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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206화 (206/250)

로엔의 마나뱅크 2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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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척지 마을을 모두 부수고 그곳에 목재와 돌로 내 성을 쌓았다. 거인의 힘을 낼 수 있는 벨트가 있으니 바위도 척척 들어서 옮길 수 있고, 삭풍의 창으로 잘라내는 것도 쉬웠다. 목재는 기존의 개척지 집들을 부수면서 많이 확보를 해 놓았기 때문에 일주일이 안 돼서 그럴듯한 요새가 하나 만들어졌다.

안에는 텅텅 비다시피 했지만 적어도 벽은 튼튼하고, 안쪽에서 진을 치고 싸울 수 있게 벽 뒤로 발판도 만들었다.

요새 중앙에는 신전을 짓고 미스틱 엑스의 신상을 모셨다. 바위를 깎아 만든 코끼리 상 위에 얹어 놓으니 확실히 그럴 듯 했다. 그리고 미스틱 엑스의 몸속에는 웨어울프킹의 심장을 부셔서 만든 가루주머니가 있다. 그것은 강렬한 마기를 뿜어내는데 적어도 1년간은 계속 마기를 흘릴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가루를 약간 지니고 있어서 약한 마기가 몸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해 놓았다.

그 밑에 내 자리가 있고, 바닥에는 모피를 깔았다.

그렇게 열심히 나의 터전을 만드는데 바두리안 부족에서 사람이 왔다.

놀랍게도 마녀가 직접 나를 만나러 온 것인데, 마녀의 호위자 격으로 추장도 같이 왔고, 또 그를 호위하는 부족의 전사 열두 명도 왔다. 한 마디로 바두리안 부족의 핵심 전력이 모두 온 셈이다.

마녀 시스타나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노파였는데 신전 안에 들어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마기! 너희들은 마족과 계약을 했느냐?”

오호, 미스틱 엑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를 바로 알아차리다니. 이 마녀는 특이한 데가 있다.

“그걸 굳이 말할 필요가 있는가? 나 야쿰은 밀림 밖에 있는 자들을 징벌할 것이고, 동족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

“마족과 계약한 자는 결국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너의 말은 지금은 진실일지 몰라도 곧 변질되어 동족들에게도 정복의 칼날을 겨눌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나는 칸이다.”

“하, 스스로 칸을 자칭하다니. 너는 이미 우리를 노예로 생각하는군.”

“동족의 남자는 누구나 칸이 될 수 있다. 일곱 개의 시험을 통과하고 살아남으면 되는 거지. 나는 우선 적을 쳐서 발아래 꿇린 후, 다른 시험을 치룰 것이다.”

“그걸 동족들이 인정할 것 같으냐? 넌 마족과 계약했다.”

“마족과 계약한 자는 칸이 되지 못하는가? 그런 규정이 있는가?”

“…….”

없거든.

대추장을 의미하는 칸이 되는 시험은 가장 큰 부족들 다섯이 내는 것과 기본적으로 정해진 두 개로 이루어진다.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규정이고 그때는 마족의 계약자니 뭐니 하는 건 아예 없었기에 규정에 포함될 리가 없다.

정해진 두 개의 규정 중 하나가 밀림 전체의 적과 싸워서 물리친다는 게 있다.

바로 개척민을 보내는 왕국들이 이에 해당하니 나는 이미 칸의 칭호에 도전을 한 셈이다.

마녀는 말문이 막힌 듯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더니 이윽고 한 마디를 했다.

“나 시스타나는 네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전력으로 방해하겠다. 폴란 부족의 마녀 파도르는 나와 자매와도 같은 사이. 네가 그곳을 방문하면 죽음에 이르는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그 부족을 방문하도록 하지. 내가 죽지 않는 몸이라는 것을 시스타나와 파도르는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지. 동족의 적과 싸워서 같이 죽어버릴 기회를 주어야 하니까.”

“이곳은 이제 내 요새고, 이 마을의 영역 또한 나의 소유이니 부족민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를 해라. 야수에게 동족을 구분할 분별은 없으니까.”

“알았다.”

일단 동족의 요새로 인정을 받기는 받은 셈이군.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마족의 계약자라는 소문이 퍼지게 생겼다. 저 시스타나는 밀림 내에 모든 부족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닐 것 같으니까 말이야.

외부의 왕국에는 조금 늦게 퍼지려나?

뭐, 상관없다. 상황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면 되니까.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마녀 시스타나는 아직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부족의 아이 셋과 여자 둘이 돌아왔으니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겠다. 무엇을 원하나? 여자 하나와 아이 하나를 줄 수 있고, 아니면 모피와 뿔, 상아로 줄 수도 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부모가 모두 없는 아이 하나와 모피를 원한다. 아이는 다른 부족과의 전령으로 쓰겠다.”

“좋다. 피스카를 보내지.”

진짜 원주민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지. 그리고 이렇게 은혜에 대한 대가로 얻은 아이는 상당한 충성심을 보인다. 원래 부족의 명예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도 불사할 정도이다.

