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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40화 (240/250)

로엔의 마나뱅크 240화

구름에서 악의가 느껴지는 것은 내가 민감하기 때문일까? 확실히 저 구름은 살아있다.

“어쩌면 구름 자체가 고위마족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조금 더 조심하기로 하고 탐지방어 마법과 투명 마법을 걸었다. 이것으로 웬만하면 구름이 눈치 채지 못하게 접근을 할 수 있으리라.

“크리드 경도 일단 대기하세요. 특히 절대 안을 뛰어들어서는 안 되고요. 혹시라도 구름이 덮치면 도망가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알았네. 하지만 구름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감이 잘 안 오는군.”

“그러게요.”

타락정령보다 더 답이 없는 놈이네. 이런 놈은 누가 대신 좀 싸워주면 좋겠는데.

나는 속으로 투덜대면서 가능한 한 자세히 구름의 움직임을 살폈다.

확실히 이놈은 살아있는 게 맞는 것이 바람의 방향과는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묘한 기운을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대화를 걸어볼까? 아니지, 쓸 데 없이 이쪽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

바람의 흐름을 역행해서 흐르고 있으니 뿌우를 소환해서 강력한 돌개바람을 일으켜도 소용이 없는 것이고, 마나파동포로도 거의 타격을 못 줄 것 같다.

“젠장, 돌아가면 일단 이런 커다랗고 실체가 없는 놈을 상대할 방법부터 연구해야겠군.”

내가 아무리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고 해도 이 연구만큼은 꼭 하고야 만다.

다음번에는 타락정령이고 구름이고 다 처리할 수 있게 준비를 할 것이다.

나는 일단 계속 관찰을 했다.

구름은 여전히 비를 뿌렸고, 가끔 뇌성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번개가 마구 치는 일은 없는 것이 스스로 불을 지를 생각이 아닌 듯 했다.

역시 다른 조력자가 있는 거겠지? 이미 구름이 비를 뿌리며 움직인 지 일주일이 지났고, 그동안 웬만한 왕국 하나에 해당하는 면적이 비에 젖었다.

이 구름이 고위마족이라고 해도 이제 슬슬 힘의 한계가 올 테니 그때 어떻게 되는지 보자.

그리고 구름보다 불을 지르는 놈을 찾아내서 그놈만 처리하면 괜찮을 것 같다.

반대로 구름과 싸우다가 불 지르는 놈이 나타났을 때 막지 못하면 큰 재앙을 막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상황정리를 끝낸 후 크리드 경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주변을 살피자고 했다.

불을 지르는 놈이 어디에서 나타날지를 모르는 게 가장 큰 일인데,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단서는 있다.

구름은 지금 바람을 거슬러서 움직이고 있다. 이건 이쪽으로 와야 할 일이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구름이 가는 쪽에 불을 지를 놈이 있는 게 아닐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일단 구름보다 앞서서 날며 사방을 살폈다.

곧 내 앞쪽으로 조그마한 산이 나타났는데, 옛날 화산이 있었던 곳인 듯 정상에 칼데라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칼데라 안쪽에 붉은 덩어리가 보였다.

화염의 덩어리다. 불로 된 새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인데, 깃털이 붉고 푸른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파이어버드, 저놈 위로 비가 뿌려지면 난리 나겠군.”

찾았다. 저 놈의 불꽃이라면 왕국 하나를 통째로 태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구름 쪽을 돌아보았다. 약 30분 후면 구름이 이곳까지 도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 불새가 구름 쪽을 향해 날아가면 2분이면 빗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나는 크리드 경을 보고 말했다.

“구름이 갑자기 빨리 움직이기는 힘들 거예요. 우리는 일단 불새가 움직이는 것을 막고 가능한 한 빨리 처치하죠.”

“알았네. 엘레멘탈 배리어!”

크리드 경은 몸멜에 박힌 엘레멘탈 마정석을 조종해서 자신의 몸에 화기를 막는 방어막을 쳤다.

불새의 화기는 마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막기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이쪽 방어막도 대정령의 가호를 받는 특제품이니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크리드 경이 방어막을 치는 순간 불새는 우리를 알아보았다.

“끼욱!”

고개를 들어 크리드 경을 바라보니 그 순간 투명마법이 깨어졌다. 눈빛만으로 약한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능력이 있나보다.

“꺄아오오오오!”

슈우우우웅, 쾅

불새가 소리를 지르자 부리 끝으로부터 화염의 구체가 형성되며 그대로 크리드 경에게 날아왔다.

크리드 경은 검을 앞으로 세우고 화염구를 향해 부딪쳐갔고, 화염구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지만 크리드 경은 무사히 그곳을 뚫고 하늘에서 떨어지듯 불새의 목을 향해 검을 베어갔다.

“꺄오!”

불새는 의외라는 듯이 급히 옆으로 물러났다. 덩치가 수십 미터인 놈이라 한 걸음만 물러나도 크리드 경의 공격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갑자기 불새가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가 워낙 갑자기 나타나 다짜고짜 공격을 해대니 조금 당황한 모양이다.

“마족과 싸우기로 맹세한 자들이다.”

“데빌 헌터인가. 그렇지 않아도 너희들을 찾으려 했는데 제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잘 됐군. 기왕 만났으니 결판을 내자!”

“꺄오오오오, 좋다.”

화끈한 성격의 마족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놈이라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크리드 경은 다시 불새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고, 불새는 날개를 세운 채 중심을 잡으며 한쪽 발을 들어 발톱으로 크리드 경을 공격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발톱은 어디까지나 위협용이고. 진짜 위험한 것은 날카롭고 뽀족한 부리다.

