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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31화 (231/250)

로엔의 마나뱅크 231화

“나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나는 많고 너희들은 나를 전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묘한 울림이다. 정말로 수십 명의 인간이 합창을 하듯 여러 톤의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하나가 된 발데스는 눈의 색이 파랗게 변했다. 더 이상 파괴광선을 안 쏘려는 모양인지 섬뜩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런 것도 되지. 견딜 수 있으면 견뎌 봐라.”

위이이이잉

발데스의 파리 날개가 여섯 장이나 더 돋아났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제히 소리를 내며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주변에 남아 있는 파리들도 같이 날개를 떨었다. 윙윙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무작위적인 초음파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큿, 진짜 시끄럽군.”

이건 사일런스 필드로도 막을 수 없다. 이 공간 전체를 무음화 시키면 가능한데, 그러면 나도 마법을 상당히 제한당하고, 크리드 경도 소리 없는 상태에서 싸워야 한다.

아무리 기감이 발달하여 보지 않아도 사방을 살필 수 있는 경지라고는 하지만 인간은 역시 시간과 청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소리가 없는 환경에서 싸우면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

방어막이 떨린다. 생각보다 초음파의 힘이 강하다. 공명의 힘인가? 수백 마리의 작은 파리가 발데스의 본체에서 흘러나오는 초음파를 강화하고 있다.

“이익!”

열심히 파리채를 휘둘러 작은 파리를 잡지만 일정 이상 숫자를 줄이기는 힘들었다.

파리채의 주된 목적은 작은 파리가 모이지 못하게 하는 데에 있다. 아무리 여러 영혼을 조종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해도 이렇게 작은 파리들 수백을 동시에 조종하기는 힘들다. 한군데 뭉쳐서 통솔을 해야 된다.

그런데 발데스는 퍼져있는 상태에서도 이렇게 작은 파리들을 이용하고 있다.

불리하다.

마나파동포를 쏠까? 마나파동포로 발데스의 몸통에 구멍을 내고 충격파로 육체를 파괴한다면 일단은 이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발데스는 곧 다시 이 짓을 할 것이고, 나는 계속해서 마나파동포를 쏴야한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

“연속 파이어볼!”

콰콰콰콰쾅

내 손으로부터 마법의 불덩어리가 여섯 개 형성되어 날아가 허공중에서 터졌다. 3서클의 단순한 공격마법이고, 이 정도의 파괴력이면 사람은 죽여도 마족은 못 죽인다. 본체는 물론이고 작은 파리조차 마법에 내성이 강해서 견뎌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작은 몸체는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발생하는 충격파에 이리저리 휩쓸렸다. 그것으로 초음파의 공명상태는 깨어졌다.

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주기적으로 계속 3서클 파이어볼을 발데스의 위쪽으로 쏘아 터뜨렸다. 발데스의 날개도 파이어볼에 의해 떨림이 조금 느려진 듯 눈에 뜨이게 초음파가 약해졌다.

“귀찮기가 버러지와 같은 놈이군. 네놈부터 죽이겠다!”

발데스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크리드 경에게 매섭게 두 다리로 찌르기를 해서 거리를 벌린 후에 날개까지 퍼덕이며 거의 날듯이 온 것이다.

“덩굴의 창!”

촤촤촤촥

미리아가 쳐 놓은 함정이 발동되었다. 발데스가 내 앞까지 왔을 때를 대비해서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덩굴들을 모아두었다. 그것은 날카로운 창처럼 변해 바닥으로부터 튀어나왔다.

파파팍

“크흣!”

발데스의 몸이 허공중에 붕 떴다. 덩굴 중 몇 개는 몸에 파고들었고 안으로부터 계속 신성력을 뿜어냈다. 이건 마족에게는 거의 9서클 공격마법급의 타격을 줄 것이다.

“지독한 신성력이군.”

발데스는 견디지 못하고 다시 몸을 분해시켰다.

그때 나는 번뜩 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포스 케이지!”

시링

내 앞쪽에 투명한 역장으로 만들어진 반구형의 밀폐된 공간이 형성되었다. 발데스의 분해된 파리 떼 중 약 3분의 1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 안에 갇혔다.

“크으으, 이놈이!”

남은 3분의 2는 금새 다시 합쳐져서 발데스가 되었다. 그러나 역시 모자란 부분을 채울 수는 없었는지 크기가 많이 줄어 있었다.

문제는 저 안에 있는 파리 떼다. 포스 케이지가 튼튼하기는 하지만 발데스가 깨려고 하면 못 깰 리는 없다.

“마나파동포!”

포스 케이지에 구멍이 생겼다. 동시에 충격파가 온전하게 포스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퍼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퍼지니 파리 떼들은 버티지 못하고 모두 터져 버렸다. 포스 케이지 역시 마나의 흐름을 헝클어뜨리는 충격파에 의해 소멸되었지만 파리 떼가 먼저 당했다.

“좋았어. 이걸로 3분의 1은 해결했고.”

나는 발데스를 보았다.

이미 크리드 경이 달려들어 다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작아지니 조금 더 상대하기 편하군.”

