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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62화 (163/200)

98장: 처형(2)

최종 목표 지점 역시 수뇌부 막사 인근이기는 했다.

다만 수뇌부와는 약간 떨어져서 위치하고 있었다.

따라서 소드마스터들의 커버가 다소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기습의 목표 달성이 한결 수월한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법사! 놈이 마법사를 노린다!”

그럼에도 중요도 면에서 수뇌부 막사 못지않은 곳이었다.

전쟁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

대량 살상이 가능한 6서클 대마법사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6서클 대마법사가 오늘 기습의 타깃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물론, 소드마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이지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었다.

6개의 서클은 순식간에 막대한 마력을 뿜어냈다.

더구나 그 숫자는 둘이었다.

현재 제국군 진영 내에 6서클 대마법사만 무려 둘이나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난이도가 쉬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뒤에서 커버를 위해 짓쳐 드는 소드마스터들까지 고려한다면 더더욱.

마법에 아주 살짝이라도 삐끗했다가는 사실상 실패라고 봐도 무방했다.

구구구구~!

콰아아아~!

단, 마법이 완성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하늘에서부터 쏘아져 내려온 카오의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 말인즉슨 우리의 접근 속도 또한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

이미 두 마법사는 영역 안에 들어온 상태였다.

짓누르는 어둠과 휘몰아치는 폭풍의 영역 안에 말이다.

“으읍!”

“이게…….”

삐끗하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었다.

나와 아인한드라의 영역에 들어온 두 대마법사가 맡을 역할이었다.

중력과 바람이 마법사들의 마력 운용을 방해했고, 그럼으로써 마법의 완성을 중단시켰다.

커다란 캐스팅 마법은 시간상 사용이 불가하게 된 것이다.

이미 접근을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파앗!

곧바로 카오의 등을 박차고 올랐다.

그러고는 가까운 곳에 있는 대마법사를 향해 짓쳐 들었다.

“앱솔루트 배리어.”

“퍼펙트 쉴드.”

그렇다고 이대로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아직 두 마법사의 메모라이즈 마법이 남아 있었다.

캐스팅 마법보다 약하다고는 해도 무려 대마법사의 구명절초였다.

가볍게 무시하고 넘길 수준이 못 됐다.

더구나 두 개가 겹쳐지기까지 했고 말이다.

이걸 강제로 뚫으려면 아무래도 약간의 딜레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면, 두 마법사는 그사이에 또 다른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할 터.

자연스레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화르륵~

촤아악~

쉬아아~

이쪽에도 아인한드라가 있기는 하지만, 그의 개입은 어려웠다.

소드마스터들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들의 정령력을 막아야 했다.

불, 물, 바람의 3원소가 먼 거리를 격하여 날아들고 있었다.

샤테이어의 폭풍은 여기에 활용될 수밖에 없었다.

지이이잉!

어찌 됐든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뿐이었다.

일단 두 겹으로 쌓인 방어막을 뚫어 내는 것.

이것을 뚫어야 타깃으로의 접근이 가능했다.

대신 마법사들의 대응이 이어지지 못하도록 최대한 빨리 뚫을 필요가 있었다.

하여 나 또한 지체하지 않고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 올렸다.

그러고는 내리그었다.

지지직…… 콰장창!

당연히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찰나의 저항 직후 방어막들은 그대로 깨져 나갔다.

메모라이즈 마법 정도로는 오러 블레이드에 대항이 불가한 것이다.

다만, 방어막을 강제로 뚫어 내느라 내 돌진 또한 살짝 주춤한 상황이었다.

덕분에 마법사들은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메모라이즈 마법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스스스.

그래서였다.

바로 이 타이밍에 준비해 둔 마지막 수를 꺼내 든 것은.

내 어둠 속에 깃들어 있던 음습한 녀석 하나가 튀어나왔다.

결정적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뱀파이어 퀸, 카밀라였다.

그렇게 깜짝 등장한 카밀라가 깨진 방어막 파편 사이로 타깃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스아아~

속도는 오히려 나 이상이었다.

하여 타깃이 채 인지하기도 전에 그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헉!!”

