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145화 (145/250)

로엔의 마나뱅크 145화

7장 미스틱 섀도우

미스틱 게이트는 순식간에 커졌다. 인접한 두 국가에서 밀어주니 사방에서 자금 좀 있는 상인들이 미래를 보고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난민 이주가 아닌 투자이주다. 그야말로 도시 전체에 돈이 넘치고 흐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대륙 전체에 이름이 알려진 달로단 상회가 본거지를 미스틱 게이트로 옮기겠다고 제안을 하면서 발전은 가속화되었다.

달로단 상회가 원하는 것은 덴판 제국과의 무역상단을 운영하고 싶다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승낙했다.

그럼으로써 미스틱 달로단 무역상단이 발족하게 되었는데, 우리 측은 이쪽 특산물 물량을 준비해 주는 부분을 담당하고, 상단 자체는 달로단에서 운영한다.

원래 이렇게 되면 운송을 하는 상단측이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야 되는데 우리는 5대 5로 분배를 하게 되어 있다.

덴판 제국의 판매 루트를 데빌 헌터의 이름으로 뚫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스틱 게이트는 거대한 상업도시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도 진해지는 법.

모든 시민이 부자일 수는 없는 법이고, 돈이 돌면 돈 없는 자들이 일거리를 구해 몰려드는데, 그들이 사는 곳은 아무래도 슬럼가처럼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슬럼가에는 좋지 못한 인상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왔다.

몇 개의 조직이 생겨나 크고 작은 어둠의 이권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거 지금부터 관리 못하면 나중에는 손대기가 정말로 힘들게 된다.

“조직이 들어오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케이니 양이 말했다.

그녀는 이곳으로 이주해 온 이후 나의 상담역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로 케이니 양은 몇 개의 사업체를 운영해 본 경력이 있다. 암살자 길드의 위장 사업체이기는 해도 그것들이 수익이 모두 괜찮았던 것을 확인했다.

사업 수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실비아 공주가 도시의 공공사업 쪽을 주관하고, 영리 사업 쪽은 거의 케이니 양의 조언을 들으며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게 나을까요?”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따르는 자들이 살아남들 수 있게 해야죠.”

“좋아요. 그쪽 부분을 케이니 양께서 담당해 주세요. 단, 암살자들은 들어오면 안 됩니다.”

“그 부분은 잘 알고 있어요. 렌 경께서 허락하지 않으면 암살자조직은 절대 안 들어올 테니 염려 안 하셔도 될 거예요.”

하긴, 대륙의 굵직한 암살자들의 거점들에 대한 정보를 다 쥐고 있는 게 바로 우리 데빌 베인이다. 그런 만큼 암살자 조직들은 우리 비위를 거스를 수가 없지.

“그러면 저는 당분간 연구에 몰두할 테니 부탁해요.”

지금 내 정신은 미스틱 게이트 쪽보다 섀도우 플레인에 집중되어있다.

내가 뼛속까지 마법사라는 것을 느끼는 게 이 부분인데 영지 쪽은 아무리 잘 되어도 그냥 의무감 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반면, 섀도우 플레인에 진입을 하려고 하니 마법사로써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다른 일들이 모두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래도 마침 케이니 양이 와서 내가 소홀이 하는 사업 부분을 알아서 맡아주니 다행이다.

나는 회의를 끝내고 연구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리아가 와 있었는데 엘프들쪽의 지식을 빌리고 싶어서 불렀다.

“그림자 차원으로 들어간다고?”

“응, 그래서 말인데, 엘프 중에 그쪽에 간 기록이 혹시 있니?”

“없어. 우리 엘프들은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 때문에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아.”

“연구는 했을 거 아냐.”

“그건 했지. 정령계와 무엇이 다른가가 주된 내용이었어. 특히 섀이드와 정령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숲에 섀이드가 들어오지 못하게 결계를 쳤다고 하네.”

사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섀이드를 어둠의 정령이라 부르는 자들이 있을 정도로 정령과 섀이드는 특성이 거의 비슷하다.

단지 섀이드는 육체를 가진 자가 육체를 버리고 영혼만 섀도우 차원으로 넘어감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자율의사가 강하고 엄밀히 따지면 사악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령은 대정령의 규율 속에서 존재하는 일종의 자아가 있는 에너지의 덩어리라고 볼 수 있는데, 작은 자아는 있어도 결국은 대정령의 굴레 안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존재다.

전체의 일부분인 존재와 완전히 독립된 개체의 차이라고 할까?

어쨌든 문제는 내가 그쪽에 들어갈 수 있냐는 거지.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정령은 섀도우 플레인으로 못 들어가잖아. 거긴 에너지가 없는 공간이니까.”

“응. 물질도 에너지도 없는 공간이라 영혼만 들어갈 수 있어.”

“그렇다면 고위 마법은 거의 못 쓴다는 건데, 거기서 영혼이 그림자의 침식을 받았을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겠네.”

내가 자주 쓰는 마법들은 대부분 정령력을 끌어다 쓴다. 그런 만큼 저쪽 세계로 넘어가면 마법들 대부분이 제한되고, 영혼과 정신에 관련된 마법만 쓸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렌.”

