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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8화 (19/200)

11장: 결판

“트윈이 또 한 마리를 데려다 놓고 떠났다고?”

―그렇습니다, 후작 각하.

브라이튼 바르코스 후작이 마법 통신으로 게인 프루다 남작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고 주제야 두말할 것도 없이 정찰대의 임무 진행 현황.

정찰대 구성원으로서 게인이 맡은 임무 중 하나에는 현황에 대한 정기 보고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방금 게인이 마법 통신을 걸어 온 참이었다.

트윈이 레어에 오우거를 놔둔 뒤 완전히 자리를 떴다고 판단되는 시점이었다.

―이걸로 총 6마리째입니다. 근방에서 오우거를 찾기 힘든 모양인지 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트윈이 끌고 온 오우거가 이번 것까지 벌써 6마리째였다.

정찰대가 레어 도착 이틀 만에 세 마리를 죽였으니, 그 이후로 각각 한 마리씩 벌써 세 번이나 트윈을 물 먹인 것이다.

트윈의 분노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것은 불 보듯 뻔했고 말이다.

이렇듯 늘어 가는 오우거의 시체, 쌓여 가는 트윈의 분노만큼이나 고무적인 부분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트윈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

놈이 오우거를 공수해 오기 위해 본인의 레어를 떠나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는 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오우거는 지상의 제왕이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그런 만큼 한 개체가 자신의 영역으로 삼는 구간이 광범위했다.

더구나 단독생활을 고집하는 종의 특성까지.

개체 수가 풍부하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따라서 오우거는 억지로 찾으려 해도 쉬이 찾아지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사실 지금까지 트윈이 끌고 온 숫자만 해도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였다.

아마 같은 오우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하지만 아무리 트윈이라 해도 더는 수월한 공급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텀이 길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다들 고생이 많네. 정찰대의 활약 덕분에 요새는 요즘 안정기야. 사령관으로서 자네들에게 뭐라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각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찰대가 요새를 떠나 임무를 시작한 지 한 달가량 흘렀다.

그리고 이 한 달 동안 바르코스 요새에 대한 몬스터들의 공격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강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트윈의 압박이 없기 때문인지 대형 몬스터의 숫자가 확연히 감소했다.

이 정도면 예년의 몬스터 웨이브 수준, 혹은 그 이하까지 떨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아슬아슬했던 요새의 방어 상태도 다시금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정찰대의 활약이 빚어낸 결과물.

후작으로서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 외에 가질 수 있는 것이 따로 없는 상황이었다.

“디카프리 그 친구도 요새에 한두 시간 내로 도착할 거라고 전갈이 왔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애써 주길 바라네.”

마침 남부에서 이베리아 영지의 일을 봉합한 후 빠르게 북상한 디카프리 델로나 후작도 요새에 거의 다 도달한 참이었다.

델로나 후작이 도착하면, 그리하여 그가 트윈을 마주하게 되면 사실상 올해의 웨이브도 끝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예년의 웨이브 수준을 뛰어넘은 지도 한참이었다.

트윈의 압박이 없다면 몬스터들이 더는 죽자사자 달려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너무 서두르실 필요 없습니다. 이곳 상황이 다급한 편은 아니니, 델로나 후작님께서 요새 도착 후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급히 올라오셨을 테니 분명 피로가…….

―피해야 합니다, 당장!!!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통신구 너머로 전해져 오는 라이오넬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 신호였다.

그와 함께 강제 종료되는 마법 통신 역시도.

통신구 너머의 상황이 오리무중에 빠져 버린 것이다.

이제 거의 다 됐다 생각하던 이 시점에.

“말을 준비하라! 지금 당장 델로나 후작에게로 간다!!”

그렇다고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

이 모든 변수와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줄 존재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여 바르코스 후작은 곧바로 직접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요새로 오고 있을 델로나 후작과 일분일초라도 빨리 조우하고자 직접 마중을 나가는 것이었다.

제발 정찰대가 무사하기만을, 그리고 버텨 주기만을 기원하고 또 기원하면서.

* * *

트윈이 내팽개쳐 두고 간 오우거를 처리하고 뒷정리를 하려던 순간이었다, 내 감각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머리가 띵할 정도로 강력한 비상등이었다.

