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210화 (210/250)

로엔의 마나뱅크 210화

4장 송신탑을 점거하라

원주민 중에서도 정보원이 있나보다.

왕국에 이미 나와 통운이 그들을 멸망시키는 내기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한다.

밀림의 원주민들을 통합하는 칸의 칭호를 건 내기가 바로 자신들의 멸망이라니. 왕국으로써는 대난리가 난 셈이다.

그 바람에 두 명이나 되는 마족의 계약자들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려졌다. 내가 원하던 딱 그 상황이다.

“데빌 베인에 정식으로 요청이 왔데. 마도 가문에도 지원을 할 거라는데?”

소리네는 케이니양에게 꿈속에서 보고를 받았다. 역시 소리네가 있으면 이게 편하다.

“마도 가문의 지원이라, 일단 우리 데빌 베인에서는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발표를 하는 게 좋겠군.”

“알았어. 오늘 밤에 그렇게 전할게.”

“그런데 왕국에서는 더 이상 토벌대를 보내지 않을 생각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죠. 마족의 계약자가 둘이나 버티고 있는 밀림에 함부로 병사를 보냈다가 전멸이라도 당하면 그야말로 멸망할 수 있으니까요.”

모리안이 말했다. 요즘 모리안은 새를 잡아 길들이기 시작했는데, 소리네가 새의 말을 알아서 그들을 왕국에 대한 척후병으로 쓰는 모양이다.

“밀림 입구쪽에 상당수의 병력을 포진시키고, 새로 요새를 쌓고 있어요. 당분간 방어만 할 생각인가 봐요.”

“기다리면 데빌 베인에서 마족의 계약자들을 처리해 줄 거라 판단한 거겠지. 약삭빠르다는 느낌은 조금 들지만 그들로써는 당연한 판단이야.”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 통운 쪽에서 공격할 때까지 기다려?”

“아니, 요새를 부숴야지. 통운 그놈은 절대 먼저 공격할 놈이 아니야. 우리가 정말 왕국을 멸망시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그때서야 어마 뜨거라 하고 움직일걸.”

“와, 요새를 공략하게? 그거 힘들지 않아? 마법사들도 꽤 있거든.”

“요새가 완성된 건 아니잖아. 완성 직전에 쳐들어가는 게 좋겠어. 기습으로 요새를 점령하고 우리가 완성시키는 거야.”

병력이 집결해 있다는 게 오히려 적의 방심을 부르기 쉽다. 나는 요새 공략 계획을 일행에게 설명했다.

*

요새의 건설 현장은 언제나 분주하다. 일꾼들이 쉬지 않고 돌을 나르고, 벽을 쌓은 후 틈을 흙으로 매우고 그곳에 마법사가 강화마법을 건다.

“이제 곧 완성된다. 작업에 박차를 가해라!”

작업감독관이 허공에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를 쳤다. 일꾼들은 그런다고 돌이 가벼워지나 하면서 혀를 찼지만 감독관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기에 열심히 일하는 척을 했다.

그들 중 태반은 죄를 짓고 강제부역형을 받은 자들로 감독관에게 찍히면 그냥 처형을 당할 수도 있는 형편이다.

마법사들은 요새 완성기일에 맞추어 자신들도 일을 끝내고 싶기에 요즘 무리를 해서 강화마법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마나뱅크가 있었을 때에는 그나마 피곤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마법을 쓸 때마다 체력도 같이 소모되기에 저녁이 되면 일어설 기운도 없어지곤 했다.

“휴, 어서 빨리 마나뱅크가 재건 되어야 할 텐데.”

“그러게, 미스틱 엑스 경께서 정말 마나뱅크를 재건할 수 있을까?”

“대마법사 로엔의 진전을 이었다잖아. 방법이 있겠지. 실제로 기사용 마나뱅크는 이미 가동되고 있다더라고.”

“젠장, 미스틱 엑스 경 자신도 마법사면서 어째 기사용 마나뱅크를 먼저 만들 수 있지?”

“만든 게 아니라 로엔 경이 만들어 놓은 것을 활성화 시킨 거라고 했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아무튼 빨리 우리 마법사용 마나뱅크도 다시 되찾아야 해. 안 그러면 체력이 달려서 여자도 안지 못한다고.”

“맞아, 마법 몇 번 쓰면 밤일도 못하는 신세라니. 이래서야 마법사라고 할 수 있나.”

마법사들은 술을 마시며 투덜댔다. 기운이 없으니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냥 이렇게 술을 마시며 입만 놀리는 것이 그들의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방법이었다.

“그나저나, 이 요새가 완성되면 밀림 쪽 놈들은 아예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겠지?”

“당연하지. 이 정도 전략요새면 몇 만의 대군을 상대로도 버틸 수가 있다고. 하물며 제대로 공성전을 벌일 능력도 없는 원주민들이야 얼마가 와도 소용이 없지.”

“맞아, 밀림 내에서나 평야지대라면 몰라도 그놈들은 성을 상대로 싸운 적이 전혀 없으니 이거만 완성되면 우리 왕국은 안전하다고 봐야 해.”

“그래도 마족의 계약자들이라니까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 하잖아. 빨리 데빌 베인 사람들이 와 줬으면 좋겠네.”

“요새만 완성되면 마도병단도 주둔시킬 계획이라니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거야.”

“그렇지.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앗, 비명 소리? 요새쪽인데.”

마법사들은 갑자기 요새 쪽에서 환한 섬광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곧 그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으며 말했다.

