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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트 자작가 차남의 회귀-13화 (14/200)

8장: 비극의 원흉

바르코스 요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시선이 오롯이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쏠린 상황.

순간 요새 전체가 정적에 휩싸였다.

불과 10초 전까지 인간과 몬스터가 피 튀기는 생존게임을 벌이던 곳이 맞나 싶을 지경이었다.

고작 트윈의 등장만으로도 이러했다.

하지만 놈에게는 이걸로 만족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크롸롸롸~!”

트윈이 포효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꾸륵 꾸르륵!”

“끼기기끽!”

“그르륵!”

“음머어어!”

요새를 뒤덮었던 순간의 정적이 완벽하게 깨져 나갔다.

동시에 모든 몬스터들이 일제히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트윈의 등장 이전보다 몇 배는 광폭하게.

단, 이전까지와는 명백히 달랐다.

놈들은 타고난 흉성과 광기를 폭발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기에는 몬스터들의 눈에 떠오르는 감정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것은 바로 공포.

등 뒤의 절대적 포식자에 대한 공포가 몬스터들을 죽기 살기로 나아가게 만든 것이다.

공포의 근원으로부터 한 발자국이라도 더 멀어지기 위해.

이리하여 잠시 중단됐던 전투가 재개됐다.

중단 전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처절함과 절박함을 담고서.

한데, 이 처절함과 절박함의 가미마저도 트윈을 만족시키지 못한 모양이었다.

몬스터들을 준동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저 스스로 직접 행동에 나서는 트윈이었다.

구구궁~

대체 어디서 주워 온 것일까?

트윈이 제 몸뚱이의 절반은 족히 되어 보이는 바윗덩어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몸을 활처럼 휘었다.

하면 다음 순서는 쉬이 예상 가능했다.

후와앙~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집채만 한 바위를 그대로 던져 버린 것이다.

요새를 향해서, 그것도 트윈 헤드 오우거로서의 힘을 잔뜩 실어서.

떨어지는 유성이 이러할까?

직경 3m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바위가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은 굳이 직접 겪어 보지 않더라도 짐작 가능했다.

심각하게 끔찍한 위력일 것이 분명했다.

슈가가가각~!

당장 소리부터가 그러했다.

대기를 완전히 찢어발기는 중이었다.

야속하게도 그 흉악한 것은 순식간에 요새 코앞에 도달했다.

이대로 요새와 정면충돌한다면?

아무리 바르코스 요새라 한들 어디 한 군데 무너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윽고 트윈으로부터 쏘아진 바윗덩어리가 성벽에 닿았고, 그대로 어마어마한 충격을…….

두웅~

주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충격을 줬다기에는 충돌음이 지나치게 깜찍했다.

커다란 북소리 정도?

투석 과정에서 뿜어진 포스와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효과음이었다.

실제 효과도 마찬가지였다.

유성처럼 쏘아져 온 바윗덩어리에도 불구하고 성벽에는 자그마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마법사님들이다. 마법사님들이 막아 주셨어!”

요새 위로 투명하게 덧씌워진 방어막 덕분이었다.

마법사들의 작품.

이것이 그간 마법사들의 활약이 뚜렷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갑작스러운 트윈의 출현과 놈의 무지막지한 투척을 막기 위해 마력을 최대한 아껴 왔던 것이다.

“우오오오~”

이 고무적인 광경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자칫 일방적으로 흘러갈 뻔한 양상에 반격의 한 수가 가해진 것이다.

덕분에 곤두박질치던 병력의 사기도 반등 조짐을 보였다.

“크롸라라!”

아니, 보일 뻔했다.

곧바로 이어진 트윈의 두 번째 포효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이에 맞춰 모두의 앞에 현신한 악몽이 아니었다면.

“오, 오우거…….”

악몽의 정체는 바로 오우거였다.

가히 지상의 제왕이라 불리는 몬스터.

하나하나가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 아니면 상대가 어려운 생체병기였다.

“미친……!”

다만, 이미 오우거보다 한 차원 위의 괴물인 트윈 헤드 오우거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 평범한(?) 오우거의 추가가 악몽이라는 타이틀 혹은 ‘미친’이라는 감탄사를 획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세 마리야, 오우거가 세 마리라고!!”

그러나 평범한(?) 오우거가 세 마리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 마리만으로도 재앙과 같은 파괴력을 자랑하는 오우거였다.

그런 놈이 세 마리가 동시에 출현한다?

