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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81화 (182/200)

108장: 절대자(3)

파앗!

가이덴이 계속해서 짓쳐 드는 와중이었다.

이로 인해 그의 중심이 다소 높아진 상태였다.

물론 다른 이들에 비한다면 그 상승 폭은 극히 미미했다.

이쯤 되면 사실상 높아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쿠구구구!

단, 나에게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내 감각은 높아진 그의 중심을 분명하게 캐치해 냈다.

나는 곧바로 이 감각에 어둠을 호응시켰다.

중력을 끌어 올린 것이다.

그리하여 역으로 가이덴을 찍어 눌렀다.

“음?”

슈아악~!

콰가가각!

노림수가 통했다.

중력이 만들어 낸 약간의 틈을 내 검격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터벅.

그리고 이 절묘한 연계기는 지금까지의 흐름과 정반대 상황을 연출해 냈다.

본격적인 대결에 진입한 뒤 일방적인 공세를 펼쳐 오던 가이덴이었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비록 한 발자국에 불과하다지만 어쨌든 분명 뒤로 물러난 것이다.

스악~!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나와 가이덴의 대결 구도에서 얼마든지 업셋의 상황도 도출될 수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역으로 가이덴을 향해 짓쳐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콰광!!

가이덴의 왼쪽 어깨 부위를 노린 사선 베기였다.

이것이 금세 중심을 잡은 그의 검에 막혔다.

고작 한 번의 비틀림으로는 그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없는 것이다.

화아악~!

그래서였다.

여기서 한 번 더 비틀었다.

대신 이번에는 찍어 누르는 중력이 아니었다.

끌어당기는 인력이었다.

“……!”

이것이 또 한 번의 빈틈을 만들어 냈다.

여정과 대치 중이던 가이덴의 검이 순간 흔들린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가이덴 자체의 흔들림으로 이어졌고 말이다.

까가각!

절호의 기회였다.

이 기회를 살리고자 곧장 검격의 형태에 변화를 주었다.

베기에서 찌르기로.

샤악~!

가이덴의 어깨를 향해 사선으로 베어져 내려가던 여정이었다.

그런 여정이 약간의 각도 수정과 함께 이제는 목을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그 경로를 가이덴의 갑옷이 살짝 가로막고 있기는 했으나, 상관없었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라고 해서 입고 있는 갑옷까지 그 급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러 블레이드 앞에서는 어차피 종이쪼가리에 불과했다.

스각!

목 부위를 감싸고 있던 갑옷은 예상대로 허무하게 갈라졌다.

실상 방호구로써의 역할은 눈곱만큼도 하지 못한 채로.

덕분에 여정은 그 안에 존재하는 내용물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가이덴의 살결이라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내용물이었다.

주륵.

여정이 도달한 그곳으로부터 도달의 증거가 흘러나왔다.

피였다.

가이덴의 살결에서 흘러나오는 피.

결국,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목에서 피를 보고야 만 것이다.

“허, 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

단, 이것이 목표 달성의 증거까지는 되지 못했다.

여정이 가이덴의 목에 낸 상처는 기껏해야 생채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 피륙의 얕은 생채기 정도로 그랜드 소드마스터라는 절대자를 무너뜨린다?

턱도 없이 모자랐다.

가능성 자체가 전무했다.

“대단해, 진심으로.”

과정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중력에 이은 인력의 작용에 가이덴은 빈틈을 드러냈고, 나는 이것을 절묘하게 찌르고 들어갔다.

그리하여 가이덴의 목 부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하나,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삐끗하고 말았다.

최후의 순간, 자세를 회복한 가이덴이 개입한 것이다.

중심을 되찾은 가이덴의 검이 여정을 비틀었고, 이로 인해 검격은 목표 지점에서 한 뼘가량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도 화답해 줘야겠지.”

나아가 이는 그저 단순한 빗나감에서 그치지 않았다.

곧장 강력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스아악~!

콰르릉!!

다시 시작된 가이덴의 미친 듯한 공세가 그것이었다.