불새는 눈을 부릅뜨고 위쪽에서 크리드 경을 내려다보면서 싸우고 있었는데, 단숨에 위쪽에서 크리드 경의 머리를 찍으려는 듯 부리를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다.

크리드 경도 이러한 상황을 감지하고 계속 몸을 움직이며 싸우는데, 그렇다고 해서 위를 보며 부리의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디까지나 감으로 피하는 듯 했다,

드디어 불새의 부리가 크리드 경을 노리고 내리찍었다. 그러나 간일발의 차이로 크리드 경이 피했고, 불새의 부리는 땅에 박혔다.

이때다.

“어스퀘이크!”

두드드드드드드

땅에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크리드 경은 혀를 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라 날개를 폈다. 그러나 부리가 땅에 박힌 불새는 날아오르지 못하고 갈라진 땅의 틈에 한쪽 발이 빠져버렸다. 부리 역시 급격히 흔들리는 진동에 머리까지 울리는 듯 끼욱 하며 당황한 새 소리를 냈다.

“날개부터 공격해요!”

나는 크리드 경에게 외쳤다. 저놈이 불리함을 느끼고 구름 쪽으로 날아가면 골치가 아파진다. 가능하면 날지 못하게 만든 후 싸워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

“꺄오, 어림없다.”

촤라라락

놀랍게도 불새의 날개가 넉 장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강력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드 경은 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불새의 날개 중 하나를 잘라냈다.

“포스 케이지!”

나는 얼른 잘려나간 날개 한쪽을 봉인해 버렸다. 투명한 감옥이 날개를 가두어 혹시라도 다시 붙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놈! 내 날개 내놔라.”

화르르륵

불새는 부리에서 다시 불꽃을 뿜으며 남은 세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마법을 쓴 것을 알고는 일단 나부터 죽이려는 모양이다.

“날지 마라! 마나파동포.”

나는 불새의 머리 위쪽으로 마나파동포를 쐈다. 직접 맞추려는 의도보다 일단 저 새가 날지 못하게 막으려는 생각이었다.

직접 맞추면 좋겠지만 피하고 날아오르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움직임을 제한하는 게 낫다.

과연 불새는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힘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가자 급히 목을 움츠리며 다시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뒤이어 몰아닥치는 충격파에 머리를 얻어맞고 다시 꾸익 하고 비명을 질렀다.

역시 공격범위는 넓지 않지만 마나파동포의 힘은 발군이다.

그 사이 크리드 경이 불새의 배 쪽으로 날아가서 다리를 공격했다. 착지를 하느라 다리가 땅의 균열에 빠진 것을 보고 이번에는 다리는 자르러 간 것이다.

나 역시 이번에는 확실하게 명중을 시키겠다고 마나파동포를 불새의 몸통에 대고 쏘려 했다.

그런데 그때 불새가 날개로 몸을 감싸더니 거대한 불덩어리처럼 변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함을 느끼고 외쳤다.

“크리드 경, 피해요!”

불새가 폭발했다.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한 것이다.

엄청난 열기가 느껴진다. 이건 단순한 불이 아니다.

“크리드 경!”

아무리 강화된 엘레멘탈 마정석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이 열기를 크리드 경이 감당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곧 땅속의 균열 속으로부터 크리드 경이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불새가 폭발할 때의 화염을 땅속에 뛰어들어서 피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놈을 이제 어떻게 공격하지?”

불의 기둥이 된 불새를 상대로 칼질을 할 수는 없다. 크리드 경은 난감한 표정으로 나에게 외쳤다.

“젠장, 이제는 개나 소나 다 거대화 기능이 있군.”

재수가 좋은 건지 초기에 내가 소환한 고위마족들은 대부분 육박전으로 싸울만한 크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다들 거대화를 해 버리니 이건 대처하기가 조금 곤란하다.

나는 잠시 불기둥을 보며 생각했다.

거대화라는 게 육체를 기화시키거나 에너지화 해서 넓게 퍼뜨리는 거다. 질량을 가진 육체가 일정 이상 커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저놈들은 거대화를 하면 스스로의 육체를 잘 다루지 못한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나는 지금까지 적을 부수거나 소멸시킬 생각만 해 왔다. 육체를 분쇄하기 위해 자르고 파괴하는 데만 몰두했는데, 이제 자르거나 파괴하지 못하는 적이 나오고 있으니 방법을 바꿔야 했다.

마법의 계열 중에 포스라는 게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강력하고 튼튼한 벽을 칠 수 있는데, 이게 처음에는 단순한 포스 월부터 시작해서 8서클이 되면 구형이나 반구형의 모습으로 상대를 가둘 수 있는 포스 케이지까지 발전한다.

한 마디로 형태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다는 것이다.

“좋아.”

나는 주문을 시전 했다. 이것은 8서클의 포스 케이지를 응용해서 포스의 모양을 정교하게 조종한 마법이다.

“포스 스트로!”

위이이잉

투명한 원통형의 포스가 형성되었다. 그것은 직경 2미터 정도의 관이었는데, 길이는 30미터가 넘었다.

나는 포스 스트로의 한쪽 끝을 불기둥 한 가운데에 꽂았다.

“뿌우야, 진공상태를 만들어서 저 불기둥의 기운을 빨아내!”

“별 걸 다 시킨당. 뿌우!”

뿌우는 내가 새로운 것을 시키자 짧게 불평을 하고는 돌개바람으로 변해 포스 스트로의 한쪽에서 맹렬하게 회전을 했다.

그러자 과연 내 예측대로 불기둥의 기운이 포스 스트로를 통해 빨려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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