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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17화 (118/200)

67장: 남부로

8년 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회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고작 저녁 한 끼 같이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 뒤, 라이오넬은 막시무스가 들고 온 탑주의 수락 답변과 함께 마탑을 떠났다.

오죽하면 베로카가 그녀답지 않게 대놓고 아쉽다는 감정을 드러낼 정도.

이런 감정은 센트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라이오넬과의 짧은 재회가 아쉽지 그지없었다.

달칵.

지지직.

다만, 아쉬움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현재 센트럼에게 이것은 부차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펼쳐질 상황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

라이오넬이 떠난 바로 다음 날 새벽 현재, 아쉬움과 정반대되는 이런 감정들이 센트럼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 경…….”

그리고 이것의 출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쉬움과 마찬가지로 라이오넬에게서 비롯된 감정인 것이다.

지지지직.

정확히는 라이오넬이 남기고 간 어떤 물건이었다.

손가락 정도 크기의 웬 고치 같기도 하고, 돌멩이 같기도 한 어떤 물건.

상자 속에서 쉼 없이 스파크를 뿜어내는 이 물건이 센트럼을 극도로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거면 네가 원하는 대로 베로카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야. 도와줄 수도, 지켜 줄 수도 있을 테니까.’

라이오넬의 말마따나 이거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 정령석, 그것도 뇌전의 정령석이면 센트럼의 힘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려 줄 터였다.

과거 라이오넬의 인도에 따라 순식간에 3서클에 도달했던 그때처럼 말이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그만큼 뇌전과 센트럼은 찰떡궁합이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당분간 네가 정령석을 섭취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유지해 줘. 이게 당장 밝혀지면 아무래도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

대신 라이오넬은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그가 설명해 준 획득 경로에 따르면 확실히 그럴 필요가 있기는 했다.

마이바크 왕국과 괜히 얼굴 붉힐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 물론 베로카에게는 얘기해도 되고. 그 아이 입이야 나보다도 더 무거울 테니까.’

당연하게도 베로카는 예외였다.

어차피 베로카의 입을 통해 외부로 퍼져 나갈 가능성은 제로였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야.”

하나, 센트럼은 그러지 않을 생각이었다.

당분간 베로카에게도 알리지 않을 작정인 것이다.

이 새벽 시간, 홀로 마법 연습장에 나와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번만큼은 베로카 양의 도움 없이, 나 혼자.”

센트럼은 그간 베로카의 도움으로 성장해 왔다.

처음에야 그가 베로카에게 기본기를 전수했다지만, 그 이후로는 쭉 반대 입장이었다.

심지어 그 처음도 매우 짧았다.

아카데미 동아리 경연에서 특제 라이트닝 슈팅을 시연하던 때부터 이미 입장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 혼자 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베로카 앞에 한 남자로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그럼.”

이를 가능케 해 줄 귀물이 현재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였다.

마음의 준비 역시 끝마친 뒤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전무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이 남았을 뿐.

꿀꺽.

그래서 거침없이 삼켰다.

지지지지지직.

그리고 전부를 흡수해 갔다.

단 한 점의 낭비도 없이 모조리.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콰직! 콰지직! 콰가가각! 콰과과광!!

연습장이 초토화됐다.

마법 적중률 향상 용도로 설치해 둔 피사체들이 일거에 터져 나간 것이다.

수십 개의 피사체가 형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연습장을 휩쓴 뇌전의 탄환에 모조리 재가 되어 흩날릴 뿐이었다.

스아아아~

더 이상 라이트닝 슈팅이라고 할 수 없었다.

피격당한 상대에게 감전과 마비를 유발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시꺼멓게 태워 버리다 못해 아예 재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이었으니까.

“아아…….”

오죽하면 시전자인 센트럼조차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었다.

이렇듯 다소 은밀했다.

그러나 동시에 강렬했다.

머지않은 미래, 로만 제국군을 벌벌 떨게 만드는 썬더 개틀링의 시작은 말이다.

* * *

“나도 이제 왕도로 올라가려고. 요즘 왕녀님께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니까, 내가 가서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

사네의 말대로였다.

