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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67화 (168/200)

103장: 빛과 어둠

“이게 무슨…….”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내비치는 크로아티 에르나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지금까지처럼 치유의 빛을 퍼뜨린 것뿐이었으니까.

“그러게. 이게 이렇게 되네?”

그런데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도출되었다.

빛에 닿은 좀비들의 상처가 일거에 폭발해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쓰러지는 좀비들이 속출했다.

최소가 전투 불능, 적잖은 수가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크로아티 입장에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글쎄, 나도 딱히 이런 결과를 의도했던 건 아니라서.”

원인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내 정령력이었다.

크로아티가 빛을 퍼뜨린 순간, 나 역시 어둠을 퍼뜨렸다.

빛과 달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일대를 모두 덮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폭발은 이 과정에서 빛과 어둠이 충돌하며 발생한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만, 나 또한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빛과 충돌하는 것 자체가 오늘이 처음인데, 예측이 가능할 리 만무했다.

그저 퍼져 나가는 빛에 대응하여 본능적으로 어둠을 퍼뜨렸을 뿐이다.

한데, 그것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잭팟을 터뜨린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빛과 어둠 사이에 정확히 어떤 작용이 있었던 것인지는 나 역시 알지 못했다.

“그래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을 듯한데? 지금부터 같이 알아 나가면 될 테니까.”

“…….”

물론 모른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이 현상이 우리 쪽에 입힌 피해는 전무했으니까.

또, 모르는 게 있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 가면 될 일이었다.

마침 최고의 교보재가 눈앞에 떡하니 펼쳐져 있는 상황이기까지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빛의 주인인 크로아티 에르나르.

그와 직접 검을 섞다 보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될 터였다.

대척점에 서 있는 빛과 어둠의 상호작용에 대하여.

그아아~

사아아~

지이잉!

콰과과광!!

그렇게 세 종류의 힘이 한데 얽히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각각 빛, 어둠, 그리고 오러로 대변되는 힘이었다.

복잡미묘한 성질을 지닌 두 힘과 오로지 파괴만을 추구하는 하나의 힘.

한데, 이러한 힘들이 복잡하게 뒤엉킨 결과는 예상외로 눈 깜박할 사이에 도출되었다.

‘서로를 완전히 배척한다는 건가?’

그것도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는 결과로.

빛과 어둠은 서로를 완벽하게 배척했다.

그리하여 상대에게는 아무런 강제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중력과 인력은 물론이거니와 부정적 감정을 컨트롤하는 능력까지, 어둠의 정령력이 지니는 성질 전부 다.

‘그래서였군.’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 수직 낙하와 함께 가해진 내 첫 일격이 예상보다 쉽게 막힌 것은.

그때 나는 분명 힘을 제대로 실었다.

오러 블레이드는 물론이거니와 어둠의 중력까지 꽉꽉 눌러 담은 일격이었던 것이다.

그런 일격을 크로아티는 뒤로 약간 물러나는 수준에서 해소한 것이고 말이다.

“으음…….”

반응을 보아하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크로아티의 표정이 미세하게 찌푸려진 상태였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다소 성가시다는 표정이랄까?

그의 빛 역시 그가 원하는 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슈아악~

콰캉!!

따라서 이 대결의 승부를 가르는 요인은 지극히 단순해졌다.

정령력이 배제된 순수한 깨달음의 차이.

즉, 검사로서 각자가 이룩한 경지에 달린 셈이었다.

콰가각!!

나로서는 나쁠 것 없는 전개였다.

아니, 어쩌면 최상의 전개라고도 할 수 있었다.

자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과 검의 대결에서는 내가 확실한 우위에 있으리라는 것을.

“…….”

지금 나와 크로아티 사이에 펼쳐지는 구도가 이를 방증했다.

심지어 충돌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구도가 점차 굳어져 가는 중이었다.

나의 일방적인 공세와 크로아티의 소극적인 수세로.

내 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연신 뒤로 물러나기만 하는 크로아티였다.

당연히 반격할 여유 같은 것은 그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스아악~

쿠과광!!

크로아티의 검술이 쾌검과 환검 계열인 것도 분명 영향을 미치기는 했다.

검의 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탓에 내 중검에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이다.

