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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8화 (8/225)

# < 제 8 화 >

“크흠...”

내가 계약서까지 이야기를 꺼내자 아줌마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 그래, 알았어. 이번 달까지 살고 나가는 것으로 알겠어. 그런데 혹시나 나중에 집에 이상 있으면 보증금에서 수리비로 뺄 거니까 그렇게 알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것도 맞는 말이다. 내가 들어올 때와 다르게 사용 중 파손한 것이 있으면 내가 수리를 해줘야 한다.

물론 싱크대를 부쉈던지 같은 집주인이 봤을 때 큰 문제가 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겠다는 뉘앙스로 아줌마가 말하는 것을 보니 나도 나가는 대답이 곱지는 않았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런데 제가 듣기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더 싼 월세를 낸다고 하던데 가뜩이나 월세도 많이 내는데 나갈 때 보증금도 건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다른 방에 살고 계시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저도 궁금하기는 하네요.”

“그..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월세에 관계된 이야기를 꺼내자 집주인 아줌마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아줌마 한테는 월세 30만 원에 방 내주셨더라고요. 다 똑같은 구조의 방을 쓰고 있는데 누구는 30만 원 내고 누구는 35만 원 내고 있는데 사람들이 기분 좋을까요?”

“그거는 오해야 오해. 그냥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좀 깎아 준 것 뿐이라고.”

“네, 그럼 그렇게 설명하시면 되겠네요. 사람들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럼 이제 일을 해야 해서 전화 끊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기지개를 펴 면서 일어났다.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통화를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위생 장갑을 착용하기 위해 핸드폰을 옆에 있는 선반에 내려 놓으려고 했는데 그때 집주인 아줌마가 보내 온 문자메시지 한 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 내가 방금은 미안했어. 생각해보니 학생 말이 다 맞는 것 같아. 보증금이랑 다 학생 일정에 맞춰 줄 테니까 편하게 이사하도록 해. 그리고 아까 그 월세 이야기는 비밀로 해주라. 알겠지? 내가 진짜로 미안해~ >

아줌마가 에어컨을 고쳐준다고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 오늘부터 이사 갈 집에 대해서 좀 알아봐야겠다.”

****

12시부터 1시까지는 대부분의 회사, 관공서, 병원 등의 점심 식사 시간이다. 점심 장사를 하는 우리 같은 가게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이다.

비록 여섯 개의 테이블 밖에 없는 별로 안 유명한 가게이지만 그래도 이 점심 시간만큼은 테이블이 가득 찬다.

우리 가게는 주방 1 명, 홀 1 명이 근무하는 1 대 1의 근무 형태로 테이블이 적다고 해도 점심시간이 되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한차례 손님들과의 전쟁을 치루고 1시가 되면 들어오는 손님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2시가 넘으면 이제 식사하는 손님이 거의 없이 테이블이 비게 되는데 이때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 한다.

점심 시간에 사용한 그릇들을 세척과 정리 하고 저녁에 있을 장사를 위한 반찬 세팅과 재료 준비를 하면 된다.

“선영아 오늘은 밥 뭐 먹을래?”

“음...오늘은 치즈 돈카츠 먹을게요.”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고 세시 정도가 되면 늦은 점심 식사를 한다. 요식업 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이 시간에 점심을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보통 알바생인 선영이에게는 가게서 파는 메뉴 중 하나를 골라서 해주는 편이고 나는 특별한 기준 없이 그냥 아무거나 만들어서 배를 채운다.

선영이에게 줄 치즈 돈카츠를 튀기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누구에게 전화가 왔는지 확인해보니 한승이었다.

“어, 한승아. 무슨 일이야.”

“형님, 저 생각해봤는데 형님 가게에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어제 같이 밥 먹으면서 며칠 생각해 보라고 했는데 이렇게나 빨리 결정할 줄은 몰랐다. 최소 이번 주말까지는 생각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너무 급하게 정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저도 어차피 형님처럼 나중에 저만의 가게를 가지는 게 꿈이라 형님 밑에서 일 배우고 돈 모으면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사실 녀석이 요식업 회사에 들어온 이유도 자기 가게를 나중에 만들고 싶은데 체계적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라고 예전부터 말했었다.

