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1 화 >
“그래. 배달 아직도 안 하고 있지?”
동성이 형님 말씀처럼 다른 돈카츠 집들과 다르게 우리 가게에서는 아직 포장과 배달을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오픈 초기에 포장과 배달을 하기에는 너무 복잡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 신규 오픈하는 매장에 지원도 많이 다녔고 지금 지연이 점장으로 있는 매장도 내가 오픈했었던 매장이었다.
보통 가게를 처음 오픈할 때는 체계도 잘 안 잡혀있고 동선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많이 어렵다.
더군다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매장은 직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알바인 선영이와 단 둘이 운영하는 소규모 매장이었다.
가게 오픈 초창기에 포장과 배달까지 함께 운영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아지고 내가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질 것 같아서 좀 더 가게에 익숙해진 다음에 할 시작할 생각이었다.
“네, 아직 안하고 있어요. 형님은 배달은 많이 들어와요?”
“우리 홀 매출은 많이 떨어졌거든? 근데 배달 매출은 좀 늘었어. 아무래도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바깥으로 안 나오고 배달을 많이 시켜 먹나봐.”
“그렇기도 하겠네요.”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
상대적으로 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은 많아진 모양인데 나는 배달을 하지 않으니 체감을 별로 하지 못했다.
“그래, 만약 배달도 안 됐으면 가게 운영 어떻게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형님, 그럼 혹시 오후에 시간 좀 한가하실 때 저 배달 어플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 좀 알려주세요.”
“오, 배달 시작하게?”
“네, 생각해 보려고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이따가 오후에 점심 영업 끝나고 내가 너희 가게로 넘어 가서 알려줄게.”
“네? 저희 가게로 오신다고 형님 가게는 어떻게 하시고요. 제가 가겠습니다.”
“아니야, 너는 알바랑 같이 일하잖아. 나는 동준이 있으니까 잠깐 혼자서 보면 돼.”
동준이는 동성이 형님의 동생이었는데 나랑은 동갑으로 저번에 만나서 인사를 한 적이 있었다.
“에이, 그래도 동준이 혼자서 힘들잖아요.”
“괜찮아. 다음에 네가 소주 한 잔 사주던가. 그럼 이따가 간다.”
동성이 형님은 그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가버렸고 나는 츤데레처럼 챙겨주는 형님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가게 하니까 이런 게 좋긴 하네.”
예전에 직장 생활 할 때는 주변에 있는 매장들이 모두 경쟁 관계였기 때문에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지금도 어떻게 보면 주변의 가게들이 경쟁 업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카페 사장님도 그렇고 서점 아저씨도 그렇고 동성이 형님까지 무언가 끈끈함이 있었다.
****
점심 시간이 지나고 오후 2시 30분이 되었는데 오늘도 점심 영업이 잘 되지는 않았다.
‘역시, 배달을 해야 하나...’
줄어든 매출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을 열면서 동성이 형님이 들어왔다.
“형님, 오셨어요.”
“어, 아직 점심 안 먹었지? 이거 먹어라.”
형님의 손에는 비닐봉지가 들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김밥을 가지고 오신 것 같았다.
“헐, 이렇게 까지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그냥 가게에 남은 재료들로 대충 싸봤어.”
나는 김밥을 받아서 선영이에게 넘겨 주었다.
“선영아, 오늘은 김밥 먹어라.”
“아싸, 감사합니다.”
거의 매일 점심을 돈카츠로 때우고 있다시피해서 인지 선영이는 김밥을 보고 반가운 기색을 내보였다.
“지금 먹어도 돼요?”
보통 우리는 3시에 점심을 먹었는데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매장에 손님도 없고하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너는 안 먹어?”
“저는 좀 있다 먹을게요. 그나저나 배달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려주세요.”
“일단 배달 어플 사용할 거지?”
“네, 당연히 해야죠.”
“어떤 거 할거야?”
“글쎄요, 그렇게 까지는 생각 안 해봤는데 형님은 어떤 거 쓰고 계세요?”
“나는 지금 배달의 가족이랑 저기요 쓰고 있어.”
“어플 두 개나 사용하세요?”
“당연하지, 요새 배달하는 가게들 두 개는 기본이야.”
“두 개나 해요?”
배달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많은 배달 어플들이 생겨났는데 그래도 형님이 말한 저 두 어플들이 수요가 가장 많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예전에 아울렛에 있을 때 매출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잠깐 배달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아울렛 측에서 반대하여 무산된 적이 있었다.
“어, 기본적으로 배달의 가족이 주문이 더 많긴한데 요새는 저기요도 큰 차이 없이 많이 들어와. 뭐, 푸팡이나 다른 배달 어플들도 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주문이 많이는 안 들어 온다고 알고 있어서 우리는 저거 두 개만 써.”
“그렇군요. 형님은 보통 하루에 얼마나 들어오세요?”
“보통 들어오는 주문 금액으로만 따지면 20만 원 정도 들어오지.”
“20만 원이요?”
나는 생각보다 높은 금액에 놀랐다. 우리 가게에서 오늘 점심시간 동안 판 금액이 20만 원이었는데 그것과 비슷한 매출을 올린 것이다.
“어, 근데 여기서 배달 어플 수수료랑 배달기사들 수수료 빼면 한 15만 원 정도가 우리 마진이야.”
“헐, 그게 5만 원 이나 빠져 나가요?”
“뭐, 대충 그 정도 된다는 거지.”
“배달 어플 수수료는 얼마인데요?”
