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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66화 (166/250)

로엔의 마나뱅크 166화

“바로 아래!”

테타스는 싸움에 있어 복잡하게 생각 안 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는 바로 내 발밑까지 땅속으로 이동해 단숨에 나를 처치하려 했다.

감지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을 것이다.

나는 즉시 삭풍의 창을 땅 아래로 꽂아 넣고는 몸을 날려 피했다.

푸악

네 개의 팔이 땅속을 튀어나와 내가 있던 곳을 긁었다. 그나마 삭풍의 창이 있어서 본체까지 위로 올라오지는 않은 것이다.

“삭풍의 창 소환.”

삭풍의 창이 내 손에 잡혔다. 뿌우는 하늘로 올라가 더 강력한 뇌전소환을 위해 먹구름을 몰아오기 시작했고, 미리아는 숲의 나무들에게 축복을 걸어 신성력이 사방으로 넘쳐흐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리포즈는 크리드 경과 함께 섰다. 지금 마리포즈는 몸 안에 에너지를 최대한 폭주시켜 단기간동안 세 배의 힘을 낼 수 있는 광폭화 상태에 있다. 10분 정도는 크리드 경과 보조를 맞춰 싸울 만 한데, 내구성은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으니 유사시 크리드 경을 보호하며 싸울 것이다.

이반 경도 터널에서 나왔다. 그는 바로 나와 연동된 마법진으로 가서 섰다.

내가 주문하는 대로 마법을 쓸 것이고, 그 마법은 마지막 순간에 나의 손에서 구현된다.

“플레임 워크!”

화르르륵

불이 살아있는 거대한 뱀 모양이 되어 땅위를 기기 시작했다. 테터스가 땅속에서 나의 위치를 찾지 못하게 방해를 하는 것이다.

과연 테타스는 내가 불의 뱀을 소환하자 순순히 땅 밖으로 나왔다.

“크크크, 좋다.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인데, 그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지. 크왓!”

으그, 처음부터 사방으로 충격파를 발산하다니.

그러나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있다.

땅으로부터 신성력을 머금은 수풀이 주욱 늘어나더니 충격파를 약화시켰다. 두꺼운 나무는 세찬 바람에 부러지지만 얇은 갈대는 휘면서 부러지지 않는 이치다. 질기기 짝이 없는 수풀이 충격파를 흘려내니 그 안에 있는 우리는 충분히 견딜 만 했다.

그래도 마리포즈는 크리드 경의 앞을 가로막아 남은 충격파의 파동까지 자신이 받았다. 그 정도로는 마리포즈의 방어력에 조금도 손상이 안 간다.

크리드 경은 사양하지 않고 마리의 뒤에 숨어 있다가 충격파가 지나가자마자 번개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앗!”

기합이 들어간 크리드 경의 검은 경이로울 정도의 파괴력이 있다.

테타스는 경시하지 못하고 두 팔을 십자로 해서 크리드 경의 검격을 막았다.

적어도 저 두 팔은 무척 단단한 게 틀림없다. 크리드 경의 검격으로도 잘리기는커녕 흠집도 나지 않는다. 무기도 아닌 팔로 막다니, 테타스가 쓰는 게 무기술인지 체술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남은 두 팔의 주먹이 크리드 경의 몸통과 다리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왔다. 이번에도 무기로 크리드 경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먹으로 친다.

하긴, 저것만 해도 스치면 사망 수준일 테니 굳이 무기를 쓰지 않겠다는 건가?

나는 다시 달려들어서 삭풍의 창으로 테타스의 왼쪽 무릎을 찔렀다. 그러자 테타스는 크리드 경을 노리던 두 손 중 하나에 든 무기로 삭풍의 창을 쳐냈다.

카캉

거인의 덩치를 한 테타스는 실제 힘은 거인보다 훨씬 강했다. 나도 아이템 덕분에 힘이 강한데 한 방에 몸이 붕 떠서 날아간다.

크리드 경은 그 사이 여유롭게 몸을 뒤집어 테타스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검으로 테타스의 다리를 노렸다.

카카카카캉

빠르다. 한 번에 다섯 번의 검격을 가했는데, 테타스는 두 개의 팔로 모두 막아냈다. 이번에도 무기는 쓰지 않았다.

삭풍의 창이 아니면 무기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만 아니라 크리드 경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자존심이 상한 표정으로 외쳤다.

“네놈이 언제까지 여유를 부리는가 보자.”

우우우웅

오러가 발현되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온 파란 색의 빛은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릴만큼 날카로워 보였다.

촤악

오러를 머금은 칼이 드디어 테타스의 팔뚝을 살짝 갈랐다. 완전히 베어지면 좋겠는데, 그냥 껍질만 살짝 갈라진 수준이다.

“크크크, 제법이구나. 그럼 이제 죽어라.”

파파파팍

테타스의 입으로부터 검은 번개가 쏟아져 나왔다. 사물을 관통한 후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촉수와도 같은 번개다.

크리드 경은 뒤로 주욱 물러나며 얼른 결계의 기둥 뒤로 숨었다. 그러자 검은 번개는 크리드 경의 뒤를 쫒다가 결계의 기둥에 닿는 순간 이리저리 꼬이며 방향을 잡지 못했다.

“이런, 공간을 뒤틀어 놓았군. 그런가, 도암이 에바큘을 썼나보군.”

검은 번개의 이름이 에바큘인가보다. 기존 마법에는 없는 이세계의 힘이라 명칭도 지금 알았다.

지금까지는 공략 할만 했다.

테타스는 크리드 경이 자신을 상처입힐 수 있다는 것을 안 후에는 그에게도 무기를 쓰기 시작했다.

