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일단락(3)
바르코스 요새에서 라인하트 영지로의 복귀 여정은 더할 나위 없이 순탄했다.
특히 요새로 향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돌아오는 길은 소풍이나 나들이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여정의 기간이 매우 짧았다.
갈 때는 한 달이 넘게 걸린 반면, 돌아오는 길은 20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길의 상태가 매우 쾌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여정을 순탄하게 만든 두 번째 요인이었다.
지천에 깔려 있던 몬스터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간혹가다 한 무리씩 출현하기는 했지만, 사기가 치솟을 대로 치솟은 라인하트 영지군에게는 식후 간식거리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의 몬스터 웨이브에서 승리하여 살아남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 승리의 주역을 둘이나 보유한 라인하트 영지군이었다.
특히 그 둘 중 하나는 아예 요새를 구한 영웅으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상황.
사기가 높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이 하늘까지 치솟은 사기가 세 번째 요인이자 여정의 대미를 장식한 클라이맥스이기도 했다.
라인하트 영지에 들어서며 사기는 치솟다 못해 아예 하늘을 뚫어 버렸다.
성대한 개선식 덕분이었다.
영지군이 성까지 가는 길을 빈틈 없이 가득 메운 영지민들.
그들은 승리하고 돌아온 영지군을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로 맞이해 주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과정에 강압과 강제는 전무했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개선식에 참여한 것이다.
왜 아니 그러겠는가?
카르가디아 산맥의 흉악한 몬스터들과 사투를 벌여 끝내 영지의 안전을 지켜 낸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이런 용사들을 맞이하는 일일진대 자발적이지 않다면 오히려 그게 비정상적이라고 봐야 했다.
더구나 영지민들에게도 바르코스 요새의 소식이 상세하게 전달된 참이었다.
즉,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이 영웅을 향한 기대와 함성까지 더해지니 개선식의 열기는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올랐다.
여기에 이드리스의 개선 기념 축제 선포가 방점을 찍으며, 라인하트 영지군의 몬스터 웨이브 원정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결말을 맺게 되었다.
그렇게 원정부터 복귀, 그리고 환영까지의 공식 행사가 마무리된 뒤의 라인하트 영주 집무실.
현재 이곳에는 나를 비롯한 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이드리스, 에일린, 에릭스, 그리고 다이너까지, 모두가 내 사람인 동시에 라인하트 영지를 이끄는 주역들이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 한데 모여 아직 세부적으로는 마무리 짓지 못한 바르코스 요새행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어차피 부산물 추리는 작업은 바르코스 후작가에서 맡아 주기로 했으니까, 상단 선정을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어.”
바르코스 요새에서 깨어난 직후, 수많은 상단 관계자들이 내 막사를 찾아왔다.
그런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로 명료했다.
바로 몬스터 부산물 거래에 관한 대리인 계약 체결.
라인하트 영지를 대신하여 몬스터 사체에서 부산물을 추리고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아 주겠다는 것이다.
각 상단의 눈에는 탐스러운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웨이브에서 라인하트 영지가 가장 많은 부산물을 확보했다는 건 이미 공표된 사실.
한데, 라인하트 영지에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단이 부재했다.
물론 평소 광물을 거래해 온 상단들이 몇 있기는 했으나, 하나같이 규모 면에서 충분치 못했다.
몬스터 부산물을 대규모로 추출하고 거래할 여력은 지니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라인하트 영지가 확보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상단과의 대리 계약 체결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상단 관계자들이 쉼 없이 내 막사를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럼에도 난 이들을 전부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영주가 아닌 관계로 내게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 그 핑계였다.
“고생 많았어, 라이. 이 일 신경 쓰느라 정작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지도 못했겠네. 그리고 고맙다. 네가 상황 조성까지 깔끔하게 해 준 덕분에 우리 영지에 정말 좋은 기회가 찾아왔어.”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핑계에 불과했다.
내가 하고자 했다면 구두 계약 체결까지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애초에 내가 만들어 낸 기회이기도 했거니와, 이드리스가 이런 것으로 내 결정에 딴지를 걸 리도 만무했다.
오히려 내가 드디어 영지 실무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좋아한다면 모를까.
그냥 내가 하지 않은 것이다.
왜?
이건 이드리스의 말마따나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우리 라인하트 영지가 주거래 상단을 갖출 정말 좋은 기회.
이것이 있고 없고는 영지 발전 양상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를 유발한다.
물론 없다고 하여 기본적인 영지 운영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당장의 라인하트 영지가 그 증거.
하지만 눈에 띄는 발전은 불가능했다.
이 또한 십수 년째 현상 유지에 머물고 있는 라인하트 영지가 그 방증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상단을 갖출 제반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비록 영지 자체 상단을 만들지는 못하겠으나, 계약만 잘 성사시킨다면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터.
상단 선정부터 실제 계약과 거래까지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모두 핑계를 대고 돌려보낸 것이다.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보다 철저하고 확실하게 움켜쥐기 위해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드리스 또한 아는 부분이었고, 그렇기에 나에게 감사를 표하는 그였다.