“배달의 가족 같은 경우는 한 달에 월 정액 9만 원 정도 내는 것도 있고 아니면 주문 건당 7% 정도 수수료 내는 것도 있고 저기요는 수수료만 받는데 건당 한 12% 정도 되지.”
“두 개가 좀 다르네요.”
“좀 다르긴 한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을 거야.”
“음...그런가요?”
“나도 정확히는 계산 안 해봤는데 비슷하더라고...”
“거기에 배달하는 기사들 요금은 또 따로 나가는 거죠?”
“그렇지.”
“배달하는 기사들 비용은 어떻게 측정해요?”
“이거는 배달 어플 소속 기사를 쓰느냐 아니면 배달 대행을 쓰느냐에 따라서 좀 다른데 나는 배달 대행을 쓰니까 그거로 설명해줄게. 보통 배달 한 건을 시키면 기본료를 받아가고 거기에 거리에 따라서 배달요금이 늘어나.”
“기본 요금이 얼마나 하는데요?”
“지금은 3천 원 정도 받고 있지.”
“배달 기본 요금이 3천 원이라고요?”
“어, 좀 싼 곳은 2천 8백원 하는 곳도 있는데 요새는 배달 기사 인건비도 올라서 기본 3천 원이야.”
나는 생각보다 비싼 배달 요금에 조금 놀랐다. 내가 배달 어플로 치킨이나 피자를 주문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형님, 저 가끔 배달로 시켜 먹는데 보통 2천 원이던데...가끔 천 원인 곳도 있고요. 솔직히 3천 원 넘어가면 잘 안 시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예전에는 배달비 2천 원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았는데 지금은 그래도 3천 원 까지는 주문 들어와.”
“근데 이거 거리에 따라서 늘어난다 면서요.”
“기본이 보통 1,5km에서 1.7km 정도 될 건데 솔직히 다른 동네로 넘어간다고 하면 배달 비 4천 원 넘어간다고 생각해야 돼.”
“그런 거는 그냥 가게가 손해로 가져가는 거군요?”
“그렇죠.”
나는 형님의 말을 듣고 생각보다 배달이 어렵다는 것을 깨닳았다.
“형님, 말씀 들으니까 이거 배달로 답이 없는데요? 배달 어플 수수료에 거기에 배달 기사 비용, 거기에 재료비, 포장비 까지 생각하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여러 개 시키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은데 한 개 주문하는 고객 있으면 손해만 날 것 같아요.”
“원래대로 하면 배달비를 많이 받아서 그걸 커버해야 하는데 그럼 손님들이 아예 주문을 안하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소 주문 금액을 설정하는 거야.”
“아, 최소금액 얼마 이상을 주문해야 가능한 거 말씀하시죠?”
나도 몇 번 주문할 때 저 최소 금액을 맞추기 위해 음료수와 사이드를 추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솔직히 배달비 2천 원만 받아도 엄청 혜자인 가게라고 할 수 있지. 물론 가끔가다가 장난 치는 가게들도 있지만 말이야.”
“장난 치는 가게요?”
“어, 배달비 4천원 이라고 하면 비싸잖아. 그러니까 그냥 음식 가격을 높게 받는 거야. 배달비 포함해서 말이지.”
“아, 그것도 기사로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매장이랑 배달이랑 음식 가격이 다른 거 말씀하시죠? 왜 그런가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네요.”
“근데 그래도 배달을 하는 장점이 있어.”
“그게 뭐에요?”
“일단 가게 이름을 알리기 좋아. 길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보다 어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가게 홍보하는 차원에서 아주 좋지.”
“그렇긴 하겠네요.”
“두 번째로 한 번 주문해서 맛있잖아. 그럼 직접 전화해서 주문하거나 찾으러 오는 고객님들도 많아. 그럼 어플 수수료나 배달비 제외하고 매출 올릴 수 있지.”
“아하, 그건 진짜 좋은 것 같네요.”
“그리고 가만히 앉아서 놀고만 있으니 그래도 매출 올리면서 매장 홍보도 하고 재료들 순환도 시키면 좋은 거지.”
“음...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단점은 없을까요?”
“단점도 있지. 그 평점이나 리뷰에 예민해지고 고객 요청사항이 들어오니까 그거 일일이 맞춰줄려면 힘들고...거기에 배달 기사들이 오는 시간도 다 다르니까 맞추려면 힘들기도 하고...”
“평점이나 리뷰...”
예전에 회사와 아울렛에서 일할 때 항상 걱정했던 것이 바로 고객님들의 컴플레인이었다. 가게를 차리면서 어느 정도 그런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는데 아무래도 어플을 하면 그게 신경이 쓰일 것 같기는 했다.
“이거 받아.”
형님은 명함 두 개를 나에게 건내줬는데 살펴보니 배달의 가족과 저기요 어플 담당자들의 명함이었다.
“생각해보고 배달 할 생각 있으면 그 쪽으로 연락해봐. 그럼 어플이랑 프로그램은 그 쪽에서 알아서 설치해줄거야.”
“네,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와서 물어봐.”
“넵, 알겠습니다. 형님, 조심히 가세요.”
배달을 하면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간단히 생각했는데 형님의 말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신경쓸 것이 많았다.
하지만 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장점도 강했다. 잠깐이었지만 가게를 알리기 위한 좋은 방법도 몇 개 생각났다.
“이거는 나 혼자 결정해서는 안 되고 한승이 의견을 물어봐야겠다.”
한승이가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가게를 비우고 개인 업무도 많이 볼 예정이었기 때문에 배달 같은 경우는 한승이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뭐, 당장 매출이 급한 거는 아니니까 한승이 출근하고 천천히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