“왜? 미리아.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

“그럼 그림자 차원이 신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거야?”

“꼭 그런 건 아닌 듯 해. 단지 섀도우 플레인에 이계로 넘어가는 구멍이 많다고 하니까 이쪽 세계와 다른 세계를 잇는 연결고리 같은 거일 수는 있어.”

“아항,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일단 막무가내로 섀도우 플레인으로 넘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겠지?”

“하지만 안 넘어가면 조사에 한계가 있잖아. 외부관찰만으로는 결국 제대로 된 상황파악이 힘들지 않아?”

“그래서 내가 요즘 생각한 건데, 아공간을 하나 만들까 해. 그림자 차원과 거의 비슷한 환경으로.”

“아! 그런 게 가능해?”

“영혼만 들어갈 수 있는 아공간에 대한 연구는 해 놨어. 그런데 영혼이 머무는 공간의 환경을 섀도우 플레인처럼 만들 생각은 요즘 하게 된 거지.”

고요의 공간.

내가 이름붙인 아공간 환경이다. 모든 에너지 작용을 정지시킨 곳이고, 거대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마나뱅크와는 정반대의 개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어둠의 공간은 아니다. 마나뱅크는 오히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담기 위해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는 모습으로 설계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 공간은 에너지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공허한 공간으로 만들면 인간의 정신력이 버티지를 못할 것 같다.

그런 만큼 진짜 섀도우 플레인보다는 훨씬 버티기 쉽게 만들고. 그곳에서 적응훈련과 유사 실험들을 진행해서 차분히 준비를 한 후에 진짜 섀도우 플레인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허상의 공간, 물 아래에 비친 그림자와도 같은 공간이야.”

“물 아래에 비친 그림자라고? 그럼 실상은 어디로 할 건데?”

“당연히 우리 영지지. 일단 우리 집부터 만들고 차차 확장하는 형태로 갈 거야.”

“재밌겠다. 그거 만드는 거 나도 보여줘.”

“어차피 미리아 네 도움도 필요해. 그래서 부른 거잖아.”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

“내 능력만으로는 아공간 창조가 안 되거든. 그러니까 숲의 힘을 이용하고 싶어. 네가 연결게이트 역할을 해줘.”

“응, 장로 허락만 맡으면 그건 할 수 있지. 뭐.”

“그럼 당장 장로에게 물어봐봐. 마족의 후계자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거라고 하고.”

“응, 신계 얘기는 안 할게.”

눈치 빠르네. 신계 이야기는 엘프들에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걸 그들이 알게 되면 전 부족차원에서 섀도우 플레인 연구와 개척 작업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데, 엘프들이 또 한 번 하면 무식하게 하기 때문에 뒤탈이 날 가능성이 너무 크다.

뒤탈이 어떻게 나는가?

엘프들은 지원자를 뽑아서 주기적으로 섀도우 플레인에 들여보낼 것이다. 그들은 개인이 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도전정신으로 영혼을 들여보내다보면 돌아오지 못하고 그냥 섀이드가 되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할 텐데, 일단 섀이드가 되면 결국 허무와 고독 속에 정신이 붕괴되어 버리고, 그런 섀이드는 섀도우 플레인의 가장 무서운 마물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또 그 섀이드들이 물질계로 넘어오면 그것도 장난 아니고 말이지.

엘프의 섀이드가 급증하는 사태는 정말 무슨 일이 있어도 막고 싶다.

“그런데 렌은 신을 만나면 뭘 할 거야?”

“뭘 하긴? 물질계 좀 확실하게 관리해 달라고 부탁할건데.”

“신이 들어줄까?”

“몰라. 일단 만나서 부탁해보고 생각해야지.”

“개인적인 소원 같은 거는 없어?”

“없어. 사실 난 내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이뤄서 이렇게 새로운 마법적인 연구만 해도 좋아. 소원이라면 물질계가 내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거 정도야.”

“하긴, 그렇겠다. 물질계에서 렌이 마음먹고 못 할 거는 거의 없어 보이니까.”

“그렇지는 않아.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

뜻대로 되면 내가 지금 이렇게 마족의 후계자들과 싸우고 있지도 않았지.

화려한 청춘이 이번 인생의 목표였다고!

“그럼 난 아공간을 만들 마법진을 설계할 테니 그거 설치는 너희 집 지하실에 하자고.”

“응, 내가 잘 관리할게.”

“좋아, 그리고 이번 작업은 이반 경과 같이 할 거야. 괜찮지?”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렌 너하고 양부는 내 집에 들어와도 돼.”

“그래, 그렇게 정하자.”

이반 경도 이제 슬슬 9서클을 느끼게 해 줘야지. 아공간 생성마법진에 대한 것을 진지하게 가르쳐주고 같이 그림자 차원에 대해 연구를 하면 아마 깨닫는 게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말 9서클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이렇게 가르쳐 주는 게 오히려 이반 경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섀도우 플레인에서 힘을 쓸 수 있는 마법 영역 중에 하나가 바로 백마법이니 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로 했다.

나는 미리아와 함께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갔다.

이번에 만드는 아공간의 이름은 바로 미스틱 섀도우.

나중에는 미스틱 게이트의 외형을 통째로 아공간 속에 재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0