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89화 (90/200)

50장: 승자로서의 마무리

쐐애액~!

공중에서 카오가 강하를 시작했다.

“저 괴물 새끼!!”

그러자 다이너를 막아섰던 기사가 기겁했다.

기사도 카오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이다.

그간 카오가 라이오넬과 함께 펼쳐 온 활약이 상당했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다.

그 또한 카오의 강하 목표가 무엇인지 역시 명확하게 인지한 상태였다.

“저하!!!”

왕세자였다.

카오의 목표는 당연히 홀로 떨어진 바이젠의 총사령관뿐이었다.

“조심하…….”

기사는 곧장 달려가고자 했다.

그는 왕세자의 최근접 호위기사였으니까.

슈아악~

차캉!

“어딜 가시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이너는 허수아비가 아니었다.

모두의 희생을 발판 삼아 여기까지 온 마당에 그냥 곱게 보내 줄 리 있겠는가?

당연히 물고 늘어졌다.

“방해하지 마라!”

콰강!!

“크읍……!”

다이너는 확실히 느꼈다.

첫 충돌 때도 그렇고 이 기사, 확실히 그보다 윗줄이었다.

검신을 타고 전해져 오는 충격에 팔이 저릴 지경.

정면 대결을 펼친다면 솔직히 자신 없었다.

슈악~

카강!

“그렇게는 안 되지. 여기까지 왜 왔는데.”

“비키라니까!!”

콰캉!!

하나, 지금 펼치는 것은 정면 대결이 아니었다.

또, 반드시 이 기사를 꺾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왕세자에게 가지 못하도록 물고 늘어지는 거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정도는 얼마든지 자신 있었다.

기사가 카오의 강하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만큼 더더욱.

“카오오!”

무엇보다 카오는 빨랐다.

대기를 가른 녀석은 벌써 왕세자 코앞에 도달한 참이었다.

이제 왕세자를 낚아채기만 하면…….

우우웅!

가가가각~!

한데, 변수가 발생했다.

코앞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오가 왕세자를 낚아채지 못한 것이다.

녀석의 발이 왕세자를 움켜쥐는 데 실패했다.

실드 때문이었다.

왕세자를 반구형으로 둘러싸고 보호하는 실드 마법.

이것이 카오와 왕세자의 접촉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티팩트 생각을 못 하고 내가 다소 경박하게 굴었군.”

원인은 아티팩트였다.

왕세자가 착용 중인 그것이 주인의 위기를 감지하고 실드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그것도 꽤 강력한 실드였다.

카오가 연신 두드려 댔지만 흔들리기만 할 뿐, 깨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에 대한 답례는 충분히 하지.”

“…….”

이로 인해 왕세자 쪽으로 정신이 팔려 있던 기사도 여유를 되찾았다.

지금 당장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다 여긴 것이다.

주변 바이젠 병력 또한 왕세자 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여 온전히 다이너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는 그였다.

구우우웅~!

이에 다이너는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의 검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가 담을 수 있는 최대한도로.

파밧!!

그러고는 먼저 짓쳐 들었다.

상황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는 쪽은 다시 다이너가 됐다.

원래 역할은 여기까지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여기서 뭔가를 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었다.

“어딜!”

물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주지했다시피 상대는 다이너보다 윗줄이었다.

여기서 다이너가 이 기사를 쓰러뜨리거나 따돌리고 왕세자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없었다.

파아앗!

슈아악~

다이너는 도약과 함께 수직 베기 자세로 기사에게 짓쳐 들었다.

그러자 기사는 하단에서부터 약간의 사선을 타며 검을 그어 올렸다.

다이너의 공격을 단순히 막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작정인 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이 충돌에 다다른 시점.

휘릭~!

“헛……!”

서걱!

한데, 그 시점에 검끼리의 충돌은 없었다.

검과 피륙의 충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기사의 검과 다이너의 옆구리 말이다.

“커헉!!”

물론 충돌의 결과야 불 보듯 뻔했다.

다이너 옆구리의 일방적인 패배였다.

애초에 충돌이랄 것도 없었다.

