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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47화 (148/200)

86장: 대륙에 퍼질 새로운 이름들

지이잉!

콰과광!!

“큽……!”

위험했다.

정말 위험천만한 일격이었다.

가까스로 버텨 내기는 했지만 자칫하면 어깨를 내줄 뻔했다.

더구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슈아악~!

버텨 내기는 했어도 방금 일격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진 다이너였다.

그런 그를 향해 가차 없는 이격째가 날아들고 있었다.

열세인 검술만으로 이것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드드드드.

대신 다이너에게는 검술 이외의 힘이 존재했다.

다이너는 지체없이 이것을 시전했다.

그러자 땅바닥이 다이너와 적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으며 솟아올랐다.

퍼서석!

파바밧.

갑자기 솟아오른 땅바닥에 상대가 운신을 방해받는 사이, 다이너는 필사의 뒷걸음질을 감행했다.

그리하여 간발의 차로 상대의 칼끝을 피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간발의 차였다.

상대의 검은 솟아오른 땅바닥을 무슨 종이쪼가리처럼 반으로 갈라 버렸다.

그걸로도 모자라 다이너의 흉갑마저 가뿐하게 파고들었다.

이것이 육신을 파고들기 직전 가까스로 벗어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황천길을 걷게 될 뻔했다.

“하아, 하아, 하아,”

이렇게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다이너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금의 위기를 벗어나기까지 그는 숨 한번 마음대로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극한까지 몰렸던 다이너였다.

육체적으로 한계에 도달했음은 굳이 말로 할 필요조차 없었다.

“왜, 힘들어 죽겠나?”

“하아, 하아, 하아.”

“여길 내 사지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때 그 패기는 어디로 갔지? 아니면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다이너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적, 어딘손이 이죽거렸다.

확실히 이죽거릴 만한 상황이기는 했다.

대결 시작 전, 다이너가 던진 한마디는 그만큼 인상적이었으니까.

무려 소드마스터를 향한 사형선고였다.

광오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한마디인 것이다.

“하아, 하아……, 후우, 후읍. 그래, 분명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생각이 좀 바뀐 모양이지?”

“바뀌었다기보다는 널 반드시 막아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겠어?”

그랬다.

처음부터 어딘손을 일대일로 이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물론 그럴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기는 할 터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못했다.

다이너가 아무리 최상급의 끝자락이라 하나 아직은 소드 익스퍼트의 테두리 내였다.

이런 그가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승리한다?

그것은 꿈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판타지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 간신히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봐야 했다.

사실 그냥 감지덕지한 수준도 아니었다.

그 수준을 아득히 지나쳤다.

소드 익스퍼트가 소드마스터를 상대로 버텨 내는 중이었다.

간신히든 간발의 차든 뭐든지 간에 상관없었다.

일단 어떻게든 버티며 막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둘도 없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각의 요소들이 빚어내는 환상적인 시너지 덕에 가능한 기적이었다.

최상급의 끝자락에 도달한 다이너의 경지, 단단함에 특화된 대지의 정령력, 그리고 라이오넬이 맡기고 간 여정의 완벽함까지, 현재 다이너가 갖추고 있는 최상의 요소들 말이다.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혼합하며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완성되지 않은 오러로 완성된 오러 블레이드에 맞설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전장의 절대자인 어딘손을 다이너에게 묶어 두는 중이었다.

어찌 보면 기적이라는 말로도 한참 부족할 지경이었다.

“명색이 기사라는 놈이 한 입 가지고 두말을 하는군.”

“뭐 어때? 명색이 소드마스터라는 놈이 겁을 집어먹고 꽁무니나 내빼는 판국인데, 기사가 말 좀 바꿨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까?”

빠직.

“네놈 정녕…….”

“이런 욕 먹기 싫었으면 애초에 야비하게 굴지 말았어야지. 안 그래, 겁쟁이?”

빠지직.

파앗!

지이이잉!

스아악~!

“흡!!”

콰과과광!!

“크으…….”

스악! 슈악! 슈아악!

콰강! 콰광! 콰과과광!!

“크으읍……!!”

물론 기적에도 상한선은 존재했다.

주지했다시피 이긴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장은 죽지 않고 붙잡아두는 것만으로도 진짜 죽을 맛이었다.

여정에 오러를 담고 그 위에 대지의 정령력까지 덧씌웠지만, 고작 버텨 내는 것이 다였다.

