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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25화 (126/200)

71장: 역공(2)

‘저 녀석인가 보군, 반가면 라트라는 놈이.’

이곳은 테네시아 왕국 1왕자와 2왕자의 내전이 한창인 현장.

로만 제국의 비콰이어 브레스 백작은 한 용병을 보며 상기했다.

쉼 없이 단검을 던져 대는 저놈이 오늘 비콰이어 본인의 목표물이라는 사실을.

‘흠, 투척 뒤 회수되는 단검이라니, 특이하긴 하군. 역시 아티팩트려나?’

원래라면 지난 보토 성 전투를 끝으로 사실상 종결됐어야 할 내전이었다.

그랬기에 이후로는 제국도 딱히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저 라트라는 놈이 갑작스러운 변수로 등장했다.

그러고는 흐름을 크레이그 왕자 쪽으로 역전시켜 왔다.

제국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말이다.

다만, 이런 흐름이 꼭 제국에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더 좋았다.

이 흐름은 볼티너 왕자를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몰리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제국은 그런 볼티너로부터 더 많은 것들을 뜯어낼 수 있게 됐다.

비단 제국만이 아니었다.

비콰이어 개인적으로도 그러했다.

그는 저 반가면 용병의 처리를 이유로 비밀리에 파견된 상태였다.

단, 이는 공짜와 거리가 멀었다.

소드마스터씩이나 되는 인물이 타국에서 진행되는 더러운 임무에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나설 리 만무했다.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게 아닌 한은 말이다.

비콰이어는 이번 임무 달성 시 정령석의 최우선순위 지급을 약속받았다.

라이오넬 라인하트의 행보 때문에 정령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소드마스터들 간에도 이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황제로부터 정령석의 최우선 지급을 약속받는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할 만했다.

‘뭐가 됐든 상관없지. 어차피 처리에는 딱히 문제없을 듯하니. 오래 걸리지도 않을 테고.’

본격적으로 임무에 나서기 전 잠시 라트라는 놈을 관찰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만하면 처리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오러 실린 단검 투척이라는 것이 확실히 기사들에게 까다로울 만은 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 테니까.

그러나 이 까다로움이 비콰이어에게까지 적용되지는 못했다.

소드마스터인 그에게는 하찮은 잡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임무가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결과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파앗!

비콰이어가 본격적인 장사 개시를 위해 발을 굴렀다.

그리하여 폭발적인 속도로 나아갔다.

본인이 처한 위기는 짐작 못 한 채 전장을 휘젓고 있는 용병을 향해.

우우웅~

짓쳐 듦과 동시에 검에 오러를 실었다.

굳이 소드마스터라는 사실을 드러내 괜한 의심을 살 필요는 없었다.

또,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 역시 없었다.

일개 용병 따위에 오러 블레이드는 과분했다.

오러면 충분했다.

소드마스터의 오러는 소드 익스퍼트의 그것과 격이 다르기도 하고 말이다.

“……!”

이쯤 되니 상대도 비콰이어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시선이 똑바로 마주쳤다.

슈아악~!

그러나 소용없었다.

비콰이어의 검격은 이미 라트를 향해 쏟아져 내리는 중이었다.

피하기에는 많이 늦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리고 그 결과야 어차피 뻔했다.

라트의 입장에서 죽이 될 수밖에 없을 터.

소드마스터의 일격이란 그런 것이었다.

카강!!

“으음……? 막아?”

그런데 이상했다.

실제 펼쳐진 그림은 어쩐지 예상과 달랐다.

눈앞의 라트라는 놈이 비콰이어의 검을 막아 낸 것이다.

그것도 굉장히 깔끔하게.

‘숨긴 실력이 더 있었던 것인가?’

어찌어찌 막아 내는 것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었다.

비콰이어도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는 아니었다.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 정도 되지 않는 한 쉬이 막아 내기 어려운 일격이었다.

갑작스러운 기습이기까지 하니 더더욱.

“한참 지켜보기만 하더니 드디어 나왔네.”

“뭐?”

“하도 안 나오길래 그냥 내가 먼저 들어가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거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단 깔끔하게 막아 내는 데에서만 그치지도 않았다.