심지어 트윈 헤드 오우거가 떡하니 전장에 버티고 선 상황에서?

악몽이라는 타이틀조차 부족할지도 몰랐다.

이건 재앙과도 같은 순간이 아니었다.

그냥 재앙이었다.

쿵 쿵 쿵 쿵!

재앙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번씩 전장이 떠나가라 울부짖더니 그대로 요새를 향해 돌진한 것이다.

놈들의 육중한 발걸음이 한 발 한 발 이어질 때마다 지축이 울리고 있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

때문에, 이 광경을 목도 중인 요새의 모두는 한 가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저놈들이 성벽에 도달하면, 그래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으리라는 생각.

단순한 생각이라기보다는 예지라고 봐야 했다.

120%의 확률로 현실화될 완벽한 미래 예지 말이다.

물론 기사들이 막는다고 막아서겠지만, 그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반 병사들은 비명횡사를 면치 못할 터.

막더라도 밖에서 막아야 했다.

안에서 막으려 들었다가는 설사 요새를 지켜낸다 해도 병력 손실이 회생 불가 수준에 다다를 것이다.

이렇듯 모두가 예견하는 절망적인 상황.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모두가 예견 가능하니만큼 이에 대한 대응도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사님들이 나간다. 후작님께서 직접 출전하셔!”

오우거가 등장하자마자 곧장 브라이튼 바르코스 후작이 움직였다.

바르코스 기사단과 함께 성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인 바르코스 후작이라면 오우거 한 마리는 상대할 수 있었다.

“에릭스 경도 함께 가신다!”

현재 요새를 통틀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는 둘밖에 없었다.

하나는 바르코스 후작, 나머지 하나는 라인하트 영지의 에릭스 브란부르크.

오우거를 막기 위해 이 둘이 모두 움직였다.

후작과 함께 성문을 나서는 에릭스.

이러면 두 마리는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었다.

바깥에 깔린 여타 잡것들이야 바르코스 기사단이 붙들고 있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다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이렇게 간다 해도 여전히 한 마리가 더 남아 있었으니까.

우우우웅~

이에 마법사들이 나섰다.

일제히 주문 영창에 들어간 것이다.

일반 병사들조차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마력이 성루에 응집되고 있었다.

이거면 마지막 남은 한 마리도 상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슈가가가각~!

그러나 오판이었다.

마법사들의 상대는 따로 있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

놈이 또다시 투척을 시작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바윗덩어리뿐만 아니라 뿌리째 뽑아 버린 통나무, 그리고 놈의 주변에서 잔뜩 얼어 있는 몬스터들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미친 듯이 던져 댔다.

심각하게 위협적이었다.

어쩌면 돌진 중인 오우거 이상일지도 몰랐다.

하여 응집된 마법사들의 마력은 여기에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쿵!

이에 마지막 오우거는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돌진을 계속했다.

평범한 화살 따위가 놈을 방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성벽 위 모두의 얼굴에 지독한 공포가 서렸다.

인간, 몬스터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우거의 돌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쪽은 그 정도가 더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거, 저거 왜 이쪽으로 와? 어어……?”

당첨자는 바로 발터우스 영지군.

오우거의 진행 방향은 정확히 발터우스의 방어 구역을 향하고 있었다.

때문에, 기사와 병사 구분할 것 없이 모두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특히 어떤 한 인물에 의해 이 패닉은 급속도로 확대·재생산되는 중이었다.

“막아! 막으라니까! 저 괴물이 여기로 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있는 대로 악을 쓰는 르로이였다.

일반 병사들보다도 더 겁에 질린 그는 연신 괴성을 질러 댔다.

악쓸 시간에 차라리 몸이라도 피하면 좀 나을 터인데, 오우거의 위압감에 짓눌린 모양인지 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코앞에 도달한 오우거.

쿠웅!

놈이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돌진하던 추진력 그대로 도약한 것이다.

그 도약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단번에 성벽과 어깨를 나란히 할 지경이었다.

동시에 놈이 어깨와 주먹을 한껏 뒤로 당겼다.

그러고는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성벽이고 사람이고 모조리 곤죽을 만들어 버릴 기세로.

“으아아아악~!”

병사들의 그것을 가뿐히 뛰어넘는 르로이의 비명.

이것이 성벽을 타고 전장에 울려 퍼졌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손속에 사정을 둘 오우거가 아니었지만.

끝내 오우거의 주먹이 완전히 내질러졌다.

콰과광!!!

그와 함께 엄청난 충돌음이 다시 한번 전장에 울려 퍼졌다.

