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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5화 (15/225)

# < 제 15 화 >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오늘은 6월 8일 월요일, 가게가 쉬는 날이다. 저번 주 월요일에 로또에 당첨금을 찾고 벌써 일주일이 지난 것이다.

한승이에게 일을 인수인계 해주면서 주말을 보냈더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었다.

따르릉

“여보세요.”

[ 네, 사장님, 케이부동산입니다. 오늘 9시 30분까지 오시는 거 알고 계시죠? ]

“네, 알고 있습니다. 104동 앞으로 가면 될까요?”

[ 네, 맞습니다. 도착하시면 연락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차 가지고 오시면 104동 1101호 호출 누르시고 들어 오시면 됩니다. ]

“넵, 이따가 뵙겠습니다.”

오늘은 공인중개사들과 집을 보기로 한 날이었다. 오전과 오후 모두 집을 보는데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었는데 모두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로또에 당첨되고 어떻게 더 바빠진 것 같네...”

본래 계획대로라면 직원을 뽑고 좀 쉬려고 했는데 집도 구해야 하고 메뉴 업그레이드도 해야 하고 거기에 배달도 생각해 봐야하고 선영이가 그만둔다고 했으니 새로운 알바도 구해야 했다.

“너무 급하게 마음 먹지 말고 하나씩 처리하자.”

집에서 나온 나는 차를 끌고 제일 처음 집을 보기로 약속한 곳으로 갔다.

< KS뷰 아파트 >

일단 여기를 처음 고른 이유는 가게가 있는 상무지구에서 가까운 아파트들 중에서 지어진지 얼마 안 된 곳으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외부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기가 내려와 있었다.

공인중개사 아주머니가 알려준대로 호출을 누르자 차단기가 올라갔고 안으로 들어간 나는 104동을 찾아서 이동했다.

“와, 최신 아파트라 그런지 역시 주차장이 깔끔하고 엄청 넓네...”

일단 주차장만 봤는데도 아파트가 마음에 들기는 했다.

그간 광주의 다른 아파트 몇 군데 가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백화점 주차장처럼 생긴 것이 고급진 느낌이 들었다.

104동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했는데 내가 주차한 반대편에서 꽤 좋은 세단에서 아주머니 한 명이 내렸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차에서 내려 아줌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오늘 집 보러 오신 사장님이세요?”

“네, 맞습니다. 104동 1101호.”

아줌마는 왠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았는데 잠시 쳐다보더니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늘 매매로 보러 오신 거 맞으시죠? 전세가 아니라?”

“네, 매매로 알아보고 있어요.”

“24평 아니라 33평 짜리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나는 아줌마의 말에 별생각 없이 대답했는데 아줌마는 계속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 가격은 어느 정도 보고 오셨어요? 여기 지금 매매가로 나온게 5억 9천인데...”

이렇게 보여도 서비스직 경력이 5년이 넘는 나였다. 나는 아줌마의 반응에 대충 왜 그런지 눈치를 챘다.

나의 오래된 애마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낡은 녀석을 타고 온 나를 아파트 실 구매자로 보지 않은 것이다.

예전에 아울렛에서 근무할 때 서비스 교육의 한 사례로 명품관에서 고객님들의 옷차림을 보고 차별을 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막상 내가 당하고 나니 기분이 별로 좋지는 못했다.

하긴 중고로 천 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차를 타고 왔으니 그냥 집을 구경하러 온 구경꾼으로 오해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편하게 온다고 청바지에 슬리퍼, 티셔츠 한 장 걸치고 온 것도 이미지에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네네, 알고 있어요. 집 보러 가시죠.”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일단 여기 온 이유가 집을 보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11층으로 올라가 벨을 눌렀는데 집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집 구경 좀 하겠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방 3개에 거실은 넓었으며 주방과 화장실 모두 지어진지 오래 안 돼서 그런지 깔끔했다.

애초에 투룸에 살았던 나였기 때문에 워낙 눈이 낮아서 아무 집이나 봤어도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확실히 좋은 브랜드의 아파트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왜 살고 싶어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보시면 저기 호수가 바로 보여서 뷰도 엄청 좋아요.”

“네네, 예쁘네요.”

“혹시 신혼집으로 살려고 그러세요? 아마 신부도 엄청 좋아할 거에요.”

“아, 그런 거 아닙니다. 혼자 살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아하, 그러시구나.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보통 공인중개사가 집의 장점에 대해서 어필해야 하지만 내가 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소극적이었고 집주인은 집을 팔고 싶은 의지가 강했는지 적극적으로 아파트의 장점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혹시 매매하면 언제쯤 이사 가실 수 있으세요?”

