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2화 (12/225)

# < 제 12 화 >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구나...”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캔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로또 당첨금을 수령하고 벌써 5일이나 지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았다.

솔직히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도 바쁘기는 했지만 그때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기 바빴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싼 식재료가 있다고 하면 퇴근 후에도 마트로 달려갔고 하루 종일 가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대부분의 식자재도 그냥 택배로 주문하는 것이 망설여지지가 않았다. 택배로 시켰을 때 조금 비싸고 택배비가 발생했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출에 대한 걱정도 사라지니 그냥 온전히 들어온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내일 한승이가 출근하면 나에게 시간을 더 써야겠어...”

내일은 토요일 한승이가 첫 출근하는 날이다.

한승이에게 빨리 업무를 인수인계 해주고 나만의 시간을 좀 가져볼 생각이었다.

“뭘 하면서 지내야 할까...”

사실 그동안 취미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서 누워서 치킨을 먹으면서 영화 채널을 본다던지 침대에 누워 너튜브를 보는 것이 전부였다.

다른 것을 할 시간적, 자금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취미를 가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질 생각이었다.

친구들도 좀 만나고 인생을 즐기는 방향으로 말이다.

“다른 로또 당첨자들은 어떻게 인생을 즐길까?”

갑자기 궁금증이 일어난 나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 로또 1등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

여러 가지 검색 결과들이 나왔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 로또 당첨되고 하고 싶은 일 베스트 5 >

1등 집 or 자동차 사기

“1등은 역시 집인가...”

자신이 집을 알아보고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것을 1등으로 꼽는 것을 보고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으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가 있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집과 비슷하게 자동차도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의외였다.

당첨자들 중에서는 집보다 자동차를 먼저 바꾸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카푸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람들 그러고 보면 참 보여지는 거 좋아하는 것 같아.”

솔직히 나도 차를 바꿀 생각을 했지만 이거는 어디까지나 지금 타고다니는 차가 오래되어서 바꾸겠다는 것이지 허세 때문에 바꾼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국산 중형차 정도로 연비를 생각해서 검소하게 다닐 생각도 없다.

남들이 안 볼때 좋은 차라도타고 달려야지 로또 당첨된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2등 빚갚기

“빚...”

2등을 보고 왠지 마음이 무거워 지는 것 같았다. 최근에 본 기사에서 대한민국 평균 가계부채가 1억을 향해 달려다고 있다고 들었는데 남일 같지 않았다.

전세 대출금, 부동산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등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빚을 갚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은행에 빚을 지고 있다.

신용대출 2천만 원.

가게를 오픈할 때 자금이 좀 부족하여 은행에 2천만 원 신용대출을 받았었다. 5%의 이자로 나쁘지 않게 대출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매달 그것 때문에 빠져나가는 이자와 원금이 40만 원 정도 인 것을 생각하면 적은 돈은 아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것을 왜 그냥 놔두고 있었지...”

나는 바로 핸드폰에서 은행 어플을 열었다. 세상이 좋아져서 은행에 직접 가지 않아도 많은 업무를 볼 수 있었다.

금융 파트로 간 나는 로또 당첨금으로 가지고 있던 신용대출의 중도 상환을 신청하였다.

중도상환으로 인한 수수료가 조금 나가기는 했지만 3년 만기 때까지 계속 내야 될 이자를 생각하면 이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3,709,203,272

대략 천 9백만 원 정도의 대출금을 갚았는데 갚고 나서 로또 당첨금 계좌를 살펴보니 그래도 아직 37억 원은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와, 대출금 갚아도 티가 안 나네?”

깔끔하게 남은 빚을 정리해 버린 나는 다음 설문조사를 계속해서 읽었다.

3등 저축

“뭐야, 저축이 3등이야?”

내 생각과 다르게 저축이 3등이라는 사실에서 놀랐다. 사업이나 주식투자 같은 게 더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맞는 것도 같았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적금과 같은 은행 예금에 익숙하다.