라트는 오히려 비콰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뉘앙스까지 풍겨 왔다.

심지어 유창하기 그지없는 제국어로 말이다.

“아이단 황제.”

“…….”

이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일개 용병 나부랭이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감히 황제의 존함을 존칭도 없이 입에 담았다는 등의 영양가 없는 이유가 아니었다.

아무리 제국의 개입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를 아는 귀족 차원의 이야기.

고작 떠돌이 용병 따위가 이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놈 누구지?”

“용병 라트.”

“이름 따위를 묻고 있는 게 아니다. 진짜 정체를 밝혀라.”

“글쎄,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 밝힐 생각 없어 보이기는 피차 마찬가지인 듯한데.”

순순히 정체를 밝힐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럴 거였다면 애초에 이렇게 함정을 파 두지도 않았을 테니까.

또,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비콰이어가 영락없이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할 테고 말이다.

“착각하고 있군. 나는 지금 부탁을 하는 게 아니다. 명령하는 거지.”

하지만 비콰이어는 생각이 달랐다.

지금 이 상황이 진짜 함정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함정에 걸려든 당사자가 진짜 곤란에 빠지는 것.

비콰이어가 곤란함을 느끼지 않는 한 말짱 꽝에 불과했다.

“말로 할 때 밝히도록. 하면 최소한 고통 없이 보내 줄 테니.”

그리고 비콰이어는 조금도 곤란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느껴야 할 이유가 하등 존재하지 않았다.

비콰이어는 소드마스터였다.

어떤 상황이든 힘으로 뚫어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소드마스터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과 자격을 갖춘 존재였다.

더욱이 눈앞의 상대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단검을 던져 대는 것부터 답이 나와 있었다.

이런 잡기나 익힌 놈 실력이 아무리 높아 봤자였다.

우직하게 한 길만을 걸어온 소드마스터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주변을 둘러싼 조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이 밀폐된 공간이거나 주변이 오로지 크레이그 왕자 군뿐이었다면 혹시 또 몰랐다.

하나, 그런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에 여기는 탁 트인 지역인 동시에 볼티너 왕자군의 진영이기까지 했다.

비콰이어에게 곤란을 초래할 만한 요소 따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으쓱.

“사서 매를 버는 놈이군.”

어깨를 으쓱하는 상대.

하면 굳이 더 끌 이유가 없었다.

비록 바로 사살이 아닌 제압 후 고문의 과정이 추가되기는 했으나, 섭취하게 될 정령석을 고려하면 이 정도 귀찮음은 감수할 만했다.

슈아악~!

그렇게 재차 검격을 날려 가는 비콰이어였다.

카강!

이번에도 역시 막혔다.

확실히 첫 일격의 깔끔한 방어가 운은 아니었던 모양.

그러나 비콰이어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스악~ 슈악~ 슈아악~!

카강! 카캉! 콰캉~!

그저 묵직한 검격을 이어 갈 뿐이었다.

어차피 잡기 따위나 파고든 놈.

그런 놈은 정면 대결에서 비콰이어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

실제 양상 역시 비콰이어의 확신대로 흘러갔다.

충돌이 이어질수록 라트는 연신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이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마.”

슈악~!

카강!!

“지금이라도 정체를 밝혀라. 그럼 말했다시피 고통은 없을 것이다.”

스아악~!

카강!!

“사절하지.”

파앗!

비콰이어가 관대하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라트의 선택은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막간의 틈을 이용, 거리를 벌리는 시도를 한 것이다.

특기인 단검 투척과 함께 말이다.

휘릭~

샤아악~!

“쯧, 어리석은!”

차앙~!

콰과광!!!

“이런 얕은 수법이 나에게도 통할 줄 알았나? 어림없다.”

앞으로 나서기 전, 이미 몇 차례 관찰을 마친 뒤였다.

덕분에 단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강의 파악을 끝내 둔 상황.

당연히 그 대응 방안 역시 생각해 둔 상태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단검을 그대로 바닥에 처박아 버리는 것.

이러면 단검이 공중에서 방향을 꺾는 2차 움직임 자체가 원천봉쇄된다.

