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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06화 (107/200)

59장: 퀸(2)

“크흑…… 너, 뭐야?”

살짝 모자랐다.

검격이 제대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일격에 무력화시킬 만큼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바토리가 가까스로 몸을 빼낸 것이다.

역시 다소 경솔하기는 해도 격 자체가 어디 가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쿨럭! 너 뭐냐고! 어떻게 크흑, 어떻게 나를……?”

그러나 상관없었다.

당황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몸을 빼내기는 했지만 심각한 타격을 받은, 그래서 왼쪽 옆구리 부분을 쥐고 있는 바토리의 몫이었지.

거듭해서 내 정체를 묻는 그녀의 황망한 목소리 또한 이를 잘 드러냈다.

“라이오넬 라인하트.”

“이름 따위를 물은 게 아니야! 고작 인간 주제에 어떻게 나를 으윽……!”

비록 신음에 끊기기는 했지만, 무얼 묻고자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자신을 찾을 수 있었냐는 것일 터.

방금 일격에서 내가 그녀의 핵을 정확히 짚어 낸 사실에 대한 의문이었다.

바토리 또한 명확하게 인지한 것이다.

방금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개화 상태에서 보이지 않게 움직여 가던 바토리의 핵이었다.

그런 핵의 움직임을 내 검이 따라붙었다.

그것도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격의 방향까지 일부분 틀어 가면서 말이다.

이런 것이 우연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글쎄, 그냥 느껴져서.”

물론, 당연히 그러했다.

우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120% 의도한 추격이었으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또한, 느껴졌기에 그리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움직이는 바토리의 핵이 느껴졌다.

입자 단위로 움직여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느껴졌고, 느껴졌기에 따라붙었으며, 그대로 베어 버렸다.

여기에 거짓이나 과장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생략은 존재했다.

그냥이라고 했지만 따지고 들면 그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정령력 덕분이었으니까.

뱀파이어는 본질적으로 어둠에 속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그녀가 낱낱이 읽히고 있었다.

본질의 사특함과 음습함부터 안개화 시 핵의 이동까지 전부.

바토리의 존재가 내 어둠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포착되는 것이다.

“하긴, 어차피 믿든 말든 상관없기도 하지만.”

물론 이유를 생략하냐 마냐 따위는 하등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사태의 원인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바토리가 이런 곤경에 빠진 원인은 그녀의 경솔함에 있었다.

카밀라가 당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 하나 없이 쳐들어온 바토리였다.

참지 못하고 먼저 암습을 가한 것 역시 바토리였고 말이다.

내가 결정적인 기회를 손쉽게 포착한 것은 모두 이 경솔함 덕분이었다.

지이잉!

결과 또한 마찬가지.

이제 와 내 힘의 원천을 알면 무엇 하겠는가?

흐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따라서 시간 끌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마무리 작업에 착수했다.

콰광!!

“커흑……!”

조금 전에도 느꼈지만, 그래도 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와중에도 정면으로 내 검을 막는 바토리였다.

혈조의 위력이 오러 블레이드에 버금가는 것이다.

뱀파이어 퀸의 힘은 확실히 소드마스터 급 이상이라고 봐야 했다.

비단 파괴력만이 아니었다.

퀸의 피는 파괴력 이외에도 상당한 능력들을 지니고 있었다.

밝혀진 것만 해도 흡혈과 감염 능력, 안개화 등이 있었다.

또, 카밀라가 나에게 스며들어 있는 것처럼 어둠 속에 완전히 스며드는 것도 가능했다.

이 외에도 자잘한 것들이 더 있었고, 따라서 단순한 파괴력만으로는 그 급을 논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당연히 불리한 순간에 의외의 변수를 창출해 낼 능력 또한 탁월한 존재이기도 했다.

스스스스.

촤라락~

콰앙~!

“크읏……!!”

스으으으.

콰과광!!

“쿨럭, 쿨럭!!”

문제는 이 힘과 능력들이 지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점이었다.

안개화도 다시 써 보고 독 범벅의 피도 뿌려 보는 바토리였다.

또, 지배력을 있는 대로 동원하여 권속들을 그녀의 위치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안개화는 또다시 핵이 들통났고, 피는 중력에 짓눌려 채 다 뿌려지지조차 못했다.