최근 레나는 미친 듯이 바쁜 상태였다.

남부와 북부의 귀족들이 하루가 멀다고 그녀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부의 유력 귀족 중 상당수도 그러했다.

판도가 제대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드마스터 둘이라는 무력에 썬더 실크 독점권이라는 경제력까지 쥐고 있었다.

또, 슈라우드에서 20년 만에 배출된 6서클 대마법사 역시 레나와 연이 깊었다.

비록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는 마탑이라고 하나, 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였다.

실제로 이 연을 바탕으로 매튜의 실크로 상단이 아티팩트 판매 대행 사업에 뛰어드는 중이고 말이다.

“그럼 여기 이베리아 영지는? 누구한테 맡기려고?”

어쨌든 레나를 서포트하기 위해 사네가 상경한다면, 이곳 이베리아 영지가 비게 될 터.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필요했다.

마학연 출신 인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아직 적절치 못했다.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최고 결정권을 가지고 전체를 이끌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이다.

또, 이베리아 영지는 세력의 핵심이기도 했다.

120% 믿을 수 있는 인물의 관리가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얼핏 생각해 봤을 때는 사네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가 않았다.

“나도 그게 고민이었는데, 마침 적절한 인재가 굴러들어 왔더라고.”

하지만 사네는 그의 대체자를 이미 낙점해 놓은 상태였다.

“에일린이 마침 여기 있지 뭐야?”

“에일린? 내 동생?”

“그래. 네 동생, 에일린. 오자마자 나한테 심심하다면서 일 좀 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몇 개 맡겨 봤는데, 상상 이상이더라. 굉장히 정확하고 꼼꼼해. 누가 보면 영지 관리 경력이 10년 이상은 된 것처럼.”

“하긴, 어릴 때부터 형이랑 같이 영지를 관리해 왔으니까. 대내적인 영지 살림 부분은 녀석이 도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렇더라고. 덕분에 나도 맘 편히 올라갈 수 있게 됐어.”

“음, 그래도 사네 너를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텐데?”

“그 정도는 괜찮아. 어차피 실무적인 부분이야 마학연 출신들이 알아서 잘할 테니까. 부담이 가중되기는 하겠지만, 내가 봐 온 에일린이라면 충분히 감당 가능할 테고.”

에일린이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대체자로 에일린을 언급하는 사네에게서 염려나 걱정 따위의 감정은 한 톨도 비치지 않았다.

사네가 그렇다면 나 또한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말이다.

하여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나저나 나는 브란부르크 백작님이 영 마음에 걸려.”

근황에 대한 대화거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번에는 에릭스 브란부르크에 관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그분이 왕녀님을 호위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기는 해. 하지만 명색이 소드마스터를 언제까지고 임시로 붙들어 둘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대전회의에서 반대 하나 없이 통과됐다시피 에릭스는 슈라우드의 세 번째 소드마스터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레 백작 위까지 받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현재로서는 브란부르크 가문에 제공할 만한 영지가 없다는 점이었다.

있다면 이베리아 영지 정도인데, 여긴 정치적인 문제도 얽혀 있을 뿐 아니라, 그리핀 군단의 주둔으로 인해 수여가 애매했다.

그렇다고 라인하트 자작령에 백작씩이나 되는 인물이 계속 기사로 머물 수도 없는 노릇.

하여 일단은 작위만 받은 뒤, 왕도에서 레나의 호위를 맡고 있는 상태였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에릭스 경 성격에 그런 걸 크게 따지지는 않으실 테니까.”

“한 번도 뵙지는 못했지만, 다이너 경 보면 백작님 성향도 대충 짐작은 가.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만으로 끌고 가는 건 분명 한계가 있어. 급하지는 않더라도 얼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좋아.”

“맞아. 언젠가는 에릭스 경께도 실력과 작위에 맞는, 아니 그 이상의 대접을 해 드려야겠지. 지금 하시는 희생까지 충분히 고려해서. 하지만 당장에 억지로 무리할 필요는 없어.”

사네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

언제까지고 이런 임시방편으로 갈 수는 없을 터.

반드시 그에 맞는 반대급부 제공이 뒤따라야 했다.

