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54화 (55/200)

못해도 20장은 돼 보이는 나뭇잎 중 바닥에 온전한 상태로 착지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 공중에서 생도가 시전한 마법에 적중된 것이다.

“……!!!”

바로 여기였다.

막시무스가 다시금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지점은.

생도가 아니었다.

막시무스의 시선은 또다시 나뭇잎을 흩뿌렸던 하녀에게 사로잡힌 상태였다.

그렇기에 카르사노 쪽은 쳐다보지조차 않았다.

입은 분명 그를 향해 열리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저 동아리, 빨리!”

“남작님께서 굳이 아실 필요 없는 하찮은…….”

“헛소리 집어치우고 이름이나 말해, 어서!”

지금 이 순간 카르사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귀찮게 조잘대는 백작가 장남 나부랭이가 아니었다.

오직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엄청난 보석뿐이었다.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압도적 가치의 보석, 기대 자체를 완전히 놔 버린 순간 찾아온 대박 중의 대박 말이다.

* * *

성공적인 시연을 마친 뒤, 베로카는 곧장 무대를 내려왔다.

관객들의 감탄성과 박수, 그리고 센트럼을 뒤에 남겨둔 채로.

관객들에게 그녀를 소개하려던 센트럼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냥 모른 척했다.

베로카는 정식 생도가 아니었다.

라이오넬이 내년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하기는 했으나, 그렇다 해도 아직은 일개 하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했다.

하여 무대를 내려온 뒤 곧장 동아리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방 안에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이 풀리며 절로 흘러나오는 깊은 한숨이었다.

그와 함께 몸을 지탱하던 힘도 전부 풀려 버렸다.

그렇게 의자에 아예 몸을 파묻다시피 한 베로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록 관객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오늘 시연의 성공에는 베로카의 공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센트럼 특제 라이트닝 슈팅은 분명 높은 실효성을 자랑하는 훌륭한 마법이었다.

애초에 마력탄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마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만큼 단순한 마나 타격에 불과했다.

상위 서클이라면 몰라도 저서클에서는 그 위력 또한 보잘것없었다.

한데, 라이트닝 슈팅은 이런 마력탄을 환골탈태시켜 놓았다.

고작 마력탄만으로 직접 타격은 물론이고 상대에게 감전과 마비까지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가성비가 말도 안 되는 수준.

비록 센트럼밖에 쓸 수 없는 마법이라지만, 개의치 않았다.

누구도 저서클 마법사가 개발한 마법에 범용성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으니까.

어디에 내놓는다 해도 꿀리지 않을 결과물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경연에서 선보이고자 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마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전자인 센트럼의 문제였다.

그의 숙련도가 충분치 못한 것이다.

부족한 숙련도로 인해 적중률이 너무 낮았다.

물론 평소라면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 줄 부분이니까.

그러나 당장 경연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

인상 깊은 시연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 부족한 숙련도를 메워 줄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에 베로카가 대책을 내놓았다.

라이오넬조차 감탄을 금치 못한 그녀의 마나 컨트롤 능력.

이것이 바로 그 대책이었다.

센트럼은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했다.

숙련도를 끌어 올려 맞추거나 아니면 물체를 고정해 놓고 맞추거나.

베로카는 당장의 대안으로써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고는 이를 곧장 실행에 옮겼다.

센트럼이 마법을 발사하는 그 순간, 움직이는 나뭇잎을 그녀의 마나로 멈추었다.

물론 정말 찰나에 불과했고, 또 나풀거리는 나뭇잎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공중에서 멈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이를 통해 라이트닝 슈팅의 적중을 서포트했고, 결과적으로 경연의 대성공을 이끌어 냈다.

이만하면 누구도 베로카의 공을 부정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가 내세우지 않는 것일 뿐.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저 피곤할 뿐이었다.

서클이 그녀에게 허용한 것 이상의 마나 컨트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아무 생각 않고 그냥 푹 쉬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고 있던 때였다.

“베로카 양.”

뒷정리까지 끝마친 모양인지 센트럼이 방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그녀를 불렀다.

“죄송해요. 지금은 제가 많이 피곤해서 그러니, 조금만 이따가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저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빨리 일어나 보셔야 해요.”

한데, 센트럼의 태도가 평소와는 달랐다.

베로카의 말이라면 대꾸 한마디 않고 무조건 따르던 그였건만, 지금은 심한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이에 베로카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보았다.

센트럼과 함께 들어온 로브 차림의 웬 장년 마법사를.

“……?”

현재 베로카는 평소의 기민하던 그녀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이 상황에 곧바로 대응하지 못한 채 잠시 멍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사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베로카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장년 마법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희 내 제자 하지 않을 테냐? 아니, 그냥 하거라. 내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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