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94화 (95/200)

54장: 라인하트 영지

“백인장은 혹시 아시우?”

“뭘?”

퉁! 투쿵!

예하 병사가 가볍게 질문을 던져 왔다.

이에 그리핀 군단 제2 천인대 제1 백인장 우다크 또한 대수롭지 않게 반문했다.

“요 며칠 군단장님이 부군단장을 좀 심하게 굴리셨잖수? 백인장은 그 이유 아냐는 거지.”

“아, 그거? 레몬드 천인장한테 대충은 들었어.”

투쿵! 투광!

한데, 이런 두 사람의 어조는 현 상황과 심히 어울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방패로 웬 몽둥이질과 도끼질을 막아 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넘길 만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울려 퍼지는 강력한 충격음이 이를 방증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런 것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기색으로 계속해서 문답을 이어 갔다.

함께 방패진을 형성하고 있는 주변 병사들 18명 역시 귀를 쫑긋하는 중이었고 말이다.

“천인장 말로는 눈꼴 시려서 그러신 거라던데?”

“군단장님이 부군단장을? 왜?”

쿵! 쿵! 쿵!

그때, 병사들이 일제히 방패를 내렸다.

어떤 명시적인 신호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패가 내려지는 타이밍에는 단 한 치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푸슉! 푸슉! 푸슉!

방패가 내려짐과 동시에 내질러진 창격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도 오차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한 신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내질러졌다.

“꾸웨에엑~!”

돼지 멱따는 듯 애처로운 비명과 터져 나오는 핏물, 그리고 쓰러지는 녹색 거구들까지.

내질러진 20개의 창날은 이렇듯 확실한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군단장님께 여동생이 한 분 계시다는 건 알지?”

“그 에일린 아가씨라는 분? 들어 보긴 했는데, 그분이 왜?”

“그 아가씨하고 우리 부군단장님이 연인 사이시라더군.”

“아아, 그러면 여동생을 훔쳐 간 도둑놈이라 괜시리 밉다, 이런 느낌인 건가?”

“그런 셈이지. 뭐, 레몬드 그 양반은 분명 질투도 클 거라고 하긴 했지만.”

퉁! 투광! 투쿵

푸슉! 푸슉! 푸슉!

“꾸웨에엑!!”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20개의 방패가 몽둥이와 도끼질 따위를 막아 냈고, 이어서 20개의 창격이 비명과 피분수, 시체 따위를 만들어 냈다.

여전히 상황과는 동떨어진 시답잖은 잡담과 함께.

“뜬금없이 웬 질투? 여동생 뺏어 가는 게 밉기는 해도 질투는 너무 간 거 아니우? 군단장님 같은 분이 뭐가 아쉬워서?”

“으음, 이건 천인장이 비밀로 하라고 한 얘기인데…….”

“에이, 거 백인장이 더 잘 알면서. 그 양반 입에서 나온 얘기 중에 비밀로 지켜지는 게 있기는 했수? 모르긴 몰라도 벌써 파다하게 퍼진 상태일걸?”

“물론 그렇기는 한데…….”

“그러니까 그만 뜸 들이고 얼른 얘기 좀 해 보슈. 어차피 군단 내에 금세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돌 테니까.”

상황과 동떨어지기는 했어도 나름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오크 무리와 마주하고 있는 현 상황 자체가 그리핀 군단 20명의 병사에게는 일말의 긴장감조차 심어 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천인장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군단장님이 모태 솔로셔서 그렇다는 거야. 지금까지 모태 솔로이신 데다, 복잡한 사정 때문에 앞으로도 솔로이실 예정이다 보니 다이너 경이 더더욱 꼴 보기 싫으시다는 거지.”

“확실한 거유……? 그 뭐시기냐, 왕녀님하고 뭔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냥 레몬드 그 양반이 워낙 단정적으로 얘기하니 대충 그러려니 하는 거지. 연애 고수로서의 자기 감이 그렇다나 뭐라나.”

“연애 고수? 그 허풍쟁이 노총각 천인장이? 동기인 바비 천인장은 애만 벌써 둘이라는 걸 보면 어째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데…….”