정확히는 버텨 낸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충돌의 매 순간순간이 깨져나갈 듯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일검 일검에 다이너의 육신과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만 했다.

쿠과과광!!

“우웨엑! 쿨럭, 쿨럭.”

결국, 울혈을 토해 내고 말았다.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하여 소드마스터를 억지로 붙잡아 둔 대가였다.

“이제 그 더러운 입도 놀리기 어려운 모양이구나.”

“쿨럭, 쿨럭.”

“네놈은 감히 짐에게 너무 많은 모욕을 주었어. 그 죄를 다 갚기 전까지는 쉽게 죽지도 못할 거야. 산 채로 잡아 천천히 살결을 포 떠 줄 작정이거든.”

스아악!

쿠과과과광!!

“컥…….”

부들부들.

온몸이 덜덜 떨렸다.

입에서는 죽은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는 기껏해야 두어 방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솔직히 이대로면 그 끝이 훤히 보였다.

씨익.

“웃어?”

그럼에도 다이너는 웃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도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린 것이다.

“쿨럭, 성공…… 쿨럭, 했거든.”

단, 이는 억지 미소가 아니었다.

스스로 낸 성과에 대한 만족의 미소였다.

다이너는 결국 성공했다.

유의미한 시점까지 어딘손을 묶어 두는 일 말이다.

“부군단장님, 괜찮으십니까?”

다이너는 끝내 그 시점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들려오는 바비의 목소리가 그 증거였다.

바비가 그리핀 군단 제1 천인대를 이끌고 거리를 좁혀 오는 중이었다.

비단 바비와 그리핀 군단만이 아니었다.

“다이너 경, 우리가 왔네.”

샤코 그레이엄 후작이 이끄는 서부군 기사단과 마법사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어딘손이 묶여 있는 사이 전세를 역전시켰다.

해적왕이 부재한 해적들은 어차피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현재는 혼비백산하여 역으로 휩쓸려가고 있는 해적들이었다.

특히 저 멀리 레몬드를 필두로 한 그리핀 군단 제2 천인대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이렇듯 전투 양상은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슈라우드 군의 주요 전력들이 이제 이쪽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고작 저들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쿨럭, 쿨럭. 퉷! 허세 쿨럭, 부리기는. 포위되면 너도, 쿨럭, 좋을 게 없을 텐데?”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어딘손은 완벽한 절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는 다이너가 존재했다.

이 와중에 포위된다면 물러나지도 못하고 오러와 마법의 집중포화를 받을지도 모르는 노릇.

그러다 힘이 소진되기라도 하면 그때는 아무리 소드마스터라 해도 별수 없었다.

그대로 제압되는 수밖에.

“…….”

당연히 어딘손도 인지하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천성이 비겁한 그였다.

혹시 모를 위험이나 손해 같은 것을 감수할 리 만무했다.

“네놈, 다이너 브란부르크라고 했나?”

“쿨럭, 그런데?”

“두고 보자, 다이너 브란부르크. 네놈의 살과 뼈는 짐이 친히 발라 물고기 밥으로 던져 주고야 말 것이니.”

빙글.

타다닷.

이윽고 몸을 돌리는 그였다.

그러고는 곧장 멀어져 갔다.

두고 보라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로.

오늘 전투, 결국 승리한 것이다.

다이너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친 활약에 힘입어서.

비틀.

“부군단장님.”

“다이너 경.”

그래서였다.

다이너가 정신을 잃어 가면서도 입가에 걸린 미소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 * *

에릭스가 왕궁 복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걸음걸이는 다소 절뚝이는 모양새였다.

상처 입은 옆구리 때문이었다.

브루노 다스에게 일격을 허용한 부위가 영 편치 못한 것이다.

사실 편치 못하다 정도로 얼버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통이라면 걷지도 못할 만큼 위중한 상처였다.

그나마 에릭스이기에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 봐야 했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극한의 고통을 극복 중인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에릭스가 움직일 수 있는 데에는 한 가지 요소가 더 작용하고 있었다.

스스스.

“어……?”

콰득!

복도에 배치된 1왕자 측 병력을 앞장서서 정리해 주는 어떤 손길이었다.

안개화 상태로 은밀하게 접근해 순식간에 목을 꺾어 버리는 창백한 손길.

바로 뱀파이어 퀸이자 라이오넬의 종속인 카밀라였다.

