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의 마나뱅크 218화
정글의 부족들이 마나뱅크를 탈취하려 한다!
이 소식은 일파만파로 대륙에 퍼졌다.
마나뱅크를 찾기 위해 전 대륙에 걸쳐 건설 중인 송신탑을 정글 내부에 세우고, 그것을 이용해 먼저 마나뱅크를 찾아내려 한다는 내용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케이니 양의 보고에 의하면 이미 10대 마도가문에서 그게 가능한지 대답을 요청하는 사자가 와 있다고 한다.
케이니양은 미리 지시한 대로 우리가 이미 정글의 송신탑을 조사하러 떠났다고 대답함으로써 사자들을 어느 정도 진정시켰지만 그들은 눈에 뜨이게 불안함을 표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나뱅크가 마족의 계약자에게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단지 그 힘을 넣은 마족의 계약자가 세상을 지배할 확률이 아주 커진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럼 슬슬 발표를 해야겠네.”
나는 보고서를 보고 일단 영지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곳을 공격하려는 움직임이 있기는 한데, 이제 정글의 원주민들 전체가 힘을 모았기 때문에 왕국군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왕국들은 우리가 먼저 공격을 가하면 막아내기 힘을 거라고 겁을 먹고 요새에 대군을 보내 방어를 굳건히 하고 있다.
연합군이 결성될 때까지는 밀림 안으로 공격을 해오지는 않을 것이다.
“가자.”
나는 일행들을 이끌고 아무도 몰래 부족을 빠져나왔다. 나의 대리로는 소리네를 앉혀 놓았고, 소리네는 샤먼으로써 타 부족과의 교류도 원활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가 아니라면 그녀 혼자로도 충분히 부족을 운영할 수 있다.
“쳇, 야쿰하고 있으려고 일부러 숲을 나왔는데, 또 나만 놔두고 돌아가는 거야?”
“미안, 가서 발표만 하고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부탁할게.”
“알았어. 그럼 난 여기 있으면서 야수들이랑 놀고 있을게.”
소리네는 최근 야수들 길들이기에 재미를 붙인 듯 했다. 이제 우리 부족의 주력은 거인들이지만 원래 시작이 야수군단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야수들을 잡아 길들이고 있다.
이미 천 마리가 넘은 야수들이 모였고, 그것들은 거인들이 각각 십여 마리씩 관리를 하는데, 거인들은 나중에 자기 부족으로 돌아갈 때 야수들을 데리고 가려고 결심한 듯 정말로 정성들여서 야수들을 기르고 있었다.
거인과 야수의 조합은 의외로 꽤 상성이 좋아서 이놈들이 정말 야수와 함께 본거지로 돌아가면 거인의 영역이 무시하지 못하게 커질 것 같다. 그건 나중에 조금 고민해 볼 문제이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은 수많은 야수들이 있고, 그 중에서 상당수는 소리네가 길들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소리네가 길들인 야수들은 신기할 정도로 계속 성장을 해서 보통 야수들보다 두 배 이상 커지고 있다는 게 현 상황이다.
“그럼 다녀올게.”
나는 다시 렌으로 돌아와 마리포즈와 미스틱 엑스, 렉스와 서피를 데리고 영지로 돌아갔다.
우리가 돌아오자마자 10대가문의 사자들이 면담을 요청했고, 나는 미스틱 엑스를 대신해서 그들을 맞이했다.
“미스틱 엑스 경께서는 새로운 마법적 의식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약간은 도움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면담을 요청한 10대가문의 사자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에게 설명을 했다.
“원래 미스틱 엑스 경께서는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의식을 통해 마나뱅크를 억지로 찾는 계획에 약간은 회의적이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어쨌든 시작한 일이고, 또 마족의 계약자가 먼저 마나뱅크를 찾게 놔둘 수는 없으니 적극적으로 이번 일에 관여해서 우리가 먼저 의식을 행하도록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오, 그건 정말 잘 된 일이구려. 렌 경의 말대로 우리가 먼저 마나뱅크를 찾기만 하면 그자들이 뭔 짓을 해도 소용이 없겠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마족의 계약자들이 우리를 방해해서 의식이 늦어지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의식은 절대로 늦어질 수 없소이다.”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이미 송신탑 상당수가 파괴되어 다시 지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송신탑이 공격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데, 그것들이 거의 대부분 완성되지 않으면 의식을 행할 수 없으니 곤란합니다.”
“대륙 전체가 아니라 일정 지역 내에만 집중적으로 건설하면 안 되겠소? 가령 덴판 제국 내에서만 건설을 하면 집중적으로 방어하기에 유리할 것 같은데…….”
“확률적인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밀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송신탑을 조사해보니 성공 가능성이 약 20%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것도 밀림 전체의 스피리트 파워를 동원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스피리트 파워란 무엇입니까?”
“마녀들이나 샤먼들이 쓰는 영혼의 힘을 의미합니다. 밀림 전체가 하나의 결계와도 같아서 원주민들이 죽으면 그 영혼의 힘이 밀림 내부에 남는데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걸 이용해도 20% 정도라, 그렇다면 생각보다 걱정할만한 일은 못 되겠구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확률은 20%지만 만약 성공하면 난리가 나는 거니까요.”
“렌 경의 말씀이 맞소. 확률이 20%라고 무시할 게 아니라 10%라도 위험요소는 제거를 해야 하오.”
