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4화 (4/225)

# < 제 4 화 >

“돈 버는 재미?”

“그래, 요새 주식 시장 좋은 거 너도 이야기 들어봤지?”

나도 세상에 귀를 닫고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 너튜브에서 난리던데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지금 우리 회사 사람들은 거의 다 주식하고 있어. 점심 시간에도 주식에 관련된 이야기 밖에 안 한다.”

“그래? 그 정도야?”

“어, 서울 집값이 장난 아니잖아. 어디 월급 모아서 집 살 수가 있어야지. 다들 주식이니 코인이니 한탕 노리고 들어 가는 거지.”

“하긴 뉴스에도 서울 집값 엄청나게 올랐다고 규제 많이 하던데...”

“규제하면 뭐하냐, 오히려 더 오르는데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그 반포자이라고 들어봤어? 거기 40억에 신고가 찍었더라.”

“40억?”

“어, 아파트 한 채가 40억!”

40억이라는 말에 나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서울 집 값이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40억 짜리 아파트가 있다니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로또 당첨금으로도 사지 못하는 아파트 말이다.

“비싸기는 하네.”

“물론 거기가 유독 비싸기는 하지만 서울 대다수 아파트들 좀 괜찮은데 들어가려면 10 억에서 20 억 한다니까. 로또나 당첨 되야지 살까 말까야.”

“로또?”

“어! 로또.”

상현의 갑작스러운 로또 이야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하지만 티 내지는 않았다. 녀석이 아무리 친한 친구이지만 그래도 로또 당첨 되었다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금처럼 맛있는 밥 한 끼 사주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그래서 너는 그 주식으로 돈 좀 많이 벌었어?”

“나는 회사 선배들이 괜찮은 주식도 많이 추천해주고 나름 공부로 해서 아직 잃지는 않고 있는데 시드가 적어서 그런지...그렇게 큰 돈은 못 벌었어...”

“뭐? 아까 돈 버는 재미 알았다며...”

“그냥 재미만 알아가는 중이지 용돈 벌이 정도?”

“얼마로 주식 하는데?”

“천만 원.”

상현의 말에 나는 솔직히 놀랐다. 녀석이 생각보다 큰 금액으로 주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많은 거 아니야?”

“에이, 우리 회사 선배들은 더 많이 들고 하는 사람도 있어. 나도 처음에 500으로 했었는데 이번 달부터 늘렸어. 좀 해보고 괜찮으면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 생각이야.”

“그거 잃으면 어떻게 돼?”

“잃으면 결혼 못하고 혼자 사는 거지. 요새 세상 돌아가는 것 보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고.”

녀석의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다. 하긴 녀석은 예전부터 저런 녀석이었다.

“그래? 나도 주식 해볼까?”

“아서라. 너는 장사나 열심히 해라. 나는 그래도 꾸준히 들어오는 월급이 있잖아. 너는 자영업자가 영업해야지. 주식 차트창 보고 있으면 되겠냐?”

“그런가?”

“당연히 그러지. 정 하고 싶으면 일성전자나 사서 존버 하든가.”

“일성전자?”

“어, 국민 주식이잖아. 그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나쁘지 않지.”

“음...”

“농담이야, 넌 주식 하지마. 오르면 기분이 진짜 좋은데 떨어지면 이것보다 스트레스인 게 없다.”

“그래?”

“어, 우리 그 이야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혹시 서울에 아는 사람 없냐? 나 소개팅 좀 해줘.”

녀석에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몇 번 소개팅을 물어본 적 있었는데 말만 저렇게 하고 막상 소개팅을 구해오면 바쁘다고 거절했었다.

“너는 맨날 말만하면 기승 전 소개팅이냐? 막상 구해주면 하지도 않잖아.”

“쏘리, 그런데 이제 나이가 서른 넘으니까 진짜로 외로운 것 같아. 막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아.”

“나도 이제는 인맥이 없다.”

“그래? 그거 아쉽군. 그래도 기분 좋다. 오랜만에 너 만나서 이렇게 술도 한잔하고 내일 출근할 생각에 머리 아프기는 한데 그거는 내일 일 아니겠니?”

“그렇지.”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갈꺼지? 2 차는 집에서 하자. 콜?”

“콜!”

****

“아이고, 머리야.”

확실히 전날 술을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10:15

시간을 보니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상현이는 벌써 출근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녀석의 깨톡이 와 있었다.