“난들 알겠어? 어쨌든 어디 가서 내 이름만 팔지 마. 팔 거면 천인장 이름부터 먼저 팔아. 난 그냥 천인장 말을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는 첨언도 꼭 붙이고.”

“아아, 그건 걱정 마슈. 꼭 레몬드 천인장부터 먼저 팔 테니까. 어차피 조금만 기다리면 백인장 이름 팔고 말고 할 것도 없을 테고.”

푸슉! 푸슉! 푸슉!

그렇게 잡담에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상황은 아예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이제 병사들은 방패로 막지도 않았다.

그냥 기계적으로 창만 내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20개의 창격이 일제히 내질러질 때마다 최소 여덟 이상의 시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전투라 부르기도 민망한 일방적인 학살만이 이어졌다.

“근데 이것들 오크 맞수? 왜 이렇게 비실비실해? 이건 뭐 산맥 안에 돌아다니는 멧돼지만도 못한 것 같은데.”

군단 전체가 5년 만에 카르가디아 산맥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남부 이베리아 영지로 복귀하기 전, 잠시 라인하트 영지에 들른 상태였다.

그런데 마침 영지 근처에 오크 무리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서 우다크가 심심풀이 삼아 병사들 19명을 이끌고 나온 참이었다.

그리하여 조우한 50마리가량의 오크 무리.

한데, 이건 뭐 심심풀이 거리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긴장감조차 심어 주지 못할 만큼 시시했던 것이다.

“여긴 산맥 밖이야. 감안해야지. 이게 원래 몬스터 수준이기도 하고.”

이들이 규격 외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병사와 기사 사이의 그 어딘가랄까?

살아남은 2,213명의 병사 대다수가 마나를 느끼고 있었다.

순수하게 마나로만 따지면 소드 비기너 급에는 들어간 것이다.

실전 경험까지 따졌을 시에는 당연히 그 이상.

나아가 우다크와 같은 백인장들은 소드 유저 급까지 넘보는 중이었다.

물론 사정상 기사 전력이 부재하기에 타 군단과의 단순한 비교는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군단 전력에 군단장이 더해지는 순간, 그리핀 군단은 슈라우드 최강이 된다.

군단장 라이오넬 라인하트 혼자서도 상대 기사단쯤은 얼마든지 찜쪄먹을 수 있었다.

나머지 전력쯤은 군단원들이 쌈 싸 먹으면 그만이었고 말이다.

군단 내에 이 사실을 의심하는 이는 전무했다.

또, 언젠가는 군단 밖의 모두가 인정하게 될 자명한 사실이기도 했다.

“어쨌든 얼른 마무리 짓고 가자. 시시해서 드잡이질할 마음도 안 난다.”

푸슈슈슉!!

“꾸웨에에에엑~!!!”

군단 전체에게 지옥과도 같았던 5년이었다.

그리고 군단을 향해 펼쳐졌던 그 5년이 종결된 참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군단이 펼쳐 갈 차례였다.

군단의 적을 향해, 그리핀 깃발이 선사할 끔찍한 지옥을.

안타깝게도 평범한(?) 오크 50마리가 이 지옥의 첫 번째 희생자였고 말이다.

* * *

“도련님 조카 다니엘이에요. 한번 안아 보시겠어요?”

“으음, 형수님. 제가 그래도 될까요? 안았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손사래 쳤다.

지레 겁먹었기 때문이다.

다이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또한 일반인에 비하면 우락부락한 편이었다.

그런 내가 안기에 형수님 네라가 건네는 아이는 너무나도 작고 연약해 보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터뜨려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이건 소드마스터로서의 힘 조절과는 차원이 달랐다.

검사이자 소드마스터로서가 아닌 삼촌으로서의 영역이었으니까.

“역시 아가씨께 듣던 대로 형제가 똑같네요. 첫 반응이 도련님 형님이랑 아주 판박이에요.”

이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미소지으며 더 적극적으로 건네주는 네라였다.

이에 나는 얼떨결에 작고 연약하며 소중한 아이를 품 안에 받아 들게 되었다.

“어, 음……. 까, 까꿍?”

당연히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냥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방식을 활용해 볼 뿐.

