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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77화 (177/250)

로엔의 마나뱅크 1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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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편히 누워 요양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한번 마나고갈 상태에 빠지면 회복이 되어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섀도우 플레인에 진입하면서 느낀 고통과 아론 경과의 싸움에서 결계로브의 힘이 약화되면서 받은 충격이 꽤 컸다.

“렌은 쉬는 게 좋아. 치유의 힘으로 외상은 해결되는데, 몸 안에 남아있는 충격과 고통의 기억마저 지우지는 못 하거든.”

미리아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 몸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거다.

자칫 잘못하면 항상 몸이 어딘가 아픈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이제는 쉴 때가 되었다.

영주 저택 3층에 있는 내 방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니 상당히 마음이 평화롭다.

조금 전까지는 실비아 공주가 옆에서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는데, 그녀는 결혼 직후부터 여러 가지 일로 영지를 비운 것에 대해 이해는 하면서도 감정적으로는 약간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돌아오자마자 들어 눕는 것을 보고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고 열심히 간병을 한다.

케이니 양도 하루 한 번 들려서 영지의 경영 상태에 대한 보고를 했다. 실비아 공주는 침대에 누워서까지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도 받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케이니 양의 보고는 받아야 한다고 내가 주장하자 그것까지 말리지는 않았다.

케이니 양은 정상적인 경영 실태 보고 이외에 암살자 길드들이 가져온 비밀 정보도 나에게 알려주는데, 나는 이것을 듣고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대륙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 지역에 대한 조사를 명한다.

몸이 회복되는 동안에도 마족의 후계자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 난 8서클 마법사다. 아론 경이 죽고, 이반 경은 신의 문 안쪽에서 영혼 상태로 수행을 하니 현존하는 유일한 8서클 마법사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미스틱엑스라는 가공의 인물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도 된다는 소리가 된다.

“이반 경도 없으니 이제는 나 혼자 다니면서 마족의 후계자를 때려잡으면 사람들이 의심을 하겠지? 역시 미스틱엑스로 다녀야겠네.”

아무리 크리드 경이 있다고 해도 지금까지는 이반 경이 주축이 되어 마족의 후계자들과 싸웠다는 게 외부 사람들이 아는 정보다.

나는 미스틱엑스의 비공식 제자이고, 전술에 능하고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서 싸움의 조율을 맡고 있다는 느낌일 뿐, 내가 주축이 되어 싸웠다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않는다.

심지어 같이 싸운 크리드 경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변장이나 변신을 한다고 해서 크리드 경이 나를 못 알아볼 리가 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 끝에 나는 가짜 미스틱엑스를 만들기로 했다.

“마리야, 내가 이성이 없는 단순한 자아를 하나 만들 테니, 그 사이 너랑 민민은 자아를 넣을 육체를 만들래? 외형은 인간 남자면 되고, 로브와 가면을 쓰고 다닐 테니 너무 표정이 정교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할게요. 민민이 좋아하겠네요.”

그렇지. 민민포즈는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고 마리포즈의 육체를 빌려서 뭔가 만드는 것은 더욱 좋아한다.

“기한은 한 달, 내가 회복에서 깨어날 때쯤까지 만들면 돼. 자아를 만들 재료도 준비해 놓고.”

“네. 원하시는 외형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그러네. 체형은 나와 비슷하고 나이는 쉽게 알 수 없지만 중년 정도? 머리카락은 짙은 회색이 좋겠어. 이 자아에는 내 흉내를 낼 수 있게 만들 건데, 그때에는 마리 네가 조종을 하도록 해.”

“예, 렌 경의 행동패턴에 따른 지시사항을 준비해 놓을게요.”

마리포즈는 내 말만 듣고도 내가 무엇을 하려는 지 대충 짐작을 하는 듯 했다.

나는 미스틱엑스라는 인공자아를 만들 거다. 8서클이 되어서 가장 좋은 점은 단순한 인공자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러면 앞으로의 모험은 미스틱엑스와 같이 다닐 수 있게 된다.

전투 시에는 미스틱엑스는 본인은 안전한 결계 속에서 머물면서 나에게 마력을 전이해 싸우는 방식을 택하고, 필요하면 내가 미스틱엑스로 변신해서 활동할 동안 내 모습이 되어 대역을 하기도 할 거다.

“필요한 것은 나와 멘탈링크를 걸어서 언제든지 내가 하려는 말이 미스틱엑스를 통해 나가도록 해야 하지. 기본적인 자기방어능력은 만들어야 하나? 마법 몇 개를 저장해서 유사시 쓰도록 해야겠네.”

나는 마법책을 꺼내 그 안에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넣고, 그것을 다룰 수 있도록 자아의 정신구조를 최적화 시켜야 했다.

