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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62화 (162/250)

로엔의 마나뱅크 162화

“스톰 오브 벤젠스!”

꽈드드등, 화르르륵, 사사사사사, 푸쉬시시시

도암의 머리 위로 회색의 구름이 생성되고, 땅에는 독기를 뿜어내는 녹색의 늪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반 경의 손으로부터 우박을 동반한 냉기가, 내 손으로부터는 화염 덩어리가 생성되어 쏘아져 나갔다.

4대 원소의 힘을 동시에 쏟아 붙는 강력한 마법이다. 하지만 이걸 쓰는 이유는 공격보다는 탐색의 의미가 크다.

약한 적이라면 이걸로 쓸어버릴 수 있을 터이지만 마족의 후계자인 도암 상대로는 큰 대미지를 줄 거라 믿기 어렵다. 단지 도암이 어느 속성에 강하고, 반대로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쓴 것이다.

“어리석은 것들, 이정도로 나를 해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파파파팡

“4대 속성이 전부 소용이 없군.”

이반 경이 살짝 굳은 얼굴로 말했다. 하나라도 약점이 있으면 정말 편하게 가는 건데, 이러면 좀 곤란하다.

“방어마법부터 해제하죠. 디스펠!”

“디스정션 레이!”

마법사 둘이 호흡을 맞춰 마법을 쓰면 전력은 세 배가 된다. 우리는 동시에 마법해제 마법을 사용했고, 도암의 주변에 쳐진 방어막을 깰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도암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죽음의 선고!”

내 머리 위로 사신의 환영이 떠올랐다. 그러자 내 몸에 상당한 압력이 느껴졌다.

보통 사람은 이게 뜨는 순간 내부가 파괴되어 죽을 정도다. 동시에 주변의 마나가 서서히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순간 파괴력과 지속성 석화마법이 같이 걸리는 저주로군.

나는 즉시 분석을 했다. 이거에 걸리면 내부가 파괴되어 눈과 코, 귀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후 서서히 돌로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난 결계로브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 압력이 느껴지는 건 일종의 신호로 사실 내 몸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당연히 석화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의 마나가 굳어버리면 마법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있겠군.

해제 방법은?

나는 스스로에게 디스펠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행동을 바꿨다.

“크윽!”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크크크, 잔챙이는 처리했고.”

역시 저놈은 나를 잔챙이로 보는구나. 이반 경이 강하긴 하지.

그런데 솔직히 방어적인 면은 내가 이반 경보다 좋거든. 아티팩트로 몸을 둘둘 감고 있어서 말이지.

나는 최대한 주변의 마나가 굳어지는 것에 맞추어 전신에 잔경련을 일으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봐도 석화의 초기단계라 볼 만한 움직임이다.

“이놈!”

슈슈슈슈슝

이반 경이 성난 목소리로 고함을 치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투명한 포스의 창이 다섯 개 생성되어 도암을 향해 쏘아져갔다.

역시 이반 경, 내 연기에 보조를 잘 해 주는군.

도암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창을 맞받아쳤다. 주먹을 감싸듯 생긴 작은 방어막이 포스의 창과 같이 사라지는데 바로 다시 생겨났다.

주먹질에 자신이 있는 거군. 저게 방어막 역할 뿐 아니라 실제로 때릴 때에는 포스 램 비슷한 효과가 날 거 같은데.

주먹질 몇 번이면 성문도 깰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다.

석화형 저주에 주먹을 감싸는 방어막, 일대 일 싸움을 즐기는 자인가?

뭔가 범위형 큰 기술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떤 능력인지 모르겠다.

일단 아직은 초반이니 하나하나 해 보자.

“뿌우야, 공격해.”

나는 지팡이의 창날을 꺼내며 뿌우를 소환했다.

뿌우는 즉시 지팡이 창을 받아들고 도암의 머리위로 날아가 위쪽에서 창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반 경도 땅의 정령을 소환해 아래쪽으로부터 돌의 손이 나와 도암의 발목을 잡게 만들었다.

“크큿, 어림없다.

파팍

도암의 발아래로부터 포스의 방어막이 형성되며 돌의 손을 부수었다. 저게 주먹뿐 아니라 발에도 만들어지는군.

어쨌든 나는 석화되는 척 하는 중이지만 도암은 이반 경과 뿌우의 연합 공격을 받으면 땅에서 솟아나는 돌의 손을 부수는 중이다.

입체적인 연합공격은 저런 식으로 무투술로 막거나 회피하는 게 꽤 힘이 드는데, 나름 격투에 일가견이 있나보다.

나는 웅크리고 앉아서 조용히 힘을 모았다.

도암은 무투술로 계속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 편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다가 어느 순간 팍 하고 앞으로 튀어 나와 이반 경을 향해 돌격해 들어왔다.

정확하게 마법을 시전 하는 순간을 노려 뿌우의 공격 몇 번을 몸으로 맞으며 돌진하는 것이다.

이반 경은 마법을 시전 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지만 도암의 돌격이 너무 빨랐다.

“크크, 죽어랏.”

도암의 주먹에 방어막이 삼중으로 생겨났다. 이반 경이 방어막을 쳐도 단숨에 깨고 공격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도암의 뒤에는 내가 있다.

“네가 죽어.”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삭풍의 창을 소환해 도암의 등을 찔렀다.

아깝다. 도암이 눈치를 채고 마지막 순간에 몸을 비틀어 피하는 바람에 옆구리 살덩이만 한 움큼 뜯어낼 수 있었다. 몸통을 확 관통하면 좋을 텐데, 한방에 끝내기 위해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아쉽게 되었다.

“크윽, 그 무기는!”

