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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45화 (245/250)

로엔의 마나뱅크 245화

7장 고양이 캐씨

몽뱃이 있는 지역으로 떠나기 전, 도린은 한 마리의 고양이를 안고 왔다. 그런데 고양이의 생김새가 보통 보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고양이계의 드워프랄까?

전체적으로 작은 체구에 뚱뚱한 생김새, 그리고 얼굴 주변에 털이 무지하게 일어서 사자의 갈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얘는 캐씨라고 하는데, 이제부터 우리와 함께 다닐 걸세.”

“지하세계에도 고양이가 있군요?”

“독과 산성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지. 우리 드워프는 주로 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기르는데 얘가 지반의 흔들림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네.”

“그것 좋군요.”

“길을 잃었을 때도 이곳까지 안내를 해 줄 것이고, 몽뱃이 숨어서 접근했을 때에도 바로 알아차리니 그쪽을 여행할 때에는 가장 좋은 안내인이라고 할 수 있지.”

도린은 자신은 그냥 캐씨를 돌보고 지킬 뿐 진짜 안내인은 캐씨라고 했다.

캐씨는 드워프말을 어느 정도 알아듣는 듯 도린에 말을 하면 가끔 야옹 하고 대답을 하거나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 우리를 보았다.

아마 소개를 해 주는 모양이다.

“난 드워프가 애완동물을 기른다는 말을 처음 듣는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모양이군.”

크리드 경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실 크리드 경도 집에 고양이를 두 마리 기르고 있기에 드워프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된 모양이다.

“그러게요. 엘프들은 주로 개를 기르던데, 드워프들은 고양이파였군요. 도린, 개를 기르는 드워프는 없나요?”

“지하세계에서 살 수 있는 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 무엇보다 개는 외로움을 타서 혼자 지낼 수 없다고 하더군. 지하세계에서는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의외로 많아서 고독을 즐기지 않으면 안 되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캐씨는 굉장히 똑똑해 보여요. 보통 고양이가 아닌 것 같네요.”

야옹

오호, 자기 칭찬 하는 걸 아는구나. 난 드워프어도 아닌 인간어로 말했는데도 말을 알아듣다니. 아니, 분위기만으로 눈치를 챈 건가 보다.

“당연하지. 캐씨는 왕의 고양이니까. 킹 랄파오께서 임무를 위해 특별히 빌려주신 거라네.”

“아, 킹 랄파오의 고양이였군요. 뭔가 특이한 능력이 있나보죠?”

“캐씨는 거의 100년을 산 고양이야. 앞으로 몇 년 더 있으면 꼬리가 두 개로 갈라지면서 말도 할 수 있게 될 걸?”

“트윈 테일이 실제로 존재한단 말인가요?”

고양이가 100년을 살면 마성을 얻으며 꼬리가 둘로 갈라진다는 것은 전설에나 들려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캐씨는 정말로 100년을 거의 다 살았고, 100년을 채우면 트윈 테일이 된다고 한다.

“그렇지. 우리 왕국에서는 가끔 나와. 300년 전에도 있었는데, 그 고양이는 왕의 상담역을 했어. 캐씨 역시 트윈 테일이 되면 왕의 상담역이 될 거고.”

드워프 왕의 상담역인 고양이라, 잘 보여야겠군.

“캐씨, 나는 렌이야. 잘 부탁해.”

나는 고양이에게 손등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캐씨는 내 손등을 한 번 핥고는 앞발로 톡톡 두드려 주었다. 친해보자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얼마 전 미리아가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고양이, 그리고 사역마.

그것은 예언이었고 근일내로 일어날 사건의 중요한 선택지라 했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 고양이가 있다.

“도린, 저는 마법사라 고양이와 사역마 계약을 할 수 있는데, 혹시 캐씨와 계약을 해도 될까요?”

뿌우야, 미안하다.

원래 정령과 계약한 마법사는 따로 사역마를 쓰지 않는 게 원칙인데, 이 상황에서 예언의 고양이가 나왔으니 원칙만 고집할 수는 없다.

사실 뿌우와의 계약이 조금 약해져도 지금은 포트라를 소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뿌우의 힘이 약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건 남의 고양이다. 그것도 드워프 왕의 고양이인데 내가 사역마 계약을 맺어도 될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건 엄청난 무례일 수도 있다.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도린은 잠시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아! 사역마, 과연 마법사는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럼 지금 왕에게 가서 직접 허락을 맡도록 하게.”

“그런 방법이라는 게 뭔가요?”

“프록티와 접촉할 방법 말일세. 프록티는 왕만 잡을 수 있는 무기이지만 고양이는 예외지.”

“헛, 그런 건가요?”

“지금 모르고 사역마 이야기를 한 건가?”

“예, 저는 그냥 드워프 일족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던 건데요. 캐씨라면 도린과는 다른 시각에서 드워프를 봐 왔을 테니까요.”

“그것도 그렇겠군. 아무튼 일단 킹 랄파오에게 가세. 사실 우리는 규칙 때문에 렌 경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도 꽤 많은데, 그걸 렌 경 스스로 알아내는 건 상관없지. 그리고 캐씨와 프록티가 가진 지식은 우리 드워프 왕국의 역사 대부분에 해당하니 이 방법은 정말 훌륭하다고 할 수 있네.”

이게 그렇게 좋은 거였군.