그러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서툰 모습이 형수님인 네라는 물론이고 이드리스와 에일린까지 자극한 것이다.

방긋방긋.

하지만 난 그런 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예상외로 방긋방긋 잘만 웃어 주는 다니엘에게 집중하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가져다준 것은 그리핀 군단만이 아니었다.

내 힘, 내 의지가 개입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내 사람들이 또 늘어난 상태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라인하트 자체의 성장이 가져온 결과였다.

라인하트 영지는 더 이상 일개 자작가의 영지라고 볼 수 없었다.

무력과 경제력 양 측면 모두에서 그러했다.

우선 무력.

내 존재를 제하더라도 라인하트의 무력은 강력했다.

자작가라는 한계로 인해 병력은 300명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그 질이 남달랐다.

에릭스의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만들어 낸 성과물이었다.

사실 병력의 질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에릭스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자작가 수준은 가뿐하게 넘어섰으니까.

그리고 이런 무력을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했다.

구석에 치우친 위치에도 불구하고 물자 교류가 활발했다.

실크로 상단 덕분이었다.

레나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실크로 상단이었다.

그런 실크로 상단의 거점 중 한 곳이 바로 이곳 라인하트 영지인 것이다.

물자 교류가 활발해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그 중심에 매튜의 눈부신 활약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고 말이다.

태생적 한계의 극복 또한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라인하트 영지의 태생적 한계인 빈약한 농업 생산량.

이를 극복한 것이다.

물론 농업 생산량 자체를 높이지는 못했을뿐더러, 그런 쪽과는 거리도 멀었다.

대신 안정적인 곡물 거래 기반을 마련했다.

곡물 거래 파동 당시 그로자 영지와 맺었던 조약만이 아니었다.

이드리스의 부인이 된 네라 역시 그 기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형수님인 네라의 성은 타스파였다.

즉, 라인하트의 주요 곡물 거래처이던 타스파 남작가와 아예 혼인을 맺어 버린 것이다.

이로써 라인하트는 안정적인 곡물 확보 기반을 마련했음은 물론이고, 북부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로자 자작가와 타스파 남작가까지 아우르는, 북부에서만큼은 손꼽히는 세력의 장으로서 말이다.

새로 태어난 조카 다니엘이야말로 이러한 폭풍 성장의 결과이자 상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빠.”

그렇게 한참 동안 다니엘을 안아 주고 난 뒤였다.

형수님에게 변화와 성장의 상징인 조카를 돌려주자마자 에일린이 나를 불렀다.

어쩐지 낮게 깔린, 상당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왜, 에일린? 무슨 일이라도……?”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소드마스터로서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디까지나 동생에게 꽉 잡혀 사는 오빠로서의 영역이었으니까.

“오빠가 다이너 경 또 괴롭혔다면서?”

“……??”

“발뺌할 생각하지 마. 영지로 들어오기 며칠 전부터 오빠가 괜히 심술부렸다는 거, 이미 소상하게 전해 들었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괴롭혔는지까지 전부다.”

군단 외부인인 에일린이 소상하게, 전부 다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한 놈밖에 없었다.

‘레몬드.’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레나에게 보고하기 위해 군단을 먼저 보내 놓고 잠시 마탑 지부에 다녀온 짧은 시간.

그 짧은 시간 안에 미주알고주알 전부 다 털어놓을 수 있는 놈은 레몬드밖에 없었다.

그럴 의지와 능력 모두를 갖춘 이는 오직 그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에일린의 말을 듣는 순간 범인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동시에 결정됐다.

입 싼 범인의 말로가.

레몬드는 나와 직접적인 면담 시간을 갖게 될 터였다.

레몬드의 땀과 신음으로 얼룩지게 될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면담 시간을.

“다 큰 어른이 대체 왜 그래? 오빠 나이가 이제 곧 26이야. 아무리 오빠 사정상 연애도 결혼도 어렵다지만, 그렇다고 애꿎은 다이너 경한테 심술이나 부리면 어쩌자는 건데?”

물론, 일단은 이 자리부터 모면하고 봐야 했다.

“에일린, 그게 그냥 단순한 심술이 아니라 다 다이너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

인정했다.

분명 심술이 없지는 않았다.