단,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게에서 밀린다면 강점인 속도로 메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따라서 고작 검술의 방향성 차이만으로 이런 일방적인 구도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크읍.”

얕긴 하지만 신음마저 흘리는 크로아티였다.

이는 숙련된 소드마스터 간의 대결에서는 쉬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대결이 시작된 지 채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면 더더욱.

파가가각!!

“큭…….”

깨달음의 차이가 존재한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야 이런 일방적인 흐름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사실 당연한 차이이기도 했다.

나는 현재 인생 2회차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것도 온갖 대결과 전투, 전쟁으로 가득 채워진 2회차를 말이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소드마스터 끝자락에 거의 다다른 상태였다.

크로아티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한들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아닌 이상 나보다는 높을 수 없는 것이다.

우웅~ 구우웅~

여기에 한 가지 더.

나와 크로아티 사이에는 검술뿐 아니라 검의 차이까지 존재했다.

말 그대로 검 자체의 완성도에서 기인하는 차이였다.

내 검은 무려 심연이었다.

음험한 탐욕으로 가득 찬 요사스러운 녀석.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녀석이기도 했다.

완성도 면에서는 업그레이드된 여정과 더불어 대륙 최고인 것이다.

물론 크로아티의 검도 상당히 좋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인다 한들 심연에는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나와 심연은 본질적으로 감응하는 관계이기까지 했다.

이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소드마스터끼리의 대결과 같이 종이 한 장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구우웅~

지이잉!

쿠과과광!!

“크윽……!”

결국, 크로아티는 버티지 못했다.

내려찍기에 실린 무게를 이기지 못해 뒤로 크게 물러나는 그였다.

그리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자세의 불안정을 초래했다.

흔들리는 크로아티의 중심은 자연스레 내 감각에 포착됐고 말이다.

파앗!

당연히 이런 훤히 보이는 빈틈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물러나는 크로아티를 향해 지체 없이 돌진했다.

여기서 아예 끝을 낼 작정이었다.

“에르나르 백작!”

하지만 아쉽게도 끝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나와 크로아티 사이로 끼어드는 방해꾼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돕겠소이다.”

다이너와 엘프들을 상대하던 두 명의 소드마스터 중 하나였다.

현재 다이너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하여 둘 다 붙잡아 두지 못하고 하나를 이쪽으로 흘린 것이다.

스악~

카강!

“…….”

그렇게 사이로 끼어든 소드마스터의 검이 내 돌진을 방해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크로아티는 뭐라고 입을 열지 않았다.

굳어진 표정으로 침묵할 뿐이었다.

단, 소드마스터의 움직임에 대한 호응은 잊지 않은 채로.

쐐애액~!

일방적으로 밀려나던 크로아티가 드디어 반격을 가해 왔다.

난입한 소드마스터가 내 검을 묶어 두고 있는 사이, 틈이 생긴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온 것이다.

쾌검의 특성이 더해져 나름 상당히 절묘한 수라고 할 수 있었다.

구구구구!

문제는 이것도 날 곤란하게 할 만큼이 못 된다는 점이었지만.

어둠의 특성이 봉인된 것은 오직 빛인 크로아티를 상대할 때의 이야기였다.

상대가 달라진다면 어둠 또한 자유롭게 풀리는 것이 당연했다.

하여 곧장 중력을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나와 검을 맞댄 난입자를 찍어 눌러 버렸다.

라인하트의 무게에 중력까지 가미된 압도적인 힘으로.

“크읏……!”

비틀.

상대가 속절없이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단순한 오러 블레이드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힘인 것이다.

스륵.

카가각!

그 틈에 나는 찌르고 들어오는 크로아티의 검을 빗겨 냈다.

이 정도는 지금의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아가 역으로 두 실력자를 몰아붙이는 일 역시도.

구구구구!

콰과광!!

특별할 것은 없었다.

난입자는 중력과 인력으로 흔들어 놓고, 검격은 크로아티에게 집중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반 소드마스터 둘을 상대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크읏!”

“…….”

따라서 난입 이후의 흐름 역시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던 구도가 약간 팽팽한 쪽으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내 손에 쥐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이 주도권을 바탕으로 둘을 서서히 몰아붙여 갔다.

“커헉!”