그런데 시스타나가 어떻게 마기를 알아차릴 수 있었지? 보통 사람은 절대 모르는 건데. 마법사도 상당히 상급의 감지 마법을 써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시스타나라는 이름도 이상하다. 원주민이 쓰는 이름이 아니다. 오히려 백마법사의 명칭으로 쓰일 만큼 신성력과 관계가 있는 이름인데 마녀가 쓰고 있으니 조금 어색하기까지 하다.

저 마녀를 조사해 봐야겠군.

시스타나 일행이 돌아간 뒤 나는 뿌우를 불러서 말했다.

“저들을 쫓아가서 바루리안 부족의 정확한 위치와 구조, 특히 저 마녀의 거처를 좀 알아봐줘.”

“알았당. 바람에 섞여 미행을 하겠당.”

그거지. 뿌우의 미행은 정말 알아차리기가 어렵거든.

나는 조용히 명상을 하며 뿌우가 연락을 해 오기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이 정도 밀림 지역인데 엘프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도 신기하네. 마녀들과 엘프의 사이는 그다지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다.

잠시 후, 뿌우로부터 텔레파시가 왔다. 정령력을 꽤 소모하면서 보내는 듯 잡음이 섞여 있었고, 자신이 듣고 있는 것을 그대로 나에게 전송하는 듯 했다.

그것은 마녀 시스티나와 부족장간의 대화였다.

[새로운 마족의 계약자가 나타나다니, 밀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는구려.]

[둘 다 칸이 되겠다고 하니 결국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승자가 정말 칸이 되는 것일까? 밀림이 마족의 계약자를 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강자를 따를 뿐입니다. 외부의 인간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흠, 통운은 밀림을 엘프의 숲처럼 만들자고 하는데, 야쿰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군. 야수들을 이끌고 외지인을 공격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터인데.]

[그자가 단순히 원한에 사로잡혀 지금 힘으로 공격을 한다면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 외지의 인간들은 왕국을 이루고 있고, 그것은 소수의 힘으로 대응할 수 없는 규모니까. 야쿰뿐 아니라 우리 부족민들은 그런 규모의 군대를 상상해 본 적도 없으니…….]

[지금 상황이면 칸이 탄생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밀림의 부족민을 하나로 모아 대규모 전쟁을 지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이 사람들이 전쟁을 원하고 있군. 단지 그게 마족의 계약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거고.

그런데 다른 마족의 계약자가 또 있다고?

통운이라…….

나는 정말 마족과의 인과율이 지독하게 꼬여있나 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마족의 계약자가 나올만한 곳을 찾아서 온 거라 있어도 이상한 것은 없다.

잘 되었네.

경쟁상대가 있다면 내 계획이 훨씬 탄력을 받겠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새롭게 내 영역이 된 곳을 야수와 함께 정찰하면서 지형지물을 잘 살폈다. 이곳에서 큰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미리부터 지리를 파악해 놔야 한다.

며칠이 지나자 바두리안 부족에서 아이를 데려왔다. 피스카라는 이름의 아이는 올해 열두 살이라고 했는데, 원주민 치고는 꽤 똑똑해 보였다.

“피스카입니다. 야쿰님의 노예로써 충성을 맹세합니다.”

“야쿰이다. 너는 아직 근육이 붙을 나이가 아니니 당분간은 부족간의 전령을 해라. 가능하면 걷지 말고 항상 달리도록.”

“옛.”

씩씩하네. 전사로써 자질이 보인다.

바두리안 부족이 자존심을 걸고 꽤 좋은 아이를 보낸 거군. 마족의 계약자가 싫기는 해도 은혜에 대한 보답은 충실히 한다는 건가?

원주민들은 신의가 있는 무리들이다.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전령임무를 맡기겠다. 바두리안 부족에 가서 내가 근일내로 방문하고 싶다고 전해라.”

“옛!”

피스카는 바로 달려 나갔다. 바두리안 부족의 사자도 아직 떠나지 않았는데 이 녀석은 그를 보지도 않고 바로 그곳으로 달릴 생각인 듯 했다.

오히려 부족의 사자가 당황해서 얼른 나에게 인사를 하고 피스카를 따라 뛰었다.

성격이 단순하고 급한 면이 있군. 적어도 꾀를 부리지는 않으니 쓸 만 하다. 하지만 융통성과 임기응변이 부족하니 그쪽을 보완하는 교육을 시켜야겠군.

피스카는 이번 일이 끝난 이후에도 마녀들과의 전령으로 쓸 계획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 지역과 길들인 야수들을 넘겨 제 2대 비스트마스터로 만들어야지.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외출을 할 준비를 했다.

근일 내로라고 말했지만 지금 출발하면 내일 아침쯤에 도착을 할 거다.

바두리안 부족과 불가침 조약을 맺고 당분간은 왕국의 인간들과 싸워 잡혀간 노예들을 되찾아와야겠다. 그러다보면 각 부족들의 신망을 얻고 내 계획을 밝힐 자리가 만들어지겠지.

빨리 진행하자.

미스틱 게이트를 너무 오래 비워두면 안 되니 반년 이내로 모든 일을 끝마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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