그의 화답은 가히 어마무시했다.

이어지는 한 방 한 방이 마치 벼락과도 같았다.

동시에 그런 한 방들이 마치 비라도 오는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감히 걷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이잉!

사아아아~

쿠구구구!

당장 이 공세를 거스를 힘은 내게 없었다.

하여 오러는 물론이거니와 정령력까지, 내가 끌어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한계치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이것을 모조리 방어에 투입했다.

무조건적인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큭…….”

그렇게 했음에도 전해져 오는 충격은 가볍지 않았다.

검격이 교환될 때마다 울컥하고 울혈이 치밀어 올랐다.

확실히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벽은 높았다.

소드마스터의 끝에 다다랐음에도 검만으로는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어둠이 아니었다면 진작 끝나고도 남았을 대결이었다.

콰과과과광!!

단,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힘겨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고, 내가 이길 가능성도 크지 않다지만, 일단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또한, 방금 내가 가이덴의 목에 상처를 냈다는 사실 역시도.

이는 곧 기회가 없지 않으리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버티고 또 버티다 보면 조금 전과 같은 틈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비록 바늘귀보다도 더 작은 틈이겠지만, 어쨌든 가능성 자체는 존재하는 것이다.

사아아아~

여태껏 나와 함께 수많은 기적을 써 내려온 어둠이었다.

이런 어둠이 주는 의외성이라면 충분히 걸어 볼 만했다.

대륙의 판도를 단번에 뒤집을 대역사의 기적에 말이다.

파앗.

하여, 다시 처음의 방식으로 돌아왔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넘치는 가이덴의 힘을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제자리에서 버티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좀 더 효율적인 방어와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해서는 뒤로 물러날 필요가 있었다.

우뚝.

“……?”

그런데 이상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물러나는 타이밍에 맞춰 쫓아 들어오던 가이덴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선 것이다.

계속 짓쳐 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 될 중심 때문에?

아니,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가이덴은 명색이 그랜드 소드마스터였다.

내게 기회를 줄지도 모르는 상황이 두려워 공세를 접는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까지 나를 찾아올 이유도 없었다.

지이이잉~

역시나 그랬다.

가이덴은 나에 대한 공세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저 공세를 이어 갈 다른 방법을 선택한 것일 뿐.

“……!!”

그리고 보자마자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가이덴의 선택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을.

나아가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광경의 무시무시함도.

그것은 분명 오러 블레이드였다.

내가 직접 뿜어냄은 물론이요, 여태껏 수도 없이 부딪쳐 온 만큼 익숙하기 그지없는 그것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오러 블레이드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내 눈앞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그것은 내가 익히 알고 또 정의해 오던 것과 결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오러 블레이드는 본디 지극한 강의 속성을 띠고 있었다.

따라서 크기 조절은 가능할지언정, 형태는 단단한 검의 모양으로 고정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형태라고 해 봤자 창이나 활, 메이스 등 무기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가이덴이 내뿜고 있는 것은 달랐다.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채찍을 연상시키듯 시시각각 유동적으로 변하는 중이었다.

몇 번을 다시 확인해 봐도 똑같았다.

형태 없는 오러가 아니었다.

유형화된 오러 블레이드가 분명했다.

“미친…….”

이렇게 되면 모든 계산이 헝클어지는 셈이었다.

나와 가이덴 사이의 차이부터 그것을 메우는 방법과 최종 승리 플랜까지 전부.

절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촤르륵~

이 헝클어짐의 결과가 곧장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러 블레이드의 채찍이 나를 향해 내리꽂혔다.

10m가량 떨어져 있는 나와 가이덴의 거리를 격하고서.

콰르릉!!

전해져 오는 파괴력 또한 종전 그대로였다.

심지어 종합적인 위력 면에 있어서는 한층 업그레이드되기까지 했다.

형태의 자유도 때문이었다.

파괴력은 그대로인 오러 블레이드가 채찍처럼 휘감고 들어오니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것이다.

