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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43화 (144/200)

82장: 라이오넬의 사람들(2)

오늘은 웬일로 문이 열려 있었다.

마침 지키는 문지기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냥 들어가려 했다.

“뭐지, 드워프?”

그렇게 문 너머로 걸음을 내디뎠을 때, 안쪽에서 다급하게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 것으로 보아 아마도 새로운 문지기인 모양.

그런 문지기가 뭐냐고 물어 왔다.

하여 가볍게 답을 주었다.

“나? 난 블랙핸드 일족의 타로쉬핸드다.”

“누가 네 이름 따위를 물었나?”

하지만 문지기가 원하는 것은 타로쉬핸드의 이름이 아니었다.

이에 그가 재차 질문을 던져 왔다.

“목적을 밝히라는 거다, 목적을. 왜 여기서 어슬렁거리는 거지?”

“어슬렁거려? 난 안으로 들어가려는 거다, 인간.”

“안으로 들어가? 노예 주제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군.”

그런데 문지기의 어조가 심히 공격적이었다.

아예 업신여기는 태도까지 대놓고 드러냈다.

“노예?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그럼, 네놈 말고 여기 노예가 누가 있지?”

“…….”

“그리고 뭐? 감히 인간도 못 되는 모자란 아인종 노예 따위가 왕궁을, 그것도 정문으로 들어와?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구나.”

이상했다.

이런 응대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여 타로쉬핸드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인가?”

“하, 이거야 원. 나야말로 묻고 싶은 말이다, 드워프. 노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모양인데, 주인이 누구지? 아니면 지나치게 받다가 아예 돌아 버린 건가?”

“뭔데, 가스? 대충 돌려보내라니까, 왜 이렇게 꾸물대?”

그때, 안쪽에서 다른 인간이 하나 더 나왔다.

그리고 이 인간 또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왜긴? 웬 드워프 노예 하나가 귀찮게 하니까 그렇지. 이놈 이거 안으로 들어가겠다는데?”

“드워프 노예 따위가 정문으로? 미친 건가?”

“봐 봐, 그렇다니까? 내가 꾸물댄 게 아니라, 이 미친놈이 성가시게 군거라고.”

“그게 꾸물댄 거지 뭐야? 그냥 쫓아내면 될 걸 뭐 하러 미친놈을 상대해 주고 있는데?”

타로쉬핸드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런 노예로 보며 업신여길 뿐이었다.

그래서였다.

덥석.

타로쉬핸드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등에 멘 그의 애부 스룬팅을 쥐었다.

후우우웅~!

그러고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휘둘렀다.

첫 번째 문지기 놈의 대가리를 향해.

“어……?”

이에 놈은 대응하지 못했다.

그저 얼빠진 반응만을 보일 뿐.

퍼석!!

그 대가는 비싸고 참혹했다.

수박 터지듯 터져 나간 대가리였으니까.

“무슨……!!”

당연히 뒤늦게 나온 인간 놈은 대경하며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검을 빼 들 것이 아니라 재빨리 줄행랑쳤어야 했다.

곧바로 짓쳐 드는 타로쉬핸드의 도끼질로부터 살아남고 싶었다면 말이다.

후우우웅~!

콰가각~ 챙강!

“허억……!”

퍼걱!!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결국 같은 상황의 반복으로 귀결되었다.

인간의 조잡한 검과 실력은 타로쉬핸드의 도끼질을 버텨 낼 수 없었다.

스룬팅을 막은 검은 곧바로 두 동강 났으며, 이어서 인간의 대가리는 다시 한번 터져 나갔다.

그리하여 정문 상황은 순식간에 종결되었다.

“별것도 아닌 인간 주제에 입만 살아서는.”

저벅저벅.

그렇게 두 문지기를 처리한 타로쉬핸드는 원래 목적을 계속 이어 나갔다.

레나를 만나기 위해 왕궁 안으로 들어가던 참이었다.

그럼에도 슈라우드 왕궁 정문 문지기를 둘이나 쳐죽인 것이다.

사고도 이런 대형사고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막무가내로 벌인 짓은 아니었다.

두 문지기의 대가리를 박살 낸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타로쉬핸드와 드워프 일족에 대한 모욕.

둘은 타로쉬핸드가 드워프라는 사실만으로 노예 취급을 했다.

명예를 중시하는 타로쉬핸드에게 이는 둘도 없는 모욕이었다.