피륙을 가르는 무자비한 칼질만이 존재할 뿐.

그나마 다행이라면 최후의 순간 다이너가 몸을 비틀었다는 점, 그리고 기사가 당황하는 바람에 그의 검 역시 흔들렸다는 점 정도였다.

덕분에 최악은 면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피륙에게 자리를 넘긴 다이너의 검은?

화아아악~!

그것은 공중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카오의 강하 이상 가는 속도로.

대기 자체를 찢어발기면서.

충돌 직전의 순간, 다이너가 던진 것이다.

그의 오러가 꾹꾹 눌러 담긴 검을, 짓쳐 드는 힘까지 실어서.

충돌에 대비하던 기사는 제대로 허를 찔렸고 말이다.

그리고 이내.

콰가가각!!!

검이 실드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타격했다.

카오의 강인하고 날카로운 발톱과 함께.

챙강~!!!

그리하여 깨뜨렸다.

왕세자를 둘러싼 반구형의 실드를.

바이젠 총사령관의 마지막 보호막을.

“저, 저하!!!”

“카오오오오~!”

이어지는 기사의 절규와 카오의 포효.

다이너가 이번 전투에서 기억하는 광경은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 그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침잠했다.

입가에 한 줄기 미소만을 남긴 채.

* * *

“카오오오오~!”

날개를 활짝 펴며 포효하는 카오.

그런 녀석의 발밑에는 한 사람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 덕분이었다.

“무기 내려놓으시지요.”

이 사람의 정체 덕분에 내가 이런 권유를 할 수 있었다.

여전히 굳건하게 서 있는 두 명의 소드마스터를 향해서.

“…….”

동시에 이 권유가 실질적인 힘을 지닐 수도 있었다.

두 명의 소드마스터를 일거에 침묵하게 만드는 힘 말이다.

또, 불과 몇 분 전 내가 들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련하게 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 봐야 왕세자만 다칠 뿐입니다.”

왕세자였기 때문이다.

왕세자 미르카디안 아조네스 바이젠.

바이젠의 차기 국왕 내정자가 카오의 발밑에 깔려 있었다.

그렇기에 내 입에서 나온 권유가 적들의 귀에서는 강력한 협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내 외침에 따라 준 모두의 활약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일발 역전이라는 최상의 결과를.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었다.

방패를 앞세운 채 몸을 던진 병사들부터 오러의 장벽을 무식하게 뚫고 들어간 기사들,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은 다이너와 카오까지.

누구 하나 빠지는 바 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쳐 주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많이들 죽고 다쳤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야 다이너를 비롯한 중상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터.

다시금 나의 활약이 중요해진 순간이었다.

“안 됩니다, 후작. 여기서 항복하면 바이젠이 입게 될 손해는 계산조차 어려울 겁니다. 지금 끝을 봐야 합니다.”

브루노가 반대하고 나섰다.

고민하는 미르겔 마이웨더에게 무기를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고 만류하는 그였다.

물론 그의 이런 행동이 바이젠 걱정에서 비롯된 것일 리는 없었다.

당연히 황태자 때문일 터였다.

단, 브루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일국의 왕세자와 소드마스터, 정예 기사단, 5,000의 병력이 속절없이 포로가 되는 것이다.

그 후폭풍은 상상조차 두려운 수준이었다.

이쯤 되면 차라리 전멸이 더 나을 지경.

왕세자가 사로잡혔음에도 미르겔이 쉬이 무기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미련하게 굴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카오!”

그러나 나 또한 가만히 기다려 줄 생각은 없었다.

빠른 상황 정리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여 미르겔이 빠르게 고민을 끝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

“카오오오~!”

내 부름에 카오가 다시 한번 포효했다.

더구나 카오는 내 뜻이라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녀석이었다.

카오가 포효와 함께 발 한 짝을 위로 들어 올렸다.

녀석의 오른발, 왕세자를 움켜쥔 오른발을 말이다.

“……모두 무기를 내리도록.”

도움의 효과는 강력했다.

협박을 접한 미르겔이 곧바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항복의 의사를 밝히는 그였다.

