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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71화 (171/250)

로엔의 마나뱅크 1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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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경이 돌아왔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바로 다름 아닌 해적왕 갸로프와 함께였다.

“이미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알고 보니 저주 좀 풀어달라고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더군.”

갸로프는 몸의 절반은 문어가,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여성형 괴물인 사이렌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미치지 않고 이성을 유지한 채 지낼 수 있다니 나름 대단한 정신력이다.

“그럼 이게 저주받은 물건인 줄 알고 우리에게 보낸 거네요?”

나는 일단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날카로운 눈매로 갸로프를 쏘아보며 말했다.

갸로프의 왼쪽 몸은 틀림없이 이 돌을 써서 몸이 변형된 형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원래 저주에 완전히 먹히면 이성을 잃을 텐데, 갸로프는 오른쪽에 문어가 되는 저주가 같이 걸려서 하나의 저주에 완전히 먹히지 않고 절반씩만 먹힌 것이다.

“몰랐다. 내가 변한 게 그 돌 때문이었던 건가?”

뭐 때문에 저주에 걸린 줄도 모르고 치료받고 싶어서 선물로 자기 귀중품을 하나 보낸 거군.

갸로프는 자신이 변한 것을 부하들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심복 이외의 부하들이 이걸 알았다면 바로 배신을 해서 자신을 마물로 몰아 죽일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다.

그래서 심복을 시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치료해 줄 마법사를 찾았고, 현재 유일한 8서클 마법사가 있는 데빌 베인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그럼 마족의 후계자를 발견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군요.”

“부하들 때문에 그렇게 말해야 했다. 부하들은 지금도 내가 마족의 후계자를 발견하고 견재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줄 안다.”

저주받아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을 오히려 거꾸로 이용해 명성을 높이다니, 해적왕이 될 만한 수완은 있는 자다.

그런데 이 자가 지금 계속 반말을 하네? 왕 노릇을 오래해서 8서클 마법사고 뭐고 보이는 게 없는 건가?

이반 경이야 갸로프가 있으니 나한테 반말을 하지만, 갸로프까지 말을 까니 내가 제일 아랫사람 같잖아.

나는 뭐라고 하려다가 일단 참았다.

오랫동안 사람을 봐 와서 그런지 이제는 보는 눈이 좀 있는 편이다.

갸로프는 우직한 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배신을 할 상은 아니다. 자신의 말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려는 성격인 것도 같다.

갸로프는 숨은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입으로 데벨 베인에 가입을 한다고 했으니 치료만 해주면 정식으로 조직에 가입을 하고 최선을 다해 협력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미 마족의 후계자들과 엮여 있다고 수하들에게 말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데빌 베인에 속해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편이 되긴 된다는 건데, 쓸모도 있고 말이야.

“사이렌이 된 것은 그렇다 치고, 문어 쪽은 뭐 때문인지 살펴보셨나요?”

“이 팔찌 때문이다. 몸을 보호해주는 보호팔찌로 칼에 찔려도 금새 아물고 타격계 무기를 튕기는 힘이 있다고 하는군. 대신 불에 조금 약한데, 바다 위에서는 불 걱정을 할 필요가 많지 않아서 끼고 다녔다는 모양이야.”

아하, 그래서 문어가 되는 거군.

험한 일을 할 때 꽤 편리했을 것이다. 불에 약한 점은 여차하면 물속으로 뛰어들어 싸우면 되고 말이야.

“이것들 모두 유적에서 나온 건가요?”

“그렇다. 그래서 다른 유적발굴품도 모두 모아 왔다. 하지만 태반은 이미 팔아먹었더군. 지금 가져온 것은 모두 다섯 개로 모두 교묘하고 지독한 저주가 걸려 있다.”

이반 경의 말대로 유적의 물품들은 굉장히 좋은 성능을 자랑하지만 사용하면 얼마 못가서 인간이 아닌 다른 마물로 변해 버리는 저주가 걸려 있었다.

힘이 세지고 상처가 잘 아무는 목걸이는 트롤이 되고, 날개가 돋아나 하늘을 날게 해 주는 허리띠는 와이번 비슷한 놈으로 변하는 듯 했다.

“이 정도면 정말 보통 물건은 아니네요. 누가 이렇게 강력한 파워를 써가며 정성들여 저주물품을 대량으로 만들었을까요?”

10개가 넘으면 대량이라 할 만 하다. 이걸 만든 자는 적어도 8서클의 마법사일 것이다. 7서클로는 나 이외에는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적 안에도 들어가 봤다만, 이미 발굴이 끝나 있어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단, 마법으로 조사를 해 보니 오래된 것처럼 위장을 했지만 실제로는 만든 지 20년도 안 된 유적이더군.”

“그렇다면 일부러 함정을 판 셈이네요.”

유적을 만들어 저주품을 넣어놓고 누군가 발굴하게 하는 거다.

그러면 고급 마법 물품인 저주품은 발굴자의 손으로부터 각 지역의 실력자들에게 넘어갈 것이고, 실력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몸이 변해 인간이 아닌 마물이 되어 버린다.

