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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74화 (174/250)

로엔의 마나뱅크 174화

마법사는 불의의 습격에 대비해 미리 몸에 방비를 해 놓는다. 기사처럼 감각이 예리하고 반응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기습에는 취약하니 그걸 보완하는 거다.

아론 경도 겉으로는 별 거 없어 보여도 분명히 몇 겹이나 방어적 수단을 준비해 놓았을 거다.

단지 그가 원래 입고 있던 결계의 로브는 지금 내가 입고 있으니 그냥 강력한 방어마법이 걸린 로브를 입고 있겠지?

기껏해야 강식장갑로브 정도일거야.

생각은 많지만 동작은 빠르다.

나는 미리 준비한 마법을 재빠르게 시전했다.

“마법 해제!”

촤촤촤촥

네 개나 걸어 놨었군.

아론 경의 몸 주변에 스파크가 일어나며 그가 걸어둔 마법 네 개가 사라졌다.

아론 경은 의외라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원래 마법 해제는 자신보다 고위 마법사가 건 마법은 잘 해제를 못 한다. 같은 수준이라고 해도 전부 해제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단숨에 4개의 방어마법이 해제되었다. 그야말로 마법 해제의 효과가 최고로 먹힌 것이다.

이는 내 마력이 아론 경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네놈의 뇌를 탐색하고 싶어지는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남의 뇌를 보기 전에 자신의 뇌부터 보라고. 스톰!”

휘리리링

눈보라가 친다. 작은 냉기의 소용돌이가 아론 경 주변을 둘러싸듯 생겨났다.

눈보라의 힘도 강하지만 그로인해 주변에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내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방금 풀린 마법 중에 열기와 냉기를 막아주는 것이 있었다.

몸이 얼지 않더라도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 감각이 흐려지고 움직임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이건 몸에 마법이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비하기가 어렵다.

“빠르군. 선수를 썼다고 해도 단숨에 마법을 두 개나 쓰다니.”

아론 경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손바닥이 쩌억 갈라지며 입이 나타났다.

“이것이 나의 능력이다. 강력한 마력과 함께 주문을 시전 할 입을 두 개 얻었지.”

잉, 그럼 혹시 한 번에 주문을 세 개씩 외울 수 있는 거냐?

젠장, 나도 마족하고 계약할까? 저건 진짜 부러운 능력인데.

내가 이반 경을 이용해 한 번에 2가지 마법을 동시에 시전할 때의 힘은 혼자일 때보다 몇 배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숨에 3개라니. 이건 반칙이 아닌가!

“쇼크 웨이브, 파이어 볼, 라이트닝 레이.”

촤앙, 화르륵, 파지지직

정말 동시에 세 가지 공격마법이 시전 되었다. 쇼크웨이브가 스톰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주변에 강력한 피해를 주고,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레이가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나는 얼른 몸을 웅크려 바닥에 절을 하듯 엎드렸다.

결계로브가 있는 이상 저런 일반적인 공격마법은 나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못한다.

콰쾅하는 소리와 함께 파이어볼이 내 몸에 맞아 폭발했다. 불길이 전신을 휘감듯 타오르고 그 사이로 뇌전이 또 다시 꽂혔다.

그러나 나는 엎드린 채로 주문을 시전해서 화염이 사라지기도 전에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사일런스 웨이브.”

위잉, 위잉, 위잉

이건 내가 집중을 하는 동안 모든 음파를 차단하는 성질의 충격파를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쏘아 보낸다. 그러면 상대는 주문을 시전하다가 소리가 막혀서 마법이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론 경과 그의 두 손에 있는 입은 연속해서 주문을 시전하려다 내 사일런스 웨이브에 걸려 동시에 주문이 깨어졌다.

“이런, 이제 보니 결계로브를 입고 있었군.”

내가 입고 있는 결계로브는 겉모양이 상당히 바뀌어 있어서 지금까지 아론 경이 알아보지 못했다. 발데스 스팅에 뚫린 구멍을 막기 위해 개량을 한 탓이다.

그러나 원래 자신이 입고 있던 로브인 만큼 금새 눈치 채 버렸다.

아론 경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짧고 간단한 것으로 주문을 바꾸어 시전 했다.

“음파 방어.”

파싯

사일런스 웨이브도 일종의 음파이다. 역시 정확하게 대처하는군.

이런 식으로 서로의 단점을 찌르고 방어하는 게 마법사들의 싸움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쪽은 크리드 경이 있다.

“차앗!”

카캉

크리드 경이 검을 내지르자 아론 경의 몸이 흐릿해지며 묘한 방어막이 생겨났다. 하지만 크리드 경도 만만치는 않아서 단숨에 방어막을 깨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는 주문을 시전하며 크리드 경에게 외쳤다.

“크리드 경, 아론 경은 내가 상대할 테니 경은 저 셰이든을 처리해줘요. 마리야, 너도 물러서서 셰이든이 절대 도망가지 결계를 쳐.”

“알았네.”

“예.”

크리드 경은 내 말에 즉시 몸을 빼서 셰이든에게 붙었다. 마리포즈 역시 아론 경을 노리던 대검을 거두며 뒤쪽으로 빠져 셰이든 쪽에 결계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셰이든이다.

“아니, 너희들이 나한테 모두 덤빈다고 내가 쉽게 당할 것 같으냐? 어림없다.”

