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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93화 (193/250)

로엔의 마나뱅크 193화

“라이트닝 웹!”

파지지지직

뇌전으로 만들어진 그물이 후사를 덮쳤다. 역시 맹수를 잡을 때에는 일단 그물을 던지는 거다.

나와 미스틱 엑스의 합동마법으로 시전 된 8서클 마법, 그것은 벽에 새겨진 강화의 마법진으로 인해 더욱 강렬해졌다.

거의 9서클 급의 살상력과 구속력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으니 후사가 아무리 힘이 강해도 이걸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쿠오오오오, 나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잡았잖아. 벗어나지도 못하면서 헛소리 하지 말라고.

나는 후사가 발버둥치는 것을 냉정하게 지켜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뇌전의 속성을 지녔지만 그물 자체는 아주 가는 실과도 같다. 그것이 후사의 털 사이로 파고들어 가족을 찢었다. 그리고 그렇게 갈라진 가죽 사이로 계속해서 뇌전의 기운을 흘려 넣었다.

확실히 마법에 대해 그다지 지식이 없는 놈과 싸우면 조금 쉬운 듯 한 느낌이 든다. 이전에 싸운 자들 중에는 마법을 무효화 시키는 능력도 있고, 지식 자체도 같은 마법사 수준이라 수를 쓰는 게 어려웠다.

그러나 이걸로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동안 마족의 후계자들과 싸우면서 얻은 노하우는 바로 그들이 평소에는 잘 안 쓰는 비장의 한 수가 있다는 거다.

자신의 마기를 급격히 소모하면서 쓰는 일종의 필살기인데, 그건 거의 사기적인 능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이들과 싸울 때 주로 쓰는 방법은 처음에 강력하게 적을 밀어붙여서 그들이 빨리 필살기를 쓰게 만든 다음, 그 후에 생기는 틈을 노려 이쪽도 결정타를 날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적이 좀 무식하다. 그래서 함정에도 쉽게 걸리고, 이쪽이 마법을 써도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머리가 나쁘면 그만큼 다른 쪽에 특기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무식한데 어떻게 마족과 계약을 할 수 있는지부터가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건 나중에 천천히 연구해도 된다.

일단 나는 후사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크리드 경은 그 사이에도 꾸준히 후사를 공격하고 있었다. 뇌전의 그물에 둘러싸인 후사의 팔과 손가락을 집중적으로 베어서 그가 손으로 그물을 찢지 못하게 했다.

이것은 꽤 효과가 좋아서 후사는 신경질적으로 팔을 휘저으려다가 손가락을 검에 베이고는 움찔하면서 손을 웅크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리포즈 역시 대검으로 후사의 발목을 노렸다.

퍽퍽 하고 발목의 복사뼈 근처에 대검이 적중되면 베이지는 않아도 충격이 적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땅을 디딘 발에 힘을 줄 수 없으면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힘을 쓸 수 없는 법이다. 결국 후사는 괴성만 지를 뿐 그물을 찢지는 못했다.

물론 그냥 찢는다고 찢어지는 그물은 아니다. 그러나 저놈의 발톱은 무엇이든 다 잘라낼 수 있는 것 같다. 발톱에 제대로 긁힌 그물 부분은 잘려나갔고, 그래서 팔 부분만 그물에서 삐져나와있으니까.

그나저나 괴성이 너무 시끄럽다. 귀가 아플 지경이다.

“매직 볼트!”

파파파파팍

내가 틈을 봐서 쏜 마법의 볼트가 그대로 후사의 입속에 틀어박혔다.

“꾸어억.”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고.”

매직 볼트 자체는 저레벨 마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거의 핀 포인트로 노려서 저격할 수 있다.

입속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충격은 느끼는 모양이니 앞으로 괴성을 지르려하면 계속 쏴 넣어야겠군.

“꾸오옹, 이놈이 말도 못하게 하다니.”

입속에 마법 볼트 하나 박힌 게 그렇게 싫었나? 후사는 이를 갈면서 두 손을 가슴 쪽으로 모았다.

저것은! 기운을 모으는 동작이다. 이놈이 나한테 뭔가 쓰려고 하는군.

“공간 왜곡!”

스르르륵

벽에 새겨 넣은 또 하나의 마법진이 발동되었다.

급하게 싸우게 되었기 때문에 땅속에 따로 은신처를 만들어 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 작전은 우리가 먼저 막다른 골목 안에 들어가 적을 끌어들이는, 일종의 배수의 진과 같은 형태다.

적이 강렬한 범위공격을 쓴다면 피할 공간이 없으니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나는 공간왜곡의 마법진을 준비했다.

내 앞쪽의 공간이 순간적으로 확 늘어나면서 중간이 꺾였다. 일자로 된 통로가 90도로 뒤틀린 것이다.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공간 자체가 휘어진 것이라 충격파도 피할 수 있다. 공간을 찢을 정도의 힘이 아니라면 일단은 회피가 되는 것이다.

이거 몇 초 꺾는데 8서클 마법에 해당하는 마나가 필요하다. 공간을 조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이니 이럴 때 쓸 만 하다.

“쿠오오오오!”

콰콰콰쾅

뭔가 거대한 붉은 덩어리가 휘어진 공간의 통로에 부딪쳤다. 그로인해 밀려오는 충격파의 파괴력만 해도 충분한 살상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휘이이익

휘어진 공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니 후사의 가슴 쪽에 붉은 별 모양의 문신이 나타나 있는 게 보였다.