어렸을 때부터 티끌모아 태산이라던지 아껴서 잘 모아야 부자가 된다는 가르침을 거의 세뇌 받으면서 자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변하여 티끌은 모아도 티끌이라는 유머도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월급을 나누어 적금을 넣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매달 적금을 넣어서 모은 돈으로 결국에는 가게를 차릴 수 있는 자본금이 되었으니 말이다.

“적금...또 시작할까?”

지금 넣어두고 있는 로또 당첨금 통장은 CMA 통장으로 금리가 1%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가만히 은행에 넣어만 두어도 3천 7백만 원씩 이자가 쌓이는 것이다. 3천 7백만 원이면 내가 회사에 다닐 때 연봉과 비슷한 금액이었다.

“뭐야, 이렇게 생각하니까 장난 아닌데?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1%만 해도 이자가 이 정도인데 더 금리가 높은 적금을 넣으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핸드폰 어플을 열어 적금이 어떤 것이 있는 지 찾아보았다. 마음과 같아서는 월 1억 짜리 적금을 단기 1년으로 넣고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은 없었다.

“개인사업자 파트너 적금...이게 그나마 높네...”

개인사업자들을 위한 적금이 2.5%의 이자를 주고 있었는데 매월 납입금이 천만 원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1년 납입하면 240만 원 정도의 이자를 수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냐...”

나는 과감하게 적금에 가입 신청을 넣었다.

“오늘은 이것만 가입하고 나중에 다른 은행 어플들 더 깔아서 다른 은행들 꺼도 있는지 봐야겠다.”

예전에 너튜브에서 적금 풍차돌리기라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계속해서 일정 금액의 적금을 계속 넣으면서 매달마다 만기의 적금을 발생해서 목돈을 만드는 재미를 찾아가는 제테크 방법이었다.

그때는 풍차돌리기 할 돈이 없어서 1년에 한 번 만기 적금이자를 받는 것으로 만족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무한대로 가능할 것 같았다.

“자동이체 해놓으면 되니까 시간 나는대로 소액이라도 해놓자.”

돈이 많으니 돈 굴릴 생각을 계속할 수 있어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4등이 사업과 재테크구나...”

어떻게 보면 저축을 하는 것이 재테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재테크 주식이나 펀드 같은 좀 더 높은 이득을 바라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말했다.

“사업은 이미 하고 있고...재테크가 문제네...”

재테크로 주식투자를 생각했었는데 서점 아저씨의 말도 있고 주식으로 망한 로또 당첨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봐서 조금 고민이 되었다.

서점에서 산 책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있는데 아직 주린이인 나에게는 거기서 말하는 많은 내용들이 어렵다는 것도 한 몫했다.

“그래도...경험 삼아서 천 만원 정도만 해볼까?”

금리로 들어오는 이자가 있으니 그 정도 잃어도 큰 타격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다음주에 경험 삼아서 한 번 시작해보자. 마지막으로 5등이 주변인 돕기네...”

나는 로또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지만 실제로 많은 다른 당첨자들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일가 친척들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다. 우리 사회는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알기 때문이다.

처음에 어려운 친척들에게 100만 원, 200만 원 지원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돈을 주지 않은 것이 서운해 할 것이 뻔했다.

뻔히 불화가 일어난 씨앗이 보이는데 내가 만져서 터뜨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부모님과 여동생이 어렵다고 한다면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식선에서 어느 정도 도움은 주겠지만 그래도 내가 로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을 것이다.

“와, 그런데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구나...”

번외로 6위가 나와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기부?”

그들의 뜻에 박수를 보내지만 나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나보자 부자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로또에 당첨되어 거금이 생기니 조금 더 돈을 모아서 그 부자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한승이가 빨리 일을 습득했으면 좋겠다...”

가게는 오토로 돌리면서 다른 것들을 해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어느 정도 가게에 대한 전권을 위임할 생각이었다.

“그래, 한승이는 책임감이 강하니까 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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