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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43화 (243/250)

로엔의 마나뱅크 2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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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툼 산맥 안쪽에는 광산이 많이 있고, 그 중 대부분은 드워프들이 채광작업을 하고 있다. 드워프들은 그것들 대부분을 병기나 갑옷, 혹은 농기구들을 만들어서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판매를 한다.

드워프제는 상당히 질이 좋기 때문에 인근의 왕국들은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마법사들 역시 희귀 광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쪽에 자리 잡은 마도가문은 전통적으로 세력이 강하다. 십대 마도가문 중 둘이 드워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드워프들은 성격이 강직해서 한 번 적으로 규정하면 절대로 화해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근 왕국이나 마도가문들은 드워프들의 비위를 절대로 거스르지 않고, 또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들은 드워프들의 영역 깊숙이 들어가서 그들이 정말 에리뉼과 관계가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

우리는 모툼 산맥 입구에서 안내를 해 주기로 한 마법사를 만났다.

헬리움이라는 여성 마법사인데, 어렸을 때 마물에게 잡아먹힐 뻔한 것을 드워프가 구해주었다고 한다. 그 뒤 드워프의 손에 자라다가 10살 때 마법사의 재능이 발견되어 마탑에 들었다는 것이다.

드워프들은 마법을 익히지 않는다. 마나는 자연의 것이라 인공적으로 조종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인간이 마법을 쓰는 것을 뭐라고 하지는 않고, 헬리움이 마법사가 된 이후에도 그녀를 기른 드워프는 헬리움을 딸로 대하고 있다고 한다.

헬리움 역시 드워프의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먼저 대략적인 목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헬리움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하미궁이 있는 곳은 저도 들어가 보지 못했어요. 아마 인간은 못 들어가게 되어 있을 텐데요.”

“그들의 규칙에 인간은 못 들어간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단지 미궁 안에서 인간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라고 하더군요.”

지하세계는 하나의 넓은 공간이 아니라 수백 수천 키로 미터에 달하는 길고 복잡한 광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곳은 때때로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서 길이 막히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로 길이 뚫리기도 하는 등 지도로 만들 수 없는 곳이기에 본능적으로 지하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드워프만이 오고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법으로도 힘든 게 지하의 어느 구간에서는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곳이 있는데, 그런 곳에 들어가면 모든 탐지마법이 일순간에 해제되면서 마법사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고, 그 경우 십중팔구 미궁 안에 숨어서 살고 있는 마물들의 습격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아는 지식으로는 드워프들은 고대의 규칙을 엄중하게 지키며 살아가는데, 그중에서 인간의 방문을 거절하지 말라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드워프들은 인간을 환영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미궁의 안내를 해주지 않았고, 미궁에 들어선 자들은 아무도 살아서 나가지 못했다.

헬리움은 내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규칙 중에 그런 대목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게 그 뜻이었군요.”“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궁 안을 같이 여행해 줄 드워프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미궁 안쪽에 있는 드워프들의 지도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거든요.”

“아마 없을 거예요. 렌 경께서도 설명하셨지만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공간에 인간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물며 지도자가 있는 안쪽 지하광장이라면 저도 말만 들었지 가볼 생각조차 못 해봤거든요.”

“일단 한 번 알아봐 주십시오. 못 찾으면 결국 우리들 만으로라도 들어가야 합니다.”

“미궁에 안내자 없이 들어가는 것은 가장 확실한 자살법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어쨌든 가서 물어나 보죠.”

헬리움은 극히 회의적인 시선으로 우리를 보았지만 우리가 데빌헌터의 주요 멤버이고 자신이 속한 마도가문의 수장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면 명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를 안내했다.

드워프들의 광산 입구에는 몇 개의 통나무로 된 집이 있었는데, 헬레움의 설명에 의하면 그건 인간 방문자들과 교섭과 거래를 하기 위한 곳이고, 드워프들은 광산 안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그들은 햇볕을 싫어해요. 피부를 노화시키고 피부병을 유발한다고 하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럼 헬리움 양도 어렸을 때에는 광산 안에서 자란 겁니까?”

“예, 거의 대부분 그랬고, 낮에 한 번씩 햇볕을 쬐러 나오긴 했어요. 양부는 인간의 아이는 햇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거든요.”

“자상하신 분이었나 보네요.”

“과묵하시지만 정이 많은 분이에요. 저기 나와 계시네요.”

헬리움이 가리키는 손끝에는 드워프 한 명이 나와 있었다. 키는 인간의 어깨 정도이지만 몸통은 거대한 술통처럼 떡 벌어져 있어서 몸무게는 거의 인간의 두 배쯤 되어 보였다.