그런 것이 미친 듯이 울려 댔다.

이런 수준의 비상등을 작동시킬 수 있는 존재?

한 놈뿐이었다.

트윈, 그놈 말고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놈에게 같은 상황을 세 번이나 반복해 준 것이 화근이었다.

몬스터라고는 하나 그래도 적잖이 영악한 모습을 보였던 놈이니만큼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제 와서는 뒤늦은 후회에 불과했지만.

당장은 몸부터 피하고 봐야 했다.

해서 곧장 일행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상황의 시급성을 알렸다.

이에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는 했으나, 일행 중 하나하나 베테랑 아닌 사람들이 없었다.

이미 내 감각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만큼 모두는 하던 일을 접어 두고 단번에 집결했다.

그러고는 다 같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기척 지우기고 뭐고 깡그리 무시한 채 최단 경로만을 이용하는 줄행랑.

우리의 존재가 대놓고 드러났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잡다한 몬스터들은 우리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들 트윈의 경로에서 벗어나고자 필사적으로 달아나기 바빴기 때문이다.

트윈의 접근을 감지하고 5분가량 흐른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러했다.

“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줄행랑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나는 불과 5분 전에 내 입으로 뱉은 말을 스스로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산맥 내에서 제왕을 넘어 황제에 다다른 트윈이었다.

그런 놈을 산맥 안에서 따돌린다?

아예 걸리지 않았던 때라면 모르되 지금은 불가능했다.

놈은 이미 확실하게 우리를 인지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빛의 속도로 줄어들기만 하는 우리와 놈의 거리를 고려할 때 더 이상의 도망은 무의미했다.

“하지만…….”

“언쟁할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은 일단 제 말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논의 같은 걸 하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이의 제기를 초장부터 잘라 버린 나는 속사포처럼 작전 지시를 이어 갔다.

“게인 남작님은 무조건 방해와 보조 마법 위주로만 캐스팅해 주십시오. 트윈의 움직임에 훼방을 놓을 수 있다면 그게 뭐든지 간에. 공격 마법은 어차피 소용 없…… 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사치였다.

이제는 굳이 내가 경고해 줄 필요조차 없었다.

완전히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놈의 기세를 모두가 확실히 느끼고 있었으니까.

쿠구궁~

이윽고 놈이 등장했다.

더 이상 감각이나 기세 등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 앞에 서 있는 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됐으니 말이다.

“…….”

직접 본 트윈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모두가 할 말을 잃을 지경.

특히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한 것은 처음이니만큼 더더욱.

“크르르르르.”

트윈은 웃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눈에는 한껏 찡그린 것으로 보이겠으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놈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물론 일반적인 감상이 무조건 틀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놈이 웃는 것은 즐거워서이지만, 그 즐거움 자체가 우리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한 것일 테니까.

그리고, 그런 만큼 놈의 현재 감정은 아주 깊었다.

요새에서 오우거들을 돌진시키고 바윗덩어리나 던져 대던 그때?

심심풀이 장난에 불과했던 그때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트윈에게서는 진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중이었다.

우리를 찢어 죽일지 갈아 마실지, 뭐 이런 종류의 상상과 그 상상을 실현코자 하는 진심 말이다.

쿠구구구~

상상 실현과 즐거움 추구의 시간이 다가온 모양이었다.

놈이 거목 하나를 통째로 뽑아 들어 몽둥이처럼 한 손으로 꼬나쥐었다.

그러고는.

쿠웅!!

발을 굴렀다.

돌진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남작!! 조심…….”

차마 끝맺지조차 못한 제프너의 경고성이 가리키는 대로였다.

트윈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제물은 게인 프루다 남작.

놈이 일직선으로 게인에게 돌진했다.

“……!!!”

집채를 최소 세 개는 이어 붙여야 할 것 같은 몸뚱이로 내는 말도 안 되는 속도.

마법사인 게인은 피할 수 없었다.

마법까지 영창 중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후우웅~

그런 게인에게 수직으로 내리쳐지는 트윈의 통나무 몽둥이.

