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0 화 >
< 초림서점 >
차를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온 나는 가게로 가기 전에 같은 건물에 있는 서점에 들렸다. 살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집을 사는 것인데 인터넷과 유튜브의 내용만 믿기에는 허위정보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관련된 책을 좀 사서 읽어볼 생각이었다.
토요일부터는 한승이도 출근한다고 했으니 시간의 여유도 좀 생길테니 말이다.
그 부동산 매매에 관련된 책을 찾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서점의 규모가 커서 그런지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서점의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다행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찾으시는 책 있으세요?”
“아, 안녕하세요. 부동산 관련된 책을 좀 찾고 있는데 어느 쪽에 있을까요?”
“음...경제 관련 서적들은 저쪽에 A-3 구역으로 가면 되요. 혹시나 책 이름 알고 계시면 저쪽에 있는 컴퓨터에 쳐보시면 정확한 위치 알 수 있을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가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정말로 부동산에 관한 책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니 내가 점찍어뒀던 책이 보였고 나는 그 책을 집어 들었다.
< 부동산 투자로 부자 되기 >
이왕 아파트를 사기로 했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부동산으로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공부를 해볼 생각이었다.
“부동산 관련된 책은 찾았고...혹시 그것도 같이 있으려나? 있으면 같이 사보고 싶은데...”
주변을 잠시 살펴보니 찾고 있던 다른 책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 책도 챙겼다.
“주식 투자로 부자 되기.”
서울에서 상현이가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때는 별로 관심 없었다.
인터넷에서 들은 이야기가 때문이다.
로또 당첨자들이 모두다 행복한 인생을 살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한 조사 기관에 따르면 로또 당첨자들 중 당첨금을 모두 잃고 파산한 사람들도 은근히 많았는데 그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주식 투자이다.
나는 로또 당첨금 중에서도 37억이라는 거금을 받았지만 당첨자들 중에서는 더 적은 돈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10억 정도의 당첨금으로는 서울의 집 한 채 사기도 힘들었으니 주식 투자로 돈을 불리려다가 결국 다 까먹은 사례들 말이다.
거기에 추가로 망한 다른 이유를 하나 들어보자면 부분별한 사업 확장이다.
로또에 당첨 된 후 그 돈으로 직장을 때려치고 사업을 시작 결국 나중에는 빚만 남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이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어제 여동생과 통화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가족들에게 까지 로또 당첨 사실을 비밀로 하였더니 돈이 많아도 쓰는 것에 제약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놀러도 많이 다닐 예정인데 분명히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주식이었는데 혹시나 내가 돈을 많이 쓰고 다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면 나는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말할 예정이다.
그렇게 한다면 상대적으로 의심을 덜 받을 수 있고 나도 좀 더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해놀 참이었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한다면 그 비법을 물어보는 사람이 생길테니 그때 책이 있는 내용들을 썰 풀 듯이 풀어버리면 될테니까 말이다.
물론 상현이처럼 실제로 투자를 해볼 생각도 있었다. 아직 어느 정도나 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책을 결제하기 위해 카운터로 가보니 서점의 남자 사장님이 있었다.
나이가 60은 넘어 보이고 머리가 반쯤 벗겨져 있었는데 가끔 우리 가게로 점심을 먹으로 왔기 때문에 안면이 있었다.
“아, 돈까스 가게 사장이었구만...이 책 사려고?”
“네, 얼마에요?”
카드를 내밀고 가격을 물었는데 남자 사장님은 결제는 안하고 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뭐야, 주식 해보려고?”
“네, 요새 친구들이나 손님들이 주식으로 돈 많이 벌었다고 하던데 저도 이번에 공부 좀 해보려고요.”
나의 대답에 서점 사장님은 걱정이 된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쯔쯔, 그런 거 관심 가지지 말고 장사나 열심히해.”
“네? 왜 그러세요.”
갑자기 훈계하는 듯한 사장님의 말투에 나는 영문을 물었는데 사장님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내가 왜 여기서 카운터 보고 있는 줄 알아?”
