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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87화 (187/250)

로엔의 마나뱅크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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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키는 갸로프가 이쪽으로 온 이후 다른 세력에 붙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세력 역시 두목이 수하들한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군요.”

“오호, 제대로 잡았네요.”

“갸로프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반 귀족들과는 달리 해적들은 저주가 진행되어도 그냥 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두목은 아무도 간섭을 못하니까요.”

“나도 알아요. 중요한 것은 샤키가 그렇게 저주받은 자의 수하로 들어갔다는 거죠.”

“예, 제 생각도 같아요. 샤키는 뭔가를 알고 있어요. 어쩌면 그가 마족의 후계자일지도 모르고요.”

“그건 내가 가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그럼 그쪽으로 떠날 테니 준비를 해 주세요. 멤버는 미스틱 엑스 경, 크로드 경, 저, 미리아, 마리포즈, 렉스가 되겠네요.”

서피와 뿌우는 평소 렉스의 목띠와 내 지팡이 속에 있으니 따로 멤버라 할 것도 없다.

그래도 사람이 다섯에 렉스까지 따라붙으니 꽤 커다란 마차가 필요할 것 같다. 말도 세 마리쯤은 있어야 하고.

“예, 신분을 감추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게요.”

케이티 양은 내가 지시한 사항을 듣고 방을 나섰다.

다행히도 샤키에게서 수상한 구석이 있으니 그쪽부터 파고들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그쪽 해적 두목은 이미 마물화 됐을 가능성이 높겠는걸. 자칫 잘못하면 해적들을 상대로 싸우게 생겼네.

해적들이 귀찮은 이유는 그들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싸우는 장소가 바다위이기 때문에 배가 침몰하면 곤란해진다.

마법이 있으니 괜찮긴 하겠지만 만약 바다 속에서 마물이 튀어나오면 아차 하는 사이 배를 잃는다. 그러면 망망대해에서 사람들을 띄운 채 이동해야 하는데, 이게 꽤 귀찮고 힘든 일이다.

“바다 속을 지킬 수단이 필요하네.”

물이라면 역시 서피지. 그놈이 처음 소환되었을 때 물을 다뤘잖아.

나는 렉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피를 소환했다.

“힘은 좀 많이 모았니?”

“별로다. 조금 모을 만 하면 워낙 격렬하게 싸우는 바람에 다시 다 방출해 버리고는 했다.”

“하긴, 넌 힘을 방출하면서 싸우는 형이라 자주 싸우면 불리하겠네.”

“그래도 싸움의 기술은 많이 늘었다. 힘은 언젠가는 모일 테니 지금은 같은 힘을 더욱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익히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 거대 괴수가 제일 서투른 게 힘의 효율적 사용인데, 넌 지금 크기가 작아져서 그쪽에 눈이 뜨였구나. 나중에 다시 커지면 상당히 강해지겠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이여. 무슨 일인가?”

“별건 아니고, 이번에 바다로 나갈 거 같은데 너 혹시 소금물 안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

“소금물뿐 아니라 독물, 끓는 물도 상관없다. 물속이라면 내 힘은 거의 세배가 되지.”

“알아, 물로 네 몸을 만들 수 있지?”

“그렇다. 내 본체는 작아진 상태이지만 물로 예전의 몸을 만들어 조종할 수 있다.”

“그럼 거기에 크리드 경을 태우고 싸울 수 있니? 크리드 경도 물의 정령을 빙의시켜서 싸울 수 있으니 물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가능하다.”

우훗, 이거 해상전 대책도 완벽한 걸. 저쪽에서 어떤 해양마물이 나올지 모르지만 거대해진 서피와 크리드 경이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으리라.

“그럼 떠나기 전에 네 힘이나 조금 보충하자.”

나는 서피의 몸에 두 손을 대고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8서클이 되면서 몸 안에 보유한 마나의 양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리고 이걸 더욱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게 최고라는 것을 안다.