“크아악!!”

“에르나르 백작님! 도와…… 커걱!!”

그러는 사이, 균형은 이제 다른 쪽에서 붕괴되기 시작했다.

전장을 휩쓰는 그리핀 군단이 그 주역이었다.

미쳐 날뛰는 그리핀 군단의 손에 광휘의 군단은 공중분해 되고 있었다.

빛의 무력화와 함께 좀비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그들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는 그리핀 군단에게 감히 비벼 볼 수조차 없는 것이다.

“에르나르 백작, 뭔가 수를 내야 하오!”

비단 그리핀 군단만이 아니었다.

다이너와 엘프들 쪽도 마찬가지였다.

다이너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는 해도 엘프들의 지원사격이 그를 받쳐 주고 있었다.

기껏해야 소드마스터 하나 정도는 궁지에 몰아넣을 여력이 충분했다.

실제로 소드마스터는 다이너의 검과 엘프들의 화살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크로아티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할 뿐이었다.

“으음…….”

이렇듯 전장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직 병력 면에서 제국군이 압도하고 있다지만, 그리핀 군단을 막지 못하는 이상 어차피 큰 의미는 없었다.

더구나 제국군은 진형마저 내성 안쪽과 바깥쪽으로 나눠진 상태.

이러다 안쪽으로 진입한 병력은 탈출도 못 하고 고립되게 생긴 판국이었다.

낭패를 면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순간인 것이다.

“백작.”

끄덕.

결국, 수를 내려는 모양이었다.

나와의 대결이 계속되는 와중에 신호를 주고받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더니 손해를 무릅쓰고 동시에 강맹한 일격을 날려 왔다.

슈아악~

스아악~

콰과광!!

나로서는 굳이 여기에 맞대응해 줄 필요가 없었다.

약간 뒤로 물러나며 이들이 내려는 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파앗!

“흐압!”

방식은 단순했다.

소드마스터가 나를 향해 다소 무모하게 짓쳐 들었다.

반면 크로아티는 살짝 뒤로 빠졌다.

한쪽이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한쪽이 뭔가를 준비하겠다는 플랜인 것이다.

콰각!

그렇게 저돌적으로 짓쳐 든 소드마스터의 검격은 간단히 가로막혔다.

검에 실린 힘의 차이가 그만큼 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래라면 여기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검을 맞댄 상태에서의 대치 구도는 상대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도였으니까.

카가가각!

하지만 상대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대치 구도를 어떻게든 더 이어 가려는 듯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고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역시나 예상한 그대로였다.

뒤로 빠진 크로아티는 빛을 끌어모았다.

위치는 그의 검.

자연스레 그 목표 역시 자명해졌다.

빛의 기둥 소환이었다.

빛이 지닌 특성은 먹히지 않으니 대신 막대한 물리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화아악!

“헛……!”

뭐, 나름 그럴듯한 수라고 볼 수도 있었다.

유형화된 빛이 지니는 파괴력은 틀림없이 강력할 터였다.

충분히 마지막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승부수였다.

구구구구!

“커헉!!”

단, 그 과정에 내가 껴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서.

지금 나와 검을 맞대고 있는 이는 애초에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수비에만 집중해도 버틸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데, 이렇듯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했다.

힘은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꼴사납게 바닥에 처박히는 대가 말이다.

그 방식 또한 매우 간단했다.

인력으로 중심을 흔든 뒤 중력으로 짓누르기만 하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우우우우~!

그래도 그사이, 크로아티의 빛은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전장 한복판에 찬연한 빛의 기둥이 솟아오르는 중이었다.

콰아아아~!

하나, 이 또한 딱히 개의치 않았다.

상대가 빛이라면 나 역시 어둠으로 맞대응하면 그만이었다.

뒤늦은 출발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정령력에 대한 숙련도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나에게는 심연이라는 최고의 서포터까지 함께였으니까.

그우우우웅!!

쿠구구구구!!

그리하여 동시에 완성되었다.

리브나로 백작성의 하늘을 꿰뚫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각각 빛과 어둠의 화신으로서.

마치 신과 악마의 대립을 연상시키는 광경 같달까?

콰우우우우우!!!

그리고 이내 정면으로 충돌했다.

세상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를 내뿜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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