“적들이 쳐들어 왔다고 해도 난 못 움직이겠어.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

“맞아, 이미 낮에 마력과 체력을 다 썼다고.”

“우리 임무는 싸우는 게 아니야. 요새 벽을 강화하는 거지.”

“그래도 여기 일단 뒤쪽으로 물러나자. 군대가 주둔한 곳으로 가서 합류한 후에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게 맞아.”

마법사 행동요강에 보면 위험이 닥치면 먼저 안전을 확보한 후 일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마법사들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둘러서 이동을 시작했다.

*

“일꾼들을 잡아. 요새를 완성시켜야 하니까.”

“옛.”

모리안은 야수들과 함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요새 벽의 틈새로 들어갔다. 이미 보초들은 모두 제압을 한 뒤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리네, 모리안이 일꾼들을 제압하면 축복을 걸어줘. 밤을 새서 요새 건설을 계속 하라고 해.”

“칸 야쿰께서는 어디 가려고?”

“존대를 하는 건지, 반말을 하는 건지. 아까 작전회의 때 설명했잖아. 난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놈들을 막을게. 한 삼일 정도는 이쪽으로 못 오게 할 테니까 그 사이 요새를 완성시켜야 돼.”

“응, 계획대로 실행할게.”

“그럼 부탁한다.”

얘네들이 개념이 조금 부족한 게 요새 건설 현장과 군대 주둔 장소가 조금 떨어져 있다. 걸어서 3시간 정도의 거린데, 군대의 장군이 후방의 도시로부터 보급을 받기 쉽게 하려고 그렇게 위치를 정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도시에 애인이 있어서 그렇게 뒤쪽으로 물러났다고 하는데, 만약 그게 진짜라면 그놈은 역적이나 다름없는 놈이다.

아무튼 우리가 습격한 후 군대가 출동을 하려면 새벽은 되어야 한다. 나름 대군이라 움직이는 게 느린 것이다.

그래도 선발대가 먼저 출발할 가능성도 있으니 서두르자.

나는 렉스만 데리고 요새 건설지와 군대 주둔지의 중간 지점에 왔다.

나는 바닥에 열심히 마법진을 그렸다. 정령력을 강화하는 것과 대규모 환상을 다루는 마법진이다.

그 다음에는 지난 며칠간 열심히 만든 사람 크기의 나무조각상과 야수조각상을 바닥에 진형에 맞추어 늘어놓았다.

함정도 설치하고, 몇 군데에는 아예 땅을 갈라서 깊이 10여미터의 균열을 만들었다.

“자, 뿌우야. 네 차례야. 화끈하게 바람을 일으켜 봐.”

“정말 네 마나를 다 써도 되는 거냥?”

“응, 무조건 큰 돌개바람을 일으키면 돼. 나는 이제 다른 마법 일절 안 써도 되니까.”

“알았당.”

고오오오오오

거대한 돌개바람이 일어났다. 미리 뿌려둔 모래가 바람에 휘말려 구름에 닿을 정도까지 올라가 버렸다.

나는 렉스의 목띠를 손으로 잡고 뿌우에게 마나를 보냈다. 뿌우는 내 마나를 근원으로 삼아 정령력을 강화했고, 돌개바람은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했다.

투투툭, 쏴아아아아

때마침 비까지 온다. 이거 나쁘지 않네.

꽈드드드등

벼락이 친다. 분위기가 완전 환상이다.

미스틱 엑스는 마법진을 조율하여 환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크와아앙

조각이 살아 움직인다. 실제로는 여전히 조각일 뿐이지만 환상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하나의 조각이 수십 개로 불어나 서로 섞이니 그야말로 훌륭한 야수군단이 되었다. 적어도 천마리는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형상의 조각은 창을 든 원주민처럼 변했다. 주문과도 같은 묘한 함성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는 원주민들의 모습은 사냥을 하기 전 조상신에게 기원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조금 있으니 저 멀리서 군대가 나타났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선봉대는 처음에는 회오리바람을 발견하고, 그 다음에는 그 아래쪽에 집결해 있는 야수군단을 보았다.

모래가 섞여 있는 회오리바람은 일대를 모두 흙먼지판으로 만들었다. 마치 안개가 낀 듯 하고, 눈을 뜨기도 힘들다.

잠시 후 마법이 몇 개 날아왔지만 흙먼지 속으로 들어오니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마법진의 방어장치가 저급 공격마법을 해제해 버린 것이다.

곧이어 기마돌격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흙먼지 속으로 진입한 순간 땅의 균열에 빠져 버렸다. 그리고 미스틱 엑스는 그것을 야수에게 잡아먹히는 환상으로 바꾸었다.

더 이상의 성급한 공격은 없었다. 그들은 회오리바람과 비, 그리고 번개까지도 우리가 일으킨 마법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이 상태에서 전군 진격을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식으로 고위 마도사가 작정하고 길을 막으면 군대의 진군도 막을 수 있거든.

“뿌우야, 우리 여기서 3일간 버틸 거니까. 확실하게 바람을 일으켜라.”

“알았당, 3일 안에 누군가가 마나고갈로 뻗지만 않으면 난 문제없당.”

“으, 마나고갈은 이제 싫거든. 마나 바닥나면 그냥 빼자고. 꼭 3일을 버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쯤 모리안이 일꾼들을 다 잡았을 것이고, 소리네는 쉬지 않고 그들에게 축복을 걸어 힘이 나게 한 후 일을 시킬 것이다. 그야말로 지독한 강제부역이지만 야수의 밥이 되기 싫으면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