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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75화 (175/250)

로엔의 마나뱅크 175화

“플레임 댄스!”

불의 정령력을 이용한 8서클 마법인가? 불꽃이 사람 모양으로 변해 내 주변을 둘러쌌다.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결계로브를 입고 있으니 실제로 해를 입을 리는 없다.

하지만 저 불꽃인들에게 붙잡히면 곤란하다.

나는 삭풍의 창을 휘둘러 불꽃인 중 하나를 파괴했다. 그러나 둘로 갈라진 불꽃인은 두 개로 불어나서 여전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춤을 추는 듯 한 동작으로 나를 빙빙 돌면서 다가오는 불꽃인들의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무기로는 안 되는군. 마법으로 대응해야 해.

나는 아론 경을 보았다. 아론 경은 연속해서 주문을 시전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주문을 쓰면 그걸 무효화 하려고 준비 중인 것 같다.

불꽃인이 나를 완전히 잡을 때까지 내가 마법을 못 쓰게 할 생각인 거다.

훗, 나를 자신보다 아래라 생각하는 거군.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라.

나는 당당하게 주문을 시전 했다.

“라이트닝 휩”

파지지직

“디스펠!”

아론 경이 정확한 타이밍으로 마법 해제를 걸었다. 그러나 내가 소환한 뇌전의 채찍은 살짝 약해졌다가 다시 강렬한 힘을 발산했다.

“아니, 어떻게!”

“내 마력이 너보다 강한 거다.”

꽁수 따위는 없거든. 내가 너보다 정신력도 마력도 강한 거거든. 서클이 같으니 내 마법을 해제하기는 쉽지 않을 걸?

촤촤촤촥

뇌전이 채찍이 불꽃인들을 가르고 지나갔다. 단순히 상대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뇌전의 그물이 불꽃인들을 감싸서 분열하지 못하게 했다.

“이놈, 생각보다 강하구나.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꽈드드등

이 인간이 미쳤나?

내 앞에서 뇌전 마법을 써?

“뿌우야, 저거 먹어.”

“알았당, 꾸아아아아아아.”

힘이 세긴 센가 보다. 뿌우가 뇌전을 흡수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곧 멀쩡해져서 전신에서 강력한 힘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뿌우는 흡수한 힘을 곧바로 나한테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이용해 드디어 8서클 마법을 썼다.

“기가 블래스터!”

아론 경이 방금 썼던 마법을 그대로 돌려준다. 하지만 이건 아론 경보다 2배 정도의 힘이 있다. 그의 마법을 흡수해 내 것을 더해 쏘는 것이기 때문이다.

“8서클 마법! 설마 네놈이 8서클일 줄이야.”

아론 경은 경악한 표정으로 외치며 얼른 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노란 막이 생겨났다.

이런! 저것은 반사의 막이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구나.

미친 게 아니라 내가 뿌우를 이용할 줄 알고 그걸 다시 튕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뿌우는 힘을 흡수하고 다시 나에게 전하느라 이미 기운이 거의 빠졌다. 나 역시 이 기회에 승부를 보려고 8서클 마법까지 썼다.

그런 만큼 아론 경의 반사에 대응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입고 있는 것은 결계로브. 8서클 마법으로도 공간의 방어막을 깰 수는 없다.

그런데 아론 경의 입가에 미소가 거슬린다. 마치 내가 몸으로 받으리라는 것을 예상한 듯하다.

위험하다!

나는 얼른 삭풍의 창을 땅에 꽂고는 빠르게 주문을 시전 했다.

“디그!”

땅에 구멍이 뚫리고 나는 그 안에 빠져 들어갔다. 2서클 마법인 디그는 지금의 나라면 거의 한순간에 쓸 수 있기에 겨우 타이밍이 맞았다.

촤촤촤촤

삭풍의 창이 뇌전을 둘로 갈랐다. 그리고 난 구멍 속으로 피했기에 뇌전에 닿지 않았다.

저놈이 왜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까? 뇌전이 결계의 로브를 뚫을 거라 믿는 눈치였는데?

고민을 해 봤지만 진실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난 그 미소의 이유를 알 때까지 로브의 방어력을 믿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론 경은 과거 몇 년 동안 이 로브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수를 생각해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론 경은 싸움에도 능했다.

우리는 쉬지 않고 마법을 주고받았는데, 좀처럼 서로에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원래 마법사들간의 싸움은 거의 한순간에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론 경은 마족의 계약자인데다가 마법을 한 번에 2개씩 쓰고, 나는 마력과 정신력이 높아서 서로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강했던 것이다.

나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마족의 계약자라고 해도 지금의 내가 이기지 못할 리는 없다.

푸악

나는 손목을 그어 피를 흘렸다.

정식 룬마법이 아닌 마녀의 혈마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츠츠츠츠

피가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하면서 붉은 안개로 변했다. 안개는 나를 감싸 보호하는 한편 적의 시야를 흐렸다.

촤촤촥

내가 손을 휘두르자 피의 안개가 뭉쳐지며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다. 안개 안은 나의 공간이나 마찬가지다. 피의 성분이 민감하게 작용하여 나의 감각을 더한다.

“이것은 혈마법?”

아론 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붉은 안개의 범위 밖으로 물러섰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흑마법을 썼다.

“블랙 스타!”

하늘에 검은 별이 떴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별이다. 그러자 곧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햇볕이 완전히 가려지고 낮임에도 불구하고 밤처럼 변했다.