아론 경도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렌 경, 그대가 나를 상대로 단독으로 싸워서 시간을 끌 수 있을 것 같은가? 차라리 그대가 셰이든과 싸우고 크리드 경을 나와 붙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저들은 내가 아론 경을 막는 사이 셰이든을 빠르게 처치하고 다시 모두가 힘을 합쳐 아론 경을 상대하려는 것처럼 느낀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간 끌기 같은 게 아닙니다. 아론 경, 그대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요.”

“그래, 그 정도 패기가 있어야 내가 두뇌를 탐색할 가치가 있다고 하겠지.”

그놈의 두뇌 이야기는 그만 하라고, 나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지팡이의 창날을 뽑아 아론 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 아론 경은 방어 마법을 다시 치려다가 내 사일런스 웨이브에 막혔다. 아직 그의 방비는 완벽하지 못하니 근접 공격으로 압박을 가하면 두 손의 입을 쉽게 쓰지는 못할 거다.

나는 아론 경의 허점을 바로 파악했다. 두 손의 입을 쓰려면 팔을 움직이면 안 된다. 육박전이 불가능한 것이다.

“하압!”

카캉

잘못 판단했네. 두 손이 각각 방어막을 치니 아론 경이 따로 움직이지 않다고 내 공격이 모두 막혔다.

“뿌우야, 공격해!”

나는 지팡이창을 머리 위로 던지며 외쳤다. 그러자 지팡이창 속으로부터 뿌우가 튀어나와 창을 잡고 아론 경의 머리를 공격했다.

“삭풍의 창!”

촤악

“헛, 그것은!”

역시 아론 경, 삭풍의 창을 보자마자 이게 보통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표정이 진지해졌다.

“믿는 구석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콰콰콰쾅

주문을 시전하지 않고 쇼크 웨이브를? 그래, 네가 8서클 마법사니 그 정도는 하겠지.

내 몸이 충격파에 뒤로 밀렸다. 나는 급히 삭풍의 창으로 땅을 찍어 버텼다.

“결계로브를 입고 있으면 땅에 묻어 버리는 게 가장 좋지. 땅뒤집기.”

콰르르르

아론 경은 결계로브의 방어력에 대해 안다. 그는 나에게 직접 공격마법을 쓰지 않고 땅거죽을 크게 일으켜 흙으로 누르려 했다.

결계로브의 단점 중 하나가 깔리면 죽지는 않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흙더미를 피했다. 그러나 아론 경의 두 손이 시전한 마법은 바로 포스 램, 그것들은 내 양쪽에 각각 나타나서 나를 가운데 끼고 부딪쳤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포스 램에 양쪽을 동시에 얻어맞고, 흙더미를 뒤집어써서 땅에 파묻혔다.

위쪽에서 아론 경이 다시 마법을 쓰는 게 느껴졌다.

뿌우가 공격을 한다고 하지만 아론 경이 주문 쓰는 것을 막을 정도로 압박을 가하지는 못하나보다.

즈즈즈즈

흙이 굳어 돌이 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엄청난 냉기도 같이 발생했다.

흙을 돌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얼려서 나를 완전히 가두려는 속셈이군.

그런데 말이야. 사실 나 흙더미를 일부러 뒤집어 쓴 거거든.

“위치 잡았당.”

뿌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는 이미 땅속에서 하나의 마법을 시전 했다.

8서클이 되어 가장 좋은 것은 공간을 격하고 마법을 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지팡이를 이용해 나에게서 떨어진 공간에 마나뱅크의 게이트를 열었는데, 이제는 지팡이가 없어도 그게 가능하다.

“게이트 오픈!”

제발 이번에도 맞아라. 나는 내 감각에 느껴지는 뿌우를 향해 마나파동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뿌우야. 피해.”

“알았당.”

임기응변이지만 적이 나를 땅속에 묻으려 하고, 나는 땅속에서 필살기를 쓸 수 있으니 이건 대단히 훌륭한 상황이다.

우우웅

땅이 울린다.

아론 경이 이 느낌을 눈치 채지는 않겠지? 그냥 내가 굳어가는 땅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수를 쓰는 걸로 생각할 거야.

드디어 마나파동포가 발사되었다.

충격파가 결계로브를 뚫고 들어와 전신의 뼈마디가 흔들렸다. 미스릴 우산이 없으니 진짜 죽을 거 같았다.

그래도 내 몸을 압박하던 흙더미가 들썩이며 부드러워졌다. 돌이 되어가던 마력도 마나파동포의 힘에 소멸된 것이다.

나는 즉시 땅을 파헤치고 지표면 밖으로 튀어나갔다.

과연 아론 경에게 맞았을까?

그러나 내 바램과는 다르게 아론 경은 거의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단지 그의 한쪽 팔이 팔뚝 부분부터 사라져 있었는데, 딱 그 부분만 스친 것 같았다.

역시 상대가 작고 움직이는 상황이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었군.

“어떻게 이런 힘이 있을 수 있지? 믿기 어렵군.”

“그냥 좀 맞아서 죽어주면 좋았을 것을, 쳇.”

나는 아쉬움에 혀를 차며 다시 아론 경 앞에 버티고 섰다.

이번에는 아론 경도 나를 경시하지 못하고 신중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한 손을 나에게로 내밀었다.

“전력을 다해야겠군.”

그래, 전력을 다 해 봐. 나 역시 이제는 힘을 숨기지 않을 테니까.

8서클이 된 이상 현재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는 바로 나다. 같은 8서클에 마족의 계약자인 아론 경이라고 해도 내 상대는 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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