그녀의 권속들은 아인하드라와 엘프들의 방벽에 가로막혔다.

그러고는 그저 피를 토하며 내 검을 꾸역꾸역 받아 갈 뿐이었다.

무엇하나 그녀의 의도대로 되는 바가 없었다.

의도대로 되기는커녕 힘이 제대로 발휘되기도 전에 전부 차단당하고 말았다.

“인간 따위가…….”

결국, 상황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굳이 정령력으로 관조해 보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뱀파이어인 그녀가 토해 낸 피 하며, 덜덜 떨리는 손발까지.

한계에 도달한 것이 너무나도 역력해 보였다.

“쿨럭, 인간 따위가 대체 어떻게 어둠의 힘을……?”

“어차피 말해 줘도 안 믿을 거잖아. 그냥 죽어.”

그러나 한계에 도달한 것은 어디까지나 바토리의 사정.

내 알 바 아니었다.

본인 소원 풀자고 남의 사정 따위는 무참히 짓밟아 온 바토리에게는 더더욱.

해서 그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자, 잠깐! 잠깐만!!”

그러자 다급한 목소리와 손짓으로 나를 만류하는 바토리였다.

“……?”

“나를, 쿨럭, 나를 이대로 죽이면 엘프들은?”

그러고는 역으로 협박을 가해 왔다.

협박의 무기는 가사 상태에 빠진 엘프들.

“이대로 나를 죽이면, 크읏…… 내 성에 있는 엘프들도 깨어나지 못할 텐데?”

“그래서?”

“나, 나를 보내 준다면 쿨럭, 나도 그 엘프들을 무사히, 쿨럭……, 돌려보내 주지.”

일종의 거래라고 볼 수도 있었다.

목숨과 목숨이 오가는 굉장히 커다란 거래 말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거네.”

단, 협박이니 거래니 하는 것은 표피에 불과했다.

바토리가 지금 벌이는 짓의 본질은 결국 한 가지로 정해져 있었다.

“살려 달라는 거.”

“…….”

구걸이었다.

자기 목숨을 나에게 구걸하는 것이다.

제발 좀 살려 달라고.

“그런데 어쩌지? 간절한 건 알겠는데, 단가가 안 맞아.”

“모자라다는 거야? 그럼 엘프들 목숨에 더해, 쿨럭, 극지대 정착도 내가…….”

“네가 제시할 만한 것들은 전부 마찬가지야. 뭘 제시해도 단가는 맞지 않아. 애초에 맞을 수가 없어.”

그러나 아무것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협박이든 거래든 구걸이든, 혹은 이 외의 다른 어떤 형태이든 간에.

“그럼, 크윽……, 뭘 어쩌겠다는 거지? 엘프들 다 이대로, 쿨럭, 죽어도 좋다는 거야?”

“물론 아니지. 다 살릴 생각이야.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단가가 안 맞는다면서 무슨 헛소리를…….”

슈아악~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치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 갔다.

무방비 상태의 바토리를 향해.

푸욱!!

그리하여 그것을 단번에 꽂아 넣었다.

훤히 드러난 바토리의 가슴, 그 안에 위치한 그녀의 심장에.

“커헉!!!”

바토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럴 힘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모든 걸 가져올 생각이거든. 그러면 엘프들 목숨이야 자연스레 따라올 테고.”

“커컥……?”

그리고 그제야 일러 주었다.

내가 그녀의 제안을 전부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

“카밀라.”

스르륵.

내 부름에 카밀라가 즉각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공손히 내 뒤에 섰다.

누가 봐도 내 부하로 볼 수밖에 없을 만큼 공손한 자세로.

“카, 카밀…… 쿨럭! 그르륵, 쿨럭!!”

당연히 바토리는 기겁했다.

비록 그 심정을 온전히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상태는 되지 못했지만.

“전부 취해.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네, 주인님.”

그러나 바토리가 기겁할 일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카밀라에게 그 시작을 명했다.

저벅저벅.

이 명에 따라 카밀라가 걸음을 옮겼다.

검에 심장을 꿰뚫린 채 무릎 꿇고 있는 그녀의 전 주인을 향해서.

그러고는 이내 그 앞에 섰다.