따라서 대가리를 깨뜨린 것은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타로쉬핸드 입장에서는 그러했다.

다만, 타로쉬핸드도 바보는 아니었다.

인간 사회가 돌아가는 구조를 모를 리 만무했다.

방금 그가 벌인 일이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정도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인간들은 분명 대노하여 타로쉬핸드를 잡아들이고자 할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타로쉬핸드가 보기에 정상적인 경우와 거리가 멀었다.

비정상적이고 이상했다.

타로쉬핸드가 이곳을 한두 번 들락날락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반년간 데파이 스토스 집에 머물며 수시로 왔다 갔다 했다.

왕녀인 레나와 드워프의 새로운 정착지를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만큼 왕궁 문지기들 사이에서 타로쉬핸드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여기에 레나의 엄명까지 더해지며 그간 그는 정문 프리패스였다.

당연히 그를 함부로 대하는 문지기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방금 그것들이 전부 깨져 나갔다.

타로쉬핸드의 입궁을 가로막은 것은 물론이요, 그의 정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더욱이 그를 노예 취급하며 함부로 대하기까지 했다.

지난 반년을 생각하면 이는 분명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또, 뒤늦게 나온 두 번째 인간의 몸에는 미세하게 핏자국이 튀어 있었다.

이것이 타로쉬핸드의 판단과 결심을 완전히 굳혀 주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대가리를 깨부숴 버린 것이다.

물론, 타로쉬핸드의 판단이 틀린 것일 수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우연의 우연이 겹친 경우일지도 몰랐다.

하나, 거기까지는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그 경우에는 그냥 쿨하게 인정하고 라이오넬과 레나에게 뒷일을 맡길 생각이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다만, 그런 불상사까지는 가정할 필요 없을 듯했다.

안으로 들어온 타로쉬핸드의 눈에 보이는 광경 때문이었다.

“웬 놈이냐?”

안쪽은 왕궁답지 않게 완전히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핏자국이 흩뿌려진 상태였다.

핏자국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시체들 또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개중에는 타로쉬핸드에게 낯익은 얼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그리고 이 낯익은 시체들을 대충 치우는 중인 일단의 병력까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뭐야 저거? 드워프?”

“드워프가 여기 왜 있어?”

“가스하고 쿠지는? 둘이 나간 거 아니었어?”

덥석.

이걸로 추측은 95% 이상 확실해졌다.

왕궁 내부에 무언가 변고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타로쉬핸드는 다시금 스룬팅을 쥐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후웅~ 화아악~ 후우웅~

쿠웅! 콰광! 퍼걱! 콰과광!

이번에는 고작 두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병력의 수가 13명이었다.

최소한 이들 숫자만큼은 휘둘러 갔다.

“커헉!”

“크헥!”

“케켁!!”

대다수가 도끼질 한 번을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고 픽픽 쓰러졌다.

기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두세 번 정도 넘기기는 했으나, 그래 봤자였다.

종국에 어디 한 군데가 쪼개지는 것은 일반 병력과 다를 바 없었다.

인간 기사 기준으로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달하는 타로쉬핸드였다.

웬만한 인간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으라차차!”

퍼걱!!

“끄륵……!”

그나마 최후까지 남은 기사 하나가 좀 버티는 듯했으나, 어차피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결국, 이 기사의 대가리까지 깨부숨으로써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오호?”

이렇게 정문 인근을 깔끔하게 정리한 직후였다.

전멸한 병력을 대신하여 정문으로 다가오는 이들이 있었다.

단, 이번에는 적이 아니었다.

개중에 반가운 얼굴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레나 왕녀, 그렇지 않아도 찾으러 들어가려던 참인데, 마침 알아서 나와 주는군.”

타로쉬핸드의 방문 목적이던 레나 왕녀였다.

그녀가 일행과 함께 이쪽을 향해 접근해 오던 중인 것이다.

“타로쉬핸드!!”

타로쉬핸드를 알아본 레나가 곧장 속도를 높였다.

역시나 짐작대로였다.

현재 진행 중인 왕궁 내의 변고는 레나 쪽에 매우 좋지 못한 방향인 것이 분명했다.

안도와 반가움의 기색으로 가득한 레나의 표정이 그 방증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가 합류하여 레나를 지켜 주기만 하면…….

파앗.

휘리릭~

“이런!! 왕녀 조심…….”

스릉.