쿠과과광~!!

그 무지막지한 것을 간신히 막아 냈다.

다행히 게인 근처에 내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쿨럭, 쿨럭!”

단, 그저 늦지 않았을 뿐이다.

진짜 막아 냈다고 보기 어려웠다.

간신히 견뎌 냈다는 표현이 더 적절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 한 번의 충돌로 내 속이 이리 걸레가 되지도, 입으로 피 분수를 뿜어내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깨달음이고 무게중심이고 다 끌어다 썼지만, 절대적인 힘의 차이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심히 역부족.

이런 상태로 두 번은 안 됐다.

이대로 놈의 이격을 받는다?

막거나 견디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대로 곤죽이 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후와아앙~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내 사정에 불과했다.

첫 일격이 막히자 트윈은 지체 없이 두 번째 스윙을 이어 갔다.

분명 두 번은 안 됐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 등 뒤의 남작도 남작이지만, 당장 충격으로 인해 내 발조차 떨어지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

나와 남작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순간.

쿠과광~!!

한데 이번에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에릭스와 제프너가 참사 발발 순간 일보 직전에 끼어든 덕분이었다.

둘이 동시에 트윈의 몽둥이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이들의 표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나처럼 피를 토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힘에 겨운 기색이 역력한 것은 마찬가지.

물론 둘이기도 하거니와 에릭스의 경지가 있으니만큼 나처럼 일격에 무장해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덕분에 이어지는 추가 스윙도 가까스로 막아 내는 데에는 성공하고 있었다.

콰광! 쾅! 쾅!

말 그대로 가까스로였을 뿐이지만.

에릭스와 제프너가 힘을 합쳤음에도 오래 버틸 수는 없어 보였다.

그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썩어 들어갔다.

내가 가세하든 아니면 다른 변수가 다급한 시점이었다.

구우웅~

그래서 내상 수습은 도외시하고 일단 오러를 끌어모았다.

지금은 트윈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그리스.”

게인의 생각이기도 했다.

그가 당황하여 잠시 묵혀 두었던 마력을 뿜어냈다.

목표 지점은 무차별 스윙으로 인해 무게가 잔뜩 실린 트윈의 오른 발바닥.

시전 시점은 트윈의 여섯 번째 풀 스윙이 내리꽂히기 시작하는 찰나의 순간.

휘청~

“크륵?”

게인이 도출해 낸 변수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지지대 역할을 하던 트윈의 오른발이 저가 내지른 스윙의 무게 때문에 속절없이 미끄러진 것이다.

물론 트윈은 괴물 중의 괴물.

괴물의 균형 감각으로 금세 흐트러진 중심을 회복하려 들었다.

당연히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파앗!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내가 나섰다.

게인이 트윈의 오른발을 노렸다면 나는 놈의 왼발이었다.

스아악~

미끄러진 오른발을 대신해 무게가 잔뜩 실린 그곳으로 혼신의 일격을 날렸다.

마침 오러도 발현시켜 둔 참이었다.

적잖은 내상을 입은 상태이기는 하나, 이 정도면 요새에서 오우거의 심장을 도려냈을 때의 그것과 얼추 비슷한 수준.

잘하면 발목 자체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퍼거걱~!

그런데 소리가 좋지 못했다.

손끝의 감각 역시 소리를 그대로 따랐다.

검이 놈의 발목을 제대로 가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파고들기는 했지만, 채 절반도 들어가지 못한 지점에서 멈춰 세워진 것이다.

근육에 손상은 줬으되 뼈대까지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

오우거의 회복력을 고려하면 조금 깊은 찰과상 정도에 불과했다.

‘이건……?’

왜?

트윈의 가죽이 특별히 더 질겨서?

그런 면이 없잖아 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내 오러를 견뎌 낼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지금 내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 이 찌릿찌릿한 감각이 확인시켜 주고 있었다.

원인은 가죽이 아니라는 사실을.

손끝을 타고 오르는 이 감각은 결코 가죽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몬스터보다는 인간과의 겨룸에서 느낄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 실력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그것.

‘마나!’

바로 마나였다.

놈의 몸을 마나가 감싸며 보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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