이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별거 아니니 그럴 필요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고 말이다.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와 신뢰가 느껴지는 참으로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건 그렇고.”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에일린을 한 번 힐끔한 이드리스.
그러고는 살짝 무게를 잡으며 재차 입을 여는 그였다.
“결과적으로 다 잘 풀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형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네. 어쩌자고 그런 위험한 임무에 자원 한 거야? 에일린이랑 내가 얼마나 가슴 졸일지도 생각했어야지.”
“미안해, 형. 앞으로 최대한 조심할게.”
나의 경솔함을 꾸짖기 위함이었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내가 정찰대 임무에 자원했다는 것 자체가 경솔한 행동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드리스나 에일린은 내 실력과 감각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으니까.
가족으로서는 걱정을 금치 못할 부분임이 당연했다.
하여 나는 이 점에 대해 곧바로 인정했고, 다행히 이드리스도 잔소리를 더 이어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 앞으로는 걱정할 가족들 생각해서 좀 더 주의하도록 해. 그럼 이제 우리도 나가서…….”
“그게 다야, 이드 오빠?”
하지만 문제는 이드리스가 아니었다.
“음, 이만하면 라이도 충분히 알아듣지 않았을까?”
“알아듣긴 뭘 알아들어? 조심하겠다고만 했지, 위험한 짓 안 하겠다고는 안 했잖아.”
진짜 문제는 에일린이었다.
결코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여동생이라는 고비가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선 것이다.
녀석의 서늘한 눈빛이 정면으로 나를 향했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오빠를 요새로 보내 줬을 때, 난 오빠도 내 생각을 조금쯤은 해 줄 거라고 믿었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오빠를 보냈을지 어느 정도 헤아려 줄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그 믿음이 이렇게 철저하게 배신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미안해, 에일린. 절대 그럴 의도는…….”
“미안하다는 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갈 상황은 아닌 것 같지 않아? 이게 내 감정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오빤 오빠의 위치 자체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
난 그 눈빛을 차마 마주 보지조차 못했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고비가 아니었다.
에일린의 사나운 눈초리는 나만을 향하지 않았다.
“라이 오빠만이 아니에요. 에릭스 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 다 대체 본인들이 영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사람들인지 깨닫고 있기는 한 거예요?”
나에 이어 두 번째 타깃이 된 에릭스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에일린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한 채 애꿎은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에릭스 경은 우리 영지를 지탱하는 절대적인 분이에요. 단순히 기사단장이라는 직위만으로 그 의미를 전부 담아낼 수 없는 위치이시라고요. 그리고 라이 오빠, 오빠는 현재 영지의 후계자나 다름없어. 불쌍한 이드 오빠가 결혼은커녕 여자 손도 못 잡아 보고 독수공방하는 상황이니까.”
“어, 에일린? 굳이 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그러다 둘 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라인하트 영지는? 남겨진 우리는? 뒷감당에 치여서 쓸쓸하게 홀로 늙어 갈 불쌍한 이드 오빠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기는 한 거예요?”
어째 선의의 피해자까지 생겨난 것 같긴 하지만, 이 시점에 그런 것은 하등 중요치 않았다.
그저 피해 당사자만 살짝 억울할 뿐.
“아니겠죠. 제대로 고민해 본 적조차 없으니 죽을지도 모르는 임무에 둘 다 뛰어드는 무모한 행동을 한 거겠죠. 정말 생각이란 걸 했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남는 결정을 내렸을 테니까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내 감각의 존재를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나와 에릭스는 미친 짓거리를 벌인 것이었다.
잘못됐을 경우의 뒷감당은 생각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설령 안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어찌어찌 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도출되기는 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과정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
감각이 제대로 발동했음에도 죽음의 위기를 피하지 못했고, 이를 해결코자 난 마나 하트를 깨뜨리는 선택까지 했다.
그 상황에서 천운이 따라 주지 않았더라면, 에일린의 지적은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 되고 말았을 터.
“이런데도 미안하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세요, 에릭스 경?”
따라서 나와 에릭스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에일린의 말마따나 차마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입에 담지 못한 채 그저 침묵하는 수밖에.
“두 사람, 다이너 경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으셨어요? 전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어떻게 기사단장에 아버지라는 분이 본인 아들보다, 또 영지 둘째 공자라는 사람이 평범한 기사지망생보다 사리 분별이 안 될 수가 있는 거죠?”
나와 에릭스가 침묵으로만 일관해서였을까?
선의의 피해자에 이어 전혀 의외의 수혜자도 한 명 도출됐다.
본인조차 이 상황이 얼떨떨한지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이너가 바로 그 주인공.
“그게 꼭 그런 건 아니긴 한데…….”
“아니면 뭐? 그래서 다이너 경이 오빠처럼 무모한 짓이라도 벌였어? 아니잖아. 어찌 됐든 뒤에 남아서 착실하게 영지 사람들을 챙겼잖아. 두 사람 중 한 명이 했어야 할 일을 결국 다이너 경이 대신 한 거라고. 결론이 이런데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
분명 아니었다.
