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186화 (186/250)

로엔의 마나뱅크 186화

4장 해적왕의 보물

4대 대정령을 모두 만나야 한다. 섀도우 플레인에 결계를 치기 위해서는 그들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다.

“가능할까?”

8서클인 현재 상태로 정령계로 가서 대정령과 접촉을 한다?

이거 위험하다. 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음, 일단 포트라를 대상으로 연습을 해 보고 할 만 하면 다른 대정령도 만나는 게 낫겠지?

포트라는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가도 소멸할 정도의 시련은 안 준다. 단지 그 놈 성격 상 딱 소멸하기 직전까지 나를 몰아붙일 것이다.

그걸 버틸 만 하면 다른 대정령도 시도를 해 볼만 하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니 역시 포트라한테 먼저 가 보는 게 낫겠다.

내가 그렇게 결단을 내리고 정령계로 진입하기 위한 마법진을 구상하고 있는데, 크리드 경이 들어와 말했다.

“갸로프가 이상하다.”

“마물에게 정신을 먹혔나요?”

“아니, 아직은 괜찮은 것 같은데 몸의 변형이 더 심해졌어.”

해적왕 갸로프는 반은 세이렌이고, 반은 문어가 된 상태다. 그런데 거기서 변형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나는 서둘러 갸로프가 있는 곳으로 갔다.

과연 크리드 경의 말대로 갸로프는 더욱 변형이 심해져 있었다. 세이렌 부분과 문어 부분이 몸의 절반씩 나뉘어 있는 게 아니라 점점 섞이고 있었다. 문어의 촉수가 머리에 몇 개, 팔에 몇 개, 등에 몇 개 이런 식으로 나 있으니 이제는 사람의 형태라고도 보기 어렵다.

“지독하군요.”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갸로프가 고개를 들더니 물었다.

“나는 죽는 건가?”

“의식이 흐려지나요? 아니면 몸이 마음대로 못 움직인다거나.”

“그렇진 않다. 손가락 하나까지 확실하게 움직인다. 촉수도 이제는 자유롭게 다룰 수 있어. 마치 처음부터 내 육체의 일부분이었던 것처럼.”

동화되고 있네. 마물의 육체를 얻었는데 정신이 안 먹힌 채 영혼이 적응을 하다니, 이건 진짜 새로운 발견이다.

이걸 연구하면 반인반마물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마물의 힘과 능력에 인간의 정신력을…아니지. 내가 또 엄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런 걸 연구하는 자는 매드 메이지잖아. 참자.

나는 고개를 돌려 크리드 경에게 물었다.

“다른 저주물품들은 모두 찾아냈나요?”

“갸로프가 말한 물품은 모두 회수했네.”

“저주에 걸린 사람들은 미리아의 정화로도 완전히 회복이 안 된다고 했죠?”

그동안 데빌 베인은 갸로프의 증언을 단서로 저주 걸린 물품들을 회수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다가 저주에 걸린 사람들 중 아직 완전히 마물이 안 된 사람들에게는 상황을 설명하고 치료를 위해 영지까지 데리고 왔다.

저주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귀족이고, 그 중에서는 상당히 고위의 인물도 있었는데, 그들은 주기적으로 미리아의 정화를 받으면서 치료를 하는 중인데, 놀랍게도 이 저주는 미리아의 정화로도 잘 풀리지 않았다.

한 명이라면 집중적으로 매일 정화를 함으로써 어떻게든 치료가 될 것도 같다. 하지만 이게 열 명이 넘어가니 매일 정화가 힘들어지고, 정화로 조금 치료가 되었다가도 다시 며칠 사이 저주가 진행되어 버린다.

갸로프와는 달리 이들은 놔두면 그대로 마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미리아도 최선을 다 해 정화를 하는 중인데, 그래도 힘이 달리는 것이다.

몇몇 고위 귀족들은 상대적으로 하급의 귀족들의 치료를 포기하고 자신들에게 집중해주기를 원하는 듯 하다.

나는 그것을 거절했고, 그들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상태로 계속 이 영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신의 문을 뚫고 들어가는 일과 다시 신을 소환하는 일, 그리고 헬마니움 산의 일에 집중하느라 이들을 방치해 둔 셈이다.

하지만 이제 갸로프까지 상태가 악화되는 듯하니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한다. 갸로프는 치료를 위해 데빌 베인에 가입까지 했고, 그 동안 몇 가지 인체실험도 두 말 없이 받아들여 협조를 해 주었기 때문에 꼭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

나는 일단 방에서 나와 케이티 양에게 갔다.

“아직 다른 곳에서 저주받은 물품이 나온 것은 없죠?”

갸로프는 유물을 탐사하다가 그것들을 찾았다고 했다. 누군가가 물품을 만들어 유적에 뿌려 놓은 거다.

그렇다면 다른 유적에도 그런 짓을 해 놨을 가능성이 높다.

“없어요. 저주받은 물품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아무래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긴 마물이 되기 전에는 저주받은 줄 모르고, 마물이 되면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거니 저주받았다고 우리에게 말해줄 리가 없겠지.”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모아봤는데요. 귀족들 중 최근에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행방불명된 자들이 있는지 살펴보니 돌라부 왕국에 꽤 많은 이변이 있었어요.”

