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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48화 (149/200)

87장: 정당성 확보

쐐애액~!

슈아악~!

나를 향해 두 자루의 검이 날아들고 있었다.

한 자루는 찌르기, 다른 한 자루는 베기의 방식임에도 그 속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거의 동시 공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

더구나 이 검격들은 단순히 그 궤적과 속도만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힘은 더했다.

까다로운 수준을 한참 넘어 지극히 위험했다.

그 힘이 지나치게 파괴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두 자루의 검 각각에 오러 블레이드가 덧씌워져 있는 상태였으니까.

즉, 소드마스터 둘의 공격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이다.

파밧.

아무리 나라 해도 제자리에서 이 둘을 동시에 막아 내는 것은 무리가 따랐다.

하여 일단 바닥을 박차며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럼으로써 베기의 범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샤악~ 까가각!!

대신 찌르기에는 직접 검을 들이밀었다.

그리하여 내 심장으로 향하던 검첨의 방향을 왼쪽 어깨 위쪽으로 틀었다.

이것으로 두 검의 공격을 일순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 상황에서 반격은 힘들었다.

나 또한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반격은커녕 되려 자세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야 추가 공격에 대비할 수 있을 터였다.

드드드.

그리고 이에 대한 노림수가 펼쳐졌다.

브루노 다스였다.

그가 대지의 정령력으로 내 발의 착지점 바닥을 솟아오르게 만든 것이다.

비록 직접적인 파괴력은 없지만, 굉장히 효과적인 공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드마스터끼리의 대결에서는 아주 작은 틀어짐 하나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법.

더욱이 난 지금 무려 소드마스터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입장이었다.

틀어짐은 곧 죽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구구구구.

콰드득!

단, 이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경우에만.

나는 완벽한 대응책을 지니고 있었다.

땅바닥이 솟아오른다?

짓눌러서 다시 평평하게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 그 대응책을 실시한 참이었다.

사뿐.

덕분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가뿐한 착지가 가능했다.

나아가 이런 내 착지에 맞춰 추가적인 조치가 더해졌다.

콰앙!

내가 아닌 내 조력자로부터 시행된 조치였다.

원거리에서 타로쉬핸드의 철포가 불을 뿜은 것이다.

타깃은 나에게 찌르기를 시도했던 나머지 하나의 제국 소드마스터.

“칫.”

콰가각~ 터컹!

당연히 타깃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다.

아무리 드워프의 철포라 한들 오러 블레이드를 넘어설 수는 없는 노릇.

대신 소기의 목적만큼은 충분히 달성했다.

스윽~ 척.

찌르기 이후의 공격을 봉쇄함으로써 나에게 시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 틈에 나는 완벽하게 자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급박했던 위기를 별다른 손해 없이 부드럽게 넘긴 셈이었다.

“…….”

이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왕궁 정문에서 전투가 시작된 직후부터 벌써 수십 차례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소드마스터가 적극적으로 몰아붙이지만 타로쉬핸드와 브로든의 서포트에 힘입어 내가 이를 무탈하게 넘기는 상황이 말이다.

그 결과, 전투 시작 후 20분가량이 흐른 현시점까지 정문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도출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변화의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타깃을 브로든이나 타로쉬핸드 쪽으로 바꿔 보기도 하며 브루노 쪽에서 여러 차례 양상 비틀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효과는 보지 못했다.

애초에 내 힘을 둘 중 하나가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둘 중 한 명이 다른 쪽을 노리러 가더라도 내 방해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또, 브로든과 타로쉬핸드가 가만히 앉아서 놀고 있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리하여 정문의 전투 양상은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다.

소드마스터 둘이서 고작 소드마스터 하나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둘을 제압하지 못하는 기묘한 밸런스였다.

나아가 이 밸런스로 인해 전투는 사실상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

이런 양상의 지속은 무의미한 시간 낭비에 불과했다.

“너무 속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접어든 소강상태에서 브루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황제의 애완견이라는 내 도발에 적잖이 발끈했던 그였다.

해서 앞뒤 재지 않고 곧장 달려들기까지 했었다.