“네,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나야 녀석이 와서 일해준다면 편하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오케이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물어봤다.

“그래, 괜히 나중에 나 원망하고 그러면 안 된다?”

“에이, 제 성격 하시면서 저 절대로 그런 짓 안 합니다. 저 언제부터 출근할까요?”

“바로 출근하려고? 며칠 더 쉬어.”

“에이, 저번 주 토요일부터 쉬어서 그런지 몸이 근질근질 하네요.”

“그래? 너 무급 휴가 언제 까지라고 했지?”

“다음 주 일요일까지 에요. 근데 어차피 형이랑 전화 끊고 바로 지연 점장한테 퇴사한다고 말할 거라. 굳이 무급 휴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래?”

나는 한승이와 전화하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연을 힘들게 할 아주 좋은 방법 말이다.

“너 다음에 지연이가 무급 휴가 가는 거 맞지?”

“네, 처음에 그렇게 계획 잡았어요.”

“그럼 일단 너 무급 휴가 끝날 때까지 퇴사 한다고 말하지마.”

“왜요?”

“내가 지연이 몇 년을 봤니. 분명히 자기 휴가 간다고 호텔이랑 막 예약해 놨을 게 분명해 그런데 네가 갑자기 퇴사하면 어떻게 되겠어?”

“오! 형님. 천재 인데요? 당연히 지연 점장이 땜빵 메꾸겠죠. 호텔 예약한 거는 날려 먹고요.”

“나도 걔 때문에 퇴사했고 너도 그동안 스트레스 받았는데 이 정도 복수는 해줘야 하지 않겠어.”

“와, 벌써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 그리고 너 일은 평일에 쉬고 토요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하자. 그때부터 바빠질 거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나와.”

“넵, 알겠습니다. 그럼 화요일 날 뵐게요.”

“어, 수고.”

****

“선영아, 오늘도 고생했다. 내일 보자.”

“사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영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샤워 후 간단히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집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다.

사실 집을 매매한다는 것은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는 큰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보증금 300에 월세 35만 원 짜리 투룸을 구하는 것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는데 억 단위가 넘는 집을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과 너튜브에 부동산에 관한 지식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집을 매매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 가용자금 확인 및 대출 계획이군. 그런데 내가 대출을 해야 할까?”

보통 집을 대출 없이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20년, 30년 만기의 대출을 실행하여 천천히 갚아가면서 입구부터 안방까지 내 집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디딤돌 대출 등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저금리 대출들이 있었다.

“금리가 2%에서 2.75% 정도군...”

내가 처음 가게를 낼 때 신용대출이 4%였던 것을 생각하면서 상당히 싼 금리는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던 돈을 빌린다는 것은 이자를 지급한다는 이야기였다. 나에게는 37억이라는 거금이 있는데 굳이 대출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은행에서 발생하는 금리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자신이 있을 때 말이다.

만약 은행에서 2% 대출을 받고 차라리 그 돈으로 주식과 같은 다른 투자를 하여 5% 이상의 수익만 올릴 수 있다고 한다면 차라리 대출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이니 말이다.

“진짜로 주식을 한 번 해봐야 하나...”

하지만 아직 나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불릴만한 재주가 없었다. 이럴 때는 그냥 이자를 내지 않는 것이 베스트였다.

대출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매매하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은 집 종류 및 지역 선택? 집 종류는 당연히 아파트로 해야겠지.”

인터넷을 찾아보니 최근 몇 년간 집 값이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고점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내가 살고 있는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한다면 당연히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디가 좋을까?”

집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보니 광주에서 어디 아파트가 좋고 비싸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크게 없었다.

물론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저기 아파트 괜찮아 보이는데 하는 곳들은 있었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 이런 거는 전문가에게 물어 봐야겠지.”

나는 핸드폰을 열어 바로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작년에 결혼한 녀석은 신혼집을 마련해서 들어갔는데 나보다 집에 대해서 빠삭할 것이 분명했다.

[ 여보세요. ]

“어, 은정아. 오빠야.”

어렸을 때는 많이 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각자 생활이 바빠 자주 보지는 못했는데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반가웠다.

[ 와야, 니가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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