사실 결과는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져 있었다.

단지 고민을 이어 가는 시간의 차이였을 뿐.

바이젠의 총사령관이 사로잡힌 상황이었다.

심지어 그냥 총사령관도 아니었다.

카오가 발에 움켜쥔 인물은 왕세자이기도 했다.

바이젠의 차기 국왕으로 정해진 바로 그 인물.

신하 된 입장으로 왕세자의 안위를 무시한 채 끝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후작!!”

“……내 말 못 들었나? 무기 내리라니까!”

브루노는 이에 반발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미르겔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절그럭.

본인부터 검을 버리는 미르겔이었다.

그리고 그가 시작이었다.

바이젠 군 전체가 무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전원 무장해제에 들어간 것이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로써 전쟁은 끝이 났다.

발발 30년 만에 처음으로 도출되는 한쪽의 완벽한 승리와 함께.

그 한쪽이 슈라우드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고 말이다.

앞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지리라는 사실 역시도.

“당신도 무기를 내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백작?”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였다.

브루노 다스.

여전히 검을 내리지 않고 있는 그만 정리하면 상황 종결인 것이다.

“혼자서 날 상대할 작정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우열은 확실했다.

조금 전 전투에서 브루노가 나를 홀로 막아서기는 했다.

하지만 그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그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정면 대결에서 이 격차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

방금 내가 선보인 어둠의 힘까지 고려한다면 더더욱.

즉, 나와의 일대일 대결은 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인 것이다.

한데, 지금 브루노는 이 불리한 조건조차 충족 못 하는 상태였다.

다대일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서 다수인 쪽은 그가 아닌 나였고 말이다.

일대일도 안 되는 브루노였다.

그런 그가 다대일을 뒤집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설상가상, 6서클 대마법사마저 깊은 내상으로 정신을 잃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현재 브루노는 철저히 혼자였다.

희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

그럼에도 브루노는 무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이 자리에 로만 제국의 백작으로 서 있지 않았다.

음습하고 비열한 계략의 수행자로 서 있는 것이었다.

정체 공개 시 제국과 황태자가 곤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체 공개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는 나 또한 충분히 짐작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다.

“정말 끝까지 해볼 작정입니까?”

“이대로는…….”

“그냥 이대로 보내 준다고 해도?”

해서 그에게 선택지를 하나 늘려 주었다.

항복과 항전 이외의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무사 퇴각이라는 선택지를.

“……무슨 수작이냐?”

당연히 브루노는 의구심을 품었다.

상황과 맞지 않는 뜬금없는 선심이었으니까.

“수작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곱게 보내 줄 생각이니까. 대신 전령 역할 하나만 해 주면 됩니다.”

“전령?”

“돌아가서 전하십시오. 이런 수작, 다음번에는 정말 재미없을 거라고. 절대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입니다.”

물론 이것이 진짜 선심일 리 만무했다.

브루노와 이런 식으로 얽힌 것만 벌써 두 번째였다.

그리고 이 두 번 모두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지난번에는 레나가, 이번에는 내가.

선심을 베풀고 말고 할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악심만을 잔뜩 풀어낸다면 모를까.

“……네놈의 그 지껄임이 어떤 분께 전해질지 잊은 것이냐?”

“그럴 리가요. 만약 그랬다면 당신을 이렇게 몸 성히 보내 주지도 않았을 겁니다. 잊지 않았으니, 이렇게 선을 지키는 것이지요.”

로만 제국, 그리고 황태자와의 관계를 고려한 처사였다.

슈라우드 입장에서 제국과 완전히 척을 지는 일만큼은 피해야 했다.

이런 의사를 피력하는 수단으로 브루노 정도면 충분할 터였다.

국가 자산인 소드마스터를 몸 성히 돌려보내 주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잘못은 전적으로 제국이 저질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제국이 눈치를 보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국제 관계에서 원칙 같은 것이 통용될 리 없었다.

힘이 곧 원칙이고 정의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 선은 당신까지입니다. 저 마법사는 우선 슈라우드에서 억류합니다. 이게 결코 과한 처사가 아니라는 건 당신이 더 잘 알 테지요.”