기본이라는 것은 바로 마나를 많이 쓰고 명상을 통해 그것을 다시 채우는 일의 반복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고이지만 탁해지듯이, 마나도 계속 쓰고 다시 쌓아야 맑고 순수해진다.

그래서 고위 마법사들이 마법부여를 통해 지속적으로 마력을 방출하는 한 편 마법 아이템을 만들어 연구비에 보태는 것이다.

여기서 마나는 순수한 기운을 의미하고, 마력은 그것을 힘으로 바꾼 상태를 뜻한다.

몸에 쌓이는 것은 마나이고, 방출하는 형태는 모두 마력이다.

나는 마법부여를 응용한 마력전이를 서피에게 시전 했다.

“크오오오, 좋다. 진하고 깨끗한 마력이다.”

“명상의 수준이 다르니까. 지금의 내 마력은 서피 너의 본체가 멀쩡할 때의 힘과 비슷할 걸?”

“그렇다. 이반 경의 힘은 백마법 요소가 강해서 내가 흡수하기 힘든데, 주인의 힘은 마기로 바꾸기도 쉽구나.”

“그렇지 않아도 살짝 흑마법의 마력으로 바꿔서 보내고 있어. 여행 중에도 계속 이렇게 마력을 주입해 줄 테니 힘을 키우라고.”

“이번 여행에 큰 싸움이 있는 거냐?”

“클지 작을 지는 봐야 알 것이고, 적어도 바다 위에서는 네가 최고 전력이니 단단히 준비를 해 놓으려는 거야.”

“바다 위라면 크라켄이 와도 이길 자신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크라켄하고 너하고 싸우면 그 충력으로 인한 파도만으로도 배가 뒤집힐 수 있다고.”

거대 해양 마물의 싸움은 이게 문제다. 생각해보니 배에도 준비를 해야겠군.

바다로 나간다는 게 장난은 아니다. 몰래 오고 가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전용의 배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미리아한테 가서 꿈침투 능력을 쓰기로 했다.

대상은 바로 동결되어 있는 갸로프.

갸로프는 꿈속에서 호쾌하고 해적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리가 나타나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이게 꿈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 쳇 하고 칼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무슨 일이냐?”

“지금 샤키라는 놈이 너를 배신하고 새로운 두목한테 붙었는데, 그 두목도 저주 받은 것 같아서 조사하러 가거든.”

“그놈이 배신자였군! 그놈 죽이지 마라. 내가 처리할 테니.”

“알았어. 가능하면 안 죽일게. 그런데 바다로 나갈 때 여객선 같은 거 타고 나가기는 조금 그렇잖아. 해적 소굴로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야. 혹시 숨겨놓은 배 없어? 선원도 있으면 더 좋고.”

“당연히 있다. 해왕호라고, 내가 과거에 타던 녀석이지. 지금은 할테론 항구에 정박해 있을 테니 그걸 써라.”

“할테론 항구에서 선원도 구할 수 있을까? 믿을만한 선원으로. 바다 위에서 배신당하면 정말 슬플 거 같아.”

“내 칼을 가져가라. 거기 술집 주인 앞에 내 칼을 꽂으면 알아서 준비해 줄 거다.”

“술집 주인이 부하로군.”

“옛 형제다. 내가 이렇게 된 것도 알고 있으니 숨길 필요는 없다.”

“고마워. 그럼 이제 출발할게.”

“그리고 지금 생각난 건데, 샤키가 붙은 놈이 그림녹이라면 조심해라. 그림녹은 해전에서는 나도 꽤 조심해야 하는 자니까. 젠장, 그놈 세력이 커지기 전에 손을 보려고 했는데 이 모양이니 말이야.”

“그림녹이라, 한 번 알아볼게.”

할 말은 끝났다. 나는 갸로프의 꿈에서 나와 영주관으로 돌아왔다.

동결되어진 갸로프의 육체 옆에 보관된 물품 중 칼을 꺼낸 후 케이티 양을 불러 샤키가 충성하는 자의 이름을 물으니 과연 그림녹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샤키는 실력 있는 해적 두목들에게 모두 저주가 걸리도록 음모를 꾸몄다는 얘기가 되네요.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다였나 보군요.”