한데, 지금 그의 목소리와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되려 비릿한 여유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대놓고 시간만 끌어 대니 도저히 모른 척해 줄 수가 없을 지경이야. 여기에 나를 붙잡아 둔다고 해서 국왕 탈취가 가능하리라고 보는 건가?”

“집무실에 만반의 준비라도 해 둔 모양이오?”

“그럼, 이리 뻔하게 나오는데 대비를 해 두지 않았으려고? 아마 곧 소식이 전해져 올 것이다. 집무실 상황은 모두 정리됐고, 국왕 탈취는 실패했다고 말이야.”

“…….”

그때였다.

“백작님!”

정문 성벽 위에서 브루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르로이 발터우스의 것이었다.

“소식이 도착했나 보군. 그럼 같이 한번 들어 볼까? 왕녀의 계획이 얼마나 처참하게…….”

“큰일났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단 소식을 전하는 르로이의 목소리부터가 그러했다.

그것은 당황과 다급함 따위로 점철된 상태였다.

“뭐?”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당장 집무실로 복귀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이요!”

그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이 또한 브루노의 기대와 정반대였다.

집무실 상황이 정리되기는커녕 1왕자 쪽에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당장 브루노의 복귀를 재촉할 만큼 아주 급박하게.

“대체……?”

“간단하니 헷갈릴 것 없소. 왕녀님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어 가고 있다는 의미니까.”

이것이 뜻하는 바는 명료했다.

단지 브루노가 일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는 것일 뿐.

하여 나는 친절하게 그 뜻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지이이잉!

사아아아~

그와 동시에 힘을 끌어 올렸다.

오러 블레이드는 물론이고 어둠의 정령력까지, 내가 지닌 것 전부를 단숨에.

“또, 지금부터 내가 당신을 더 철저하게 물고 늘어질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 * *

“막아! 저놈들 막으라고!!”

커다란 코함이 집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1왕자 크리스토퍼의 고함이었다.

그 크기와 내용만큼이나 다급함이 물씬 묻어나는 고함이기도 했다.

“쭈뼛쭈뼛 대지 말고 달려들란 말이다, 이 버러지들아!”

자신의 기사들에게 막말까지 쏟아 내는 크리스토퍼였다.

하나, 이것을 마냥 그의 저열한 천성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만큼 현재 집무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크리스토퍼에게 좋지 못한 쪽으로, 아주 심각하게.

“저놈들이 아바마마를 빼 가려 하지 않느냐! 가만히 있지만 말고 어서 달려들란 말이다! 가서 아바마마를 되찾아와!!”

에릭스가 오브리가 국왕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집무실 출구로 향하는 중이었다.

기사 둘과 함께 국왕을 둘러싼 채로 천천히, 그러나 한 걸음씩 확실하게 말이다.

물론 크리스토퍼의 기사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기는 했다.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모양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는 조금도 저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흐아압!”

슈아악~

서걱!

“커헉!!”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에릭스의 검.

크리스토퍼의 기사들은 이 검이 긋는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시도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결과는 지금 보이는 바와 같았다.

막 시체가 된 기사처럼 에릭스의 검에 무참히 죽어 나갈 뿐이었다.

“이이익!! 뭐 하는 거냐, 케인! 이번에도 멍하니 있다가 그냥 보내 줄 생각인 거냐? 간만 보지 말고 빨리 막으란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예외는 존재했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케인 타리우드였다.

그나마 그가 유일하게 힘을 쓰고 있었다.

에릭스 일행의 걸음 속도가 더딘 것도 케인의 존재 때문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경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아무리 케인이 검의 천재라 해도 혼자서 소드마스터를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원래라면 그 또한 다른 기사들처럼 일검에 나가떨어지고 말았을 터.

그나마 에릭스가 부상 중이라는 점이 케인의 분전을 가능케 해 주는 것뿐이었다.

그마저도 앞선 몇 차례 충돌 과정에서 케인 역시 충격을 입은 상태였고 말이다.

문제는 크리스토퍼가 이런 점까지 고려해 줄 만큼 사려 깊지 못하다는 점이었지만.

파앗!

콰가각!

크리스토퍼의 재촉에 따라 케인이 다시금 짓쳐 들었다.

그리하여 에릭스와 정면충돌했다.

콰가가각!

“크으……!”

