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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97화 (197/250)

로엔의 마나뱅크 197화

띠링

한참 복구 작업에 몰두하는 데 알람 마법이 울렸다.

아까 후사를 상대하기 위해 뿌려놓은 원거리 알람마법이다.

“누군가 신전 안쪽으로 들어왔네요.”

“오, 해적들 중에 여기까지 온 자들이 있나보군.”

“아무래도 그렇겠죠. 원숭이들을 몰살시키고 후사까지 제거했으니 이제는 위협요소가 거의 사라진 셈이잖아요.”

마수로 변한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후사와 원숭이들처럼 안에 들어오는 자들을 집요하게 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나가보죠.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겠지만 신전 안을 그들이 휘젓고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어요.”

다른 건 몰라도 저주받은 유물을 찾아서 들고 나가면 뒤처리가 골치 아프다.

“이번에 들어온 자들을 처리하면 우선 신전 내부에 결계부터 쳐야겠네요. 신전 복구 작업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테니 외부와 격리시키는 작업부터 하는 게 낫겠어요.”

지금까지는 드래곤에 대한 분노 때문에 만사 제치고 복구 작업에 몰두했는데, 이제는 조금 머리가 차가워져서 일의 선후를 냉정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크리드 경은 그건 내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장서서 알람이 울린 장소로 향했다.

*

예상대로 들어온 자들은 해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일행 중 가장 앞에 있는 자의 모습이 이상하다. 상어의 머리를 가지고 커다란 작살을 등에 걸치고 있었는데 손과 발도 상어의 피부로 변한 것이 이미 완벽하게 마수화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인간 해적들과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마수가 되면 이성을 잃고 인간을 공격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너희들은 뭐지?”

저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상어인간이 아닌 그 옆에 선 파란 셉터를 든 자였다.

나는 파란 셉터를 유심히 보았다.

범상치 않은 마력을 발산하고 있는데 그 성질이 공격적인 것이 아닌 현혹과 조작에 관한 것이다.

“그 셉터로 저 상어인간을 조종하는 건가요?”

“무슨 소리냐? 두목, 아무래도 저자가 수상합니다. 두목이 저주받아서 변해 버린 것에 대해 아는 게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정확하게 지적했나보군.

상대는 당황한 표정으로 갑자기 경계태세에서 바로 전투상황으로 몰아가려는 듯 상어인간에게 말했다.

척 보기만 해도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됐다.

저기 상어인간으로 변한 것이 원래 해적들의 두목이고, 이 자는 마수를 조종할 수 있는 셉터로 두목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그 상어인간이 그림녹인가요? 당신은 샤키인 것 같고요.”

“너는 누구냐?”

샤키가 맞네.

다행이다. 굳이 찾으러 갈 필요가 없게 되어서. 이렇게 알아서 찾아와 주면 나는 고마운 거지.

“후사는 이미 소멸했어요. 그런데 그림녹의 상태를 보니 마수들은 여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가 보군요.”

“후사가 죽었다고? 아니, 후사가 누구냐?”

“시치미를 떼든 말든 상관없어요. 일단 당신들을 다 제압한 후 천천히 조사를 하도록 하죠.”

나는 악당처럼 흐흐흐 하고 웃고는 투명화 되어 있는 렉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렉스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그림녹에게 달려들었다.

크왕

“우왁! 괴물이다.”

“마수다. 마수가 나타났다!”

마수 맞아. 그런데 너희들이 두목으로 모시는 자도 이미 마수거든.

렉스는 해적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단숨에 그림녹의 머리를 깨물어 버렸다.

그림녹은 괴성을 지르며 버둥거렸지만 상어인간 수준으로 렉스를 당할 수는 없다.

렉스는 고위마족도 감탄할 정도로 강력한 마수로 특히 같은 마수를 비롯해 마기를 품고 있는 상대에게는 천적과도 같은 존재이다.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크리드 경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이럴 때 보면 저 양반이 기사인지 암살자인지 헷갈린다. 그가 기습을 가하면 나도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휘익, 팍

“아악! 내 팔이.”

“이 셉터가 마수를 조종한다고?”

크리드 경은 샤키가 들고 있던 셉퍼를 팔과 함께 잘라내서 나한테 던져주었다. 그리고는 발로 고통스러워하는 샤키의 무릎을 차서 다리까지 부러뜨렸다.

“네놈이 음모를 꾸몄다고 하더군. 인간을 멸망시키겠다는 원숭이한테 붙어서 말이야.”

“그, 그건.”

“크리드 경, 제가 심문할 테니 다른 해적들을 제압해 줘요.”

“알았네.”

“마리야, 너도 가라. 웬만하면 죽이지는 말고.”

“예.”

상황은 금방 끝이 났다. 해적들은 압도적인 우리의 무력을 인식하자 바로 항복을 했고, 마리포즈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밧줄로 그들을 묶었다.

