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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37화 (237/250)

로엔의 마나뱅크 237화

“마나파동포!”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탐색전 따위는 필요 없다. 그냥 처음부터 힘으로 누르고 또 눌러서 찍 소리 못하고 소멸하게 만들겠다.

어차피 바포메트의 속성과 능력은 알만큼 안다. 이자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신의 능력을 더욱 강력하게 발휘하는 타입인 만큼 분위기를 파악하기 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전격 샤워당!”

꽈드드드드등

천정에 붙어있던 뿌우가 마나파동포의 충격파가 지나가자마자 최대 파워로 전격을 쏟아 부었다. 마나파동포의 힘도 힘이지만 충격파가 지나가면 모든 마법적인 효과가 일시적으로 사라지는데, 이게 방어막도 지우기 때문에 직후에 공격을 하면 효과가 극대화 된다.

“크아아아!”

바포메트가 전격에 특히 약하다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다. 대신 불과 냉기로는 아무런 상처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크왕!”

렉스가 달려들어 바포메트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산양의 다리를 하고 있는 바포메트는 평소 허공에 둥둥 떠서 다니고 직접 두 다리로 걷는 일이 드문데, 이건 사실 그가 잘 걷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

폴짝폴짝 뛰는 건 잘 하는데, 정교하게 한 걸음씩 움직이는 것에는 약하다고 했다. 렉스가 한쪽 다리를 물고 늘어지니 과연 바포메트는 다른 한쪽 다리로 땅을 디디고 섰는데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다.

렉스는 양다리와도 같은 바포메트의 종아리가 상당히 물어뜯을만한지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문 것 같다.

“놔랏, 이놈의 똥개.”

“크르르르르.”

오, 렉스의 눈빛이 변했다. 마수가 된 그에게 똥개라는 말은 지독한 욕임에 틀림없다. 갑자기 렉스의 전신에 난 털이 곤두서며 황금색의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저건 신성력이 깃든 빛이다. 렉스의 이빨을 통해 저 빛이 바포메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바포메트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렉스는 그의 마기를 흡수하고 있다.

배에 구멍이 뚫리고, 전신의 피부와 배에 난 구멍에 제대로 전격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종아리를 렉스에게 물려 신성력까지 흘러들어가고 있으니 바포메트는 이게 어찌된 일인지 상황판단도 잘 안 될 것이다.

그때 크리드 경이 움직였다.

그는 렉스의 등위로 뛰어올라 다시 높게 도약을 했다. 그리고 등에 날개를 활짝 펴서 점프에 추진력을 더하며 검을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휘둘렀다.

“단철검!”

검이 바포메트의 뿔 한쪽을 잘라냈다. 강철보다 강하다는 고위마족의 뿔이다. 뿔은 원래 능력발현의 안테나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바포메트는 능력을 쓰기도 전에 뿔 한쪽이 잘렸다.

더군다나 바포메트의 뿔은 굉장히 크다. 한쪽이 잘려나가니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듯 몸이 더욱 기울었다. 염소의 발 하나로 서 있는 것도 힘든데 중심까지 흔들리니 결국 그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한 손으로 바닥을 집었다.

“이때다. 묶어!”

촤라라라락

미리아가 바닥에 깔아놓은 덩굴로 얼른 바포메트의 손을 엮었다. 동시에 서피도 달려들어 덩굴과 바포메트의 팔목을 감은 후 그의 팔꿈치 부위를 물어뜯었다.

이 모든 연계 공격은 일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처음 공격이 마나파동포가 아니었다면 바포메트는 어떻게든 대응을 했을 터이지만, 마나파동포의 힘은 그의 예상을 훨씬 초월한 것이었고, 모든 방어막이 깨어지고 배에 큰 충격을 받으니 이어지는 공격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마나파동포를 쏘았다. 이번에 노리는 것은 그의 머리였다.

바포메트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갔다. 손이 묶인 상태에서 머리로 날아오는 광선을 피하는 것은 고위마족이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속이 다 시원했다. 그의 계약자가 변한 타락정령과 싸울 때에는 상대가 너무나도 커서 마나파동포가 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크기 5미터 정도라면 딱 좋다. 표적도 크고, 제대로 맞으면 한 부위씩 확실하게 소멸시킬 수 있다.

지금 내가 싸우기 곤란한 적은 두 종류다.

아주 크거나, 아주 작고 빠르거나.

전자는 맞아도 소용이 없고, 후자는 맞추기가 어렵다.

사람 크기라도 조금 애매한 것이 크리드 경과 맞서 싸우는 상황에서는 마나파동포를 쓰기가 힘들다.

하지만 저렇게 딱 맞추기 좋은 크기라면 이제는 별로 걱정을 안 한다.

“계속 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소멸시켜버리는 거야.”

나는 일행을 독려하며 다시 마나파동포를 두 방 더 쏘았다. 드디어 바포메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고, 렉스는 자신이 깨물고 있던 종아리부위를 앞발로 잡고 열심히 잡아 뜯었다. 서피 역시 팔꿈치부터 계속 갉아먹듯이 마기를 빨아들였고, 크리드 경은 떨어져나간 뿔을 계속해서 잘게 절단했다.