모두가 뇌리에 지독한 비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비극의 당사자에게는 그조차 불가능하겠지만.

당연했다.

이미 곤죽이 됐을 터인데 비극이니 뭐니를 어떻게 떠올린단 말인가?

“어…… 사, 산 거야? 나 살아 있는 거야?”

그런데 불가능이 현실이 됐다.

오우거가 발터우스 구역을 제대로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르로이가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얼떨떨한 기색을 잔뜩 담고 있기는 하나 더할 나위 없이 또렷한, 그 어떤 고통도 느낄 수 없는 건강한 목소리였다.

르로이뿐만 아니라 발터우스 영지군 전체가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여전히 사고라는 것을 할 수 있을 만큼 쌩쌩하게 살아 있는 상태였다.

“……!!!”

덕분에 그들 모두 뇌리에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다.

비극은 아니었다.

목숨이 붙어 있음을 확인한 이 순간에 비극 연상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것은 경악이었다.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한 이의 현실 부정에 가까운 경악.

르로이의 중얼거림처럼 말이다.

“말도 안 돼…….”

한 인간이었다.

모두로부터 경악을 이끌어 낸 장본인은.

오우거의 주먹을 정면에서 홀로 막아 내는 기적을 써낸 한 인간.

라이오넬 라인하트였다.

* * *

어쩐지 2주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상하다 싶었다.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트윈은 몬스터 치고 꽤 영악한 편이었다.

혼자서는 벅차다 싶으니 오우거를 모으러 갔던 것이다.

그 결과가 현재 상황이었다.

남은 오우거 한 마리에게 무방비로 털릴 뻔한 상황 말이다.

회귀 전, 어째서 에릭스가 죽고 다이너가 크게 다쳐 돌아왔던 것인지 확실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 전투에서 당했던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오늘의 일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당장 거점인 요새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뻔했으니까.

병력 손실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었을 테고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예정된 비극을 바꾸기 위해 내가 이곳에 있는 것이고, 또 오우거의 돌진과 주먹질을 막아 낸 것이었다.

“쿨럭쿨럭.”

물론 쉽지는 않았다.

돌진의 추진력까지 얹어진 무지막지한 오우거의 주먹을 정면으로 막아 낸 참이었다.

내부가 들끓어 올랐다.

중심을 비틀어 힘을 가능한 한 흘려보냈으나, 기본적인 절댓값이 무식한 수준이었다.

소드마스터의 깨달음을 있는 대로 끌어다 썼음에도 내 몸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최우선 과제였던 오우거의 돌진은 무사히 저지했다.

또 이만하면 아직 할만했다.

욕지기가 절로 치밀어오르는 상태이기는 하나 어쨌든 검을 휘두를 여유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일단 오우거를 상대할 여건부터 조성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다들 이곳을 벗어나, 당장!!”

젖먹던 힘까지 다해 어렵사리 막아 냈는데, 여기서 추가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터.

마나를 담아 외침으로써 얼어붙은 병사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덕분에 정신 차린 병사들이 후다닥 자리를 피했고 말이다.

다만 부작용이 하나 있었다.

막혀 버린 제 주먹을 이해하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던 오우거.

그런 놈 또한 정신을 차리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후아앙~

한 팔로 성벽에 매달린 상태의 오우거가 막혔던 주먹을 재차 휘둘러왔다.

쾅!

하여 다시 한번 막아 냈다.

돌진이 가미됐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주먹질.

당장은 막아 냈지만,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코 좋을 것이 없었다.

다른 수를 낼 필요가 있었다.

“다이너!”

그 첫 번째 수는 바로 다이너였다.

“흐아압!”

내 부름에 힘찬 기합성으로 답하는 다이너.

녀석이 달려들어 성벽에 매달린 채 몸을 지탱 중인 오우거의 팔을 미친 듯이 베기 시작했다.

그런 다이너의 검에는 아주 미약하고 미세하지만 오러 비스무리한 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간 이어온 지옥 훈련의 성과였다.

비록 온전히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으나, 이만하면 오우거의 질긴 가죽에 생채기를 낼 정도는 됐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부족했다.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바비, 레몬드!”

그래서 마련한 두 번째 수는 내 직속 부관들이었다.

물론 이들에게 트롤이나 미노타우루스 때와 같은 접근전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경험이 풍부하다지만 이들 역시 평범한 병사.

지근거리에서 오우거의 피어를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여 이번에는 다른 역할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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