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1 화 >
“사장님, 주문 마감 할까요?”
알바생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시계를 쳐다보았다.
8시 30분
우리 가게는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보통 9시가 되기 30분 전까지 주문을 받았는데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된 것이다.
“그래, 마감 하자.”
마감하자는 나의 말에 알바생인 선영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바쁘지는 않았지만 하루 종일 서 있었던 그녀였기에 주문 마감은 곧 퇴근한다는 뜻으로 기쁨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마지막으로 주방을 둘러보면서 점검했다.
사실 이미 아까 전부터 청소와 마감을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에 별로 정리할 것은 없었다.
가스와 수도를 확인하고 홀로 나오자 나와 마찬가지로 청소까지 마친 선영이가 핸드폰을 만지작 하고 있었다.
“선영아, 정리 다했으면 집에 들어가라.”
“네, 감사합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퇴근하라는 나의 말에 그녀가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화요일까지 쉬는 거 안 까먹었지?”
원래 우리 가게는 매주 월요일이 정기 휴무이다.
하지만 일이 있어서 다음주는 화요일까지 쉬기로 했는데 혹시나 그녀가 잊어 먹었을까봐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네,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쉬자고 말씀하시고...”
“응, 별거 아니야. 그냥 갑자기 처리해야할 일이 생겨서...그럼 내일하고 모레 잘 쉬고 수요일에 보자.”
“넵, 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녀가 퇴근을 하자 홀로 남은 나는 홀에 있는 포스기로 다가가 오늘 매출을 확인했다.
20년 5월 31일
총매출 217,000
“크...20만원 겨우 넘긴건가...역대 최저 매출...”
오늘 손님이 많이 안 들어왔다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숫자로 확인하니 장사가 잘 안 된 것이 체감이 되었다.
원래 이정도는 아니었지만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매출에 타격이 오기 시작했다.
올해 2월,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월에 이 가게를 오픈하였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가게 오픈하면서 빌린 은행 대출 등을 생각하면 하루에 최소 40만원 이상은 벌어야지만 그나마 월급쟁이 정도의 수입을 가져갈 수 있다.
4월은 오픈빨 때문인지 장사가 그럭저럭 좀 되었는데 5월에 들어서자 역시나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오늘이 다른 날보다 매출이 많이 적은 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게 운영에 위기가 온 것은 맞았다.
“큰일 난 거겠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계적인 질병 코로나로 인하여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고 거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요식업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했다.
가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자신도 그 영향권 안에 있는 것은 분명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었다면 앞 날에 대한 걱정으로 잠도 자지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알바도 없이 혼자 있으니 더욱 그랬다.
나는 매장에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주변을 경계하면서 지갑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 제 913 회 >
로또 당첨 번호
6 14 16 21 27 37
그렇다. 나는 어제 로또에 당첨되었고 내일 찾으러 갈 예정인 로또 1등 당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