< 상현 : 지성인이 머물다 간 자리는 깨끗한 거 알고 있지? 집 정리 좀 부탁해. >

주변을 돌아보니 간 밤에 먹었던 맥주 캔과 마른 안주들이 널어져 있었는데 이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하룻밤 재워줬으니 이 정도야 서비스로 가능하지.”

집을 대충 정리하고 샤워를 마친 후 나도 광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수서역으로 향했다.

광주행 기차를 예매하고 노래를 들으면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면서 전화가 왔다.

< 엄마 >

사랑하는 엄마의 전화였다.

“여보세여.”

[ 아들, 웬일로 전화 빨리 받네? ]

“핸드폰 보고 있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 아니, 그냥 장사 잘 되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 해봤지. ]

어머니는 맨 처음 가게를 차린다고 했을 때 반대했었다.

회사 생활보다 장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해서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기를 바라셨다.

어머니에게는 가게를 차리고 싶어 회사에서 나간다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겠지만 사실 나는 그때 당시 회사에서 쫓겨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뭐, 이제 와서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로또에 당첨 되었으니까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장사 잘 되고 있어요.”

그래도 아들이 기껏 차린 가게가 망할까봐 저렇게 걱정해주는 엄마를 위해 항상 전화가 오면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

[ 그래? 요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식당에 안 간다고 하던데 너희는 장사 잘 돼? ]

“네, 우리 가게 근처는 직장인들이 많아서 잘 되고 있어요.”

[ 그거 다행이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지금 바쁜 시간 아니니? 전화 해도 돼? ]

시간을 보니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대로 라면 한참 손님들이 가게에 들어올 시간인 것이다.

“아, 괜찮아요. 어제 일이 있어서 서울에 왔거든요. 그래서 가게 오늘 하루 쉬기로 했어요.”

[ 그래? 무슨 큰 일은 아니지? ]

“네, 매장에 필요한 물건들 좀 주문하려고 왔어요. 직접 발품 팔면 싸다고 해서.”

[ 그래, 잘했다. 사장이 항상 가게에 신경을 써야지 가게가 잘 되는 법이지. 그래도 웬만하면 가게 문을 닫으면 안 좋아. 단골 손님들 만들어야지. ]

“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그래, 우리 아들은 성실하니까. 다 잘 할 거야. 엄마는 이제 끊을게. ]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다급하게 붙잡았다.

“아, 엄마!”

[ 응? 왜? ]

“엄마 계좌번호로 용돈 보내드릴게요. 아빠랑 맛있는 거 사 드세요.”

[ 갑자기? 무슨 용돈? ]

“저번 달에 장사가 조금 잘 됐어요.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게 오픈하고 처음 번 돈으로 엄마 아빠 맛있는 거 사드리고 싶었어요.”

[ 아이고, 우리 아들 그런 생각도 하고 다 컸네. ]

“원래 다 컸었어요. 그러니까 장사 안 될 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 그래, 엄마가 맛있는 거 먹고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 우리 아들 고생해. ]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엄마에게 용돈을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그런데 얼마를 보내 드리지?”

사실 로또에 당첨되었다는 사실은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에게도 말이다.

솔직히 우리 가족들은 별로 걱정되지는 않지만 거기에 연관되어 있는 친척들까지 생각한다면 너무나 머리 아픈 일들이 많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 무덤까지 나 혼자만 알고 가는 거야.’

혹시나 결혼하더라도 아내에게도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만의 비상금 말이다.

그래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용돈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보답할 생각이었다.

“100만 원 정도면 될까?”

핸드폰으로 은행 어플을 열어 엄마에게 100만 원을 이체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좀 과한 것 같았다.

나는 직장 생활 할 때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별로 드리지 않았다.

설날이나 추석 그리고 생일에 한 분에게 20만 원 정도 드렸었다. 그런데 갑자기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100만 원을 보내 드린다?

아무리 가게가 잘 되고 있다고 해도 조금 과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되지. 20, 20, 거기에 보너스 10 해서 50으로 가자.”

그렇게 돈을 이체하고 조금 기다리니 기차가 도착했고 나는 광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조금 피곤하네. 얼른 가게로 가서 준비만 좀 해 놓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전날 술을 먹은 여파도 있고 기차도 타고 왔다 갔다 해서 피곤도 했지만 내일 장사를 위해서는 가게에 가서 재료 준비 등 할 일이 있었다.

“귀찮기는 하네.”

로또에 당첨 되어서 일까?

본래 가게에서 매일 같이 하던 일이었지만 웬일인지 지금은 재료 준비하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는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