“아무래도 마족의 계약자가 벌인 짓인 것 같죠?”

“저주받아 몸이 변한 마물을 조종할 수 있다면 나중에는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겠죠. 이 정도 물건이면 왕이 쓸 수도 있는 거니까요.”

갸로프가 이미 팔아치운 것들 중에는 훨씬 더 대단한 물건도 있었다. 그것들이 어디에 팔려갔는지를 하루라도 빨리 알아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아, 그리고 혹시 이것과 비슷한 유물들이 또 다른 곳에서 발굴되지 않았는지 한 번 조사해 볼 필요가 있네요. 이곳에서 나온 게 열 개 정도니 큰일은 안 나겠지만 만약 유적이 여러 개라면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 질 수도 있겠네요.”

“그건 미처 생각 못 했군. 바로 조사하도록 하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정보조직도 만들어 놓은 거니까. 대륙의 밀매상이나 경매장에 나온 물품들을 대충 살펴보고 출처를 알아보면 거의 확실하게 조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유적에서 나온 물건을 추적하도록 손을 쓰는 한 편 갸로프의 치료에 대한 논의를 했다. 그러나 막상 저주를 풀려고 보니, 이건 참 어려운 문제다.

“지독한 저주다. 디스펠로도 정화로도 안 되는군.”

“마족의 후계자가 능력으로 만든 저주물품이라면 쉽게 풀리지는 않겠네요. 아마 마족의 후계자를 찾아 제거하던가 해야 할 거예요.”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겠지.”

역시 마족의 일은 나에게 꼬이는 운명인가보다.

“그럼 그때까지 나는 이대로 있어야 하나?”

“그런 거죠. 지금 잘못해서 저주를 풀려고 하다가 균형이 깨지면 그 순간 갸로프씨는 마물이 될 거예요.”

“알았다. 그럼 그놈을 찾아서 처리할 때까지 나는 여기에 머물겠다.”

“그렇게 하세요. 그 사이 연구에 협조를 좀 해주시고요.”

저주는 못 풀어도 따로 연구할 게 좀 있다. 인간을 산 채로 마물로 만드는 저주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지.

고위마족이 힘을 쓰면서 내가 마법사로써 연구해야 할 것들이 꽤 많단 말이야.

이렇게 갸로프는 내 생체실험대상이 되었다.

실험의 제목은 저주의 확장방지이지만 사실 내가 해 보고 싶은 실험은 다 하는 거다.

그 중에는 몸에 상당한 고통이 오는 실험도 있었는데 갸로프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역시 꽤 강단이 있는 남자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점은 이 저주 자체는 마기와 관련이 없다는 거다. 아무래도 마족 본체의 힘이라기보다는 계약자가 원래 저주에 능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흑마법이 아닌 것을 보면 셰이든처럼 정식 마도 가문 출신의 마법사인 모양이다.

“이자가 마법사라면 상당히 비범한 재능을 가진 자일 겁니다.”

이반 경도 분석을 해보고 나오는 결과를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확실히 저주부분에 대해서는 마녀의 혈마법보다 더 특이한 복합적인 구석이 있는 것을 보니 창조적인 마법체계를 구축한 자다.

그것을 마족과의 계약으로 더욱 발전시킨 모양인데, 이거 마족의 계약자만 아니라면 꼭 만나서 마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일단 마족과 계약을 했으면 적이다. 만나면 깔끔하게 처리해야겠지.

*

며칠 후, 미리아가 셰이든이 신의 문 앞에서 물질계로 진입했음을 알려주었다. 미리아가 참 편한 것이 자신이 본 대상은 정확한 위치를 몰라도 꿈침투 능력을 쓸 수 있어서 밤만 되면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셰이든은 고위 마법사라 꿈침투 능력을 방어할 수 있지만 이번 계약으로 인해 그는 순순히 협조를 하게 되었다.

“위치가 어디래?”

“달리오강의 상부라는데? 마법의 인을 새겨 넣었으니 와서 찾으래. 셰이든 씨는 그 사이 신의 문 앞에 있겠데.”

“알았어. 어서 떠나자.”

나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의 문에 쳐져 있는 결계를 깨고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일단 마나파동포를 써서 결계를 깨면 즉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유체이탈을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섀도우 플레인으로 진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아의 집에 있는 마법진을 그곳에도 설치해야 한다.

반영구적인 고정마법진은 아니라도 몇 번은 진입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마법진을 구축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해 놓았기에 우리는 바로 마차에 마법진 재료를 실고 떠날 수 있었다.

나와 이반 경, 미리아, 렉스, 서피, 마리포즈, 크리드 경이 이번 여행의 멤버다.

나와 이반 경, 그리고 렉스는 섀도우 플레인으로 들어갈 것이고, 미리아와 마리포즈는 마법진의 구동과 관리를, 서피와 크리드 경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에 우리의 육체와 마법진을 지킬 것이다.

아무쪼록 그 안에 마족 사태를 막을 방법이 있기를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며 기대에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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