크리드 경은 발데스의 다리가 짧아진 게 마음에 드는 듯 했다. 그 전에는 다리의 공격을 피하느라 발데스의 몸통 쪽으로 접근하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살짝만 피해도 충분히 상대를 공격할 만 했다.

하지만 역시 크리드 경 혼자만 육박전을 담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렉스나 서피가 같이 싸워야 하는데 발데스의 산성 체액 때문에 상대를 깨물지 못하는 게 문제다.

“마리야, 렉스의 앞에 방어막을 쳐. 렉스야, 깨물지 말고 들이받아.”

렉스는 내가 지시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휙 뛰어 발데스를 몸으로 들이받았다. 그러자 쿵 하고 발데스의 몸이 밀렸고, 그 틈을 타서 크리드 경이 다시 다리 마디 하나를 끊어냈다.

“서피 너는 날개만 노려. 무리하지는 말고 가능하면 날개만 물어뜯으라고.”

날개에서는 체액이 뿜어져 나오지 않는다. 서피는 샤아악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가 확 도약을 했다. 의외로 서피의 움직임은 날카로웠고, 정말로 발데스의 날개 한쪽을 물어뜯는 데 성공했다.

“그럼 나도!”

미리아는 천정에 있는 덩굴을 내려 발데스의 몸을 눌렀다. 내 의도가 발데스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려는 것이라고 깨달은 모양이다.

이렇게 되자 정말 우리는 발데스를 연합 공격하는 형국이 되었는데, 굉장히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합이었다.

뿌우는 여전히 체액으로부터 생성되는 구더기들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었는데, 나는 내친 김에 그곳에도 포스 케이지를 치고 마나파동포를 쏴서 충격파로 구더기들을 몰살시켜버렸다.

“군집생명체가 무섭기는 해도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 발데스, 이게 너의 힘 전부라면 오늘 너는 소멸할 것이다.”

“크크크, 대단한 공격마법이다. 내 예상을 초월하는 힘이군.”

발데스는 오히려 여유 있게 웃었다. 그리고 내가 쏜 마나파동포를 칭찬했다.

“그럼 이제 날도록 하지. 너희들이 먼저 날지 않아서 유감이지만 파리는 하늘을 날 때 가장 강한 법.”

위이이이잉

발데스의 날개가 맹렬하게 떨리더니 정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젠장, 우리가 안 날면 저놈도 못 날 것 같았는데, 아닌가?”

상대적인 조건을 건 저주가 틀림없을 것 같았는데 저놈은 그냥 날았다. 원래 이런 식의 저주는 아주 강력하고 막을 수 없는 대신 본인이 먼저 규칙을 어기면 오히려 이쪽이 강화가 되든지 아니면 저쪽이 저주에 걸려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전혀 강해지지 않았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우리는 날 수 있는 사람이 없구나. 저 저주는 스스로의 힘으로 날 수 있는 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거야.”

“크크크크크, 맞다. 너희들은 마법으로만 날 수 있고, 내가 먼저 날았다고 해도 저주의 강화효과는 날개에게 깃든다. 너희들에게는 아무런 효용이 없지.”

사기다. 사기에 말렸다.

내 다음번에는 꼭 날개달린 동료를 얻어 같이 싸우리라.

나는 왠지 억울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리며 이를 갈았다.

그런데 그때, 크리드 경이 외쳤다.

“이쪽에도 날개는 있다!”

촤악

“오옷, 크리드 경!”

그렇다. 크리드 경은 드래곤의 신전으로부터 날개달린 갑옷을 구해서 입고 있었다. 이게 원래 저주의 물품이라 사람을 조인족으로 바꾸는 기능이 있는데, 저주를 풀었지만 날개의 힘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촤라라라랑

크리드 경의 날개는 은백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장엄한 빛이었다. 거의 신성력에 가까운 느낌이 나는데, 날개의 빛만으로도 주변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크아앗, 내 광휘의 빛이! 이놈, 네놈이 그 힘을 쓰게 놔두지는 않겠다.”

발데스가 분노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먼저 날았으면 저놈은 저 광휘의 파리 날개로 허공을 날았을 거다. 그 광경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파리에게 빛의 날개라니. 장엄함을 뿜어내는 파리 따위는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다.

크리드 경은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발데스가 떠 있는 공간을 향해 일직선으로 돌진했다.

“결판을 내자, 파리!”

이야, 크리드 경, 멋지십니다. 날개의 빛이 전신을 감싸니 몸 전체가 반투명해짐과 동시에 빛을 발하는 게 천사가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단순한 시각효과가 아니다. 빛은 곧 힘이다. 그것도 발데스의 저주로 인해 발동한 힘이라 발데스에게도 100% 통하는 힘일 게 틀림없다.

발데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니 아주 눈이 뒤집혔구나. 괴성을 지르며 크리드 경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는데, 빛의 날개에 닿는 부분이 그냥 터져 버린다.

몸에서 튀어 나오는 파리도 그대로 녹아서 사라지니 그야말로 크리드 경은 무적에 가까운 전투력을 손에 넣은 듯 공격에 거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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