일반 기사들이야 단검에 실린 힘과 속도 때문에 버겁겠으나, 비콰이어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아주 간단했으며, 방금 라트가 투척한 단검을 그리해 버린 참이었다.

화아아~

파밧!

그러고는 지체 없이 재차 짓쳐들어갔다.

바닥에서 흙먼지가 일며 일시적으로 외부의 시야가 차단된 상황.

이 타이밍에 압도적인 힘으로 확실하게 제압할 작정이었다.

지이잉!

오러 블레이드였다.

이거면 더 볼 것도 없이 끝일 수밖에 없었다.

우뚝.

“고맙게도 알아서 기회를 만들어 줬네.”

그런데 또다시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뒤로 빠질 줄 알았던 라트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선 것이다.

마치 오러 블레이드에 정면으로 맞서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나도 흙먼지를 일으킬까 했거든.”

지잉!

“……!”

쿠과광!!

그렇게 됐다.

라트의 단검이 비콰이어의 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마찬가지로 오러 블레이드가 덧씌워진 상태에서.

“네놈…….”

“맞아, 소드마스터. 그리고 미리 사죄한다.”

“……?”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당한 대결은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야.”

스으으.

“무, 무슨!!”

한데, 이마저도 끝이 아니었다.

웬 정체 모를 용병 놈이 소드마스터라는 사실만으로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건만, 상황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경악을 넘어 아예 경기를 일으키고도 남을 만한 지경으로.

스아아~

등 뒤에 어떤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음습함으로 가득 찬 어떤 강력한 기운이.

스아악~!

동시에 그의 뒷덜미를 향해 쏟아져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비콰이어에게는 심히 좋지 못한 목적으로.

‘젠장!’

어쩔 수 없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우선 피하고 봐야 했다.

맞붙어 있는 검을 강제로 떼어 내며 회피 동작을 취하려 했다.

아예 바닥에 구를 생각마저 품었다.

일단은 사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구구구.

“큭!”

비콰이어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 움직임마저 가로막히고 만 것이다.

그의 몸 전체를 짓눌러 버리는 특이한 힘으로 인해.

‘이건 설마……?’

어쩐지 정체를 알 것 같은 힘이기도 했다.

황궁으로부터 이에 대해 여러 차례 전해 들은 바 있었다.

이곳 대륙 남부에 있으면 안 되는,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어떤 젊은 실력자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라이오…….”

콰직!

“커헉!!”

하지만 그 정체를 입 밖으로 끝까지 내뱉지는 못했다.

뒷덜미를 덮친 음습함과 함께 비콰이어의 모든 것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의 의식, 나아가 그의 목숨까지도.

* * *

“고생 많았네.”

꽁무니 빠져라 줄행랑치는 볼티너 왕자와 그의 군대.

이 모습을 나와 크레이그 왕자가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보다 다소 무리한 제 부탁을 들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나는 전투 전 크레이그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볼티너를 그냥 돌려보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는 확실히 수락이 쉽지 않은 부탁이라고 봐야 했다.

여기서 볼티너를 잡으면 더 이상의 변수 없이 내전이 종료될 터.

크레이그는 곧장 테네시아의 국왕에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소리 말게.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그대 덕에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럼에도 크레이그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하여 볼티너 왕자가 저리 멀쩡한 상태로 도망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나 역시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이번 내전으로 잃은 것을 생각하면 고작 소드마스터 하나로는 성미에 차지 않거든.”

다만, 크레이그와 테네시아 역시 이번 일로 잃은 것이 상당했다.

하여 그 역시 이 사태의 원흉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그와 테네시아가 잃은 것 이상의 손해를 안겨 주고자 하는 그런 강력한 복수 의지 말이다.

“어차피 이제 눈치 보던 귀족들도 대다수가 내 편에 설 테니 크게 위험할 것도 없어. 단지, 나로서는 그대에게만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 그 점이 마음에 걸릴 뿐이지.”

“저 역시 괜찮습니다.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또 충분히 할 수 있기에 하는 일이니까요. 오히려 잔뜩 기다려지기까지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크레이그의 의지와 현실성을 갖춘 내 힘이 합쳐졌다.

그리하여 도래하고 있었다.

공동의 적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보람찬 설욕의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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