그녀가 일행이 나아가는 길을 깔끔하게 닦아 놓고 있었다.

이 덕에 에릭스가 무리 없이 국왕 집무실로 향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전적으로 카밀라의 공이었다.

브루노 다스와 소드마스터 하나가 집무실을 빠져나간 지금 이 타이밍 말이다.

이들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카밀라가 알려 오자마자 일행은 곧바로 집무실로 출발했다.

그리고 방금 카밀라가 집무실까지 가는 길에 배치된 마지막 병력을 처리한 참이었다.

이로써 에릭스 일행은 국왕 집무실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백작님?”

“괜찮으니 난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럼 곧바로 시작한다. 다시 한번 부탁하마, 카밀라.”

끄덕.

지체하지 않았다.

곧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스스스스.

스타트는 이번에도 역시 카밀라였다.

그녀가 집무실 입구의 기사를 향해 접근했다.

콰득!

그리고 마찬가지로 단숨에 목을 꺾어 버렸다.

기사라 해도 뱀파이어 퀸의 손속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만, 앞선 상황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웬 놈이냐!”

“침입자다!!”

앞서와는 달리 그 수가 많았다.

하여 발각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스아아~

촤르륵! 서걱!

물론, 침입을 알린 자들은 무사하지 못했다.

카밀라의 혈조에 그대로 절명했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 셈이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 일행을 맞이하는 서슬 퍼런 기세들이 그 방증이었다.

“이게 누구야? 에릭스 브란부르크 백작 아니시오?”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1왕자 크리스토퍼의 이죽거림.

에릭스의 얼굴을 알아본 그가 곧장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어쩐지 라이오넬 그놈이 너무 요란하게 등장하더란 말이지.”

크리스토퍼는 이미 레나의 노림수를 간파한 상태였다.

그의 이죽거림은 이 점에 기반하고 있었다.

“정문으로 시선을 끌어 놓고 그 틈에 아바마마를 확보하겠다? 나 이거야 원, 누굴 바보로 아나. 훤히 보이는 이런 저급한 짓거리에 속아 넘어가 줄 거라고 기대한 건가, 레나 그년은?”

그의 말대로였다.

이건 너무 뻔했다.

그 의도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비 또한 마쳐 둔 크리스토퍼였다.

현재 집무실에 있는 기사 수야 케인 타리우드를 포함해서 10명밖에 안 되지만, 이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내 앞에 무릎 꿇는 게 어떻겠소, 백작? 하면 목숨은 보전해 주지. 백작의 실력도 있고 하니 언젠가는 중용해 줄 수도 있고 말이야.”

“…….”

“왜, 못 하겠소? 흐음, 기왕이면 고집부리지 말고 꿇는 게 좋을 텐데. 여기서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공, 안 그렇소이까?”

중요한 것은 지금 막 크리스토퍼의 시선이 향한 곳에 있었다.

안 그렇냐는 질문과 함께 왼편으로 돌아간 그의 고개,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정체불명의 한 인물.

핵심은 바로 이 인물이었다.

지이잉!

이 인물은 시간을 끌지 않았다.

곧바로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마지막 경고를 던져 왔다.

“왕자님 말씀대로 하는 게 좋을 거요. 일단 검을 섞기 시작하면 난 부상자라고 해서 봐줄 생각 없으니.”

에릭스의 부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브루노 다스가 이야기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처럼 자신만만한 것이기도 할 터였다.

부상 당한 반쪽짜리 소드마스터와 온전하고 쌩쌩한 소드마스터의 대결.

누가 봐도 결과는 뻔했다.

더욱이 뒤를 받쳐 주는 기사의 수도 크리스토퍼 쪽이 압도적이었고 말이다.

어떻게 따져 봐도 절대 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스릉.

“멍청한 선택을 하는군.”

“글쎄.”

“그 몸으로 나를 상대하는 게 가능하리라 보는 거요?”

“충분히.”

단, 이는 어디까지나 크리스토퍼 쪽의 계산이었다.

계획을 수립한 레나와 그것을 이행 중인 에릭스의 계산은 달랐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검을 빼든 에릭스였다.

“내가 할 게 아니거든.”

“……?”

“그녀가 한다.”

스아아아~!

“무슨……!!”

샤앗.

콰가가각!

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대륙에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이는 음험하고도 음산한 피의 강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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