“그쪽에 저주받은 물품이 풀렸다는 소리군.”

“예, 지금 사람들 보내 집중적으로 조사를 시켰으니 곧 결론이 나올 거예요.”

역시 케이티 양은 일처리가 빠르고 확실하다. 내가 신경을 안 쓰는 사이에도 꾸준히 조사를 진행해 온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걸 퍼뜨린 자를 찾아내는 게 아닐까요? 이대로라면 피해자만 확산 될 거 같은데요.”

“그렇죠. 그놈이 누군지 몰라도 이렇게 숨어서 유적에 물품들만 뿌린다면 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그놈을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일단 케이티 양에게 돌라부 왕국과 각 마도 가문 등에 정식으로 이 사태에 대해 경고를 하고 조사를 진행하라고 했다. 이것으로 사람들이 함부로 마법 물품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니 어느 정도 사건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을 거다.

나는 다시 크리드 경과 갸로프에게 갔다.

“갸로프 씨, 몸이 더 이상해지면 원래대로 돌아가기 어려우니 당분간 동결을 시키는 게 낫겠어요.”

“그럼 난 얼어붙은 상태로 지내야 하는 건가?”

“의식도 잃을 거예요. 잠이 드는 것과 같죠.”

“설마 얼어붙은 채로 수백 년간 잠드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전설의 미녀에게나 어울린다고.”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예요. 미스틱 엑스가 정식으로 갸로프 씨의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되는군. 알았다. 어서 얼려라.”

“얼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단서 생각나는 거 없어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어보았다. 사람이 급해지면 없던 기억도 떠오르는 법, 유적을 탐사하게 된 경위나 물품을 판매한 경로들은 이미 모두 들었지만 뭔가 이야기 안한 것도 있을 것 같았다.

갸로프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유적의 위치가 적힌 보물지도, 그걸 구한 게 해적의 경매시장이었는데, 그걸 판 놈은 이미 족쳤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지?”

“그랬죠.”

“그게 경매에 나온다고 알려준 놈이 있어. 해적 중에 한 놈인데, 그놈이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는지 캐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아하, 그것 참 좋은 정보네요.”

그런 건 좀 일찍 말하란 말이야.

나는 갸로프에게 샤키라는 해적에 대해 들었다.

그다지 큰 세력은 아니자만 몇몇 부하들과 빠른 배를 몰고 다니며 약삭빠르게 약탈을 하는 자라고 했다. 그래서 본거지도 없고 이 항구, 저 항구를 전전한다고 하는데 주로 머무는 곳은 유베토스라는 해적항이라고 한다.

“유베토스는 내 세력권 안이니 수하들에게 말하면 안내해 줄 거야. 혹시 그놈이 배신자면 죽이지 말고 놔두라고.”

눈에서 불길이 일어나네. 지금까지 참고 있었지만 이런 상태가 된 것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구나. 거의 미치기 직전인 수준이다.

“알았어요. 정말 샤키라는 해적이 마족의 계약자와 연관이 있다면 갸로프 씨에게 알려줄게요.”

“좋아. 그럼 날 어서 얼려줘.”

더 이상 버티기 어렵나보다. 나는 마법진을 준비해서 갸로프를 통째로 얼렸다.

이것으로 갸로프는 적어도 수십 년 정도는 얼어붙은 채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상이 되면 죽어버릴 수도 있다. 동결보존 마법이 몇 백 년 동안이나 사람을 산 채로 얼릴 수 없다는 것은 몇몇 마법사들의 실험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나는 일단 사람을 보내 샤키라는 자의 행적을 쫓게 했다.

나에게는 지금 유능한 정보조직이 있고, 케이티 양의 지휘아래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이제는 일일이 직접 가서 조사를 하지 않아도 꽤 만족할만한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 사이 나는 저주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했다.

마녀의 혈마법과 마족의 흑마법까지 아는 나이기에 저주라면 세상에서 두 번째라고 해도 서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 저주를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저주가 발동하면 정말 풀기가 어렵군.”

미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완치시키려면 매일 정화를 해서 한 달은 꼬박 해야 하는데, 난 하루에 세 번 정도밖에 정화를 못해. 지금은 다들 악화되지 않게 유지하는 게 고작이야.”

“이반 경이 있었으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필이면 이럴 때 수련에 들어갔단 말이야.”

백마법으로 8서클인 이반 경이라면 미리아의 정화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반 경이 떠나니 미리아 혼자의 힘으로는 수습이 안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백마법 부분은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9서클이 되면 방법이 있는데, 아직 난 8서클인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일단 사람들을 다 얼리고, 세 명씩만 치료를 하는 거야.”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악화가 안 되게 하는 것은 가능하지. 갸로프에게 한 것처럼 말이야.

내 말에 미리아는 감탄하며 어서 사람들을 얼리라고 재촉했다.

나는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한 명씩 얼리기 시작했다. 이것으로 일단 치료는 된다. 하지만 동결보존 마법진은 8서클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축 자금이 장난 아니다. 이건 계속 유지를 해 줘야 하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어서 빨리 원흉을 찾아내서 제거해야지. 꼭!

나는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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