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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76화 (176/250)

로엔의 마나뱅크 176화

로엔의 마나뱅크 8권 신의 소환

1장 최강의 마법사

마법사끼리 정식 대전을 하면 두 가지 방법으로 싸운다.

하나는 마력과 정신력을 겨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로 마법을 쓰며 실전형으로 승부를 본다.

나는 뿌우로부터 지팡이를 받아들어 등에 맸다. 손에는 삭풍의 창을 들어 언제라도 근접전에 뛰어들 준비를 했다.

확실히 삭풍의 창은 위협적인가 봐다.

아론 경은 나와 삭풍의 창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가 마력도 정신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나보다 뛰어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

이거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는걸?

“그럼 시험해 볼까요?”

“크크크, 건방진 놈.”

도발에 넘어가네. 저쪽은 내가 그의 도발에 넘어간 걸로 생각하겠지만 말이야.

아론 경은 지금 가능하면 마법만으로 싸우고 싶은 거다. 그런데 내가 오히려 아예 마력과 정신력으로 겨룰 뜻을 보이자 기가 막힐 것이다.

기가 막힐지 코가 막힐지는 한 번 해보면 알겠지?

하지만 아론 경은 마족의 계약자이니 마력이 장난 아닐 것이다. 아마 예전에 마나뱅크를 쓸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겠지.

마력은 내가 달린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정신력은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파칭

우리 둘은 서로에게 마력 게이트를 연결시켰다.

드드드드드

엄청난 압력이 느껴진다. 역시 마력이 장난 아니구나.

하지만 마력이 공격이라면 정신력은 수비다. 그의 마력이 아무리 강해도 내가 정신력으로 버티니 더 이상 밀고 들어오지 못했다.

“크읏, 설마 이런 정신력이 있다니!”

최소한 네 열배다. 이놈아.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여유 있게 아론 경의 마력이 고갈되기를 기다렸다. 그의 마력이 내 열배가 되지 않으면 내 정신력을 뚫을 수가 없다.

아론 경의 마력을 완전히 고갈시키면 그 다음에는 내 차례다. 나의 마력으로 그의 심장의 서클을 부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처럼 쉽게 가지는 않았다.

아론 경은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끼자마자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런, 반칙을!”

비겁한 놈. 꼭 저렇게 자기가 불리하면 꽁수를 쓰려는 놈이 있다니까.

보통 마력 게이트를 연결시키면 본인은 다른 마법을 못 쓴다.

그런데 아론 경은 두 손바닥에 다른 입이 있다.

투퉁

포스 램이 두 개 연속으로 시전 되며 내 몸이 공성추에 정통으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튕겼다.

충격이 장난 아니다. 결계로브가 아니니 충격까지 막을 수는 없구나.

몸에 충격이 들어오니 정신력이 흔들린다.

“크크크, 죽어라.”

“네가 먼저 한 거다.”

나는 삭풍의 창을 소환해서 흔들었다. 이제부터는 정식 대결이고 뭐고 없다. 그냥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거다.

주문시전이 필요 없으니 이럴 때 정말 좋다.

휘리리링

부식의 삭풍이 생겨나 아론 경을 향해 나아갔다.

뿌우도 지팡이창을 들고 아론 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아론 경은 두 개의 손을 이용해 뿌우와 싸우는 한 편 연속해서 방어막을 만들어 부식의 삭풍을 막았다.

드드드드

그러는 사이에도 마력의 싸움은 계속 되었다. 나는 속전속결을 내기 위해 더 이상 버티지 않고 마력을 방출했다.

나의 마력과 아론 경의 마력이 부딪치며 서로 상쇄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내 손해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상대의 마력이 더욱 빠르게 소모되며 양손에서 사용되는 마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입은 세 개여도 심장은 하나이니 심장에 압박을 가하면 세 입이 모두 비명을 지르는 이치다.

문제는 내 마력이다.

부식의 삭풍을 쓰면서 소모가 너무 심했다.

슬슬 마나고갈 현상이 오는 중이다.

8서클이 되자마자 마나고갈 현상이라니! 심한데?

그러나 이를 악 물고 참았다.

어찌되었든 마력싸움에서 우위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 그때까지는 버텨야 한다.

아론 경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내 얼굴도 그다지 볼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마나고갈 초기 상태에 빠진 셈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둘 다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멈출 수도 없다. 멈추려 하는 쪽이 지기 때문이다.

“크으으, 네놈 때문에 변신을 해야 할 줄이야.”

아니, 잠깐. 변신이라니? 이봐!

드드드득

아론 경은 정말로 변신을 했다. 생각해보니 마족과 계약한 자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마족의 형태로 변신을 한다. 그리고 강해진다. 젠장.

아론 경의 마족형태는 단순했다. 피부가 모두 타올라 뼈만 남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하급 언데드인 스켈레톤의 느낌이 아닌 마치 해골이 부드럽게 변해 생전의 표정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듯 한 느낌이다.

저것은 일종의 리치와도 같은 형태일 것 같다. 언데드가 아닌, 마족의 형태로써 리치의 모습을 택한 모양이다.