생각해보니 왕의 상담역이라는 게 무기인 프록티와 고양이인 캐씨 둘이다. 그리고 프록티는 고대로부터 존재해 온 드워프 역사의 산 증인인 만큼 캐씨가 프록티와 접촉을 해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서둘러서 도린과 함께 킹 랄파오에게 돌아갔다.

도린은 킹 랄파오에게 내가 캐씨를 사역마로 삼고 싶어 한다고 말을 전했고, 킹 랄파오는 오호 하는 감탄성을 발하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드워프 일족의 거의 모든 정보를 인간인 나에게 넘겨도 되는가 하고 고민하는 것 같았다.

“사역마가 되면 나중에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야 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캐씨가 원한다면 몰라도 여전히 이곳에서 왕의 고양이로 머물고 싶다면 서로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아는 마법사와 사역마의 사이와는 조금 다른 듯하군.”

당연하지. 나는 9서클 마법사라 사역마와의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다. 보통 하급 마법사는 사역마와 계약을 맺으면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얻는 대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불안해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 불안해 할 수준을 벗어났고, 무엇보다 우리 영지에서 이곳까지 텔레파시를 보낼 수도 있다.

캐씨는 왕의 고양이로 지내면서 필요할 때에는 나와 텔레파시로 대화를 하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과 드워프를 잇는 교두보 역할과도 같다.

내 설명을 들은 킹 랄파오는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법사 렌 경이 캐씨를 통해 얻은 정보를 다른 누구에게도 전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허락하노라.”

“저 렌은 사역마 캐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둘 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제 삼자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좋다. 그럼 사역마 계약을 맺도록 하게.”

아싸, 허가가 났다.

나는 즉시 패밀리어 마법의식을 행했고, 곧 캐씨와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었다. 그것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고양이의 감각 중 일부를 공유할 수 있었고, 캐씨는 나의 지식과 마력에 영향을 받았다.

원래 사역마는 한 번 맺으면 쉽게 풀지 못하는 강력한 계약이다. 캐씨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내 정신도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전생에도 사역마를 만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해 보니 그다지 나쁜 느낌은 아니다.

가족이나 아주 절친한 친구가 한 명 늘어난 느낌이랄까?

원래 나에게는 렉스가 있지만 이제 캐씨 역시 남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냥, 머리가 맑다. 이게 계약의 힘인가?”

“와, 계약하자마자 말을 하다니! 너 진짜 똑똑한 고양이구나.”

“냥, 원래 이해는 했다. 말문이 트인 건 나도 신기하다.”

“캐씨야, 나는 에리뉼이라는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어. 그리고 다른 마족 역시 가능한 한 다 찾고 싶어. 넌 프록티에게 지하세계에서 내가 찾는 것들이 있는지 물어봐 줄 수 있지?”

“냥, 렌이 뭘 찾는지 알겠다. 기다려 봐라.”

캐씨는 그대로 킹 랄파오의 무릎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왕에 배에 머리를 한 번 비벼서 여전히 자신이 왕의 고양이라고 주장하고는 앞발을 뻗어 옆에 있는 프록티에 댔다.

“냥, 몽뱃은 예전부터 숭배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쓸 데 없는 것을 섬기다가 질리면 다른 숭배대상을 찾는다. 하지만 예전에 드워프 원정대가 처음으로 몽뱃의 근거지로 쳐들어갔을 때, 종유동을 깎아 만든 거대한 상을 보았다고 한다.”

“거대한 상?”

“냥, 그렇다. 프록티는 몽뱃이 과거에는 조금 더 똑똑했을 거라고 한다. 그때부터 그 신상을 신으로 모신 것 같다고 한다. 근거지에 벽화가 있는데, 문자 같은 것도 발견되었다니 확실히 나름의 문명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본능에 따라 사는 야수나 다름없다.”

“그런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신상이나 벽화 중 일부라도 가져온 건 없어?”

“냥, 본거지로 진입하자마자 몽뱃들이 굉장히 광폭해지며 힘이 세져서 곧 다시 밀렸다고 한다. 그때 많은 드워프들이 희생을 당해서 그 뒤로는 무리해서 근거지까지 쳐들어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렇군.”

아주 옛날부터 존재하는 신상이라면 정말로 에리뉼일 가능성이 높다.

“에리뉼이라는 존재는 이 세계를 떠났다가 백 년 전쯤 되돌아 왔어. 아마 몽뱃이 섬기는 자가 에리뉼이라면 지금은 꽤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야. 물론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힘을 숨겼을 수도 있어. 혹시라도 어떤 징후가 없었어?”

“냥, 그건 아주 많다. 꽤 심각하게 생각했기에 렌이 이곳까지 오는 것을 허락하고 내가 길안내를 맡아서 몽뱃의 근거지를 다시 탐색하도록 하는 거다.”

하긴, 드워프처럼 폐쇄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종족이 외부인인 나를 바로 중심부까지 초대했다면 문제가 꽤 있었다는 거겠지.

“좋아. 그럼 일단 그곳까지 가 보자. 에리뉼이 그곳에서 이미 실체화 한 상태라면 꽤 위험할 수 있어.”

“냥,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놓고 그때에도 몸을 뺄 수 있게 준비해라.”

“알았어. 그럼 가자.”

이제 조사는 끝났다. 이제는 정말 몽뱃의 근거지로 떠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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