다만, 그것을 무리해서까지 억지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대안은 알아서 마련될 테니까. 너도 잘 알잖아, 1왕자와 황제 측에서 계속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거.”

“확실히 둘 사이의 교류가 최근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기는 했지. 물론 어디까지나 1왕자가 일방적으로 치대는 쪽이기는 하지만.”

현재 슈라우드에는 계승권 순위 따위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레나의 힘이 여타 세력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레나가 왕녀가 아닌 왕자였다면, 사실상 경쟁은 끝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나마 왕녀라는 마지막 족쇄 하나가 종결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1왕자 측은 최후의 동아줄에 더더욱 매달리기 시작했다.

황제와 로만 제국에 대한 의존이 바로 그것이었다.

제국의 간섭 근거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흐름 자체는 회귀 전에도 펼쳐진 바 있었다.

그때도 레나에 대한 수작질을 기점으로 1왕자가 점차 힘을 잃어 가며 결국 황제가 내민 손을 잡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왕국 차원에서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제국의 힘을 빌린 1왕자가 끝내 쿠데타를 통해 왕좌를 강탈한 것이다.

이로 인해 슈라우드 왕국은 제국의 개가 되었고 말이다.

이번에도 전체적인 흐름은 그때와 같았다.

단지, 급부상의 주체는 3왕자가 아닌 레나라는 점, 그 시기 또한 족히 몇 년은 앞당겨졌다는 점 등에 차이가 있을 뿐.

황제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제재를 가해 오지 않는 것도 그런 연유일 터였다.

딱히 애를 쓰지 않아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일 테니까.

“그게 언제 어떤 방식이 될지가 불확실하기는 한데……, 어쨌든 라이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니까, 알겠어.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당분간 네가 나설 일은 없을 텐데, 그냥 영지에 머물 거야?”

“아니, 언젠가 제국이 개입할 걸 빤히 알면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면 안 되지. 나도 영지를 비울 거야. 이번에는 대륙 남부로 가려고.”

“남부? 거기서 뭘 하려고? 남부에는 북방 극지대나 마이바크 왕국에서처럼 무슨 연결점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북방 극지대에는 하이엘프 아인한드라, 마이바크 왕국에는 그래플 스트라우스라는 명백한 연결점이 존재했다.

반면 대륙 남부는 달랐다.

내 움직임을 끌어낼 만한 특별한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사네가 아는 선에서는 그러했다.

단, 이는 어디까지나 현생을 기준으로 할 때였다.

사네가 알지 못하는 선 너머, 회귀 전까지로 영역을 넓히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연결점이 충분했다.

“그래서 말인데 사네,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나 적당한 용병 신분 하나 구해 줄 수 있어?”

“용병 신분? 어려울 건 없긴 한데……, 대체 왜?”

“은밀히 남부를 다니면서 그간 미뤄 온 일 좀 하려고. 제국이 하는 일에도 훼방 좀 놓고.”

회귀 직후부터 너무 바빴다.

내 사람들의 일에 전념하다 보니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나만 가지고 있는 회귀 전 정보를 활용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급박하지는 않되, 우리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한데, 마이바크 왕국 일까지 마치고 나니 약간의 시간이 생겼다.

하여 이 틈에 그간 미뤄 둔 일을 처리할 작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부 테네시아 왕국 정보도 좀 부탁할게. 거기도 지금 내전 발발 직전이지?”

“맞아, 1왕자와 2왕자가 정면으로 맞붙으려 하고 있어.”

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의 전력 약화도 필수 요소였다.

때마침 적절한 판이 남부 테네시아 왕국에서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판도 제대로 휘저어 볼 작정이었다.

사실상 이 타이밍에 남부로 향하는 주된 목적이라고 봐도 좋았다.

“뭘 하려는 건지 대충 감은 오네. 바로 테네시아 왕국으로 갈 거야? 아무래도 세부적인 정보 수집부터 정리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바로 갈 건 아니야. 정보는 정리되는 대로 천천히 전달해 주고, 용병 신분 먼저 부탁할게. 일단 내 개인적인 볼일 먼저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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