“웃!”

“크크크크, 내 마력은 무한이다!”

아론 경이 나를 비웃으면서 마력을 더욱 강하게 보냈다. 결국 나는 더 이상 마력을 보내지 못하고 방어에 치중했고, 아론 경은 서서히 두 손을 움직여 마법을 쓰려 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당할 수는 없지.

나는 등에 매고 있던 지팡이를 꺼내 미스릴 우산을 펴며 주문을 시전 했다.

“게이트.”

드드드드드드드드

눈앞에 보이는 아론 경을 향해 마나뱅크의 게이트를 열었다. 공간이 울리며 마나 파동포가 발사되려 했다.

그러나 아론 경은 게이트가 열리고 공간이 울리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움찔하더니 급히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것은 아까의 그 공격마법!”

휘익

마력의 압력이 낮아졌다.

마나파동포는 아론 경이 서 있던 곳에 땅에 박혔다. 그리고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아론 경은 직격을 피했다. 그러나 충격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나파동포의 힘에 의해 주변의 마나가 완전히 흔들려 모든 마법이 무효화 된다는 것도 몰랐다.

추앙

나에게는 삭풍의 창이 있다. 이 상황에서도 전혀 힘의 손상이 없는 진정한 신급 아티팩트다.

나는 삭풍의 창을 잡고 그대로 아론 경을 향해 던졌다.

푸욱

“크아악!”

삭풍의 팡이 아론 경에게 박혔다. 영혼이 꿰뚫리는 느낌이리라.

저놈을 상대로 마법이 아닌 이런 수법으로 끝을 보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차피 이판은 규칙 없는 싸움이 된 지 오래다.

나는 그대로 아론 경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품속에서 하나의 단검을 꺼냈다.

그렇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아티팩트가 있다.

전생에 나의 생명을 끊은 발데스 스팅이다. 일단 몸에 박히면 상대는 마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마법사를 암살하기에는 최고의 무기라 할 수 있다.

“끄으으, 그것은!”

“벌써 두 번째네요. 아론 경이 발데스 스팅에 당하는 것은.”

전에도 아론 경은 발데스 스팅에 암살을 당할 뻔 했다. 그때는 내가 구해줬고, 그 대가로 발데스 스팅을 분석을 핑계로 넘겨받을 수 있었다.

“끄으으, 그때 너에게 그걸 넘기지 않았어야 했는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그때는 우리가 적이 아니었고, 아론 경의 적은 마족이었지.

마족 형태의 아론 경이라고 해도 삭풍의 창에 의해 영혼이 손상당하고 또 발데스 스팅이 심장을 파고들어 몸 안의 마나가 요동을 치니 버틸 재간이 없나 보다.

그의 해골만 남은 몸체가 쩌적 하고 갈라지더니 결국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다.

“뿌우야, 저 재 날아가지 않게 다 모아줘.”

“알았당.”

휘리리링

돌개바람이 일어났다.

정화도 안 한 뼛가루를 바람에 흘려보낼 수는 없다. 그리고 아론 경의 뼛가루는 모아서 마족 소환을 위한 의식에 사용할 거다.

콜레스 2세와 아론 경 둘을 연속해서 계약자로 삼은 마족이 누군지 꼭 알고 싶다.

“끝난 건가. 쿨럭.”

속에서 피가 넘어왔다.

마나 고갈 상태에 의한 내상이 꽤 심하다. 당분간은 마법 쓰는 것을 자제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이반 경의 마력이 내 몸에 잘 정착했는지 차분하게 검토해 봐야겠군.”

마나고갈 상태일 때 딱 하나 좋은 점은 몸 안의 상태를 살피기에 좋다는 거다. 평소에는 마나의 흐름이 강해서 스스로를 관조할 때 방해가 되는 면이 있다.

나는 뿌우가 모아 준 아론 경의 뼛가루를 주머니에 담고 일행이 떠난 쪽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조금 가니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설마 이긴 건가?”

크리드 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힘은 없지만 씨익 웃으며 손에 든 삭풍의 창을 흔들어 보였다.

“마법 대결을 하다가 마나파동포를 쏘고 이걸 집어 던졌어요. 못 피하데요.”

“헛, 설마 우리보고 떠나라고 한 것은 아론 경을 방심시키기 위한 것이었던 건가?”

“그런 셈이죠.”

결과적으로는 아론 경을 방심시킨 게 맞지만 어쨌든 난 일대 일로 그를 이겼다.

이걸 소문 낼 마음은 없지만 마법사의 규약에 따라 대결을 했고, 나는 정식으로 최강의 마법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나고갈 상태로 마차에 드러누워 미리아의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

나는 그 생각을 하자마자 다리가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

의식도 흐려졌다. 내 정신력이 무한은 아닌 듯하다.

그나저나, 이반 경은 언제쯤 나올까? 그때에는 내가 로엔의 환생이라고 말을 해야지.

이반 경이야말로 로엔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역사 상 두 번째 대마법사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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