사실 이것도 중요하기는 했다. 이미 투룸에서 나온다고 했기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말을 해놨기 때문에 나는 바로 이사 갈 수 있는 곳이 좋았기 때문이다.

“저희야 잔금만 치러지면 바로 이사 가능해요. 사실 남편이 이번에 발령이 나서 회사 사택으로 들어가기로 해서 처분하는 거라...”

“그러시군요.”

“그럼 한 2주 일 후에도 이상 가능하시겠네요?”

“네, 가능합니다. 근데 요새 은행 대출이 2주 만에 나오나요? 일정이 너무 빡빡할 것 같은데...”

“아, 괜찮습니다. 저는 대출 안 받을 예정이라서요.”

“그러시군요...그럼 저희는 2주 후에도 이사 가능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집은 잘 봤습니다.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집을 다 보고 나 온 나는 중개사 아주머니와 헤어졌다. 본래 몇 군데 더 볼 예정이었지만 아줌마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나머지는 취소하였다.

갑자기 취소한 나를 그녀는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는데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그녀를 보내고 차에 잠시 앉아 어떻게 해야 할 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집은 나쁘지 않았다.

뷰도 좋고 깔끔하고 하자도 없어 보였고 가게하고 가까워서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중개사 아주머니였다.

5억 9천만 원으로 매매한다고 하면 그녀에게 줘야 할 중개비가 240만 원이나 된다. 그녀의 태도를 생각했을 때 엄청 아까운 돈이 분명했다.

“일단 다른 집을 보고 생각하자. 거기보다 여기가 마음에 들면 다른 중개사 통해서 알아보자.”

나는 차를 끌고 나와 이번에는 광주시 첨단지구로 이동하였다. 오후에 보기로 한 집은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오전에 일정이 일찍 끝나서 훨씬 여유로워졌다. 아침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좀 고팠던 나는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해 창가 쪽으로 가서 앉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먹자 중개사 아줌마 때문에 나빴던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잠깐 생각해보니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라. 집 좀 빨리 볼 수 있냐고 물어봐야겠다.”

시간이 맞는다면 일정을 좀 당길 수 있을 것 같아 오후에 예약해 둔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아,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아까 KS뷰 1101호 집주인입니다. ]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

[ 네, 중개사 이야기 들어보니까 안 한다고 하셨던데...혹시 가격이 좀 부담스러우시면 좀 깎아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

물론 그 중개사를 통해서 집을 살 생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안 한다고 말을 한 적도 없었다.

아마 이후 일정을 취소한 것에 기분이 상한 중개사가 자기 마음대로 말했을 것이다.

“아...생각해본다고 했는데 중개사가 자기 맘대로 그런 것 같네요. 혹시 집을 파실 생각이라면 중개사를 바꾸시는 게 좋으실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집은 마음에 들었는데 중개사 아주머니가 사람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거든요.”

[ 아, 그러셨군요. 제가 한 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5억 7천까지는 해드릴 수 있으니까. 생각해보시고 이번에는 저한테 직접 연락해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오후에 볼 집들의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는데 아까 만났던 중개사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요! ]

“뭐를 말씀하시죠?”

[ 중개사를 바꾸라고 하셨다면서요. 당신이 뭔데 바꾸라 마라야. ]

“중개사가 손님을 가려서 대접하는데 당연히 바꿔야지. 그럼 안 바꿉니까?”

[ 가릴 만 하니까 가렸지. 어디서 거지 같은 차 끌고 와 가지고 집 구경하고 싶어서 온 거 누가 모를 것 같아! ]

“더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그 집은 안 사겠습니다.”

[ 안 사는 게 아니라 못 사는 거겠지. 내가 아까 듣고 있으니까 어이가 없어 가지고 ‘저는 대출을 안 받을 예정이라서요?’ 허세도 적당히 부려야 믿음이 가지. 그런 식으로 거짓말 하면 누가 속을 것 같아? ]

중개사 아줌마는 자기 분에 못 이겨 계속 소리를 질렀고 나는 더 이상 전화를 지속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끊었다.

그리고 37억이 찍힌 나의 통장 계좌를 스크린 샷하여 그녀에게 문자로 보내주었다.

< 지금이라도 사과하시면 매매에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

한참이나 대답이 없던 그녀가 장문의 문자로 나에게 답했다.

<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요새 갱년기라 감정의 기복이 좀 심했던 것 같습니다....한 번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그녀의 사과를 받은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 네, 안 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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