“크크, 누가 마족의 계약자인지 모르겠군.”

아론 경은 나를 비웃으며 다시 화염 계열의 마법을 썼다.

나는 더 이상 결계로브를 믿지 않기로 했기에 피의 안개로 그것을 막았다. 안개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한번만 더 맞으면 안개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검은 별이 떴다. 나의 마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아론 경도 그것을 알기에 상당히 경계를 하는 듯 했다.

“차앗!”

상대가 마법을 기다리면 난 창질을 한다. 삭풍의 창은 정말로 강력한 무기라 웬만한 마법보다 효과적이기도 하다.

아론 경은 불꽃인을 더 소환해서 돌진하는 나를 막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돌진이 아니다.

촤촹

미스릴 우산이 펴졌다. 나는 우산 부분으로 볼꽃인을 쳐내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어림없다.”

발아래에서 불꽃이 올라왔다, 땅속에 스며들어가 있던 놈이 기습을 가한 것이다.

열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결계로브가 있으니 안전하다.

아니지, 결계로브를 믿지 않기로 했지?

나는 얼른 몸을 옆으로 날려 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늦어서 불꽃이 내 다리에 닿았다.

화륵

헛, 정말 뜨겁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몸을 이리저리 굴려 불꽃으로부터 벗어나며 바지를 살폈다. 확실히 탄 자국이 보였다.

어째서지?

자세히 보면 결계로브의 부분적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마족의 능력인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로브는 한 때 아론 경의 것이었다. 자신의 소유물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자기 칼에는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갑옷을 뚫고 상대를 벨 수 있는 식이다.

결계로브가 완전히 저자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런 능력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다. 결계로브에 이런 약점이 있었구나.

재미있다.

역시 세상에 완벽한 물건은 없는 걸까?

“삭풍!”

삭풍의 창에는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돌개바람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전에는 마력 소모가 심해서 안 썼지만 이제는 쓸 수 있다.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시동어만으로 8서클 수준의 공격마법이 나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도대체 네 정체는 뭐냐?”

아론 경은 화난 목소리로 외치며 부식의 삭풍을 피했다. 나는 그를 따라붙으며 다시 주문을 시전하려 했다.

그러나 그때 옆쪽에서 싸우던 셰이든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크리드 경의 일격이 결국 셰이든의 몸을 둘로 가른 모양이다.

나는 즉시 몸을 돌려 셰이든을 향해 주문을 시전 했다.

“임프리즌!”

촤촤촤촥

거의 소멸되기 직전인 셰이든의 주변에 포스의 막이 쳐졌다. 그리고 그것은 아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것으로 셰이든은 봉인된 것이다. 죽기 직전의 마법사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기에 자폭을 하기 전에 잽싸게 수를 썼다.

“내 앞에서 딴짓을 하다니, 이놈!”

피핑

이런 역시 아론 경답게 내가 빈틈을 보이면 놓치지 않는군.

나는 내 주면에 두 개의 검이 생겨난 것을 보았다. 검은 맹렬하게 나를 공격했다. 이것은 나만 볼 수 있는 검이고, 나에게만 해를 끼칠 수 있다.

슈슈슈슉

다시 네 명을 불꽃인이 생겨났다.

위험하네.

아론 경은 결계로브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환상의 검이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차라리 강식장갑로브를 입고 있었으면 이럴 때는 도움이 됐을 텐데.

“아론 경! 나의 검을 받으시오.”

크리드 경이 때마침 와서 합류했다. 그러나 나는 크리드 경을 향해 외쳤다.

“크리드 경, 물러서서 이반 경의 육체를 들고 떠나세요. 아론 경은 저 혼자 결판을 내겠습니다.”

“뭐라고?”

“부탁드려요.”

나를 공격하던 환상의 검이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아론 경은 나를 뻔히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나를 혼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기고 지고를 생각하기 이전에, 그대는 현재 최강의 마법사, 마법사의 규범에 의해 그대에게 정식으로 도전하는 걸로 하죠.”

“크하하하하, 나에게 도전을 한다고? 좋다. 받아주지.”

되었다. 이걸로 아론 경은 물러서지 않는다.

원래 마법사가 직위를 걸고 싸울 때에는 한쪽이 소멸할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만약 지금 크리드 경을 비롯해 모두가 달려들었다면 아론 경은 일단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는 마나파동포까지 봤고, 내가 8서클 마법을 쓰는 것도 봤다.

여기서 결판을 내야 한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이유를 떠나 정말로 그와는 마법사로써 일대일 승부를 하고 싶다.

내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크리드 경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러나 내가 다시 한 번 떠나 달라고 부탁하자 한숨을 내쉬며 다른 일행과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났다.

슈슉

환상의 검이 사라졌다. 정식 대전이니 그 전에 걸었던 모든 마법을 해제한 것이다.

아론 경은 자신을 위해 4개의 방어마법을 걸었다. 어느 새 사라졌던 나 역시 결계로브를 벗고 여분으로 준비해 두었던 다른 로브를 입었다.

이것으로 서로 대등한 준비를 한 셈이 되었다.

“아까의 공격마법을 어떻게 썼는지 모르지만, 그런 힘을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상대할 만 하지. 시작하자.”

아론 경은 더 이상 나를 사로잡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정식 대전을 하는 것이니 최선을 다 해 나를 소멸시키려 할 것이다.

상관없겠지. 나도 그를 소멸시킬 생각이니까.

나는 결심을 굳히고 당당하게 아론 경 앞에 버티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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