영지 복귀 결정이 내려진 직후부터 헤벌쭉하니 나사 하나가 빠진 다이너였다.

그리고 나는 이 모습이 영 눈꼴시었다.

나사가 빠진 이유를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꼭 심술이 다는 아니었다.

다이너를 위한 측면도 분명 존재했다.

얼마 전,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도달한 다이너였다.

그런 다이너의 경지 안착을 위해 수련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눈꼴 시린 감정이 다소 과하게 실리기는 했지만.

“시끄러워. 오빠가 그 핑계로 다이너 경 괴롭혀 온 역사가 어디 한두 해야? 벌써 10년이 다 돼 가.”

그리고 이는 안타깝게도 적절한 변명이 되지 못했다.

아예 몰랐으면 모르되, 이미 알았다면 그리 물렁물렁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에일린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대충 못 본 척 넘어가 줬지만, 이제 더는 안 돼. 내 남편이 오빠 심술 때문에 과하게 구르는 꼴, 더는 못 봐. 앞으로는 딱 필요한 수준만큼만 굴려.”

“그러니까 에일린, 난 절대 네 남편을 심술 때문에……. 음? 잠깐만. 지금 뭐라고?”

“뭐라니? 말했잖아. 그이를 향한 오빠 심술, 더는 묵과하지 않을 거라고.”

“아니 그 전에, 남편……? 그이……?”

한데, 아무래도 지금 문제는 모면 따위가 아닌 듯했다.

그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중대한 사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나 이틀 뒤에 결혼해. 그러니까 매부한테 이제 심술 그만 부리고 좀 잘해 줘.”

무려 인륜지대사에 관한 사안이었다.

그것도 고작 이틀밖에 남지 않은, 그럼에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던 하나뿐인 여동생의 인륜지대사 말이다.

“이틀 뒤……? 이렇게 갑자기?”

“우리 관계도 벌써 10년이 다 돼 가는데, 갑자기는 아니지. 오히려 많이 늦은 편이라면 모를까.”

“물론 그렇기는 해도, 그간 딱히 언급 없었잖아?”

“누가 들으면 오빠가 연락이라도 자주 한 줄 알겠다. 언급할 시간 자체를 안 줘 놓고서는.”

할 말 없었다.

5년간 군단과 함께 카르가디아 산맥 안에 처박혀 있던 나였다.

영지 복귀 역시 5년 만인 것이다.

간간이 연락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분기나 반년에 한 번 정도였고 말이다.

“……다이너도 전혀 모르는 눈치던데?”

그간 다이너로부터 그 어떤 낌새도 느끼지 못했다.

다이너가 내 앞에서 이런 중차대한 일을 완벽하게 숨긴다?

그런 가정은 애초에 성립 자체가 불가했다.

즉, 다이너도 전혀 몰랐다는 의미.

나야 그렇다 쳐도, 신랑인 다이너까지 본인 결혼 소식을 결혼식 이틀 앞두고 알게 됐다는 뜻이었다.

“라이, 너도 알잖아. 그런다고 다이너가 억울해하거나 황당해할 리 없다는 거.”

그러나 이드리스의 첨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본인 결혼 소식을 들은 다이너의 반응은 빤했다.

억울이나 황당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 터.

120% 확률로 좋아 죽으려 할 것이 분명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

“무엇보다 더는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었어. 에일린 개인적인 입장도 그렇거니와 가문 차원에서도.”

에펜시아 대륙 여성의 적정 혼인 연령은 보통 20살 내외였다.

반면, 에일린은 벌써 25살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

어차피 혼처가 정해져 있다지만 늦기는 확실히 많이 늦은 편이었다.

더 늦어 봤자 에일린에게 좋을 것은 없었다.

“에일린 개인적으로야 그렇다 쳐도, 가문 차원에서?”

다만, 가문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딱히 좋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우리가 에일린으로 장사를 할 그런 가문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에일린 개인의 행복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래, 가문 차원에서도.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누가 채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움켜쥐어야 하게 됐거든.”

그런데 이어지는 이드리스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는 라인하트의 주인으로서 장사 아닌 장사를 하고자 했다.

“브란부르크 가문이라는 다이아몬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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