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2 화 >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친 나는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집을 나섰다.
< 광주송정역 >
월요일 새벽에 서울에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새벽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역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로또 당첨금은 서울에 있는 농협의 본점에서만 수령이 가능하다고 하니 사람이 많아 조금 복잡하기는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끌고 서울로 가는 것도 생각해 보았는데 괜히 로또 당첨금을 수령한다는 기대감과 긴장감 때문에 운전 실수를 하여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기차를 예매하였다.
로또 1등 당첨금을 가지러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희대의 불운남으로 기억되기는 싫으니까 말이다.
6시 15분
플랫폼에 서서 시간을 보니 어느새 기차가 들어올 시간이 되었다.
로또 당첨금은 당첨자들이 도착한 순서대로 지급된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봤기 때문에 은행이 오픈하는 9시에 도착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왔다.
곧이어 띠리리리 하는 소리와 함께 적막감을 깨고 기차가 역으로 들어왔다.
“38A.”
기차에 올라 예매한 좌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곧이어 기차가 출발한다는 알림음과 함께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차가 출발하고 창밖의 풍경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이제 당첨금을 받으러 간다는 것이 어느 정도 실감이 되었다.
‘진짜 꿈 같은 일이지...’
로또 1등 당첨.
일확천금.
814만 5060분의 1.
말도 안 되는 확률을 뚫고 바로 내가 로또에 당첨된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꿈과 같은 일.
사실 이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꿈 때문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을 나는 저저번주 일요일을 떠올렸다.
****
가게를 마치고 간만에 치킨에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에 든 나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나는 혼자 동물원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동물들을 쳐다보면서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동물들을 구경했을까?
갑자기 시끄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커다란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동물원을 관리하고 있던 안전요원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호랑이가 탈출했습니다! 모두 도망가세요!”
‘호랑이!’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미친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물원의 입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뛰는 와중에도 불길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렸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바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다섯 마리나 말이다.
놈들의 시퍼런 눈빛에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뒤로 바짝 붙은 호랑이의 몸짓에 나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리려는 그때 나를 넘어뜨린 호랑이가 다가와 나의 어깨를 커다란 입으로 물어버렸다.
마치 어깨가 떨어져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고 그 뒤로 다가 온 다른 네 마리의 호랑이가 각각 다른 팔과 다리를 하나씩 물기 시작했고 엄청난 고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는 꿈이라니...”
잠에서 깨어난 나는 너무 불길한 느낌이 들어 바로 인터넷에 꿈해몽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그런데 흉몽인줄 알아던 꿈의 내용은 예상과 달랐다.
“길몽?”
< 검색결과 : 호랑이에게 물리는 꿈 >
< 이 꿈은 좋은 꿈으로 길몽에 속합니다. 호랑이는 동물 중에 최상위 포식자로 상징하는 것은 성공, 행운, 권세, 명예 등이 있습니다. 이런 호랑이에게 물리는 꿈은 성공의 징조를 나타내며 금전하고 권위를 성취하게 된다는 아주 좋은 꿈입니다. >
생각보다 너무나 좋은 꿈해몽에 나는 순간적으로 벙찐 기분이 들었다. 죽는 내용이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밖에 좋은 내용으로 가득했다.
“이거 로또라도 사야 하나?”
****
그렇게 좋은 꿈을 꾼 기념으로 나는 바로 다음날 로또를 구매하였다.
많지 않은 단 돈 5,000원. 그것도 숫자도 설정하지 않은 자동으로 말이다.
물론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구매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4등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토요일에 확인한 로또는 1등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리니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니 웃음이 흘러 나왔다.
깜짝놀란 나는 손을 들어 조용히 입을 막았다. 그리고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웃음에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는 듯이 모두 눈을 감고 잠에 들어 있었다.
월요일 서울로 가는 기차행.
아마 기차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말을 광주에서 보내고 근무나 학업을 위해 복귀하는 길일 것이다.
자신도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있는 본사 교육을 받기 위해 이 시간에 기차를 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오늘 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행운아로 서울로 가는 길이다.
****
서대문역에서 내린 나는 5번 출구로 나와 농협 본점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빨리 온다고 생각했지만 수서역에서 전철을 타고 5호선으로 갈아타고 또 이곳까지 오고 나니 시간은 벌써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한 2분 정도 걸었을까?
내 눈에 드디어 농협 본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큰 건물의 모습에 조금 위압감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엄연히 내가 받아야 할 돈을 받으러 온 것이니 말이다.
생각보다 1층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인터넷에서 본 로또 1등 당첨 수령 후기처럼 안내데스크로 갔다.
내가 다가가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농협 본점입니다. 혹시 로또 당첨금 수령 때문에 오셨어요?”
말하지 않았는데 내 용건을 알아차린 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였다. 이 사람들에게는 매일 일상 같은 일이 로또 당첨자를 만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제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저희가 당첨금 수령은 9시부터 시작해서 잠시 기다리셔야 해요. 조금 있다가 9시가 되면 저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시겠어요?”
“아, 감사합니다.”
조용히 1층 로비의 한 쪽으로 온 나는 얼른 9시가 되기만 기다렸다. 혹시나 누가 훔쳐갈까봐 로또 용지가 들어있는 지갑을 손으로 꽉 쥐었다.
그렇게 9시가 되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기다리는 동안 다른 당첨자가 오는 것을 못 봤기 때문에 내가 1등으로 도착한 것 같았다.
3층으로 올라가자 3명의 농협 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로또 1등 당첨자세요?”
세 명의 직원 중 한 남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맞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 쪽으로 따라오시겠어요?”
남자는 건물 안 쪽으로 들어가더니 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쪽으로 앉으시겠어요?”
“네.”
“로또 당첨 용지랑 신분증은 가지고 오셨죠?”
“네...가지고 왔습니다.”
침착하자고 생각했지만 막상 거액의 돈을 받을 생각을 하니 몸이 굳어 입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저희가 확인 절차를 걸쳐야 해서 그러는데 보여주시겠어요?”
“확인 절차요?”
“네, 그럴 일 없겠지만 혹시 위조일 경우도 있어서...”
“아, 네 여기 있습니다.”
나는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로또 당첨 용지랑 신분증을 꺼내서 남자에게 건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남자는 로또 용지와 나의 신분증을 가지고 사무실을 나갔고 나는 쇼파에 기대어 남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5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돌아오지 않자 왠지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렇게 안 오지? 혹시 사기당한건가? 로또 날치기 꾼들?’
혹시 몰라서 사진을 찍어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문이 열리면서 남자가 다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 괜찮습니다.”
“네, 다시 한번 로또 1등 당첨 축하드립니다. 용지는 정상으로 확인 되셨구요. 이제 당첨금 지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네, 913회, 총 278억의 1등 당첨금 중에서 1등 당첨개수 5개로 55억 6천만 원씩 1등 당첨자들에게 균등 배분 될 예정이구요. 여기서 소득세 33%를 뺀 37억 2천 851만 원이 고객님에게 지급될 예정입니다.”
37억!
평균적으로 로또 당첨자들은 10명 정도 나오고 당첨금은 10억에서 20억 사이다. 그런데 내가 당첨된 913회에서 1등이 단 5명 밖에 나오지 않아 상당히 많은 당첨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으로 따지면 로또에 2번 당첨 된 것 같은 대박 행운이 터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