도암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자신의 몸에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무기가 있는 줄 몰랐다는 듯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경계심을 바짝 세우고 있는 눈빛이다.

그러나 뒤로 물러서면 이반 경이 마법을 시전할 여유가 생기지.

“포스 케이지!”

촤촤촤촥

땅속으로부터 역장의 우리가 생겨나 도암을 가두었다. 도암은 어림없다는 듯 주먹으로 우리를 부수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 속에 갇힌 것은 틀림이 없고, 내 창과 뿌우의 창 공격은 갇힌 도암을 사정없이 공격했다.

파팍, 파지지지

도암은 내 창을 경계하느라 뿌우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어깨에 박힌 창을 통해 뇌전의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가자 인상을 찡그렸다.

“몸속까지 방어하지는 못하는군. 이반 경, 이자는 4대 속성에 무적인 게 아니라 그런 효과의 방어막을 몸 주변에 두르고 있을 뿐이에요.”

“알았습니다. 라이트닝 샤워!”

뿌우의 창은 그다지 깊게 박히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창날이 몸속으로 들어간 것은 확실하다. 이반 경은 즉시 강력한 뇌전 공격주문을 시전 했고, 뿌우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뇌전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 계속해서 창에 흘려 넣었다.

“이놈들!”

도암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손으로 뿌우의 창을 뽑으려 했다. 그러나 그러면 한손 가드가 비어 버리니 내 창이 파고 들어갈 틈이 생기는 거지.

“크악!”

삭풍의 창이 도암의 어깨를 찌르니 팔 한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갔다. 이로써 도암은 뿌우의 창을 뽑을 수 있는 손이 사라진 셈이다.

이대로 끝날까?

아니다. 아직 이놈은 자기 힘을 다 발휘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승부의 순간은 도암이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놓을 때다.

보통 큰 기술을 쓸 때에는 그만큼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심리적으로도 큰 기술에 의존하게 되어있다. 그걸 깨면 상대는 전의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서 순간적으로 도망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때 이쪽에서 결정적인 공격을 가하면 효과가 큰 것이다.

이반 경은 다시 포스 케이지를 시전해서 도암의 움직임을 막았다. 나와 뿌우는 그야말로 숨도 쉬지 않고 연속공격을 가했고, 한 팔만 남은 도암은 포스 케이지를 제대로 부수지 못해 이제는 정말 새장에 갇힌 새 꼴이 되었다.

“이놈들!”

콰콰콰쾅

왔다. 도암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전신을 확 펴자 그의 몸으로부터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포스 케이지가 단숨에 부서져 나갔고, 뿌우와 나 역시 튕겨서 천정과 벽 구석에 처박혔다.

그리고 벽 또한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쩌적하고 금이 가더니 터져 버렸는데, 그야말로 집 전체가 폭발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마법으로 보강까지 한 집이 이렇게 될 정도라니.

다행히도 이반 경은 마법진의 결계 덕분에 몸을 보호할 수 있었고, 나 역시 결계로브가 있으니 몸은 튕겼지만 큰 상처는 없다.

“크으, 예상보다 센 힘이네요.”

나는 얼른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반 경은 그 사이에도 공격마법으로 도암이 연속해서 능력을 쓰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저거 연속해서 쓸 수 있는 걸까? 그러면 크리드 경을 부르기가 좀 애매해 지는데.

크리드 경의 취약점을 하나 집으라고 하면 이런 무차별식 범위 공격에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웬만한 방어막도 모두 파괴하는 수준이라 잘못하면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다.

나는 도암의 표정을 보았다. 또 쓸 수 있는 건지 아닌지를 그의 표정에서 읽으려 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함께 허탈감이 나타났다. 기껏 큰 기술을 썼는데 이반 경은커녕 나도 멀쩡한 것이다.

뿌우만 나 죽는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는데, 정령이 죽긴 뭘 죽어. 10서클 마법이 아니면 안 죽거든.

기껏해야 정령계로 역소환 당하는 건데, 뿌우는 포트라가 직접 관리하는 정령이고, 나 또한 포트라랑 준 계약 상태라 역소환 당해도 바로 다시 물질계로 올 수 있다.

“뿌우야, 엄살떨지 말고 계속 공격해.”

“알았당, 악덕 계약주양.”

뿌우는 투덜대면서도 얼른 다시 날아와서 공격을 시작했다. 방금 그 기술을 맞기 싫은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머뭇거리지는 않았다.

도암은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기술을 쓰기 전과 전혀 상황이 바뀐 게 없다.

오히려 도암의 얼굴에 피곤함이 엿보인다. 역시 큰 기술을 쓰면 힘이 빠지는 거다.

다시 써야 하나 망설이는 듯하다. 이건 우리 측도 마찬가지. 저놈이 또 쓸까 안 쓸까 봐야 한다.

내 예상으로는 한번 정도 더 쓰게 하면 크리드 경을 불러도 될 거 같거든.

자, 도암, 결정을 내려라.

이대로 말라죽듯 계속 공격당해서 끝날래? 아니면 큰 기술 한 번 더 쓰고 화끈하게 끝날래.

이도저도 아니면 새로운 능력을 보여 봐.

내가 이렇게 탐색을 하는 이유는 계약자의 능력을 보면 마족 본체의 능력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기에 시간을 끌며 충분히 관찰을 하려는 거다.

아무래도 계약자보다는 마족 본체와의 싸움이 더 힘드니 지금 조금 고생을 하고, 그 정보를 살려 나중에 편하자는 거지.

도암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내 삭풍의 창이 다시 도암의 허벅지 부분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승부의 시간이 다가온다. 내 경험이 그걸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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