공격이 더욱 거세졌지만 크리드 경은 투지가 끓어오르는 듯 전혀 물러서지 않고 무기를 맞받아 쳤다. 신기하게도 거인을 넘어서는 힘을 지닌 테타스의 공격이 크리드 경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흘리고 막는 타이밍이 완벽하다는 뜻이리라.

나는 연속해서 마법을 썼다. 아직 조심을 해야 하기에 더블 스펠을 쓰지 않고 이반 경의 마법과 내 마법을 번갈아서 썼다.

이렇게 해도 보통 마법사가 혼자 마법을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야말로 연속해서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수풀이 계속 자라나 테타스의 발목을 감았다. 그것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자라나면서 점점 발목에 많이 감겼다.

처음에는 무시할 수준이었다가 이제는 진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만들 정도가 되었다.

테타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풀을 잘라내려 했지만 신기하게도 잘라난 풀들이 다시 붙었다.

미리아가 엘프의 숲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나보다.

마리포즈도 계속 검격을 날렸다. 그녀의 힘은 그야말로 테타스의 공격을 정면에서 쳐낼 정도로 강해서 네 개의 무기 중 하나를 거뜬히 맡아주었다.

단순한 육박전에서는 거의 비등한 싸움을 하는 상황이고, 상황은 점점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테타스가 쓰는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 번만 실수하면 전세가 확 뒤집혀 버릴 것이고, 그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기감을 활짝 열고 극도로 민감한 상태를 유지했다. 테타스가 아무리 신적인 존재라고 해도 지금은 우리가 공물로 바친 저 골렘 안에 갇힌 상태다. 원래 힘의 10분의 1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못 이기면 자존심이 상하지.

나는 테타스가 새로운 기술을 쓰기만을 기다리며 묵묵히 마법을 사용했다.

내 몸속의 마나를 절반쯤 썼을 때, 드디어 테타스가 움직였다.

“귀찮은 것들이 많군. 너희들은 이놈들이 상대하게 해주지.”

푸시시식

나왔다. 테타스가 사방으로 침을 뱉자 침이 마법진 같은 것을 형성한 후 안에서 무엇인가가 기어나왔다.

악마와도 같은 마물의 형상인데, 나는 알 수 있다. 저것들은 살아있는 생물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인형과도 같은 것이다.

골렘이다. 이세계의 골렘은 저런 식으로 만드나보네.

“어림없다. 이쪽도 골렘이 있지.”

나는 즉시 결계의 기둥 안쪽에 숨겨 놓았던 골렘들을 일제히 가동시켰다.

결계의 기둥은 공간을 왜곡해서 테타스의 범위 기술을 막는 것 뿐 아니라 골렘을 숨기는 장치이기도 했다.

콰콰쾅

골렘들은 테타스가 소환한 이세계의 골렘들과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이것도 작전대로다.

테타스의 눈빛에서 짜증이 읽혀졌다. 쓸어버리려고 숨겨두었던 골렘까지 소환했는데, 이쪽이 그것도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으니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자, 다음은 뭐냐? 테타스.

“좋다. 과연 물질계를 대표하는 강력한 마법사답구나. 내 전력으로 상대해 주지.”

콰지직

테타스가 전력을 다 한다고 외치자마자 등쪽에서 두 개의 팔이 더 돋아났다.

팔이 네 개인 것으로도 모자라 여섯 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저러면 오히려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설마 오크의 전설에 나오는 말처럼 도끼가 두 개면 두 배 세다고 생각하는 수준인 건가?

그러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테타스는 정말 세졌다.

등 쪽에 돋아난 두 개의 팔은 마디가 세 개였다. 마치 인간의 팔이 아니라 곤충의 다리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긴 팔의 끝에 달린 손은 투창을 쥐고 있었는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찍듯 투창을 던졌다.

콰쾅

투창이 터진다. 가까스로 피한 크리드 경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계속해서 피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투창이 다시 테타스의 손에 생겨났다. 그리고 남은 네 개의 손에 담긴 무기도 어느새 투창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 파괴해 주지. 육체도, 영혼도!”

콰콰콰콰콰쾅

결계의 기둥이 아니었다면 이번 공격에 크리드 경은 죽었을 것이다. 그나마 마리포즈가 한쪽 면을 막아줘서 부상은 덜 했지만 확실하게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다시 테타스의 손에 여섯 개의 투창이 생겨났다. 저거 던지면 결계의 기둥 자체가 파괴되어 소멸될 것 같다.

단지 투창이 아주 정확하게 공격을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어차피 폭발성이 있어서 그런지 대충 던지는 느낌인데, 투창으로 크리드 경을 꿰뚫어버리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찌되었든 상황은 다급하다. 이대로라면 작전대로 전황이 흘러가지 않는다.

크리드 경이 부상을 당하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반중력장!, 플레임 윈드!”

투투퉁

강력한 중력의 막이 투창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플레임 윈드가 다시 투창을 하늘 위로 날려보냈다.

“뿌우야, 그것들 터지지 않게 조심해서 하늘로 계속 띄워.”

“알았당.”

휘리리릭

한번 방향을 잃은 투창은 터지지 않고 그대로 바람에 말려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투창은 다시 생겨나지 않았다.

내 생각이 맞았다. 투창이 폭발하지 않으면 테타스의 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콰콰쾅

남은 투창은 세 개다. 훨씬 상황이 나아진 셈이다.

테타스의 얼굴에 약간 당황한 기색이 엿보인다. 도암이 기술 두 개 쓰고 자신감을 잃은 것처럼 테타스는 네 개 쓰고도 우리가 멀쩡하게 모두 대응하자 상당히 놀란 모양이다.

자, 이제 한 개 정도만 더 쓰면 어떻게든 최후의 작전으로 돌입하자.

나는 묵묵히 마법을 사용하며 전투가 조금 더 무르익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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