 만들어서 한 번 먹어보자. 숙성 좀 시키게 고기에 텐더라이저 사용해서 소금, 후추 양념만 해놔.”

“네, 알겠습니다.”

맞게 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때 들어와 준 덕분에 오후에도 할 일이 생겼다.

한승이는 재료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갔고 본래대로라면 주방으로 들어가 한승이가 잘하고 있는지 봐주었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1번 테이블로 가 의자를 빼서 앉은 나는 핸드폰을 열어 주식 어플을 실행하였다.

그렇다, 오늘은 내 인생 최초로 주식을 해보는 날이었다.

“어플 이름이 호걸문이라니 꼭 게임같아. 웃기네.”

어플을 실행하니 나의 주식계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제 저녁에 집으로 온 나는 비대면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그동안의 공부를 통해 주식계좌로 그냥 이체하면 예수금이 된다는 말에 나는 먼저 나의 은행 어플을 실행하여 돈을 이체하였다.

< 20,000,0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

2천만 원 나의 주식 자본금이다. 본래는 천만 원 정도로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며칠 공부를 하면서 생각을 좀 바꾸었다.

천만 원은 서점 아저씨와 상현의 추천 픽인 일성전자를 매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왕 주식을 시작한 것 나의 생각대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천만 원을 더 집어 넣었다.

혹시 주식에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 큰 돈을 벌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반대로 저 2천만 원을 모두 잃는다면 나는 다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을 것이다.

로또 당첨자들이 망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주식이라는 것을 난 잊지 않았다.

최근 주식시장에는 유동성장세라고 하여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악화로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돈을 풀기 시작해서 그렇다고 TV에서 보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이 호황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내가 천만 원을 더 투자하게 된 원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것을 살지도 대충 정해 두었다.

< 깨깨오 >

내가 봤던 책에는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할 때 내가 잘 아는 것, 내가 잘 사용하는 것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그런 것들이 실적이 좋고 성장성이 좋아 향후 주가가 상승하는데 기본 바탕이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 지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핸드폰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핸드폰 제조회사인 일성전자를 사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에 패스했다.

그리고 다음 생각난 것이 깨깨오라는 어플이었다.

이제는 매신저를 넘어서 국대 대기업 반열에 들어간 기업으로 문어발식 확장으로 은행, 게임, 선물 등 안 사용하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매수할 종목으로 깨깨오를 결정했다.

먼저 일성전자를 사기 위해 호가주문창으로 들어갔다.

일성전자 현재가 54,700원

가격을 확인하고 나는 차분한 마음으로 54,700원에 매수를 눌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체결이 되지 않았다.

보통 모바일 어플에서는 체결이 되면 알림이 뜨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

혹시 알림 설정을 안 해놔서 그런가 잔고를 들어가 매수가 되었는지 확인해 보았는데 매수가 되지 않았다.

“뭐야, 왜 안 된거지? 다시 한번 해봐야지.”

다시 매수 주문을 넣기 위해 매수가를 확인했는데 그 사이 100원이 올라 54,8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아씨, 그새 올랐네.”

나는 어쩔 수 없이 54,800원에 매수 주문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잠깐 매수 주문을 넣기 위해 화면을 옮기는 그 순간 주가가 올라서 54,900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매수가 체결되지 않고 올라가 버렸다.

“아, 이래서 아까도 매수가 안 됐네. 어떻게 하지...기다릴까?”

잠시 기다리는 사이 매수가는 55,100원까지 올라가 버렸고 나는 혹시나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마음에 급하게 매수 버튼을 눌렀다.

< 55,100원에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이번에는 안정적으로 주문이 체결되었다는 이야기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수하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니 이제 깨깨오를 사볼까?”

이번에는 주문창을 깨깨오로 옮겨 매수를 넣었는데 예수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응? 예수금이 부족하다고?”

이상함을 느껴서 예수금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했는데 5만 원도 남지 않았다.

“아...뭐야. 설마...아까 가지고 있던 돈...일성전자 다 사 버린 거야?”

아까 급한 마음에 서둘러 누르다가 가지고 있던 돈 2천만 원을 모두 일성전자를 사버린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잔고창으로 가서 내 생각에 맞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려 내가 1억에 가까운 일성전자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어플 오류인가? 왜 이런 거야...”

나는 혹시나 어플이 잘못 되었나 생각하여 껐다 켜보았지만 어플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나는 증권사에 전화하여 원인을 알아보았는데 담당자의 말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성전자 증거금 20%로 미수 사용하셨네요. 증거금 설정을 잘못하신 것 같아요.”

그렇다...나는 주식 도전 첫 날 8천만 원 미수를 사용한 미친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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