“뭐냐? 마치 네놈이 정의의 히어로 같은 느낌인데.”

나는 일부로 놀리듯이 말했다.

“우끽, 어떻게 피한 거냐?”

후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보기에는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데 공격을 가하니 거리가 확 멀어지면서 통로가 꺾여 버리는 것을 보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거도 피할 수 없으면 이런 막힌 통로 안쪽에 들어오지는 않았지.”

“우끄끄.”

기가 죽나 보군. 그러기에 왜 마법도 모르면서 마법사에게 싸움을 거는 거냐?

“좋다. 그럼 내 저주의 힘으로 너를 죽여주마. 슬레이!”

오, 마법적인 기운이다. 강렬한 저주의 힘이 후사의 입에서 검은 연기처럼 흘러나온다.

나는 급히 분석마법으로 그 연기의 힘을 파악했다.

생명체를 죽이는 저주다. 가장 지독하면서 강렬한 즉효성 즉사마법인 것이다.

그러나 이 저주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나는 얼른 미스틱 엑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림없다.”

미스틱 엑스는 차갑게 외치며 밀려오는 검은 연기에 자신의 몸을 던져 막았다.

촤아아악

저주의 기운이 미스틱 엑스의 몸속으로 사정없이 스며들었다.

“우끼끼, 넌 죽었다.”

후사가 우리와 싸우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웃었다. 그만큼 이번 저주에 자신이 있었나보다. 막을 수 없는 힘. 생명체라면 걸리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강렬한 저주가 그의 필살기였던 거다.

그러나 미스틱 엑스는 멀쩡했다.

“나에게 저주는 통하지 않는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한 미스틱 엑스는 매직 볼트로 웃고 있는 후사의 입속을 때려 넣었다.

파파팍

“꾸익, 어, 어떻게?”

후사는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 저주는 어떤 마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데, 상대가 멀쩡하니 이해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놈이 멍청하다는 거다.

생명체 살해 저주를 쓰는 자가 대상이 생명체인지 아닌지도 감지 못하는 것부터가 웃기는 거 아닐까?

미스틱 엑스는 생명체가 아니다. 인공자아가 주입된 골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후사는 언데드에게 죽음의 마법을 쓴 것처럼, 아니면 돌맹이에 간지러움의 저주를 건 것과 같은 짓을 한 셈이 되었다.

“네놈과 계약한 마족이 불쌍하다. 쯔쯔.”

나는 혀를 차며 다시 주문을 시전 했다. 상대의 필살기도 봤으니 이제는 끝내는 게 좋겠다.

죽음의 저주를 미스틱 엑스가 막았기에 저놈이 헷갈려서 더 안 쓰는 거지. 만약에 크리드 경에게 썼으면 난리가 났을 거다.

“소멸!”

물질을 분해하는 광선이 후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후사의 몸을 관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의 배에 난 털이 한 움큼 빠져나가게 만들 수는 있었다.

“우끼끽, 내 배털이!”

“저 구멍을 집중 공격해요.”

내가 렉스에게 한 것처럼 대부분의 야수는 털이 보호의 역할을 한다. 털이 빠지고 가죽이 드러난 부분이야말로 약점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후사는 배에 땜빵 구멍이 난 게 충격이었나 보다. 그는 급격히 전투의욕을 잃고 갑자기 몸이 원래대로 작아졌다.

“오늘은 컨디션이 나쁘다. 다음에 다시 싸우자.”

“뭔 소리야. 네놈은 여기서 끝날 운명이다.”

“헛소리 하네. 여긴 내 집이다. 내 집에서는 내가 왕이다.”

후사가 사라져 버렸다.

“앗, 저놈이 순간이동을!”

이건 미처 예상치 못했는데?

크리드 경도 후사의 배에 회심의 일격을 가하려다 갑자기 사라지자 허무하게 허공을 찌르며 혀를 찼다.

“이런, 주문도 없이 순간이동을 하다니, 이거 골치 아픈 능력이네요.”

후사의 진정한 능력은 공격적인 게 아니었다.

“막을 수 없나?”

“마법으로 순간이동을 못하게 막는 공간구속결계를 치면 되요. 다음번에는 그거부터 걸고 시작해야겠네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과연 공간구속결계가 후사의 순간이동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상대의 능력이 본능적인 것이고 그만큼 강력한 권능이라면 결계의 힘을 이겨낼 지도 모른다.

마법이라면 술식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결계 안에서는 아예 순간이동의 주문을 못 쓰는데, 그냥 본능으로 쓰는 것이니 그게 안 되는 것이다.

“그냥 주문으로는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마법진으로 결계를 강화해야겠어요. 이것 참, 생각보다 귀찮은 적이네요.”

우리가 후사의 능력을 안 것처럼 후사도 우리의 전술과 실력을 경험했다. 이제 그놈은 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정면이 아니라 암중에서 기습을 해 올 가능성이 크다.

야수의 기습은 은밀하면서도 잔인하다.

나는 한숨을 참으면서 일행에게 유적탐사를 계속하자고 말했다.

어찌되었든 유적의 힘이 강렬하니 그 근원을 알아서 어떻게든 해야 후사와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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