그 사이 나는 샤키의 잘려진 팔의 출혈을 막고 심문을 시작했다.

“왜 원숭이들에게 붙은 거죠?”

“어쩔 수 없었어. 안 그랬으면 나를 잡아먹었을 거야.”

“어허, 그것뿐만이 아니라고 봐요. 단순히 생명의 위협을 받는 정도라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울 리가 없거든. 후사도 당신에게 마수를 조종하는 셉터를 주지 않았을 거고.”

“정말이야. 믿어줘.”

“어쩔 수 없이 두뇌를 조금 긁어야겠네요.”

“안 돼!”

안 되는 것은 없다. 나는 브레인 스토밍 마법을 사용했고, 샤키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다가 마법이 완전히 걸리자 눈이 풀리고 입에서 침을 흘리며 축 늘어져 버렸다.

“아항, 인간의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군. 노예들의 왕 말이야.”

“원숭이들에게 인간을 팔아먹고 그 왕이 되겠다는 계약을 했다고?”

듣고 있단 크리드 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해서 샤키의 두뇌 속 기억을 읽었다.

“저쪽 안에 유물이 있는 방이 있네요. 샤키는 그림녹의 저주를 풀 단서가 유물 중에 있다고 속였어요. 가짜 지도에 적힌 암호롤 이용해서요.”

“그렇게 유인해서 일행들을 모두 마수로 만들 계획이었나 보군.”

“맞아요. 후사와의 계약에 의하면 샤키가 데려온 자들은 원숭이들이 먹지 않고, 그가 만든 마수들은 그의 셉터로 조종을 하게 인정하기로 했네요.”

“으으, 우리를 마수로 만들려고 했단 말입니까?”

그때서야 해적들도 상황을 눈치 채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

“너희 두목을 보면 몰라? 일단 마수가 되면 끝이야. 다시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이성을 잃고 셉터에 의해 죽을 때까지 조종당하거나 풀려나도 본능에 따라 인간을 잡아먹는 마수의 삶을 살아야 하는 거지.”

“샤키! 이 나쁜 놈아.”

해적들은 하나같이 샤키에게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사실 해적들도 악당이기는 마찬가지이고, 이 바닥이 서로 속이고 죽이는 바닥이니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어쨌든 샤키는 인간을 배반하고 원숭이에게 붙은 놈이니 살려둘 수는 없다.

나는 창으로 샤키의 심장을 찔러 버렸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까? 다 같이 죽을래?”

“살려만 주십쇼. 두목도 저렇게 됐으니 이제 마법사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놈이 있군.

말투만으로도 내가 따로 시킬 일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다니.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래, 그럼 해안으로 가서 해왕호를 찾아. 거기 선원들에게 너희들이 내 밑으로 들어왔다고 말하고 내 편지를 전하라고.”

“해왕호! 설마 해적왕 갸로프쪽 분들이셨던 겁니까?”

“우리는 데빌 헌터야. 너희들은 지금 마족의 계약자에게 놀아났던 거니까, 딴 생각 말고 시키는 대로 해.”

“헛, 마족의 계약자. 으으, 알겠습니다.”

데빌 헌터라는 말에 해적들은 완전히 기가 죽어서 내가 쓴 편지를 들고 신전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나는 신전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강력한 환상과 결계를 설치하고 아까 샤키의 기억으로부터 알아낸 유물의 방으로 갔다.

“오! 정말 날개달린 갑옷도 있군.”

크리드 경이 감탄하며 말했다.

유물의 방에는 딱 보기만 해도 엄청난 가치가 있을 거 같은 무구와 보물들이 백여 점이나 있었다.

과거 드래곤의 보물에 저주를 걸어놓은 것으로 물건 자체는 최상급이 틀림없다.

“괜히 손대지 마세요. 손대는 순간 저주에 빠져서 그 갑옷을 놓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요.”

“그 정도는 아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처리할 건가?”

“좋은 방법이 있어요. 뿌우야. 나와 봐라.”

“나 부르지 말랬징? 여긴 숨쉬기조차 힘들다공.”

“이제는 괜찮지 않아? 지금 유적의 구동부를 부숴서 힘이 거의 작용을 안 하거든.”

“어, 정말이당. 살만 하넹.”

뿌우는 아직 조금 답답한 모양이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는지 표정을 펴고 말했다.

“왜 불렀냥?”

“포트라한테 가서, 물건들을 보낼 테니 살펴보고 저주 좀 어떻게 해 달라고 전해줘.”

“세상에 사장님을 부려먹으려는 인간은 너밖에 없을 거당.”

뿌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정령계로 갔다.

나는 유유히 물건들을 살피며 하나씩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이렇게 하면 포트라의 창고로 갈 것이고, 포트라가 알아서 처리를 해서 돌려줄 터이다.

크리드 경이나 미리아는 내가 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았다.

곧 우리는 유물의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아공간 주머니에 쳐 넣고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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