“……!”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 방심하고 말았다.

이 방심의 대가는 레나의 목에 겨눠진 한 자루의 검이었고 말이다.

* * *

‘후우, 다행이다.’

에치오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타로쉬핸드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를 무겁게 짓누르던 중압감으로부터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감에 매달려 있던 왕녀의 운명.

이것이 주는 압도적인 중압감 말이다.

‘심장 쫄려 뒤지는 줄 알았네.’

물론 에치오가 스스로의 감을 믿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지옥 같던 전쟁터에서도 그의 목숨을 끈질기게 연명시켜 준 감이었다.

믿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다.

다만, 부담감에 짓눌리는 것 역시 너무나도 당연했다.

아까 리넨이라는 기사가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상황에 정문을 선택하는 것은 솔직히 미친 짓이었다.

그럼에도 일말의 의구심조차 품지 않는 레나였다.

그녀는 전적으로 에치오의 감을 믿어 주었다.

어쩌면 감의 주인인 에치오 본인보다도 더.

이러니 에치오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한없이 증폭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타로쉬핸드면 더는 걱정할 필요 없겠지. 딱히 느껴지는 것도 없고.’

그랬던 것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타로쉬핸드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했다.

남부에서 이곳까지 함께 오는 여정 동안 수차례 확인한 바 있었다.

또, 정문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래 에치오의 감도 더는 울리지 않는 상태였다.

이만하면 마음을 놓아도 될 듯싶었다.

파앗.

휘리릭~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바람처럼 에치오의 옆을 스쳐 가는 정체불명의 무언가까지.

“이런!! 왕녀 조심…….”

스릉.

정면에 있던 타로쉬핸드가 경고를 보내왔지만, 이미 늦었다.

에치오를 스쳐 지나간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벌써 레나를 사로잡은 뒤였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왕녀님.”

웬 기사였다.

갑자기 일행 사이로 난입한 웬 기사 하나가 레나의 목에 검을 겨눈 것이다.

“……!!”

모두의 얼굴이 경악과 좌절로 물들어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 온 참이었다.

이대로 타로쉬핸드와 합류한 뒤 안전하게 정문으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정말 딱 그것만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마지막 순간에 이렇듯 전부 틀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느끼지 못했는데.’

특히 에치오가 받은 충격은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한데, 그 길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레나와 일행의 전적인 믿음을 완전히 져 버린 채로 말이다.

잠시 내려놓았던 책임감과 부담감.

그것이 막대한 죄책감으로 전환되어 에치오를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 * *

품속에 보관 중이던 아티팩트가 울린 직후, 다이너에게 뒷일을 맡긴 나는 곧바로 카오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단 한 순간의 휴식도 없이 왕도를 향해 날았다.

그럼으로써 결국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카디즈 군도부터 슈라우드 왕도까지의 거리를 고작 사흘 만에 주파해 버린 것이다.

전적으로 카오의 말도 안 되는 힘과 지구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고생한 카오를 왕도 인근에서 쉬게 하고는 나는 곧장 왕도로 잠입했다.

잠입 직후 직행한 곳은 왕도 서부의 민가 밀집 지역.

왕도 내 평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이곳에서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주택 앞이었다.

똑똑, 똑똑똑, 똑, 똑똑똑.

그런 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문을 두드렸다.

달칵.

그러자 문 중간에 달린 자그마한 틈이 살짝 열렸다.

나는 이 틈을 향해 로브로 가렸던 얼굴을 내비쳤다.

“라이오넬 경……!”

잠시 후, 집안으로 들어선 나는 지하로 연결된 기다란 통로를 걸었다.

이곳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은밀하게 마련해 둔 왕도 내 안가였다.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상했던 것이다.

당연히 예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제국이 다른 왕국에 벌인 수작들도 그렇거니와, 회귀 전의 내 경험도 있었으니까.

단지, 그 시기의 특정이 어려워 대비만 해 두었을 뿐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 또한 회귀 전보다 무려 3년이나 빨랐고 말이다.

이윽고 도달한 통로의 끝.

그 끝에는 문이 하나 있었다.

내 사람들 모두 이 문 너머에 있을 터였다.

있어야 했다.

모두가 무사한 모습으로.

덜컥.

“일단 왕궁 내부 소식을……, 라이?”

“어어어? 라이!”

“라이 경!!”

내 사람들 대부분이 보였다.

단 한 명만을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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