“…….”

“어떻게, 이런데도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나도 더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끝을 봐 주는 수밖에.”

다만, 선심 아닌 선심이 미치는 범위는 브루노까지였다.

6서클 마법사는 협상의 카드로 우리가 쥐고 있는 것이 맞았다.

이것이 당연했으며, 브루노 또한 반박하지 못했다.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릉~ 철컥.

그가 검을 집어넣었다.

결국, 내가 제공한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사실상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이것밖에 없기는 했지만.

“……두고 보자.”

그래도 마지막까지 의미심장한 멘트와 눈빛은 잊지 않고 남기는 그였다.

설욕의 의지가 강렬하게 전해져 오는 멘트고 눈빛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브루노는 그렇게 씁쓸한 뒷모습만을 남긴 채 홀로 전장을 떠나갔다.

“빠르게 정리하도록.”

브루노가 떠난 후, 나는 곧장 현장 정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부상자에 대한 응급치료 및 이송, 바이젠 군의 완전한 무장해제와 포박 등이 진행되었다.

당연히 바이젠 왕세자와 미르겔 마이웨더, 그리고 6서클 마법사에 대해서는 한층 더 꼼꼼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봤다.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고도의 긴장을 유지한 상태로.

휘청.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다.

의식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후우…….”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저도 모르게 힘이 풀려 순간 휘청거릴 정도로 말이다.

어둠의 본질을 마주하고 그것을 통제한 대가였다.

부작용이 엄청났다.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기는 했다.

3,000명의 부정적 감정을 나 홀로 감당한 꼴이었으니까.

더욱이 그냥 3,000명분도 아니었다.

공명과 증폭을 거친 3,000명분이었다.

내가 소드마스터가 아니었다면, 또 어둠의 정령력에 익숙해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 감정의 격랑에 잡아먹혔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것이 브루노를 곱게 돌려보내 준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제국의 눈치야 일단 브루노를 잡아 놓고 봐도 상관없었다.

그를 다치게만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편이 더 나았다.

협상 카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 카드가 소드마스터라면 더더욱.

하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브루노를 사로잡을 수가 없었다.

사로잡기는커녕 검 한번 제대로 나눠 보지 못할 것이 빤했다.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도 정신을 잃을락 말락 하는 중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소드마스터와 대결을 펼친다?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나아가 단순한 자살행위로 그칠 리도 없었다.

바이젠 왕세자의 안위 따위, 철저히 브루노의 관심 밖이었다.

그렇기에 만약 그가 내 상태를 알았다면 무조건 끝장을 보려 했을 터.

반면 우리는 현재 그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하여 최대한 빨리 그를 보내는 데에만 집중한 것이다.

다행히 허장성세가 통했다.

덕분에 이렇게 승자로서 전장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또, 덤으로 6서클 마법사의 신병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내가 이대로 정신을 잃고 나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소드마스터인 미르겔 마이웨더가 멀쩡할뿐더러, 병력 수 또한 바이젠이 앞서고 있었으니까.

따라서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있어야만 했다.

휘청.

그러나 이제는 정말 한계에 봉착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시 한번 힘이 풀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앞서와 달리 다리에 힘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안 되는데…….’

정말 안 됐다.

지금 쓰러지면 그대로 정신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내 상태를 알아차리게 됨은 당연지사였고 말이다.

그때는 정말 사태가 가늠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지도 몰랐다.

투욱.

한데, 이런 나의 간절함이 닿은 모양이었다.

내가 쓰러지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전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상태였다.

내 힘이 아닌 다른 힘에 기대어.

“카오오.”

카오였다.

카오 녀석만이 유일하게 내 상태를 알아챈 것이다.

그러고는 얼른 다가와 제 몸으로 나를 지탱해 주었다.

“고맙다.”

덕분에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또, 지켜볼 수 있었다.

승자로서의 마무리를.

나아가 지켜 낼 수 있었다.

우리가 이룩해 낸 슈라우드의 역사적 승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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