다이너 녀석도 자기를 데리고 가 달라고 징징댔었다.
단지 실력이 안 돼 배제시켰을 뿐.
그러나 차마 이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며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는 에일린의 눈빛이 너무 서늘했다.
한마디라도 잘못 꺼냈다가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히죽히죽.
갑작스러운 수혜에 어벙한 표정을 지나 대놓고 히죽이고 있는 다이너.
에일린에게 혼나는 틈틈이 극도로 얄미워진 녀석의 얼굴을 있는 대로 째려봐 가면서 말이다.
* * *
“열심히 해, 매튜. 항상 몸조심하고.”
“예, 공자님. 공자님과 영지 식구들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할게요.”
영지 복귀 일주일 뒤인 오늘은 매튜가 라인하트 영지를 떠나는 날이었다.
이에 영주성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튜를 배웅하고 있었다.
“내 동생 같은 아이이니 잘 부탁하네, 상단주.”
“염려 마시기 바랍니다, 공자님. 제가 실크로 상단의 이름을 걸고 직접 신경 써서 보살피고 가르치겠습니다.”
앞으로 매튜가 몸담을 실크로 상단의 상단주인 라즈에게 직접 부탁까지 건넸다.
이번 몬스터 부산물 건 관련하여 우리와 계약을 맺게 된 곳이 바로 실크로 상단이었다.
상단주인 라즈의 수완으로 나름 괜찮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초가 튼튼한 상단.
단, 대형 상단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을 뿐이니까.
당연히 몬스터 부산물을 대규모로 추려낼 여력은 지니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이드리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기초가 튼튼하고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이렇다 할 기회를 만나지 못한 곳.
하여 우리와의 거래에 상단의 미래가 달린 곳.
그래서 우리가 직접 지분을 넣고 라인하트 영지 전속 상단처럼 키워 갈 수 있는 곳.
몬스터 부산물 추출 능력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바르코스 후작가가 알아서 해 주기로 되어 있었으니까.
우리 영지와 함께 발전할 가능성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실크로 상단은 그런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 줬고 말이다.
여기에 상단주 라즈의 개인사가 플러스 요인이 됐다.
라즈는 50대에 다다른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
즉, 상단주 개인의 욕심이 영지의 이익과 충돌할 확률이 매우 낮은 것이다.
무엇보다 라즈 개인의 성품도 나쁘지 않았다.
이는 그간 종종 있었던 광물 거래를 통해 확인한 바.
하여 실크로 상단을 동반자로 선택함과 동시에 매튜까지 맡긴 것이다.
그랬다.
매튜는 이제부터 실크로 상단에 적을 두고 상인으로 성장해 갈 예정이었다.
“무엇보다 제가 직접 보니 매튜 저 아이, 정말 영리합니다. 조금만 가르쳐도 저희 상단에 커다란 보물이 될 아이라고 봅니다.”
“역시 보는 눈이 있군요. 제대로 봤어요. 그 점은 매튜를 가르친 나도 보증해요.”
에일린이 내린 결정이었다.
그간 에일린은 나를 대신하여 매튜를 돌보고 가르쳐 왔다.
그리고 감탄을 거듭했다.
매튜의 놀라운 재능 때문.
에일린의 말에 따르면 매튜는 엄청난 습득 속도를 보였다.
내가 바르코스 요새로 떠나 있던 그 짧은 기간 동안 벌써 글을 전부 깨우쳤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에일린의 지도하에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 익혀 보았다.
마찬가지였다.
모든 면에서 특출난 학습 능력을 드러낸 매튜였다.
그리고 이 굉장한 재능은 특히 한 분야에 이르러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계산과 거래.
매튜의 계산 실력과 사람을 상대하는 스킬은 도저히 어린 아이의 그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했다.
이를 확인한 에일린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판단을 내렸다.
매튜의 길은 상인에 있다고.
재능이 워낙 찬란하게 빛나니 사실상 고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매튜 역시 에일린의 판단에 적극 동의했고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공자님. 상인으로 꼭 성공해서 공자님께 도움 되는 사람이 될게요, 반드시!”
“나이도 어린 녀석이 뭘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해? 그러지 말고 너를 위해 살아, 매튜.”
“공자님을 위해 사는 게 저를 위해 사는 거예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공자님 옆에 설 자격을 갖춰서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나를 향한 묵직한 포부와 다짐을 남긴 매튜.
녀석은 이렇듯 어리지만 다부진 뒷모습을 남긴 채 영지를 떠나갔다.
이로써 내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 모두 일단락되었다.
당분간은 외적으로 내가 신경 써야 할 만한 것들이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제 내게 주어진 숙제를 풀 시간이었다.
회귀와 함께 주어진 필연적인 숙제.
이를 풀기 위해 모든 일의 시작점으로 갈 차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