곡괭이를 어깨에 걸치고 통나무 집 앞에 서 있던 드워프는 헬리움을 보자 무뚝뚝한 표정으로 손만 들어서 살짝 흔들었다.

“도린, 이쪽에 렌 경이에요. 렌 경, 이분은 제 양부인 도린이에요.”

“만나 뵈서 반갑습니다.”

“미안하지만 우리 드워프는 인간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소. 용건이 있다면 간단히 말을 하시오.”

까칠하네. 어쩔 수 없나? 종족적인 특성이라고 봐야 할 거다.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족과 관련해서 드워프족의 지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대들이 마족과 싸운다는 소문은 들었지. 하지만 미궁에 마족과 계약한 자는 없네. 우리 드워프는 마족을 싫어하고, 개인적 욕망 때문에 그들과 계약을 하지도 않아.”

알거든요. 엘프도 그런 계약은 안 하고요.

하지만 엘프도 마족의 계약자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았었다. 드워프라고 해서 그들이 자신하는 것처럼 절대적으로 마족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지하에는 마물이 있고, 그것들이 마족과 계약할 수도 있습니다.”

“마물은 이성이 없는 미물들인데 어떻게 계약을 한단 말인가?”

“실제로 원숭이들이 계약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들은 계약으로 인해 이성을 얻고, 점점 똑똑해져 갔습니다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예, 저는 드워프 일족의 강직함을 잘 압니다. 하지만 미궁 안에 어떤 마물들이 사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혹시라도 마족과 계약할만한 것들이 있는지 조사를 하고 싶습니다.”

“으음, 어쩌면 몽뱃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군.”

오호, 역시 내가 모르는 아인족이 있구나. 거의 원시인 수준이라고 해도 마족과 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드워프들은 내 말을 들어야 한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 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원숭이들이 마족과 계약한 게 진실이라면 그 몽뱃이라는 자들도 마족과 계약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드워프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도린은 내가 수많은 마족의 계약자들을 처치한 사실을 안다. 드워프들도 정보는 다 얻고 있으니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현상을 분석하다보니 지하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협조를 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좋다. 그렇다면 일단 미궁 안으로 안내는 해 주겠다.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은 샛길이라 꽤 위험하고 좁다. 그래도 상관없나?”

제대로 된 길이 알려지는 게 싫다는 거군. 샛길로 안내를 해 주고 나중에 길을 폐쇄할 생각인 모양이다.

“좋습니다. 저도 드워프 종족의 영역을 자세히 조사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몇 가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사실은 몇 가지로 안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지도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지도자라면 드워프 전체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정말로 에리뉼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드워프들이 이미 에리뉼의 손아귀에 떨어져서 그를 신으로 받들어 모시는 상황인데, 도린을 보면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자들은 신이 탄생해도 그를 숭배할 자들이 아니다. 직접 만나보니 확실히 알겠다.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몽뱃이라는 마물들의 집단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아봐야겠다.

“그럼 저는 여기서 돌아가겠습니다. 가문에 보고를 해야겠군요.”

“헬리움 양,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이제 도린 경을 따라 미궁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궁은 보통 인간은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이라고 들었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그렇다. 우리가 인간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 쉽게 죽기 때문이다. 어린애처럼 보호를 해 줘도 순식간에 질식해서 죽어버리고는 하니 문제다.”

도린은 툴툴대며 말했다.

드워프의 관습으로는 손님을 초대하면 손님에 대한 안전도 주인의 책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간이 안으로 들어와서 죽어버리면 그건 드워프에게는 큰 수치가 된다는 것이다.

할 말 없다. 지하에 유독가스 같은 게 좀 많아야지.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 없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횃불이든 뭐든 빛이 보이면 마물들이 몰려오니 암흑 상태로 다녀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의외로 빛을 안 보면 견디지 못하는 족속들이다.

“냄새로 먹잇감을 쫓는 마물들은 내가 알아서 피할 수 있지만 빛이 나면 사방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 혹시라도 발광체를 지니고 있으면 모두 집어넣으시오.”

“알겠습니다.”

도린은 아주 세심하게 우리에게 지하미궁에서 지켜야 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만약 일행 중 누군가가 그것을 어기면 그때에는 어긴 사람은 혼자 되돌아가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혼자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냥 미궁에서 헤매다 죽으란 소리다.

우리는 그것을 승낙했고, 드디어 조심스럽게 광산을 통해 미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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