타깃이 이것을 인지한 시점은 이미 카밀라의 손길이 목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즉, 마법사의 빈약한 신체적 능력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순간인 것이다.

우득!

“커걱……!”

그렇기에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카밀라의 창백한 손이 타깃의 목을 그대로 틀어쥐었다.

그리고 이것으로 끝이었다.

뱀파이어 퀸의 손아귀에 들어온 이상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힘에 못 이겨 눈이 까뒤집힌 채 정신을 잃는 것 말고는.

“크으으…… 울리에르 백작!”

나머지 한 명의 마법사가 기겁하며 타깃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외침뿐이었다.

그 또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 어둠의 인력에 대항하며 제 몸 하나 빼기도 바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카밀라.”

타닷.

내 부름에 카밀라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울리에르라는 마법사를 손아귀에 쥔 채로 나에게 돌아왔다.

여기까지였다.

소드마스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아인한드라가 잠깐 지체시키고야 있다지만, 말 그대로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이 이상은 욕심이고 무리였다.

어차피 6서클 대마법사 하나 확보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었고 말이다.

“아인.”

“알겠다.”

해서 아인한드라까지 불러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퇴각뿐이었기 때문이다.

“카오오~”

마침 한 바퀴 선회한 카오도 돌아온 참이었다.

그렇다면 더 끌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마법사를 넘긴 카밀라는 다시금 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고, 나와 아인한드라는 곧장 카오의 등에 올라탔다.

콰아아아아~!

그리고 이 타이밍에 맞춰 재차 샤테이어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로 인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소드마스터들이 살짝 주춤했다.

동시에 카오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었다.

샤테이어의 폭풍을 타고 힘차게 날아오르는 카오였다.

“날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마법사들은 뭐 하는가? 당장 마법을 쏘지 않고!”

우우우웅~

총사령관의 다급한 명령에 마법사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리하여 끊어졌던 마력이 다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다스 백작, 치라드 백작! 막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카오의 진행 방향 근처로 익숙한 얼굴이 접근 중이었다.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반갑기까지 할 지경인 브루노 다스였다.

수뇌부 막사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두 명의 소드마스터 중 하나가 그였던 것이다.

그가 나머지 한 명의 소드마스터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에게 총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거리가 가까운 그들이 어떻게든 카오의 비행을 막으라는 명령이었다.

“염려 마십시오, 각하!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자 치라드 백작이라는 자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실제로 그의 눈빛에서는 자신감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반면, 브루노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있었다.

않는다기보다는 못 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합했다.

내 눈길을 애써 피하는 중이었으니까.

브루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역시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었고 말이다.

“흐읍!”

“…….”

파앗!

그래서였다.

카오를 향한 도약에 있어서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치라드라는 자는 온 힘을 다해 도약한 반면, 브루노는 다소 애매했다.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당연히 접근 속도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브루노가 다소 뒤처진 상태였다.

사아아아아~

이 점이 결과에 있어서 역시 현격한 차이를 불러왔다.

나는 제국군 진영 전체에 퍼진 당혹과 초조, 혼란의 감정 따위를 그러모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치환시켰다.

한 줄기 거대한 어둠으로.

“……!”

쿠구구구구!!

유형화된 어둠은 탐욕을 숨기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적을 집어삼키고자 곧장 마수를 펼쳐 나갔다.

뜸 들이지 않고 그대로 찍어 눌러 버린 것이다.

콰과과과과!!

“크흡!!”

먼저 짓쳐 든 소드마스터는 당연히 감당하지 못했다.

정령 소드마스터라 해도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이 사실은 지난 전투를 통해 여실히 증명된 바 있었다.

단지 이자가 공명심에 눈이 멀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절로 흘러나오는 고통의 신음은 그 대가라고 할 수 있었다.

지이잉!

드드드드!

다만, 대가가 완벽하지는 못했다.

우선 약간 늦게 도달한 브루노가 보탠 힘이 작용했다.

여전히 태도는 소극적이지만, 그래도 가벼이 무시할 수는 없는 힘이었다.

또한, 충돌 지점이 허공이라는 점 역시 크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현재 날아오르는 카오를 향해 도약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힘을 받쳐 줄 지지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제대로 당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에 끝까지 잠식당하지 않은 채 물러날 수 있었다.