“사모님, 도와주시는 거 아니에요?”
지나가다가 보면 보통 낮에는 남자 사장님이 카운터를 보고 있고 저녁에는 부인이신 여자 사장님이 나와서 카운터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교대로 근무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나도 주식 투자를 했었어.”
“설마...”
“퇴직금으로 받은 돈 조금이라도 불려서 노년에 비상금으로 쓸려고 했는데 주식으로 절반을 날려 버렸지.”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본래 남자 사장님은 회사에 다니셨고 서점은 부인이 운영했었다고 한다.
본래 회사 다닐 때 주식 투자를 조금씩 했었는데 승률이 나쁘지 않았는데 퇴직금으로 시드를 들려서 용돈 벌이 좀 해보려던 게 원금을 작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퇴직금을 건드렸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퇴직금의 절반을 날려버린 뒤였다고 한다.
그때도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해서 투자를 하려고 했지만 부인에게 들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퇴직금을 전부 다 빼앗기고 서점에서 카운터를 보게 되었다는 말했다.
“저런...그러셨군요.”
“그러니까 주식 웬만해서는 하지 말고 가게 관리나 열심히 해. 근데 그래도 꼭 해보고 싶다면 그냥 일성전자를 사서 존버하도록 해.”
“일성전자요?”
“그래 일성이 망할 일은 없잖아.”
일성전자는 스마트폰, 반도체, 전자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데 국내 1위의 대기업이었다.
10년 전 일성전자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게 많이 올랐는데 그럼에도 앞으로 10년 후에도 멀쩡히 남아 있을 것 같아서 사장님이 어째서 그것을 추천해 줬는지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상현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네.’
“네,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드려요.”
나는 걱정해주는 사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서점을 빠져 나왔다.
“뭐야 벌써 9시 20분이네.”
서점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을 확인하고 나는 가게로 가는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어이, 까스!”
가게에 도착하여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찾고 있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아는 얼굴이었다.
“형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늦었네?”
“서점에서 잠깐 뭐 좀 사느라 늦었어요.”
나를 부른 남자는 황동성이라는 남자였는데 근육질의 몸에 안 어울리게 반팔티에 꽃무늬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앞치마에는 ‘형제김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같은 1층에 있는 김밥집 사장님으로 남동생이랑 같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나보다 두 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처음 가게 오픈할 때부터 자주 찾아와서 이것 저것 알려주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서 건물에 입점해 있는 사장님들 가운데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었다.
돈까스를 줄여서 까스라고 나를 부르곤 했는데 생긴 것과 다르게 가끔 먹으라고 김밥도 갔다주기도 하는 착한 형님이었다.
“그랬구나. 아까 뭐 좀 물어 볼게 있어서 왔었는데 없길래...”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세요?”
“아니, 특별한 거는 아니고 요새 장사 어떻나 궁금해 가지고 우리 이번 주부터 손님들이 확 줄었어. 우리 가게만 한가한가?”
“아, 그러셨구나. 저희는 저번 주 주말부터 줄었어요. 아마 코로나의 여파 때문인 것 같아요.”
“하긴 연신 뉴스에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던데...어제는 물류센터에서 확진자 엄청 나왔다고 하던데 말이야.”
솔직히 처음 코로나라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그 전에 발생했던 메르스나 사스처럼 큰 영향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발생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하기는 했다. 형제 김밥집 같은 경우 단골 손님도 많은 가게였는데 저렇게 와서 물어볼 정도라고 한다면 생각보다 매출의 타격이 심각한 것 같았다.
“네, 사회적 거리두기도 강화한다고 하던데 앞으로 좀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근데 별로 걱정하는 말투가 아닌데?”
“네? 아닙니다. 걱정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매출이 오를까요?”
로또 당첨금이 있으니 그렇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티가 났던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포장이랑 배달하라고 했잖아. 지금도 늦지 않았어. 까스도 배달 시작하자.”
“배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