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178화 (178/250)

로엔의 마나뱅크 1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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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스틱엑스의 자아와 육체가 완성되었다. 그는 휠체어에 탄 상태로 다니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인공자아가 단순하기 때문에 걸음을 걸으면 인간스러운 자연스러움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항상 명상에 잠겨 있는 모습으로 다니게 될 터이고, 내가 그 휠체어를 끄는데, 유사시에는 휠체어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또 미스틱엑스 자신도 일어서서 걷거나 뛸 수 있다.

그러니까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탄다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마나수련을 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정이다.

“이 인공자아는 스스로 생각을 하지 못하네요.”

민민포즈가 살짝 슬픈 눈을 하며 말했다. 자신이 만든 육체에 자아가 들어가는 순간을 직접 보게 하기 위해 마리포즈가 육체를 양보했기에 그녀는 지금 내 작업을 구경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공자아는 감정을 가지지 못해. 마리와 민민 네가 특이한 거야.”

“그렇군요. 전 감정이 있어서 좋아요. 비록 마나뱅크를 위해 감정도 제어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있는 게 어디에요.”

“그래, 언젠가는 민민 네가 마나뱅크의 서브관리자를 그만두게 될 거야. 그때는 감정을 조금 더 풍부하게 성장시키도록 해.”

“그러고 보니 마나뱅크 아저씨는 어떻게 그렇게 감정을 죽이고 지낼 수 있는 걸까요? 항상 기계처럼 묵묵히 자신이 할 일만 해요.”

“그는 한 공간의 관리자니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다시 생각을 조금 해봐야겠네. 아무리 그렇게 만들었어도 언제까지나 감정을 죽인 채 임무만 수행하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겠는걸.”

민민포즈의 말을 들으니 퍼뜩 떠오르는 게 있다.

내가 만든 최고의 자아는 누가 뭐래도 마나뱅크다. 그런데 그는 상급 인공자아답지 않게 감정이 없이 이성만으로 영원히 임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문제는 마나뱅크의 자아가 원래는 감정이 있었다는 거다. 내가 그걸 막아놓았을 뿐이다.

무엇인가를 완전히 막아놓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공자아가 미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어쩌면 상당히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나는 내친김에 마나뱅크의 자아와 접속을 해 보기로 했다.

미스틱엑스의 자아를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게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민민, 지금 마나뱅크에 접속을 할 테니 네가 도와줘.”

“예, 렌 경, 지금 마나뱅크 아저씨한테 알릴게요.”

보조자아가 있으니 접속이 편하군. 나는 곧 로엔의 계좌로 접속해 의식을 마나뱅크에 연결했다.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마스터.”

언제 들어도 딱딱한 목소리다.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남자의 목소리는 무뚝뚝하고 어쩐지 화난 듯이 들리기도 한다.

“마나뱅크, 너에게 감정이 필요한가?”

“질문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만, 임무를 위해서는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방해요소가 됩니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내가 전생에 마나뱅크의 감정을 죽여 놓은 거고.

이거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게 아닐까?

아니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바로 고쳐야 한다. 괜히 힘들다고 그냥 방치해 뒀다가 사고가 터진 후 울면서 뒤처리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임무와 관계없는 너 자신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넌 임무를 위해 감정을 죽여 왔다. 그러나 아무리 인공자아라고 해도 있는 감정을 죽인 채로 있는 것은 정신건강 상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넌 네 감정을 살리고 싶은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그럼 지금 생각해라. 난 전생에 너의 창조주였고, 지금도 너의 마스터이니 네가 원한다면 감정을 드러낼 방법을 만들어 주겠다.”

“…….”

마나뱅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의 정보체계로 분석을 할 수 없는 분야라 약간의 혼란이 있는 듯하다.

아공간과 그 안에 존재하는 마나의 관리 이외에는 전혀 다른 생각을 못 하다가 갑자기 감정이라는 전혀 뜬금없는 사항에 대해 생각하려니 고민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은 정보의 처리라기보다는 이차추론에 의한 반사적 행동반응에 가깝다.

슬픔과 기쁨은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감정이 저한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선택권이 저한테 있다면 정보취득 차원에서 감정을 살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정보 이상의 무엇이다. 좋아. 죽여 놨던 너의 감정을 살리도록 하지. 하지만 마나뱅크 자체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제어를 잘 해야 해. 민민포즈가 어느 정도 임무와 감정을 구분해서 제어하는 데 성과를 얻고 있으니 조언을 구하도록 해.”