“제, 그르륵, 제발. 카밀, 쿨럭!!”

한때 자신의 수하였던 이에게 애원하는 바토리였다.

전에 없이 간절한 눈빛과 함께.

그러나 바토리는 몰랐다.

그런 애원과 간절함이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콰득.

바토리와 마주 꿇어앉은 카밀라.

그녀가 전 주인의 목에 자신의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과정에 있어 그녀에게는 어떠한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려야 존재할 수가 없었다.

오늘 벌어진 모든 일은 결국 카밀라로부터 도출된 것이었으니까.

꿀꺽, 꿀꺽.

우선 바토리의 경솔함.

바토리는 위기라고 할 만한 것을 겪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카밀라 사태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별다른 경각심 없이 달려들 것이 분명하다.

이는 모두 카밀라의 예측이었다.

꿀꺽, 꿀꺽, 꿀꺽.

또, 가사 상태에 빠진 엘프들의 안위 문제.

아무 대책 없이 바토리를 죽일 경우, 엘프들이 깨어나지 못하리라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카밀라가 미리 일러 준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사실을 일러 주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카밀라는 알아서 이에 대한 대책까지 내놓았다.

지금 그녀가 취하고 있는 바토리의 피가 바로 그 대책이었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을 기세였다.

비단 내 명령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카밀라 본인의 욕심이 주라고 봐야 했다.

다른 것도 아닌 바토리의 피였다.

뱀파이어 퀸의 힘과 능력이 모두 실린 그런 피 말이다.

이를 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퀸의 자리까지 계승할 기회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바보가 아니고야 한 방울이라도 흘릴 리 만무했다.

스으으~

그렇게 카밀라가 내놓은 대책은 차질없이,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갔다.

힘의 전이가 또렷하게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엘프 뺨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젊고 아름다웠던 바토리의 외모.

그것이 급격하게 시들어 갔다.

노화 수준은 한참 넘어섰다.

아예 미라가 되어 가는 중이었으니까.

반면 카밀라는 점점 더 찬란해져 갔다.

단, 일반적인 의미의 찬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음습하고 사특하며 요염해져 가는 그녀였다.

극도로 위험한 의미의 찬란함이라고 봐야 했다.

스아아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었다.

확연히 느껴졌다.

전이 과정에서 몰아치는 힘의 파동이.

분지 내의 모두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인상적인 파동이었다.

그런 것이 바토리와 카밀라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파삭. 파삭. 파사삭.

이내 바토리가 완전히 시들어 버리고 말았다.

시들어 버리다 못해 아예 부서지기 시작했다.

먼지로 화해 가는 것이다.

콰아아아아~!

그와 함께 계승 과정 또한 절정에 이르렀다.

이제는 힘의 파동이 오롯이 카밀라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그것도 분지 전체를 울릴 만큼 강대한 파동으로.

그리고 잠시 후.

…….

이번에는 정반대의 고요가 내려앉았다.

일순간에 쥐죽은 듯 잠잠해진 것이다.

불과 몇 초 전, 분지 전체를 울리던 파동이 마치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런 순간이 존재하기는 했던 것인지 의심마저 들 지경이었다.

저벅저벅.

하지만 확실했다.

힘의 전이부터 파동까지 이어진 과정이 분지 전체를 울리던 순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단지 한 존재에게 일거에 갈무리되는 바람에 지금은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질 뿐.

그 명백한 증거가 지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락.

그렇게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런 뒤 입을 열었다.

“명을 이행했습니다, 주인님.”

명에 따라 전대 뱀파이어 퀸의 피를 전부 취한 카밀라.

그리하여 그녀는 새로운 뱀파이어 퀸에 등극하였다.

전대를 그대로 계승하여 북방 극지대의 주인 자리에 오른 것이다.

단, 전대를 계승했으되, 새로운 퀸에게는 전대와 명백히 다른 점 또한 존재했다.

바로 주인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녀를 이루는 근간이자 거역이 불가한 절대적 주인 말이다.

“수고했어, 카밀라.”

나였다.

라이오넬 라인하트.

일개 자작가 차남을 넘어 소드마스터이자 그리핀 군단의 군단장이며 어둠의 주관자이기도 한 내가 바로 새로운 뱀파이어 퀸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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