내 모든 힘을 동원해 그저 꾸역꾸역 막아 내는 수밖에.

쿠궁! 콰릉! 쿠과광!!

어찌어찌 막는 것 자체는 그래도 괜찮았다.

방어에만 전념한다면 당장은 막아 낼 수 있었다.

문제는 지속성과 가능성이었다.

이 상태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는 없었다.

한 번 한 번의 충돌이 유발하는 손해가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끊임없이 누적되어 가는 중이기까지 했다.

이대로면 악화 속도 또한 가속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커헉……!”

그리고 가능성.

이렇게 억지로 버티더라도 반격의 가능성만 보인다면 상관없었다.

찰나의 틈을 노려 가이덴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었으니까.

그 현실성 또한 아까의 역습으로 확인을 마친 참이었다.

하지만, 일단 접근이 돼야 뭘 해 보든 말든 할 수 있었다.

내 검의 범위는 가이덴의 그것처럼 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령력만으로 가이덴을 흔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이덴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둘의 연계가 필수적이었고, 그 조건이 바로 근접전인 것이다.

한데, 이 가능성이 원천 차단당하고 말았다.

가이덴의 전혀 다른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서.

“쿨럭, 쿨럭. 크륵…….”

한번 구르기 시작한 악화의 눈덩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그러더니 이내 커다란 눈사태로 화해 버렸다.

내상이 순식간에 깊어지더니 결국 토혈까지 이어진 것이다.

정말 눈 깜박할 새였다.

나아가 이다음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그 속도는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빠를 예정이었다.

“주인님!”

결국,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현재로서 그 한 가지 외에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나와 본질적으로 연결된 테페슈 또한 캐치했다.

그러고는 곧장 최후의 플랜을 가동하는 그였다.

쿵! 쿵! 쿵! 쿵!

테페슈의 외침에 따라 대기 중이던 노스페라투들이 일제히 움직임에 들어갔다.

전속력으로 가이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망설임 같은 것은 없었다.

오로지 가이덴 하나만을 타깃으로 삼은 채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 뿐이었다.

“허, 고작 저런 것들로?”

물론,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상대는커녕 제대로 시간조차 끌기 어려웠다.

오러 블레이드의 채찍질 한 번이면 죄다 쓸려 나갈 것이 자명했다.

촤라락~!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횡으로 휘둘러지는 채찍질 한 방이었다.

이 한 방에 달려들던 노스페라투들이 모조리 두 동강 나 버렸다.

대략 7초쯤이나 끌긴 했을까?

이렇게만 놓고 보면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짓거리에 불과했다.

가이덴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그래서였다.

사아아아아~

그러나 실질적인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나를 중심으로 유형화되어 가는 어둠이었다.

즉, 노스페라투의 돌진은 단지 유형화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저거로군, 말로만 들어온 기적의 원천이라는 게.”

나를 중심으로 어둠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가이덴의 말마따나 이베리아 평원부터 나로움 요새 그리고 리브나로 백작성까지, 내가 써 내려온 수많은 기적의 원천이었다.

물론, 앞의 상황들과 지금은 기본적인 조건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선 내 손에 심연이 쥐어져 있지도 않을뿐더러, 함께 감정을 공명할 병사들도 없었다.

어둠을 그러모으고 증폭시킬 수단이 부재한 것이다.

또한, 상대의 격이 달랐다.

그랜드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것으로 마지막 수를 던질 작정이었다.

적어도 마지막 수에 한정해서는 나름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현재 이곳에 수단은 부재하지만, 대신 어둠 그 자체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노스페라투.

어둠의 종속이자 어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영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상태였다.

스스스스스~

가이덴의 채찍질에 당해 상하 이등분된 채 바닥을 기어 다니던 노스페라투들이었다.

그런 노스페라투들이 일제히 분해되고 있었다.

짙디짙은 어둠의 알갱이 형태로.

동시에 한 곳을 향해 모여드는 중이었다.

자신들을 소유하고 관장하는 어둠의 주인에게로 말이다.

콰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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