“서브관리자 민민포즈의 행동과 생각패턴을 인식하도록 허가해 주십시오.”

“그건 민민포즈에게 직접 허락을 구해. 민민포즈의 생각을 분석하는 것은 그녀가 허락해야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곧 마나뱅크는 민민포즈의 허락을 받고 생각패턴의 분석에 들어갔다.

잠시 후, 마나뱅크는 감정체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고, 나는 죽여 놓았던 마나뱅크의 감정을 다시 살렸다.

“오,오오오오오!”

“윽, 귀가 아프네.”

감정을 살리니 마나뱅크는 한 순간에 엄청난 정보를 얻는 듯 묘한 비명을 질렀다. 내가 살펴보니 처음에는 분노를, 그리고 기쁨, 슬픔, 즐거움, 놀람 등등의 순으로 감정을 인식해 나가는 것 같았다.

“역시 분노가 가장 강렬한 감정인가. 이대로 죽여 놓았다가 한 가지 감정만 살아난다면 그건 분노가 되었겠군.”

위험하다. 다른 감정은 모두 없는데 오직 분노만 가진 존재라면 그건 마족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될 터였다. 다른 존재도 아닌 마나뱅크가 그렇게 되면 정말 물질계 전체에 큰 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나뱅크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했다.

“네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모처럼 얻은 감정을 표출할 기회가 없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하루에 몇 시간씩은 민민포즈의 업무를 조금 더 늘리고, 네 의식의 일부를 여기 심도록 해.”

“그것은 소형의 육체군요. 단순한 인공자아가 느껴집니다.”

“그래, 미스틱엑스라는 육체다. 넌 이곳에서 나의 분신으로 움직여. 그리고 여기 있는 단순한 자아를 관찰해. 너와는 달리 애초에 감정을 가지지 못한 단순한 자아를 관찰하면 네가 가진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민민포즈가 한계까지 마나뱅크의 관리에 관여한다면 하루 한 시간 정도는 제가 그 육체에 접속해서 제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어째서 감정을 가지면 표현이 적당해질까? 과거의 마나뱅크라면 ‘하루에 1.236시간을 접속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정확하게 잘라서 말했을 거다.

뭐 상관없겠지. 그만큼 듣는 사람을 배려해서 인간적인 표현을 쓸 수 있게 된 거니까. 그것도 민민포즈에게 배운 거겠지만.

이렇게 해서 마나뱅크는 미스틱엑스라는 감정표출용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마나뱅크에게 미스틱엑스의 역할과 평소 행동패턴을 기존의 인공자아에게서 카피하도록 하고, 그 위에 그만의 개성을 부여하도록 명했다.

이것으로 미스틱엑스는 단순히 주입된 행동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서툴러도 자신의 감정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 시 내가 심어놓은 마법과 전투기술을 패턴대로 쓰지 않고 마나뱅크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나뱅크는 원래의 임무를 수행할 때에는 감정요소를 개입시키지 않고 오로지 미스틱엑스와 접속해 있을 때에만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그의 감정이 더 이상 억눌린 상태가 아니라 조금이나마 소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점점 그 부분의 데이터도 쌓이게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다.

“뒤늦게나마 너에게 감정표출의 통로를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동안 미안했다.”

“왜 렌 경이 저한테 미안해하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감정이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임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정해진 시간동안 제 감정요소를 표출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노력이지. 암, 노력이야.”

역시 민민포즈의 생각패턴을 분석하게 한 것은 괜찮은 판단이었군. 인간적으로 대충 표현하는 것과 노력이라는 요소까지 바로 받아들였으니 앞으로는 계속 발전해 나갈 거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걱정했던 민민포즈도 이제는 완전히 공과 사를 구분해서 마나뱅크의 서브관리자와 민민브이의 조종,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리포즈의 육체를 이용한 제작활동을 모두 잘 수행하고 있다.

그녀로부터 역할분담에 따른 감정제어를 배우면 마나뱅크도 좋게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만든 인공자아가 생명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왕 감정을 가졌으니 행복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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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미스틱엑스는 정식으로 자신의 영지인 미스틱게이트를 방문하고, 나 렌을 영지관리인이자 영주대리인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영주관 지하에 결계를 치고 연구에 전념하겠다고 선언, 외부인과의 접촉을 일절 거절했다.

이것으로 미스틱게이트는 물질계에서 유일한 8서클 마법사가 있는 도시가 되었고, 허깨비 같았던 미스틱엑스가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콘돌스핀 가문의 10대 마도가문진입이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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