아무리 단순해도 인공자아의 설계를 한 달 안에 할 수 있는 것은 나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인공자아 설계법은 지금 거의 사라진 상태라 아론 경이나 이반 경도 만들지 못했다. 이 부분의 마도공학을 다른 마도가문에 전수를 할까 말까도 고민 중인데, 일단 정령에 대한 지식을 널리 퍼뜨리고, 새로운 8서클 마도사가 탄생하면 그때 생각해 보자.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미리부터 지식을 전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

보름이 지났을 무렵,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영지 내를 산보하듯 순찰하기 시작했다. 너무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오히려 건강에 안 좋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한 가지 일을 해결해야 했는데, 그것은 바로 전에 잡아 가둔 셰이든의 처리다.

당시 약화된 셰이든을 가두어 두었는데, 전투가 끝난 이후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그렇게 반영구적으로 놔두려다가 요즘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놈이 배신을 하긴 했으니 더 이상 신뢰는 할 수 없지. 하지만 가둬두고 연구를 하라고 하면 자기 호기심에 연구를 할 거란 말이야.”

죽도록 부려먹어 주마. 아니, 죽지도 않는 몸이니 영원히 혹사시켜주겠다.

원래 임프리즌 마법은 시간을 거의 정지시킨다. 그러나 내가 만들어야 하는 감옥은 셰이든이 섀도우 플레인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가두는 한편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 미스틱섀도우가 바로 그런 공간인데, 그곳에서는 현실 미스틱 게이트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러니 따로 만들어야 한다.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거지. 그것도 내가 시킨 연구를 말이지.”

아무리 셰이든을 부려먹기 위해서라지만 미스틱섀도우 같은 아공간을 만드는 것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나는 쉬는 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냥 미스틱섀도우에 계속 가두고, 평생 안 꺼내주면 되지.”

내 이야기를 엿듣든 말든 그곳에서 나올 수 없다면 전혀 상관이 없다. 뭐, 살짝 고쳐서 이야기를 듣기 어렵게 해 놓기도 했고.

이것은 하나의 내기와도 같은데, 그놈이 자력으로 미스틱섀도우를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내 아공간 설계에 빈틈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니 좋은 판단 기준이 될 거다.

실제로 그곳에서 현실세계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나도 미처 몰랐던 일이라,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배신당해서 죽을 뻔 한 것에 대한 대가로는 턱없이 싸지만, 앞으로도 셰이든이 내가 시키는 연구를 하고 또 탈출에 대한 노력을 하게 함으로써 천천히 보상을 받으면 된다.

결정을 끝낸 나는 준비를 끝낸 후 셰이든을 불러 제안을 했다.

“이프리트 보틀에 들어갈래? 아니면 미스틱섀도우에 갇힐래?”

“크크크, 생각보다 자비롭군. 나를 또 다시 미스틱섀도우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다니.”

“아니, 이번에는 그곳을 조금 변형시켜서 소리를 듣기 어렵게 꼬아 놨거든. 하지만 한 번 완성된 아공간의 규칙을 바꿀 수는 없어서 임시방편인 셈이고, 부작용도 있을 거 같아. 그러니 네가 거기서 몸으로 시험을 해 보라고.”

“나를 실험체로 쓰겠다는 건가?”

“원래 전에도 그러려고 너를 집어넣은 거거든. 그리고 앞으로 내가 연구과제를 하나씩 줄 테니까, 그 안에서 실험을 해보고 나한테 보고해. 제 시간 내에 보고를 못 하면 이프리트 보틀에 가둘테니까 말이야.”

“지독한 놈. 협박을 제대로 하는군. 하지만 좋다. 네가 주는 연구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니 받아들이도록 하지.”

뭔가 배우고 싶은 모양이지? 미안하지만 너는 내 제자가 아니니 내가 주는 연구과제는 큰 도움이 안 될 거다.

원래 제자에게 주는 과제는 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을 준다. 하지만 셰이든은 그냥 미스틱섀도우에 대한 실험에 필요한 것을 시키는 것으로, 나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으로 셰이든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것들이다.

오히려 그렇게 해서 개량된 미스틱섀도우는 더욱 견고한 감옥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 셰이든의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소멸시키거나 영원히 임프리즌 안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 채 굳어 있게 만들고 싶지만, 섀도우플레인에 대한 연구에는 셰이든이 필요하니 일단 놔두고 쓰는 수밖에.

나는 셰이든과의 계약을 끝내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해가 지면 실비아 공주가 돌아와 대화를 하려 할 테니, 그 전에 조금 쉴 필요가 있다.

아직도 여자와 대화를 나누면 조금 피곤함을 느끼는데, 마법연구를 할 때보다 훨씬 정신력 소모가 큰 것 같다. 그러니 미리 쉬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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