그리고 미리아는 사방으로 튀는 살점과 피를 덩굴로 빨아들여 정화를 하기 시작하니 우리가 이렇게 손발이 잘 맞았나 하고 새삼 감탄이 되었다.

뿌우는 여전히 천정 쪽에서 내려다보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바포메트의 신체조각이 있으면 그대로 뇌전을 쏟아 부었다.

잠시 후, 대전 안에 더 이상 움직이는 바포메트의 조각은 없었다.

그러나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허공에 검은 연기와도 같은 기운이 생겨나는 게 보였다.

강력한 저주의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곧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다. 바로 바포메트의 모습이었다.

“지독한 놈들, 내 육체를 순식간에 부수다니. 하지만 나의 힘은 육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의 저주를 받아라!”

“미리아, 부탁해!”

저주를 막는 힘은 나보다 오히려 미리아가 더 강하다. 미리아는 대담하게 바포메트에게로 달려나가 그대로 검은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아악!”

바포메트의 형상을 한 연기는 그대로 미리아에게 빨려 들어갔다. 미리아가 흡수를 한 부분도 있고, 바포메트가 미리아를 조종하기 위해 일부러 들어간 면도 있다.

미리아는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피부가 검게 변해 있었고, 머리에서 작은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얼굴이 일그러지며 바포메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성녀였나! 아직 물질계에 이 정도 신성력이 존재했다니, 설마 신이 이 세계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었던 것인가?”

“나도 그게 의문인데, 어쨌든 넌 그대로 소멸해라. 엑소시스트!”

나는 9서클 정화마법을 미리아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미리아는 나의 기운을 받아 더욱 강화시켰고, 그것은 마치 10서클에 해당하는 정화력으로 발전해 나갔다.

촤아아아아아

검은 연기가 다시 미리아의 몸에서 빠져나가 사방으로 흩어지려 했다. 그러나 미리아는 두 손을 기도하듯 모으고 정신을 집중해서 바포메트가 탈출하지 못하게 막았다.

곧 검은 연기는 모두 흩어지고 허공중에 작게 바포메트의 비명소리만 울려 퍼졌다.

“괜찮아?”

“응, 괜찮아. 생각보다 세진 않았어.”

“그놈이 애초에 영체로 출현했다면 몰라도 힘의 대부분을 육체를 구성하는 데 썼으니 영체는 오히려 약했을 거야. 그래도 미리아가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몸을 빼앗겼을 걸.”

“바포메트에게 몸을 빼앗긴 마녀는 타락해 버린다고, 절대로 싫어.”

“쿠쿠, 타락한 미리아라니. 한 번 보고 싶기는 하다.”

“됐거든. 어쨌든 이 정도면 필요한 힘은 다 모은 거지?”

“응, 충분해. 이 정도면 삭풍의 창을 쓰지 않고도 의식을 진행할 수 있을 거야.”

삭풍의 창은 다음에 우리를 찾아올 고위마족과의 싸움에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아직은 들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바포메트가 우리 작전에 제대로 말려들어서 힘을 거의 소모하지 않고 소멸해 버렸기에 충분한 힘이 모였다.

“그럼 바로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더 이상 이계에서 고위마족이 우리 세계로 넘어오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나는 엄숙하게 선언을 한 후 사방의 벽에 그려진 결계마법진을 가동시켰다.

그러자 중앙 바닥에 앉아서 힘을 조율하던 미스틱 엑스가 나에게로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몸 안에 힘이 가득 찬다.

9서클이 된 후 나의 마나허용량은 무한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정도의 힘은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하리라.

드드드드드드

대전 전체가 강력한 지진을 만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곳이 드래곤의 신전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힘을 버티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말 드래곤이 우리 물질계를 위해 마지막으로 좋은 건물을 하나 남겨둔 셈이다. 물론 결계가 쳐지면 그들 역시 다시는 물질계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의 송신탑에서 보내진 의지력이 내 몸 주변을 감싸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서 이제는 내가 아닌 드래곤의 신전 전체를 감싸고 회전을 하는 모양이다.

나는 묵묵히 의식을 계속 했다. 그리고 힘이 계속 차올라 완전히 정점에 도달한 순간, 섀도우 플레인으로 진입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엄청난 힘이 섀도우 플레인으로 흘러들어갔다. 의지력과 고위마족이 남긴 영혼의 힘은 섀도우 플레인으로 들어가도 사라지지 않았고, 그것은 일종의 파이프 모양을 이루어 안쪽에 마나가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는 거미줄처럼 하나의 그물망을 이루며 섀도우 플레인의 공간 전체로 퍼져나갔는데, 그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섀도우 플레인 구석구석에까지 계속해서 퍼지는 게 느껴졌다.

아아! 강력한 힘이다. 나는 정말 유한자로써 불멸자들도 경험하기 힘든 힘을 느껴보는구나.

감동이 북받쳐 올라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나의 눈은 지금 사물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미 유체이탈과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결계의 그물망을 타고 섀도우 플레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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