하지만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케인은 끝내 에릭스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단순히 무게에서 그치지 않았다.

화르륵~

“크흡!!”

후우웅~

콰과광!!

화염의 힘까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속절없이 밀려났으며, 끝내 집무실 벽에 처박히고 마는 케인이었다.

이로써 그는 사실상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다.

비틀.

그래도 케인의 노력이 아주 헛된 것은 아니었다.

에릭스 또한 적잖이 무리한 상태였다.

이 점이 케인을 떨쳐 낸 직후의 비틀거림으로 드러났다.

“봐라, 저자도 지금 지쳤어. 한계라고! 동시에 달려들어! 한꺼번에 달려들면 처치할 수 있어!”

이에 크리스토퍼의 고함이 한층 더 커졌다.

동시에 에릭스 일행을 둘러싼 기사들의 눈빛 역시 예리해졌다.

“백작님!”

“……괜찮다. 나는 괜찮으니 전하를 모시는 데 집중하도록.”

그러나 아직이었다.

에릭스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흔들리던 몸을 바로 잡으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우우우웅~

화르르륵~

“지금부터는 전속력으로 뚫고 나간다.”

오러와 정령력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린 것이다.

그러고는 전력 돌파를 선언했다.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케인을 방금 치운 참이었다.

더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화아악~!

“피, 피해!”

콰과과광!!

선언 직후는 곧바로 실행이었다.

에릭스의 힘이 출구를 가로막고 있던 기사들에게로 뿌려졌다.

아무리 그가 약해진 상태라 한들 일반 기사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위력이었다.

결국, 황급히 피하며 길을 내주고야 마는 기사들.

“뒤는 맡기마, 카밀라. 가자!”

두두두두.

에릭스 일행이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금세 집무실 밖으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당연히 오브리가 국왕과 함께 말이다.

“안 돼! 잡아!!”

이에 크리스토퍼가 발악했으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기사들 또한 재빨리 추격에 나섰다.

아니, 나서려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스스스.

한 인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창백하고 가냘프기 그지없는 한 여성의 인영.

에릭스로부터 카밀라라고 불린 이 인영이 홀로 출구를 막고 선 것이다.

우뚝.

전적으로 이 때문이었다.

추격에 나서려던 기사들이 일제히 우뚝 멈춰 선 것은.

극도로 연약해 보이는 여자 하나 때문에 기사들의 추격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었다.

“이이익!”

그럼에도 이번에는 크리스토퍼조차 기사들을 닦달하지 못했다.

그 역시 빤히 목격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가냘파 보이는 저 요물이 방금까지 제국의 소드마스터를 홀로 상대했다는 사실을.

“공! 어서 저년을 좀 치워 주시오. 그래야 우리가 저놈들을 쫓을 수 있단 말이오.”

“으으음…….”

심지어 그냥 상대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경악스럽게도 역으로 몰아붙이던 중이었다.

크리스토퍼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선뜻 달려들지 못하는 소드마스터가 그 방증이었다.

“……어렵습니다.”

카밀라가 쥐고 있는 시커먼 검과 그 검을 타고 퍼져 나오는 검붉은 피의 강기.

제국의 소드마스터는 이것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살짝만 베여도 지독한 독이 침투해 버리니 도무지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생채기가 난 왼쪽 팔뚝 부근은 이미 시꺼멓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기르단 백작!!”

크리스토퍼가 기껏 감춰 온 이름까지 언급하며 재촉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기르단 백작이라 불린 소드마스터는 가만히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이럴 수는 없소. 이러면 결국 황제 폐하의 계획도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 거요! 하니 당장…….”

스아아아아~!

이에 크리스토퍼가 아이단 황제까지 언급하며 재차 강하게 압박하려던 찰나였다.

그런 그의 입을 강제로 다물게 만드는 기제가 등장했다.

예의 그 강기였다.

음산하고도 음험한 피의 강기.

그것이 카밀라의 검을 타고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그럼으로써 집무실 내부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누구 하나 감히 허튼 생각을 품을 수 없도록.

“아…….”

잠시 후, 크리스토퍼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시야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에릭스와 국왕의 흐릿한 등을.

그리고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멀어져 가는 여왕의 또렷한 뒷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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