슈우우~

쿠궁!

사실상 그냥 대자로 추락한 셈이지만, 어찌 됐든 목숨은 건진 것이다.

그 옆으로는 끝까지 중심을 뒤로 쭉 빼고 있던 브루노가 안전하게 착지했다.

스윽.

이런 상황에조차 여전히 내 눈을 피하는 브루노였다.

해서 나도 더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이미 나에 대한 깊은 패배감을 가지게 된 자였다.

이제는 시선을 주는 것조차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따로 해야 할 일도 있었다.

사아아아아~

기둥처럼 솟아 있던 어둠을 넓게 퍼뜨렸다.

일종의 장막 형태로 변환시킨 것이다.

그러고는 이것을 아래로 덮어 내려갔다.

카오의 등 위에서 보면 마치 제국군 진영 전체를 덮어 나가는 모양새랄까?

이것으로 우리와 제국군 사이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

기본적인 시야는 물론이거니와 마법과 화살 등 모든 물리력까지.

“카오오오~!!”

단절된 양측이 공유하는 것은 오로지 포효뿐이었다.

창공의 제왕이 내지르는 승리의 포효 말이다.

그렇게 포효만을 남긴 카오는 유유히 하늘을 날아 요새로 돌아왔다.

이것으로 첫인사는 마무리된 셈이었다.

말 그대로 정말 가벼운 인사였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건네는 환영의 인사.

“그럼 난 손님 대접 좀 하고 올게.”

“그래, 다녀와라.”

그리고 그저 인사만으로 끝내기에는 어딘가 섭섭했다.

38만 명씩이나 이끌고 와서 내 집 문을 두드리는 손님이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요새에 아인한드라를 내려 둔 나는 다시 카오를 타고 날아올랐다.

그러고는 창공의 한 지점에 멈춰 섰다.

슈라우드 군은 물론이요, 제국군 전체의 시선이 오롯이 집중될 수 있는 그런 지점이었다.

손님을 대접하기에 가장 적합한 자리라고도 할 수 있었다.

척.

물론 빈손일 리는 없었다.

손님을 대접한다면서 빈손은 예의가 아니었으니까.

일종의 다과상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방금 싱싱한 것으로 한 놈 낚아 온 상태였다.

이것의 목덜미를 틀어쥐고 손님들을 향해 내밀었다.

“으으으……. 헉! 뭐, 뭐야……?”

동시에 싱싱함을 한층 더 돋우고자 잃고 있던 정신까지 깨워 주었다.

이렇게 깨어난 6서클 대마법사 울리에르 백작.

그는 이내 까마득한 상공 한복판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대체…… 커흑!”

이에 발버둥 쳐 봤지만 소용없었다.

목 뒷덜미에 가해지는 극심한 압박에 금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저 제국군 앞에 다시금 비참한 꼴로 내밀어질 뿐이었다.

끄덕.

이로써 준비는 끝났다.

이제 대접을 진행할 차례였다.

우우웅.

하여 요새에 있는 베로카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녀석의 마력이 나와 마법사를 감쌌고, 이에 맞춰 나 또한 입을 열었다.

“슈라우드에 온 것을 환영한다.”

분명 낮게 읊조린 목소리였다.

하나, 이 목소리가 마력을 타고 요새는 물론이거니와 제국군 진영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아주 또렷하고 선명하게.

베로카의 증폭 마법이 테이블을 마련해 준 것이다.

“모처럼 슈라우드에 방문한 그대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주고자 한다.”

나는 이렇게 마련된 테이블 위에 선물을 올려놓았다.

손님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선물이었다.

“부디 그대들 마음에 들기만을 바랄 뿐이다.”

드드득.

“컥! 커거걱……!”

콰드드득.

“끄아아…… 끄아아아아악!!”

콰직!

“켁…….”

박살 난 목뼈와 함께 축 늘어지는 대마법사의 시체.

이것이 내가 건네는 선물이자 청한 적 없는 손님에 대한 대접 방식이었다.

“다시 한번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황제의 개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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