“그런데 그걸 찾아냈다고 해서 그들이 이용할 수 있겠소?”
“그건 아마 가능할 겁니다. 애초에 마족의 계약자들은 신비한 힘을 지니는데, 그자가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의식을 행하려는 것을 보면 찾아낼 경우 마나뱅크에 접속해서 관리할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지요.”
“그럼 역시 연합군을 결성해서 그자들을 공격해야겠구려.”
“그건 조금 애매합니다. 공격을 가하는 것은 좋겠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송신탑을 모두 완성시켜서 의식을 시작하는 일인데, 송신탑을 지키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긴, 그 많은 송신탑을 지키려면 전 대륙의 왕국들과 마도가문들이 전력을 다해야겠구려.”
그럼, 남을 칠 여유는 없다고.
지킬 곳은 여러 곳인데 적은 그 중 몇 개를 골라 공격하면 되니 이건 최악의 상황이다.
송신탑을 방어하려면 첫째 질과 양 모두 압도적인 병력이 필요하고, 둘째 그들이 모든 일에 우선해서 송신탑을 방어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방어군들 사이에 유기적인 연락체계가 형성되어서 적의 공격이 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지역별로 연합군을 형성해서 적을 막아내야만 한다.
“그동안 우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금 왕국과 마도가문의 경계가 워낙 복잡해서 서로 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먼저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특수연합부대를 요소요소에 주둔시켜서 유사시 지원을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나는 미리 준비한 특수연합군 설립과 유지에 대한 서류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이걸 만드는 데에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었지만 왕국들이 이걸 실제로 실행하려면 내가 고생한 것보다 수십 배는 더 힘들어 할 거다.
어쨌든 이걸 토대로 방어군을 결성하면 최소한 송신탑이 연달아서 부서질 염려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오히려 마족의 계약자들이 튀어나와 송신탑을 공격해도 곧 포위망이 결성되고 사방으로부터 엄청난 군세의 파상공격을 받게 되니 그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일종의 전 대륙에 걸친 계엄령 선포와 계엄군의 주둔인데, 이렇게 해서 일시적인 평화를 얻으면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족의 계약자들이여, 앞으로 일 년만 나타나지 마라.
그럼 너희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못하게 섀도우 플레인에 튼튼한 결계를 만들어 줄 테니까.
물론 이 계획은 눈앞에 있는 10대가문의 사자들에게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나뱅크를 찾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 의식의 본질은 사람들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일반인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 의식의 성공이 바로 세상의 평화와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강하게 염원을 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 계속 교육을 실시해 주십시오.”
“그건 염려 마시오. 이미 각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모든 영지에서 공고를 붙이고 주기적으로 선전관이 가서 직접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소이다.”
“좋습니다. 미스틱 엑스 경께서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시는 이상, 송신탑만 완성되면 바로 의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의는 끝났다.
대책을 물으러 왔던 자들은 나의 희망적인 설명이 대부분 만족을 하며 돌아갔다.
그렇다. 먼저 의식을 행해서 마나뱅크를 찾기만 하면 만사가 좋게 끝나는 것이다.
원주민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지금 송신탑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이 년은 걸릴 거라고 설명했고, 우리는 일 년 안에 공사를 끝내기로 했다.
일 년 동안 대륙의 모든 왕국과 마도가문은 나의 말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로 했는데, 만약 협조를 잘 안 해줬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야말로 난리가 나는 상황이라 뒤로 뺄 수도 없다.
나는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잠시 소파에 앉아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마리포즈가 내 어깨를 주무르며 가볍게 안마를 해 주었고, 뿌우는 공기를 환기시켜 상쾌한 바람을 방안에 몰아주었다.
“그런데 렌 경, 밀림에 건설중인 송신탑은 그냥 형식적인 건가요? 마정석도 하급으로 써서 큰 힘도 못 쓸 것 같기는 하지만 왠지 아깝네요.”
“뭔 소리야. 그걸 그냥 세울 리가 없잖아. 그건 그것대로 다 써먹을 데가 있다고.”
“역시 그렇군요. 하급 마정석을 쓰긴 했지만 송신탑의 위치 선정이나 다른 재료들은 다 괜찮아서 의식을 행하면 작동할 것 같았거든요.”
“당연하지. 특히 밀림은 스피리트 파워가 있어서 일단 마법의식을 실행하면 생각보다 꽤 큰 힘이 모일걸? 너는 그 부분까지 계산할 수 없던가?”
“잠시만요. 따로 계산을 해 볼게요. 스피리트 파워가 기존의 마법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기록된 게 없네요.”
“하긴, 이걸 예측하려면 마나의 근본을 이해해야 하니까 조금 힘들겠구나. 나중에 계산식을 가르쳐줄게. 대략적인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근사치를 산출해 낼 수는 있을 거야.”
“예, 꼭 가르쳐 주세요.”
9서클이 아니면 서로 다른 성질의 마나를 융합한 마법의식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마리포즈는 기존에 행해진 모든 마법의식에 대한 결과를 기억하지만 새로운 방식까지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갔다. 그리고 마리포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스피리트 파워의 계산식을 구현해서 작성했다.
이것으로 마리포즈는 밀림 쪽의 마법의식도 조율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마리포즈야말로 내 진전을 잇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