“케이티 양의 분석이 맞을 거예요. 바다를 장악하고 서서히 뭍으로 올라오려 했겠지요. 과연 그들이 얼마나 세력을 확보했는지도 알아봐야겠네요.”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케이티 양에게 물었다.

“돌라부 왕국도 해상무역이 성하는 곳이지요?”

“예, 사략 함대도 운영하고 있어서 인근 해역에서는 해적 못지않게 위협적인 왕국이에요.”

“해상에 힘을 쓸 수 있는 다른 왕국들도 조사에 포함시켜요. 마도가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하고요.”

“예, 이제 적의 윤곽이 드러났으니 이쪽도 조직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수배할게요.”

역시 케이티 양은 일을 잘 한다. 이정도면 알아서 마도가문을 규합해서 왕국들을 조사, 저주받은 자들이 움직이기 전에 처리를 할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원흉을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렌 경도 여행길에 건강 챙기시고 무사 귀환하시기를 기원할게요.”

말 속에 정이 느껴진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그 후 나는 실비아 공주한테 가서 여행을 떠남을 알리고 그날 밤은 그녀와 함께 했다.

*

미스틱 게이트를 떠난 우리는 갸로프가 가르쳐 준 대로 할테론 항구로 향했다. 말 두 마리가 끄는 커다란 마차에 나와 미스틱 엑스, 미리아, 그리고 크리드 경이 타고, 마리포즈는 말 한 마리에 탄 채 투명 마법이 걸린 렉스와 함께 마차 앞에서 우리를 인도했다.

나는 마부석에 앉아 마차를 몰았는데, 사실은 마차의 말도 마리포즈가 조종하고 있는 셈이라 나는 그냥 앉아서 하늘을 보며 명상에 잠겨 있을 수 있었다.

크리드 경은 미스틱 엑스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미스틱 엑스는 하루에 세 마디도 안 하는 과묵한 성격이다. 본체가 마나뱅크이니 어쩔 수 없다.

미리아 역시 하프엘프답게 한 번 명상에 들어가면 삼박사일도 안 움직일 수 있으니 결국 마차안도 조용할 수밖에 없다.

다그닥, 다그닥 하는 말발굽소리만 한적한 길에 우리가 지나간다는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렌 경.”

마리포즈가 심심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얘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왜?”

“저는 물속에서 오래 싸우기 힘들겠죠?”

“그렇지는 않아. 네 몸이 조금 무겁긴 하지만 수중활동 마법을 걸면 크게 상관이 없을 거야.”

“마법이 없어도 싸우려면 수영 연습을 해 두는 게 좋을까요? 어차피 숨은 안 쉬어도 되니.”

“하긴 급할 때 일일이 수중활동 마법을 거는 게 귀찮을 수는 있겠다. 만약 적측에 마법사가 있어서 마법해제를 쓰면 곤란해 질 거고.”

“예, 저도 그게 걱정이 되요.”

“그렇다면 할테론 항구에 도착해서 배를 수배하는 동안 네 갑옷에 수중활동 마법을 심어 줄게. 언제든지 시동어로 발동시킬 수 있도록 말이야.”

“그것 좋네요.”

“지금 그 갑옷에 걸린 마법이 많아서 추가로 뭔가 더 걸기는 조금 그렇긴 한데, 한 번 해 보고 힘들면 네 대검에 걸어줄게. 거긴 타격력 강화와 내구성 강화만 걸려 있으니 하나나 두 개 정도는 더 걸 수 있거든.”

“예, 그럼 전 건틀렛에 고정쇠를 넣어서 대검과 이어버릴게요.”

“그건 마음대로 해.”

이걸로 마리포즈도 수중전이 가능해진다. 나와 미리아만 물속에 안 들어가고 고상하게 배 위에서 마법이나 쓰면 되겠군.

준비가 끝났다. 이제는 바다를 손에 넣으려는 마족의 후계자가 누군지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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